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8일 차마 볼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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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가 우는 모습.

운전 중 길에 내동댕이 쳐진 동물들의 죽은 육체들.

덫에 걸린 쥐.

비참한 심정으로 공직을 물러나는 공무원.

여기저기서 공격 당하는 사람.

가족의실연.

눈동자 안의 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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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가슴아파하는 모습.

아파서뒹구는 자식의 병.

느끼한 아저씨의 머리에 낀 비듬.

밉살스런 사람 이빨에 낀 음식물.

교통사고 후 길에 고인 피웅덩이.

잔뜩 인상 쓴 얼굴로 마주 앉은 식탁의 누구.

패전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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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낀 냉장고 안의 오래된 음식.

더러운 물 고여 썩어가는 웅덩이.

아무데나 버려진 음식물.

술 취한 이들이 토해낸 토사물.

여러 썩은 것들.

아무도 찾지 않는 허물어진 무덤.

어지러운 내 방.

냄새나는 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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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록 나온 남편의똥배.

느글거리며 흘끔거리는 전철 안의 남자들.

지나친 애정행각의 고딩들.

맞지도 않는 옷을 찢어지게 입은 여자의 정갱이.

지하철 안에서 아무렇게나 벌린 여성의 다리.

오만하면서 착한 척 하는 눈빛.

음식물 쓰레게 통에 담긴 버리지 말아야 할 비닐들 또는 풀라스틱 나부랭이.

털난 양심.

상실된 영혼을 찾아 헤매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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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데 소신까지 있는 절대고집 강자의 표정.

훔치다 들킨 사람의 애절함.

끝없이 추락하는 사람의 목소리.

깊은 밤 깊은 곳에 라는 영화의 낙태장면.

에이리언의 괴물들 탄생과정.

손을 베이고 난 후의 상처.

사랑하는 사람의 참기 어려운 유치함.

친구 영이네의 현관.

장마_110.jpg

토요일.

어쩌다 아이들이 약속이 풀이다.

아들은 ㄷ를 만나 당구장과 동대문과 압구정동을.

딸은 고대하고 기대하던 ㅎ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

킹콩들다를 보고 여의도 63 빌딩으로 가서 놀다가

밤 11시에 귀가했다.

그래도 멀리사는 ㅎ가 집까지 데려다 주고 갔다니

남들 하는 짓은 다 한다.

아들이 당구쳤다고 하니(사실 오늘 처음) 남편이 야단친다.

내가 편들고 만다.

당구치면 어때서?

건전하기만 하구먼…..

그렇게 안봤더니 남편은 갈수록 고지식하다.

딸도 빨리 안들어온다고 계속 조바심이다.

–그림: 김영자

15 Comments

  1. 오공

    2009년 7월 19일 at 4:18 오전

    1.썩어가는 웅덩이가 가장 쳐다보기 힘겨운 장면이예요.
    ..한 사람의 힘과 시간만으로 해결 되지 않는 것이라서요…아~화난다.

    2.에이리언 괴물의 탄생은 손가락으로 눈을 4/5쯤 가리고 꼭 보는 장면이예요.

    3.다른 끔찍한 것들은
    제가 본 적이 없는 것들이라
    당면 했을 때 쳐다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상상이 안가요.
    ..상상력 결핍인 제가 미워요^^;;

    4.’무신’이 뭔지 네이버를 찾아 봤어요.
    ..첨 들어 본 단어네요.

    5.친구 영이네 현관,이 확~연상되는 글이었어요…ㅎㅎ
       

  2. 밤과꿈

    2009년 7월 19일 at 5:39 오전

    장마철 비닐 장판에 쩍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는 발바닥~

    마치 싸구려 커피를 마신 뒤끝만 같은
    귀절들의 나열…

    장기하의 생각 –   

  3. ariel

    2009년 7월 19일 at 5:40 오전

    남자들은 고지식해요.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관심이 많다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아니면 다투게 되니..^^   

  4. shlee

    2009년 7월 19일 at 6:08 오전

    김영자님의 그림
    에곤 실레의 그림과 비슷한 분위기네요.
    비누님의 그림 같기도 하고…
    사람들은 비슷한가 봐요.
    리사님이 차마 보기 싫다는 것들
    대부분이 공감되니까….
    다만
    친구 영이네 현관은 빼고…
    그분 현관은
    아에 본 적이 없으니…
    ^^
    다음번엔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것들로 부탁해요.
    ^^

       

  5. onjena

    2009년 7월 19일 at 12:00 오후

    장말 보기 싫은것.

    밥 먹듯 거짓말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역겨워서
    도대체 저 잉간(인간이 아님)들 머리 속엔 뭐가 들어있을까하는 궁금증이…

       

  6. Lisa♡

    2009년 7월 19일 at 1:23 오후

    오공님.

    하나 안 적었네요.

    화장실 변기에 내리지 않은 물…ㅎㅎㅎ

    살다보면 여러가지로 보기싫은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한 번 영화처럼 핑계대고

    적어봤답니다.   

  7. Lisa♡

    2009년 7월 19일 at 1:24 오후

    밤과꿈님.

    너무 재미있어서 웃다가
    장기하라는 이름보고 쬐끔
    실망했지만 이런 글 골라서
    적어 주셨는지 고맙기만~~   

  8. Lisa♡

    2009년 7월 19일 at 1:26 오후

    아리엘님.

    본래 엉뚱하게 고지식하답니다.
    ㅎㅎㅎ—-   

  9. Lisa♡

    2009년 7월 19일 at 1:26 오후

    쉬리님.

    친구네 현관요?
    신발을 두겹, 세겹을 쌓아놔서
    신을 벗을 곳이 없답니다.
    후후후…
    대부분 공감이죠?
    아마 그럴 겁니다.   

  10. Lisa♡

    2009년 7월 19일 at 1:27 오후

    언제나님도

    그런 부분이 있어요?

    하긴 그런 인간들보면

    그렇치 않을 사람 몇 될까요…ㅎㅎ   

  11. 레오

    2009년 7월 19일 at 3:19 오후

    도토리님을 만나고
    언니의 그림을 보니
    더 친근하게 다가오네요~   

  12. 산성

    2009년 7월 20일 at 12:14 오전

    영이네 현관…^^
    남들 하는 짓은 다 한다…^^

    지하철…몸간수 제대로 못하는 여학생…
    괜히 그 앞에 서 있어 줍니다.
    흔들림 핑게 삼아 잠도 깨워 보고…^^

       

  13. Lisa♡

    2009년 7월 20일 at 12:47 오전

    레오님.

    이모님 그림요?
    그렇쵸?
    도토리님은 홍씨성이지요?   

  14. Lisa♡

    2009년 7월 20일 at 12:48 오전

    산성님.

    착하시고 영리하신 산성님.
    저도 앞으로 그래야지…
    여학생 뿐 아니라 아줌마들도..종종.
    보기도 별로드만~~ㅋㅋ   

  15. 박산

    2009년 7월 23일 at 5:35 오전

    차마 볼 수 없는 것들

    제목에 걸맞는
    짧게 끊어치는 ‘단문장’이
    돗 보이는 글이란 생각입니다

    <느글거리며 흘끔거리는 전철 안의 남자들>
    누굴 흘끔거린다는 얘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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