조용한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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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작.

Quiet Caos.

이탈리아 영화.

주연- 난니 모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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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을 당했거나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들은 방황을 하고 술을 취하도록 마시거나

자책하고 힘들어 하며경우에 따라 가지 말아야 할 선을 넘기도 한다.

나의 경우엔 그럴 경우엔 그냥 혼자 조용히 인내한다.

또는 터놓고 지내는 벗에게 이야기하면 좋은 의견으로 위로를 듣는다.

기분 좋을 때 마시는 술은 즐겁지만 고통 속에 마시는 술은 독약이라고 생각한다.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찰과 성숙도가 보인다.

갑자기 닥친 상황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다.

참 이상한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 날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영화 끝에서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느낌이 서서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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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매력있다.

시작은로카마레라는 바닷가.

동생과 공놀이를 하던 중 파도에 휩쓸린 구조요청 소리를 듣는다.

위험하다고 들어가지 말라는 남자의 목소리를 뒤로 바다로 뛰어 든 형제.

물에 빠진 사람은 무조건 엉기고 잡아 당기며 위험상황을 연출한다.

어렵사리 구해낸 그들에게 그 아무도 고맙다는 인삿말을 않는다.

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그 사실을 두고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대화를 나눈다.

별장에 도착한 그들 앞에는 구급차 몇 대가 다급하다.

형의 아내가 심장미비로 사망한 것.

갑자기 공황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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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그.

장례가 끝나고 어린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다.

이웃들이 서로 봐주겠다고 걱정 말라고 한다던가, 방과 후에 데리고 가겠다는 말들을

하지만 그는 출근도 않고 학교가 끝날 때 까지 학교 앞에서 기다린다.

그런 일과가 계속되고 회사에서는 결제서류를 들고 오기까지한다.

그를 만나려는 사람들은 모두 학교 앞으로 와야만 한다.

흔들림없이 조용한 그의 표정과 침착함.

같은 시간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무언의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다운증후군의 아이가 지나가면 자동차 키로 삑삑~ 소리를 내어준다.

그 아이는 늘 빈 차를 향해 즐거이 손을 흔든다.

커다란 개 ‘네비아’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 미녀와도 눈인사를..

바로 앞의 카페 주인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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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자기가 구해준 여자가 재벌가의 아내임을 알게 되고 어느 날 그녀가 찾아와

자기를 구할 때 누군가위험하다고 말리던가를 물어본다.

모든 상황은 설명이나 회상없이 절제된 처리로 지나간다.

조용히 돌아선 슬픈 표정의 그녀는 말없이 결혼반지를 빼어 하수구에 집어 넣는다.

형의 행동을 이해 못하던 동생도 나중엔 형이 잘 대응한다며 위로한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따뜻한 사람들의 표정과 친절과 격려가 있다.

앞으로 세상을 지배하게 될 화두는 휴머니즘이라고 한다.

겉치레적인 휴머니즘이 아닌 진실한 인간애를 가진 사람.

집 안을 정리하던 그는 아내의 인터넷에서 아내가 주고 받은 수많은 400여통의 메일을 발견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작가와의 메일도 눈에 띈다.

열어볼까?

조용히 내면에 귀기울여보라.

진정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모든 메일을 그대로 삭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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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날.

딸이 학교로 들어가다 말고 되돌아나와서

아빠에게 말한다.

이젠 아빠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처음에 학교를 데려다주며 나중에 올께-라는 말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자기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빠가 회사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그 동안 제의 들어 온 승진도 마다한 그가 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회사로 출근한다.

편안해진 마음을 안고…

여전히 지나가는 다운증후군의 소년에게는 삑삑 소리를 내어주면서.

침묵이 주는 슬픔보다 깊은 사색.

그 사색 뒤에 얻는 진지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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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독백한다.

..내가 차마 마주 볼 수 없는 것들

엑소시스트의 푸른 구토.

멜론조각이 널부러진 가운데 쓰러진 라라(부인)의 모습.

로카마레 별장.

///난니 모레티의 눈물에 젖은 눈동자가 오래도록 남는다.

4 Comments

  1. 벤조

    2009년 7월 17일 at 1:54 오후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밀렸던 포스트를 읽고나니,
    조용한 혼돈이 오네요.
    마주치기가 겁나는 사실, 그거 있어요.

    리사님,
    그 부지런함에 항상 박수를 보내지만,
    이렇게 한가하게 영화 감상하는 리사를 제일 좋아합니다.   

  2. Lisa♡

    2009년 7월 17일 at 1:59 오후

    벤조님.

    고맙습니다.
    저 앞으로 한가할 겁니다.
    늘 그렇지만…
    사람들이 절더러 바쁘다고들
    아우성인데
    저 사실 시간 부지 한가해요.
    어제,빼고요.   

  3. 왕소금

    2009년 7월 18일 at 1:06 오전

    그저께도 빼야 할 것 같으디…ㅎ   

  4. Lisa♡

    2009년 7월 18일 at 4:52 오전

    왕소금님.

    알았어요…참….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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