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7일 새벽통화

장마_097.jpg

비오는 인사동거리다.

비가 와서 더욱 분주한 건지

요즘 들어 관광객들로 인해더 분주한 건지

우산 탓에 붐비어 보이는 건지..

금요일은 낮 12시만 넘으면 어디든 다 복잡하다.

길은 비까지 와서 미어 터진다.

교보빌딩에서 스웨덴에서 온희씨를 만났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국가 스웨덴이 그렇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란다.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다 있기 마련이다.

장마_099.jpg

다크서클이 피곤해서 볼때기 까지 진출한 느낌이다.

시내 중심지는 차를 갖고 나갔다가는 낭패보기 일쑤다

좌회전이 안되는 곳이 많고 유턴도 마찬가지이고 밀리는 금요일

오후에 여간 걱정이 아니다.

비까지 내리면 아수라장같다.

들어오는 길의 88도로도 마찬가지로 붐빈다.

왜 차를 갖고 나갔던가

후회막급으로 반성을 하면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밀린다.

광화문에서 인사동으로 들어가는 길은 공사관계로 완전 막아놔서

빙 둘러 들어가야 한다, 중간으로..

인사동길을 다시 까는 작업이 진행 중이란다.

하긴 인사동 길에 내 구두 뒤축 많이 까졌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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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꿈을 꾸었다.

누군가의 구두가 반토막 난 꿈인데(남자 구두)

내가 그 반토막을 신겨 주니 발에 남아있던 반과 합쳐졌다.

보통 신발은 애인이나 배우자를 뜻하는데 신기하다.

나쁜 꿈은 아닌 것 같다.

신발이 주는 연상은 군대 간 애인이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지금과 그때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전히 고무신 거꾸로 신는 경우 많으리라 짐작한다.

난 군대 간 남자친구 면회를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참 그 구두를 신겨주고 같이 팔짱을 끼고 걸었던 기억이 꿈에 남아있다.

꿈은 늘 그렇지만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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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천하고 모자라고 유치하고

버벅거리지만 외로운 사람에게, 혹은 진정함을 찾는 누군가에게

친구로서 늘 그 자리에 있어 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마고 싶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늘 허전하고

가까이 친구가 바글거리는 것 같아도 돌아보면 그다지 탁 손으로

엄지를 내세울만한 친구는 드물다.

어느 날 실망해서 멀어진 친구들도 있을테고 내가 싫어 떠난 친구도 있을테고

여러 이유들도 별별 사연이 들어있는 게 우정이지만

나를 필요하는 사람이 그것도 이성이 밝고 사리가 분별한데

적요함이 느껴진다면 작아도 그 적요를 메울 공간에 들어서고프다.

누군가에게 말했다.

늘 그 자리에 남아있는 당신의 친구가 되겠다고.

그래서 즐겁고 기쁘고 조그만 환희라도 느껴진다면 내가 되려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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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시작한 전화가(밤 11시 조금 전쯤…?)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사진이었다.

내가 사진을 보내자 그녀가 그 사진에 대한 답을 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사진으로 시작을 했다.

사진을 배운 것도 아니고, 카메라에 대한 설명서조차 읽은 적 없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걸 읽는 숫자가 적어진단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기계치가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잘 찍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언젠가 사진을 제대로 배운 사람들과 여행을 갔는데 날더러 사진을 배울

필요없다면 더러운 꼴 안 보고 편하게 그냥 찍으라고 했다.

누구는 ‘ㅈ’대로 사진 배우러 아예 다니라고까지 했다.

어젯밤 그녀가 내 사진을 찬찬히 보고는 (전화로) 사진 속에 뭐가 들어있단다.

그게 내 마음일까?

그녀는 그게 따스함이라고 했다.

칭찬은 새벽 두시를 넘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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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mments

  1. 쳴로

    2009년 7월 18일 at 8:51 오전

    일떠엉~~*
    전에 나도 그랬는데..
    사진 정말 좋다고.

    옛날, 서강대 계시던 김열규 교수께서
    사진작가 최민식 선생님 작품전에서 그러시더라고.
    같은 피사체라도 사람마다 그 향기가 달리 표현된다고.
    그래서 사진작가를 <진백>이라 부른다네.
    <백>은 아마, 넋魄을 말하셨을 거야.
    그러니까, 리사의 사진이 좋은 건..
    리사의 휴머니티가 투사되어 나타난
    지극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란 말이쥐~*
    못 찍고싶어서 죽겠는데도 잘 찍어지는 현상! 캬캬캬~
    낭중지추,란 말이 왜 있겠노.
    -주머니 속의 송곳은 삐어져 나오기 마련 아닌감~*
    (그러이, 사람은 일단 착하고 봐야되고
    인간관계도 따스함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기고.. 아인가??)

