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2일 지지고 볶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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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청년들을 만나는 건 해피한 일이다.

딸이 같이 안면있다는 욱이를 잠깐 보게 되었다.

해맑은 미소와 밝고 건강한 모습의 청년으로 올해 9월에 다트머스로 진학한다.

2400만점에 2370을 받은 아이로 아이비리그를 몇군데 합격한 아이다.

머리만좋아도 부러운데 외모까지 갖췄다.

그 부모는 얼마나 아이가 자랑스러울까…

그런 청년들을 보면 내 자식이 아니라도 즐겁고 눈이 산뜻하다.

그 눈이라는 게 마음의 눈도 되겠지만 모든 눈의 창이 기분좋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밑거름이자 보배이다.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 녀석을 보자 다 잊어버렸다.

얼굴까지 핸썸할 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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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하다는 건 몸이 아니라 정신이다.

공연히 분주한 느낌에 괜히 할 일도 못한다.

k샘이 아이들 식사를 같이 하자고 ..

늘 매번 거르지않고 챙겨 주신다.

옆테이블의 모자가 자그마하니 안경 끼고 보기드문 범생이 스타일이다.

작고 도수안경에 엄청 열심히 먹어댄다.

진짜 엄청 많이 먹고 또 먹고(뷔페) 놀랍기만 하다.

그릇을 또 들고 올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놀라운 눈짓을 주고 받는다.

어쩌면 그 아이가 나중에 큰그릇이 될지도 모르는데

자꾸 웃음이 나고 외모와 먹성이 맞지 않아 보여 신기하다.

그렇게 많이 먹는 사람 처음봤다.

키가 150 cm나 될래나.

지나가던 웨이터가 실수로 테이블의 접시를 엎어서 땅으로 떨어졌다.

쩔쩔매는 신참 웨이터를 보고 딸과 나는가엾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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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괜히 두근거리는 마음이 되어 혼자 잠도 안자고 도쿄타워를보았다.

예전에 본 거지만 잘 생각이 나질 않아 다시 보았다.

몹시 감성적인 연출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에쿠니 가오리의원작이라면 알만하지 싶다.

대사 하나하나가 예민해진다.

공연히…

사랑에 빠진 사람마냥.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거라는 대사가 나온다.

빠지는 거…

나중에 그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누군가 한마디한다.

"빠진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글쎄 빠지면 그만이지, 뭐 어쩌라구~~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쯤은 누구나 다 안다.

그 사랑이 철부지 사랑과 다른 뜻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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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내가 흥분해서 이것저것 참관할 것 같다.

내가 마치 빠진 것 처럼 말이다.

이제 아이가 18세이고 곧 대학을 갈 것이고 자유의 몸이 된다.

그때 과연 내가 충고라도 하면 들을까?

나를 생각하면 전혀 그러질 못했는데..과연 내 딸은 어떨지.

테니스를 치고 오는 땀에 젖은 딸모습이 눈부시다.

젊음이란 그래서 좋은 것인가보다.

이제 나대신 삶을 살 아이들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걸로

위안을 삶는다.

그럴 나이가 되었나보다.

나이—가 주는 묘한 질투심과 허물어짐이 공존한다.

포기라는 건 없는 걸까?

70이 되어도, 80이 되어도 포기하는 사람 못본 것 같다.

나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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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를 볶고, 오이지를 썰고, 깻잎을 무치고, 간고등어를 찌는 아침.

행복의 냄새가 온 집을 싸고 돌며 더위를 더 재촉한다.

찌고 볶고 그래도 행복한 여름.

26 Comments

  1. 김진아

    2009년 7월 23일 at 1:57 오전

    찌고 볶고 그래도 행복한 여름.

    리사님의 행복함이 읽는 사람까지, 한여름더위도 사랑하게 만드시네요 ^^

    석찬이준혁이 오늘 캠프에서 돌아와요.
    아이들 데리러 나가는 준비에 그냥 혼자 마음이 들뜹니다.

    요즘 고사리도, 고구마 줄거리도 아주 맛있습니다.
    전, 오늘 물에 불린 다시마로 삼치를 말아서 쪄놓았습니다.
    저녁메뉴 미리 만들어 놓고 아이들 데리러 가요 ^^   

  2. 밤과꿈

    2009년 7월 23일 at 2:13 오전

    오랜만에 들어본 다트머스 칼리지~

    대학 1학년시절 영어회화시간에 멋진 금발과 파란 눈의 청년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며 강의를 했는데
    같은 남자로서 얼마나 샘이났던지…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와서
    한 학기를 강의했는데 그 샘이 바로 다트머스 출신이었던것~

    이후로 다트머스라면 귀가 솔깃해지는 아침입니다.

