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KTX로Busan을 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타자마자 바로 잠이 든다.
예상치도 않던 짧은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검역소에 갈 일이 있었다.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수도권의 검역소에는 전무하므로
급한 사람이 불 꺼야지..지방으로 가게 되었다.
수소문 끝에..
검역소라는 곳이 거의 항구쪽에 있다는 것도 알았고
대전이나 중부지방에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 검역소에 가서 백신을 맞는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도착하니 11시50분.
검역소의 점심시간은 12시..부산역에서 세관까지는 5분거리.
미리 정차전에 문옆에 서서 기다리다가 재빨리 뛰어내렸다.
무슨 일이든 전화로사전에 물어볼 것은 필수이다.
12시가 1-2분 넘을 것 같은데 사정 좀 봐달라고 하니 안된단다.
자기네도 밥을 먹으러 가야한단다.
포기하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기 다 왔는데 곧 도착한다…부탁한다고 하니 그럼 와보란다.
2 분의 여성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친절했다.
우리 쌍둥이의 이야기를 하니까 화도 못내겠다시면웃으며 백신을 놔주셨다.
내가 지방의 량을 수도권으로 부치면 되지..그런 편의나 호환도 없냐고 불편을 토로했더니
백신같은 건 상당히 까다롭고 운반과정도 어렵고 쉬운 일이 아니란다.
통관절차나 모든 게 까다로울 뿐 아니라 보관이나 수송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란다.
이해하기로 했다.
어쨌든 비싼 백신 맞았다.
차비가 억울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광안리로 가서 언양불고기를 먹고
친정언니도 나오라고 해서 만나니 좋았다.
친구 현옥이는 불가능이란 없다.
뭐든 안되는 것도 다 되게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검역소 점심시간의 경우도 본래의 나같으면 1시까지 기다려서
식사시간 끝나고 맞지 절대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편이 아니었다.
현옥이는 보면 어떡하던지 자기의 뜻을 관철시킨다.
절대 안된다라는 말은 그녀에게 없는 편이다.
되든 안되든 항상 묻고 또 묻고 귀찮을 때까지 물어서 통과시킨다.
그녀를 보면 나도 저런 끈질김이 좀 있어야 할텐데 싶기도 했다.
그녀 생각이 나서 전화를 2 번 했던게 주효했다.
되거나 말거나 이 쪽에서 그렇게 손해볼 게 없고 안 되면 본전이라는 생각이니
항상 뭐든 대쉬해볼 일이다.
아줌마의 끈기라면 못할 일이 없지만 친정언니가 택시를 5명이 한꺼번에 타잔다.
말만 잘 하면 태워주신단다.
난 그런 짓만은 절대 못하겠다..2-3으로 나눠탔다.
나의 언니는 유명한 깍쟁이다.
비가 남부 지방에 많이 내린 탓인지 광안리의 모래가 다 쓸려서 바다로 떠밀려갔단다.
그래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모래를 퍼다 나르는 중이었다.
바닷가에 망루도 설치되어있었고 여러 명이 수영을 하고 있다.
짠내가 끈적하게 몸에 감기지만 그래도 바다는 항상 산과 함께 사람에게 폐와 같은 존재다.
숨을 크게 쉬어본다.
택시를 5번 탔는데 매 번 느낀 점은 기사가 친절함이 모든 걸 말끔하게 해버릴 정도다.
타자마자 어서오십시요~~등대콜입니다.
내가 목적지를 말하면 네–잘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깍뜻하고 차에서 냄새도 거의 안난다.
한 분은 지나치게 친절한데 친절에 지나침은 없다.
파마를 한 머리에 공수부대 모자를 쓰고 세계에서 제일 친절한 택시기사가 꿈이란다.
밤에는 포장주점을 한다면서 자기가 성대묘사의 달인이란다.
내가 그럼 한 번 해보라고 하자 뒤에서 아들들이 쿡쿡 찌른다.
조영남 흉내로 "지금~~" 하고 노래를 뽑는데 겨우 웃음을 참았다.
