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로 시작해서 맨유로 끝난 날.
아들이 맨유광팬이면 그 어미도 광팬화된다.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해서아이들은 학원으로
엄마는 신라호텔로 갔다.
5시반에 상암으로 출발한다는 정보를 입수.
아들한테 전화를 하니 아들이 친구들과 호텔로 부리나케 왔다.
진을 치고 보디가드들이 1:3-4로 붙은 가운데 바삐 나가는 선수들.
한 장도 싸인을 못받고 아이들은 상암으로 출발했다.
여드름 투성이의 아이들이 우르르….뭣에 미쳤는지
정신을 어디에 두는지 몰려 나간다.
루니는 뒷목 빼고 다 털북숭이다.
너무 귀엽다.
그 덩치에 뜀박질은 무지 빠르단다.
TV서 보니 운동장에서도 팬서비스 차원으로 한 번 신나게 달려준다.
아들이 제일 앞좌석이라고 신나서 전화온다.
TV에 나올지도 모르니 잘 보고 있으란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어딘가에 빠진다는 것 중에 스포츠에 빠진 사춘기는 걱정이 없단다.
권장할만한 일이라고들 한다.
월드컵이 아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같이 온 친구에게도 물으니 월드컵 때부터 축구팬이 되었단다.
아마 팬들은 맨유나 레알이 최다일 것 같다.
아들은 미래의 꿈이 맨유팀에 들어가서 같이 일하는 것이다.
대학가면 제일 먼저 갈 배낭여행 목표가 맨체스터이다.
아들친구인설사(별명)에게 뭐가 되고싶냐고 물었다.
전교 3-4등 정도 하는 아이다.
맨유팀에 가서 축구에 관한모든 승률 등을 통계내는 일을 하고 싶단다.
세상에….이런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애들이 많다는데 이것도 비슷한 꿈이지 싶다.
그럼 나는 일디보팀에 들어가 운전수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팀이 있다는 게 소속감을 주는 것일까?
경기가 끝나고 밤 12시가 다 되어 신라호텔로 온 아이들은 서성이며
흥분하며 선수들을 기다려서 사인을 받는다.
그래도 루니와 지성은 짜다.
밖에서 밤을 새는 아이들도 많다.
이것들아…공부를 그리 열심히 해라~~이것들아~~
Bar에 앉아서 아들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새벽3시까지 잠을 못잤다.
바에는 50%는 맨유 스텝들이 진을 치고 와인을 마시거나 대화를 나눈다.
나는 생맥주를 아이들은 생과일 쥬스를 마시며 혹시나 선수들이 내려올까
기대를 해보는설레임.
한 선수가 나타났다.
아이들이 쫒아 뛰어간다..여기저기서 툭툭~~
보디가드들이 손으로 제지한다.
실망하는 아이들.
여자아이들도 많이 기다린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선수…결국 그 선수가 나오자 아들과 설사가 가서
싸인을 받아낸다.
보통 10시만 되면 자는 녀석이 눈이 반짝반짝거린다.
나는 그게 신기하다.
어딘가에 미쳐본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아이는 그 행복함을 알고 있을까?
영국의 광분한 팬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응원하느라
목숨을 거는 걸 보면 분명 어딘가에 올인하는 감정은
위험하고도 행복한 일이다.
마약에 빠지는 중독적인 것과는 다른…
어쨌든 나는 아이가 이렇게 빠져서 축구로 시작해 축구로
끝나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취미라는 건 누가 뭐래도 그 사람에겐 중요한 일이다.
이게 일로 연결될지라도 지가 행복하면 그만이다.
그리 떨리고 흥분된다던 맨유팀을 바로 앞에서 보는 행운을 누린 아들은 입이 벌어진다.
2년 전에는 로날드가 자기를 향해 1미터 앞에서 손가락을 세우고 흔들며 윙크해준 걸로
기절할 듯이 굴더니….
오늘은 바로 앞에서 악수하고 스치고 마주보고 했으니 흥분도 되겠지.
좋은 엄마되기 힘들기만 하다.
데레사
2009년 7월 25일 at 5:44 오전
늙은 울 아들도 어제 비맞으며 행복한 얼굴로 돌아왔던데요.
아들도 축구광에다 박지성 왕팬이라….
리사님도 어제저녁 행복했겠다 ~~~
벤조
2009년 7월 25일 at 6:43 오전
힘 들어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Wesley Cho
2009년 7월 25일 at 7:29 오전
미국도 많은 아이들이 스포츠 메디신이나 재활 의학을 전공, 프로 구단에 물리 치료사나 트레이너로 취직하는것이 꿈입니다. 전 게임을 코트사이드나 필드에서 공짜로 볼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 한다는…
벤자민
2009년 7월 25일 at 11:10 오전
우리아들은 루니팬인데
어떻게 직접편지를보냈는데 자기티사츠와 동료선수들 싸인까지
받아 보내왔던데^^
머리를 써야지 그비싼 신라호텔에서 모자가 잠도안자고 ㅎㅎ
그나저나 시드니에 몇일 좀나왔는데
이짜식 녹화나해뒀는지모르겠읍니다
저는 맨유 관심없읍니다
손담비가 나왔는가하는거죠 ㅎㅎㅎ
Lisa♡
2009년 7월 25일 at 1:11 오후
데레사님.
박지성팬요?
울 아들은 긱스와 스콜스 팬인데
지금은 바뀌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질 않네요.
…….ㅎㅎ
비 좀 맞았지요?
Lisa♡
2009년 7월 25일 at 1:11 오후
벤조님.
맞아요–
건강하기만 하면 장땡이입니다.
Lisa♡
2009년 7월 25일 at 1:12 오후
웨슬리님.
그러니까요–
우리 아이들의 꿈이 바로 그겁니다.
괜찮겠죠?
Lisa♡
2009년 7월 25일 at 1:14 오후
벤자민님.
손담비 당근 나왔고
소녀시대도 나왔답니다.
소녀시대는 실수로 립싱크 들켰구요.
노래가 먼저 나오는 바람에…ㅎㅎ
루니한테 편지 쓰라고 해야겠네요.
울아들이 아직 초보네요.
그나저나 벤자민님…괜찮아요?
douky
2009년 7월 26일 at 4:43 오전
‘어딘가에 한 번 미쳐 본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 같아요.
그거 해보려고 해도 쉬운 일 아니더라고요…
미래를 걸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
아이들이 멋져 보입니다~
Lisa♡
2009년 7월 27일 at 11:51 오전
덕희님.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데
공부보다 엄마보다 더 좋은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