    멋진 하루가 되시길…   

  3. 바위섬

    2009년 7월 23일 at 2:26 오전

    "사랑은 하는게 아니라 빠지는 거"라는 말…
    왠지 맘에 화~악 와 닿네요..
    예전 어느 느끼한 개그맨이 했던 말 ~끌리는대로 하는거야..
    본능에 충실하는거야 뭐 그런 거 같았는데….

    밤과꿈 님의 수십년전 일을 떠오르게 한 다트머스…
    과문한 탓인지 저는 첨 들어보네요^^
    real-time같아요 형~~ 보구싶어유~~~   

  4. 오를리

    2009년 7월 23일 at 3:05 오전

    간고등어 냄새 볶는 고사리
    고소한 냄새가 택사스까지 날라와

    뭔가 먹고 싶어지는 저녁입니다…

    부페에가사 많이 막는 사람들 미국동포들만
    그런줄 알았는데 그곳에도 있네요 ~~~~   

  5. 박산

    2009년 7월 23일 at 5:40 오전

    <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내가 흥분해서 이것저것 참관할 것 같다.

    내가 마치 빠진 것 처럼 말이다.>

    ㅎㅎㅎ

    그 때 쓰실 글
    아마도 이리이리 쓰실 거란 생각 ,,,   

  6. 단풍나무

    2009년 7월 23일 at 8:51 오전

    안녕하세요, 제가 이런글 드리면 웃으시겠지만요, 제딸아이가 9살인데 리사님글이 제 맘에 팍팍 새겨지는 것 같아요….   

  7. douky

    2009년 7월 23일 at 10:15 오전

    진짜 행복한 여름날 보내고 계시네요, 리사님~

    오늘 종준이 데리고 광화문스폰지에서 ‘요시노이발관’ 보고
    흥국생명 3층 일본 국제 문화교류센터 가서 3시간쯤 보내다 왔답니다.
    책도 찾아 보고, DVD도 빌려 보고 가르쳐 주지 않아도
    원하는 것 다 찾아서 잘 하던걸요…

    8월에 상영하는 영화중에 보고 싶은 영화가 몇 개 되네요…   

  8. 지안(智安)

    2009년 7월 23일 at 12:06 오후

    싸랑하는 사람들이 와 있어서 Lisa님은 매일 햄뽂아요~
    그냥 바라보기만해도 눈이 즐거운 싱그러운 사람들이죠?
    딸이 남친 생기면?
    리사님 흥분돼서 어쩌실꼬?
    곧 닥칩니다.멀지 않았어요.
    도꾜 타워 또 보구싶어져요..나두..
    난 이제 어느정도 포기상태가 맞는데..
    맛잇는 식탁 메뉴에 침이 꼴깍!!
       

  9. Lisa♡

    2009년 7월 23일 at 1:55 오후

    진아님.

    다시마를 삼치에 말아서 찌면 나중에 먹을 땐 어떻게 먹나요?
    칼로 잘라서 혹은 삼치만 발라서…?
    괜찮은 방법 같은데….먹을 때가 문제같아서 말이죠/
    고사라랑 고구마 줄거리 다 좋아하는 식품입니다.   

  10. Lisa♡

    2009년 7월 23일 at 1:57 오후

    밤과꿈님.

    다트머스는 아이비 중에 졸업생이 돈을 제일
    잘 버는 학교로 뽑혔다고 합니다.
    거기 다니면 요즘은 꽤 인기상종가이지요.
    울아들도 거기 상당히 좋아하는데 실력이 될런지
    모르겠어요—–가면 띵호와이구요.   

  11. Lisa♡

    2009년 7월 23일 at 1:58 오후

    바위섬님.

    빠지는 거라니까 그렇다고 폭포수 안으로
    빠지지 마세요—–
    나올 일을 생각하고 빠지던가 해야지
    그냥 빠지면 나오기가 좀 어렵답니다.
    구명조끼 단단히 걸치고 빠지시길….
    결혼 전이라면 제가 구명조끼운운 절대 하지 않습니다만…ㅎㅎ   

  12. Lisa♡

    2009년 7월 23일 at 1:59 오후

    오를리님.

    냄새가 꽤 고소하지요?
    뷔페식당에선 사람 나름이지요.
    갈수록 뷔페가 싫어요.
    많이 먹게되고 왔다갔다 하기 싫어서 말이죠.   

  13. Lisa♡

    2009년 7월 23일 at 2:00 오후

    박산님.

    마음 아플 일도 앞으로 많겠죠?   

