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들과 피크닉을 갔다.
모란봉 불고기를 굽고 로메인을 많이 싸갔다.
커피는 물론이고 쌈장에 매실장아찌도 함께
친구는 수박과 굴비까지..ㅎㅎ
늘 산에 가보면 여자들이 한 상 벌려놓고
먹는 걸 봤지만 내가 그렇게 해보긴 처음이다.
바람이 부는 곳은 추워서 오히려 바람이 없는 곳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옆으로 걷는데 일가견이 있는 무릎팍 덜덜떠는 숙이 덕분에
우리는 많이 올라가지는 못하고 산책수준으로 오르고 말았다.
땀도 그다지 나질 못하고 오니 개운하진 않다.
근데 산에서 먹는 한상점심이 그렇게 맛나는 줄 예전에 미쳐 몰랐다.
경상도 여자 세명이 모이면 시끄럽다는데
숙이가 워낙 내숭형이라 둘만이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가만있어도 되는게 영이가 엄청 목청이 크다.
클 뿐 아니라 너무 웃겨서 죽다가 살아난다.
셋이 워낙 오래된 소꼽동무들이라 제스춰 하나에도 자지러진다는 것이다.
영이는 늘유명인사들을 "아..걔~~그거 …"하면서
아주 친숙하게 옆집강아지 부르듯이 부르며 개인사의 내막까지
소상히 알고 있다.
뭐든 그녀에게 물어봐.
그러면 내가 항상 묻는다.
"아……..되게 친하신가봐요?"
그리곤 셋 다깔깔 넘어간다.
어떤 감으로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어 본다는 건 두뇌회전이
제법 빨라야 한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를 척보면 대충 알아채는 사람도 있다.
내 경우는 말을 제법 친숙하게 잘 하는 편인데 상대가 속물근성이
농후한 사람이면 아예 말이 안 나온다.
친구가 농담을 해도 알아들어야지 그 다음으로 대화가 가지
뭔 뜻이냐고 물어보거나 형광등이라면 재미를 주는 입장에서도 지치고
즐겁게 이야기할 맛이 뚝 떨어진다.
그렇다고 모르면서 무턱대고 웃으면 그것도 표시난다.
모르는 걸 뭐야? 라고 물을 때도 재치는 필요하다.
재치가 있는 사람이 끼면 대화는 더 즐겁다.
숙이는 약사인데 지금은 휴식상태이다.
고지식하고변화가 없는 스타일로 늘 월남치마 스타일이다.
대학다닐 때도 엄마처럼 옷을 입고 다녀서 우리의 놀림감이 되곤했다.
대학 졸업식날 엄마의 여우목도리를 노란 한복에 걸치고 나와서
다 쓰러졌다.
그래도 철옹성처럼 굳건하게 눈하나 꿈쩍 않는 아이였다.
그런 그녀가…….
레깅스를 신고 나왔는데 요즘 유행하는 2n어쩌고 하는 가수들이 입는
구멍이 숭숭 뚫린 레깅을 세상에나 만상에나…
구멍은 다리부분을 지나 팬티가 다 보일 정도로 엉덩이까지 계속 구멍이었다.
구멍이 늘어나서 스타킹 뚫어진 것 처럼 되어버렸다.
간도 크게 어쩌면 그런 걸 살 생각을 다 했냐고 묻자 그녀 왈~
잘 안보일 줄 알았단다.
가끔사이즈가 D컵인 그녀의 가슴이 부담스럽듯이 구멍난 레깅스 오우~~부담이야.
피크닉을 끝내고 다음은 올림픽공원으로 가자고 정하곤
영이네 집으로 갔다.
아들과 딸이 치킨을 시켜서 먹는다고 시켰다.
우리더러 한 조각씩을 주는데 끔찍했다.
색깔은 누리끼리하게 덕지덕지 껍질을 입힌 가루하며..