    새벽까지 통화한 그녀!
    뭐 볼 줄 아네.
    그래서, 참 멋지네~!!

    피에수;
    최*식 선생님의 자필 사인 사진집 여러권 있다.
    담에 보이주께. (인물사진은 정말 독보적이다.)
    그 날의 인연으로 김*규 선생님의 저서도 받게 되었다능~

       

  2. 색연필

    2009년 7월 18일 at 9:50 오전

    리사님~

    지금 갑자기 또 장대비가~
    리사님 사진 저도 여러번 감동 했습니다.
    사람이 보고 느끼는 만큼 사진은 정직하다고 합니다.
    감동 주는 사진…참 많아서 많이 감도 받고 있답니다^^
    리사님의 타고난 재능~

    인사동…
    바닥을 깔기전에 왜 어떻게 깔아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번에 또 새로 까는 바닥은 얼마나 갈지…^^

    그나저나 늦은 밤까지 긴 통화 할 만 한 친구가
    있다는 건~다크서클, 아니 판다가 되어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겠죠^^~
       

  3. Lisa♡

    2009년 7월 18일 at 10:29 오전

    첼로님.

    아니….위에 다 성함 밝히고 아래 피에수에는
    와…..**표를 하는지..ㅋㅋㅋ
    지나친 칭찬은 똥배도 춤추게 하네.
    거마버여~~~~~히히.
    영원한 편이 있다는 건 그래서 즐거운기지.
    그나저나 인자 블로그에 재밌는 글 쩜
    다시 올려주심 안되나?
    참—되게 팅구는건지, 아님 비싸서 그런건지?
    프로라서?
    헉———————-!!!!   

  4. Lisa♡

    2009년 7월 18일 at 10:31 오전

    색연필님.

    다크서클이 지금 팬더의 안경모양으로..
    후후후…종일 집에서 쉬고 있는데 왜이리
    낮잠을 못자는지 그걸 모르겠어요.

    인사동의 보도블럭이 제발 구멍이 숭숭 안난 걸로..
    나 구두 많이 못쓰게 되었거든요.
    그래도 숨쉬는 돌 같아요…
    틈틈이 놓아둔 장대석에서 사람들이 쉬는 건 못봤지만..   

  5. douky

    2009년 7월 18일 at 12:01 오후

    스웨덴에서 온 0희씨가 많이 감사하다고…
    제게까지 전화를~~

    리사님의 따스함은 하시는 모든 것에 담겨 있잖아요…
    무한 리필되는 그 에너지와 마음에 늘 감탄하지요 ~   

  6. Lisa♡

    2009년 7월 18일 at 12:50 오후

    스웨덴에서 오신 덕희님.

    그러고보니 덕희님도 희씨네요..

    후후후..희씨리즈다~~

    덕희님.

    흑깨인절미 같은 밤입니다.

       

  7. duky

    2009년 7월 18일 at 2:57 오후

    자랑스러운 블로거 리사님~~~
    멋있는 사진과 눈썰미!
    사진도, 글도, 그 속에 담겨있는 마음도 다 이쁜 사람 같아요.

    그런데 미천? 모자라고? 유치? 버벅?

    사랑하는 사람을, 귀한 사람을, 아니 세상 누구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싯귀, 아시죠?

    후후후 이거 오지랖?

    따뜻하고 당당한 리사님이 자신에게 쓰는 언어가?!
    조금 놀래서요.

    나는 리사님이 그런 이상한(?) 겸손은 안했으면 싶어서!~~
    리사님과 좀 친해졌다고 슬그머니 엉기는 건 아닌가 싶어 쬐끔 조심스럽긴 해요. ^.^   

  8. Lisa♡

    2009년 7월 18일 at 3:03 오후

    이상한 겸손 저 상당히 시러하는데

    클났네—-고칠께요//당장 ..ㅎㅎ 말로만요.

    듀키님.

    바쁘셨나요? 글 좀 자주 올려주세요.

    따뜻하고 당당하다는 그 말씀 입력합니다.

    눈썰미를 눈썹미로 처음에 본 거 있죠..^^*   

  9. 김삿갓

    2009년 7월 18일 at 7:09 오후

    와!!! 우리의 호프 리삿님!!! 비오는 서울 사진들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좋아히는
    사진만 골라서 찍으신것 같네요. 리사님의 마음도 따뜻한걸 느끼지만 거의 실시간의
    사진에서 따끈따끈 한 맛을 보는것 같습니다. 왜 금방 나온 시루떡 처럼요. ㅋ~ㅎ!!
    내 열심히 벌어서… 담 기회에 리삿님 고래고기 꼬옥 사줄꼬야!!