  14. Lisa♡

    2009년 7월 23일 at 2:02 오후

    단풍나무님.

    벌써 말입니까?
    9살이면 10년은 더 걸릴 것 같은데…후후
    하지만 마음에 팍팍 새겨지신다면 그만큼
    따님에 대한 애착이나 사랑이 강해서이겠지요..
    저도 은근히 마음이 조립니다.
    아빠들은 더 하실 겝니다.   

  15. Lisa♡

    2009년 7월 23일 at 2:04 오후

    덕희님.

    오늘 저도 거기 가려고 하다가
    바빠서 대신 친구만 갔거든요.
    좋았지요?
    8월에 하는 영화 여러편 괜찮더라구요.
    요시노 이발관 웃겼나요?   

  16. Lisa♡

    2009년 7월 23일 at 2:05 오후

    지안님.

    왜 이렇게 세련된 댓글을….후후후
    그리고 포기하지 마세요.
    왜냐면 저도 포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지안님이 제 등불처럼 먼저 앞에서 행하신다면
    저도 용기를 갖고서리~~   

  17. 볼레로

    2009년 7월 23일 at 4:36 오후

    행복한 여름… 앞으로 지금보다 더 좋을 날 많으실 겁니다.
    나중 일은 그때가서 생각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가족 분 모두 즐거운 여름 보내십시요. 제가 다 기분 좋습니다.

       

  18. Wesley Cho

    2009년 7월 23일 at 7:37 오후

    마우이 사진 같기도 하고…   

  19. Lisa♡

    2009년 7월 23일 at 11:33 오후

    볼레로님.

    마찬가지로 앞으로 더 좋은 나날들이 많겠지요?
    더위가 엄청나실텐데 건강관리 잘 하시구요.
    착하고 똑똑한 아드님들 잘 있지요?   

  20. Lisa♡

    2009년 7월 23일 at 11:33 오후

    웨슬리님.

    빙고~~~   

  21. Wesley Cho

    2009년 7월 24일 at 12:10 오전

    빙고! ‘상품’은 없나요? 기습 상품… 으로… 좀^^   

  22. Hansa

    2009년 7월 24일 at 12:58 오전

    젊은 아이들 보면 눈과 마음이 모두 상쾌해지지요.
    특히나 처신이 바르고 잘생긴 아이들 보자면 그렇습니다.
    껄렁하고 누추한 놈들은 영 아니지요.. 하하

    아이들 쑥쑥 자라는 걸 보면, 내 몸의 진기가 이놈들에게 모두 옮겨가는 기분입니다.
    섭섭한듯 흐뭇하지요. 하하

       

  23. Lisa♡

    2009년 7월 24일 at 1:18 오전

    웨슬리님.

    캄……………..온……………   

  24. Lisa♡

    2009년 7월 24일 at 1:18 오전

    한사님.

    바로 그겁니다.
    제가 느끼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바르고 참한 아이들요.
    정말 섭섭한 듯 흐뭇하더라구요.   

  25. 안영일

    2009년 7월 24일 at 1:10 오후

    세상의 어떤 엄마도 다 같고있는 새끼사랑을 마음것 하실수있는 어떤 엄마의 이야기 를 즐거움으로 읽는 도자입니다, 다만 불편하다면 심장수술의 회복인지 /참으로 엄청난 몸의 고통을 수반하는군요, 그 회복중인지에서 지난영화이애기의 *에리자베스 테일러,* 와 리차드 버틑인지의 ? 사랑의 시작이었는지 언듯 *Sand Paper *이라고 60년대의 영화자막을 식구에게 이야기를 하니 ? 바닷가 해변에 희피의 이애기중에 교장선생님과 학교에 아이를 안보내는 희피의 리즈테일러, 격구 3각관계의 교장선생님 ,교장부인 그리고 리즈테일러중에 *교장선생님의 폭탄선언 ? 나는 어느여인도 버릴수없다 ? (참으로 현망한 선언?)는 기자회견과 마을을떠나는 희피여인의 끝이라는 이야기를 식구가 도출해주어서 알었읍니다, *그시절에는 ?내가 설땅은 어디냐 ? 그런 비슷한 문구가 많이도 생각이나든 세월인것 같었읍니다, *저희집에서 긱구가 저를 위해서 해준 늙은호박 새우젓복음 반찬의 저녁반찬 졀미의 호박볽음으로 먹은 생각입니다,즐거운 집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십시요,   

  26. Lisa♡

    2009년 7월 27일 at 11:54 오전

    어느 여인도 버릴 수 없다…

    명언이십니다.

    어느 남자도 버릴 수 없다고
    써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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