앞으로 어디가서 조영남 흉내라고 하지말고 그냥 부르면 더 좋겠다고 하자
자다가 나와서 그런거지 정말 흉내 잘 낸단다.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는KTX 안…동반자석이다.
옆의 동반자 석에 4인 자리인데 여자 한 사람이 앉아있다.
밀양에서~~남자가 2사람이 타서 합해지고 잠시 후 여자 한 명이 합해진다.
늦은 밤이고 다들 자느라 눈 감고 있고 바로 옆에 미성년자 우리 애들이 하나는 공부하고
둘은 자고 있었다.
다행한 건 아이들은 모두 귀에 MP3를 꽂고 있었다.
4사람의 소리와 그들만의 스케쥴이 거북하게도 듣지 않으려고 해도 내 귀에 바로 꽂혀 들어온다.
조용히나 하지..나중에 지들끼리 이야기하던가..
마누라가 마중해주는데 들킬까봐 혼났다는 둥..그들은 각자 집에 거짓말을 하고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는 중이었다.
2명은 해외여행 자체가 처음이고 2명은 따로 가본 경험이 있는 팀이다.
부끄러워라는 말은 아니다//뭐 그들의 사생활이니..
어찌나 크게 이야기하는지, 정말 괴로웠다.
유치한 이야기들과 숨기고 나온 이야기들을 하는데 가관이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나는 바람은 멋쟁이들만 피우는 건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는 걸 어제 알아버렸다.
김진아
2009년 7월 22일 at 1:45 오전
바람은 동서남북 방위가 필요없다는데요 ㅎㅎ
기차타고 부산으로 바닷가로..
하루만에 다녀오신 코스가 참 좋은걸요.
안되면 되게하라로 열심이지만, 간혹 쉼이 필요하다는것도 알게되었습니다.
*^^*
Lisa♡
2009년 7월 22일 at 1:47 오전
진아님.
아고 빨라라~~
쉼은 반드시 필요하구요.
제 경우엔 쉼이 지나치게 많지요.
항상 찔러 보는 건 타당할 경우에
절대 죄가 아닙니다.
진아님…바람이 그러네요–맞네요.^^*
빠바
2009년 7월 22일 at 2:07 오전
처녀 때 직장일로 4년 동안 살았던 곳….
그때가 그립습니다.
Lisa♡
2009년 7월 22일 at 2:15 오전
빠바님.
반갑습니다.
처음엔 빠다인줄로 알았네요.
부산서 사셨군요..
ㅎㅎㅎ……
Hansa
2009년 7월 22일 at 2:48 오전
"바람은 멋쟁이들만 피우는 줄 알았다"
오! 촌철살인입니다.
그 안멋쟁이들이 꼭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리사님 하하
네잎클로버
2009년 7월 22일 at 3:41 오전
아, 리사님 ‘애인(^^)’도 오고,
다같이 백신 맞으러 부산까지 다녀오셨군요.
부산 지역이 이번 폭우로 입은 수해가 아주 크다는데
복구 많이 되었는지요…?;;;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MP3 꽂고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그거 듣고 있으면 정말 주위 얘기 잘 안들리니… ^^
근데 피곤할텐데도 그 와중에 애인은 공부를~?! ^^
아무래도 자기가 알아서 잘하는 아이들은
더 예뻐할 수 밖에 없지요? ^^;;
데레사
2009년 7월 22일 at 3:48 오전
아니 무슨 백신을 맞길래 검역소에 가야 되나요?
어디 열대지방으로 여행이라도 가나 봐요.
기차타고 가면서 별걸 다 구경한 리사님 덕에
웃어 봅니다. 하하하하하^^*^^
허관도
2009년 7월 22일 at 5:13 오전
여러분이 남겨주신 따뜻한 댓글 한 줄이 큰 힘이 됩니다!
허관도
2009년 7월 22일 at 5:17 오전
잘모르고 여러분의 공간에 실례를 하게 되었읍니다. 미안 합니다. 그러나 요 며칠 동안 너무기뻐게 글을 보았습니다.