    리사님 좋은 주말 보내시고…. 행복 하세요. 구~우벅!!! ^_______^   

  10. Lisa♡

    2009년 7월 18일 at 10:57 오후

    삿갓님.

    사실 이 사진 삿갓님을 염두에 두고
    찍은 사진입니다.
    서울의 분위기를 보고파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제가 삿갓님께 느끼는 건 어떤 경지를 지나 예를 들면
    뽕짝만을 틀어놔도 그 사람이 왜 뽕짝을 지금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는..비오는 서울 거리를 보고파해도 왜 그런지를
    알 수 있답니다.
    어떤 시기를 지난 경험에서 오는 허레와 허식을 벗어던지 최소한의
    나머지..즉 거창하게 말하면 본연의 휴머니티로 돌아 온 느낌요.
    그래서 기회가 닿으면 이런 사진들이 그런 분들께 휴식이
    되겠다 싶은 겁니다.
    고래고기 비싼데….돈 마니 모으세요.   

  11. 광혀니꺼

    2009년 7월 19일 at 2:14 오전

    저도
    달력에 들어가게 잘 찍은 사진들은
    관심없습니다.

    그리고
    사진작가협회 회원입네 하고 찍어대는 사진들도 별롭니다.
    마음이 담긴…
    그래서 리사하트님 사진 좋습니다^^

       

  12. 아로운

    2009년 7월 19일 at 2:19 오전

    인사동 스캔들… 재밌더라구요.
    여름에는 냉커피 한잔 같이 가벼운 영화가 좋지요
       

  13. Lisa♡

    2009년 7월 19일 at 2:46 오전

    어………

    사진 정말 잘 찍는 그대가 그러면
    고개 숙여야지…아고 미안해라.
    도망갈 데 없나?   

  14. Lisa♡

    2009년 7월 19일 at 2:47 오전

    아…아로운님.

    인사동 스캔들 저는 못봤습니다.
    볼께요.
    코믹이죠?
    냉커피가갑자기 마시고 싶네요.
    저는 영화라면 무조건 무조건 다 좋습니다.   

  15. 아로운

    2009년 7월 19일 at 5:06 오전

    일명 Heist Film 이라고 하던가요, 뭐 크게 한탕치는게 주제인 그런 장르인데 코믹하면서도 약간의 예술적인 감각을 칵테일 만들듯이 잘 녹여놓은 거죠, 머. 부담없이 보고나서도 뒤끝이 없는, 술로 말하면 보드카를 섞은 칵테일 종류 같은???
    토마스 크라운 에페어를 약간 국적불명의 소주로 만들어놓은 듯한 맛이 납니다. 한국술이긴 한데 어딘가 약간은 정종맛이 나는거 같은…
       

  16. 김삿갓

    2009년 7월 21일 at 9:42 오후

    황공 무지로쏘이다 리사님….구~우벅!!! ^_________^

    떨어져 있던 자식들이 다 와있으니 얼마나 좋으세요. 아직까지는 품안에 자식이니
    싫컷 인조이 하십시요. 대학들 들어가면서 부터는 안타갑게도 아이들이 성년으로
    접어들며… 아기자기한 맛들이 없어지기 떄문에 조금씩 섭섭 해지지요. 하지만
    아이들을 위헤서는 그게 좋은 현상이라 봅니다.

    리사님 식구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길 신씨얼리 바라고요…. 낸중에 또 뵈유!!!
    구~우벅!!! ^_________^    

  17. 김삿갓

    2009년 7월 24일 at 4:37 오후

    리사님 SLR 카메라요… 눈이 나쁜 사람들 (특히 돋보기 안경) 은 어떻게 포커스를
    하는지 정말 궁금 합니다.

    이틀간 조개 잡으러 갔다가 고생 무쟈게 하고 왔씁니다. 장비… 200불 들었는데
    몇마리 밖에 봇 잡아 왔죠. 하지만 땅 파느라 운동도 되었고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몇마리 갖고 누구 코에 붙힐수 없을것 같아… 그동네 가게에서
    한자루 사서 친구들끼리 노나 집에 갖고 왔습니다. 오늘 저녁은 조게 바베큐로
    때우려 하려 합니다… 버터 에 파와 마늘을 넣고 폴폴 데어 녹인 다음 구은
    조개를 살짝 찍어 먹으면… 음~~~음!! 맞 죠쵸!!!

    조은 시간 되시고… 낸중에 또 뵈유!! 구우벅 ^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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