백작
2009년 7월 22일 at 6:26 오전
기차안에서의 저잘란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나못난이에게는 아주 고역입니다…거의 끝이 없죠…
제가 출퇴근할 때 아주 괴롭혔던 것들의 일종이 기차내의
그들만의 수다였는데….. 이젠 벗어나서 좋긴합니닷..후후
암튼.. 이런저런 핑계로 바닷가까지 가셔서
뜻하지않은 파도소리도 들으시고…잠깐의 새끼휴가를 다녀오신듯…..
그나저나.. 일반 기업이나 은행들은 점심시간도 교대로 근무하여서
고객들을 불편함없이 응대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 관공서같은 곳에서는
점심시간이라면서 시민들을 지루하게 줄세우며 기다리게 하는 것도
앞으로는 고쳐야할 것들이 틀림이 없긴합니다… 만..
Lisa♡
2009년 7월 22일 at 12:09 오후
한사님.
정말 그렇게 생각되지 않으세요?
좀 이쁘고 늘씬하거니 멋지거나
남자도 잘 생겼거나 분위기 있거나.
그런데 꼭 그게 아니더라구요.
갈수록 느끼는 것 들입니다.
Lisa♡
2009년 7월 22일 at 12:11 오후
네잎클로버님.
그런 공부가 아니고 우리 딸이 단어시험 준비로
공부를….단어 공부를 하고 있었지요.
내 애인은 잠만 (시차) 자느라..늘어졌구요.
날더러 이젠 약간 멀리하는 느낌마저 들면서…
관리 잘 하라고 충고하던 걸요.
내 자신의 모든 관리요..몸부터….흑흑.
Lisa♡
2009년 7월 22일 at 12:11 오후
데레사님.
그러게요…
그런 풍경들도 재미있는 것들이지요.
후후후…
Lisa♡
2009년 7월 22일 at 12:13 오후
허허관도님.(두 번 찍혀서 저는 답글을 줄여서 성을 두 번 붙이는 걸로 대신…)
왜그런 말씀을…하세요?
이렇게 그 기분을 짧게나마 표현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누구나 다 한 때 초보운전이듯이 블로그도 마찬가지구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라 얼굴 안 보고도 쉽게 같은 공감대로
형성되는 곳이니 부끄러워 마시옵소서….후후.
가끔 시간되면 들어오셔서 글도 읽어주시고(별 거 없지만)
웃기도 하시고 그러시면 저도 더욱 좋을 겁니다.
Lisa♡
2009년 7월 22일 at 12:14 오후
백짝님.
맞어맞어…안들을 수고 없꾸..미친다니까.
버스 속 할머니들하고 비슷한 그런 얘기.
후후후..사람사는 거다..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되는데 어제는 좀 많이 힘들더라구요.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맞을까봐….ㅋㅋ
레오
2009년 7월 22일 at 1:30 오후
^^ 마지막 멘트 너무 웃겨서 ㅋㅋ
리사님 글 재밌으면서 철심도 박혀있고..
지금 문득 아하~
달리 퀸 다이어린가 뭐~~~
Lisa♡
2009년 7월 22일 at 1:32 오후
레오니임///////////
철심….후후후..무거워라.
좀 더 재밋게 써야하는데
요즘 여유가 없어봐서요.
좀 만 기다리세요.
레오
2009년 7월 22일 at 1:53 오후
아이들이 무슨 봉사활동이나
월드비전 뭐 이런데 가나봐요??
Lisa♡
2009년 7월 22일 at 2:08 오후
네——————
뽈송
2009년 7월 23일 at 12:23 오전
우리 집에 오랜만에 오셔서 반가워 얼릉 뛰어 왔습니다.
그동란 얼마나 야속하든지..ㅎㅎ
그런데 베트남 여행가는 사람들 참 부러워 보입니다.
왜 내가 해 보지 못한 짓을 해 보고만 싶은게 아니던가요…?
바위섬
2009년 7월 23일 at 12:31 오전
25년전 부산에서 4년정도 살았어요…
남천동 비치아파트….광안리바다는 산책코스였는데…
몇년전에 광안대교 완공이 되어 내려가 보곤 한참되었네요…
백신때문에 내려간 부산이었지만 아이들과의 반짝 휴가~~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겁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여행되시기를…
Lisa♡
2009년 7월 23일 at 12:43 오전
뽈송님.
야속해하지마요.
저 뽈송님 글 뜨면 늘 갑니다.
가서 글이 청색이라 늘 때탄 제가 할 말이 없어 그냥 오지요.
또는 제가 미쳐 분주하다보니 글이 뜬 걸 못봤거나..
섭할 게 따로있지…혼납니다….저한테..(어머…이래도 되나요?)
베트남 여행가는 분들요—재미있는 한 때긴 하더라구요.
근데 대화를 너무 난해하고 부질서하게 남들 생각않고…ㅋㅋ
Lisa♡
2009년 7월 23일 at 12:44 오전
바위섬님.
남천동 좋았지요?
그때만해도…더 좋을 땝니다.
지금은 복잡하더라구요.
그래도 바다야 늘 좋지요.
반짝휴가 맞습니다.
본의 아니게—-후후후.
바위섬님,
장염 걸리는 사람들 많네요.
늘 조심하시구요.
산성
2009년 7월 23일 at 1:02 오전
시선을 멀~리 두게 하는
바다 사진이네요…
한동안 기차타고 다닐 일 많을 때
그 KTX 동반자석, 언제 한번 타보나… 하는 생각도 했지요…
부러워서…^^
그런데 그 자리 예약하신 분들은
대부분 먹을 것도 엄청 푸짐하게…준비.
이야기하며 다 먹어야 하니 아예
잠들도 안주무시던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KTX의 위력은 참 대단하지요?
하루만에 그 먼 거리 오갈 수 있게 되었으니…^^
아이들도 잘 있지요?
Lisa♡
2009년 7월 23일 at 1:32 오전
산성님.
먹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후후
우리도 곶감과 커피를 갖고 탔는데
아이들은 그냥 바로 자더라구요.
저만…후후후..커피와 곶감을.
동반자석이 저렴합니다.
왕복하면 7-8만원 정도 저렴한가?제가 안 끊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좀 저렴할 겁니다.
어떤 여자는 창구에 서서 같이 동반자석 구하자고
서서 물어보기도 하던 걸요.
알뜰한 사람들이지요.
멀리 시선을 두고 바다냄새를 확~~들여 마셔보세요.
화평
2009년 7월 23일 at 4:43 오전
오랫만에 로그인하네요
날마다 잘 보고, 잘 읽고 있어요 ㅎㅎ
무슨 접종인지? ..보통 6-8주전에 맞아야 면역이 형성되는데..
너무 늦지 않앗나요?
파이님과 오공님도 안부 전해요…(저 코자예요 오공님 )
Lisa♡
2009년 7월 23일 at 2:08 오후
화평님.
6-8주 전요?
보통 10일전이라고 하던데..
혹은 일주일 전요.
신종풀루는 아직 모르겠구요.
풀루도 미리 맞아두려구요.
나중에 밀릴 때 백신없을 가능성이 있어서 말이죠.
오공
2009년 7월 24일 at 1:27 오전
코자님?
예전에 코자님의 아이디를 뭐라고 할까
이리저리 이름을 만들어 부치면서
‘코자;로 낙착보았던 그 분?
기억이 잘 안나요.
캐나다에 사신다는 분 아닌가?
제게 인사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레네
2009년 7월 26일 at 10:30 오후
저는 부산을 아직 한번도 안가본…
서울촌년이여요
부산..올해는 가게 되려나..
Lisa♡
2009년 7월 27일 at 11:55 오전
오공님.
반듯하게 기억하는 인사.
코자…는요..코…..자…인가?
Lisa♡
2009년 7월 27일 at 11:56 오전
이레네님.
부산가실 일 있을 때
반드시 제게 정보를 얻어서 가세요.
무턱대고 가시면 서울촌사람
헤매고요–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옵니다요.
아셨죠?
근데 이름 이뻐요–이 레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