내가 그런 것 먹지말고 아예 교촌을 시키라고 했다.
트랜스 지방이 척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다이어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아이들의 아버지가 암으로 저 세상으로
갔으며 자식이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다.
영이는 먹는 것에 조심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지나치게 먹는 걸 신경쓰는 나랑은 완전 반대다.
영이는 야위고주름이 많다.
난 피둥거리고 무게가 제법 나간다.
건강검진에서는 오히려 내가 콜레스테롤이 없고 지방간도 없이 나온다.
어릴 때 부터 먹는 걸 신경쓰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한다고 믿는다.
아들의 줄이 고장난 시계를 찾으러 갔다.
잘 고쳐놨다.
기술이라는 건 정말 신기하다.
시계방 주인이 물조심하란다.
이 시계가 방수인데요?
방수라도 물을 조심하는 게 낫단다.
그럼 아주 비싼 시계도 방수인데 그것도?
그건 더 조심해야한단다.
방수라고 다 허용되는 건 아니다.
세상일이 다 그렇다.
어쨌든 피크닉은 줄거워…룰루랄라다.
포사
2009년 8월 6일 at 12:08 오전
찢어진 레깅스를 입었다면 예쁘게 봐 주는 놈씨가 있어야 제격인데 ..
Lisa♡
2009년 8월 6일 at 12:45 오전
포사님.
것뚜 어울릴 때나 하는 말이지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차림입니다.
이 나이에 찢어진 레깅스는 쫌….
산성
2009년 8월 6일 at 12:53 오전
혹시나…그 어지러운 현관의 영이?…^^
Lisa♡
2009년 8월 6일 at 1:03 오전
산성님.
마저요—
기억력 캡짱이네요!!!
상줘야 하는데 모주나?
마를린 먼로?라도?
밤과꿈
2009년 8월 6일 at 2:08 오전
찢어진 청바지는 봤어도 찢어진 레깅스는 첨 들어봅니다.
그런 걸 사는 이들이 있으니 파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럼 그런 걸 입고 있는 모습을 봐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사 입는 사람도 있을테고…
아! 나도 한 번 보고싶당~~~~~
Hansa
2009년 8월 6일 at 3:35 오전
여인들이 나이들며 더이상 젊지 않더라도..
자기관리를 하여 외모나 정신에 ‘총기’가 살아있으면
아주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저에게는. 하하
광혀니꺼
2009년 8월 6일 at 3:41 오전
우리 지금
소풍가요~
짱구녀석 데리고
성내천이라도 갔다오려구요.
횡성의 병지방 계곡을 갈가 하다가
오며가며 시간 버리겠구나 싶어
지금 짱구 퇴근시키러 가요^^
김선경 보나
2009년 8월 6일 at 4:05 오전
‘모르면서 무턱대고 웃으면 그것도 표시난다’ ㅋㅋ
정말~ 맞아요~
아이들도 알아채요 그건.
TV에서 찢어진 레깅스 입고 나온 아이돌 가수들 보고
"저건 뭐냐… 스타킹이 구멍 났냐?"
했더니, 딸아이 배꼽잡더라구요…
그런데 그걸 실천했다니… 우리 나이에… 대단합니다!
리사님.. 늘 재미있어요!
지해범
2009년 8월 6일 at 5:11 오전
구멍뚫린 레깅스 글에 파란 하늘 사진이라…
그래서 글이 칙칙하지 않고 더 상쾌하네요.
주주
2009년 8월 6일 at 6:09 오전
방수라고 써 있는 시계들도 견딜 수 있는 깊이에 따라 성능이 다릅니다.
보통 10M(30피트)라고 써 있으면 그냥 생활 방수 정도(비 맞기, 손 씻기 등)로
생각하셔야지 장시간 수영장에서 사용하시면 습기가 찰 수 있어요.
3100M 방수는 보통 수영장이나 스노클링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것도 배터리를 갈거나 수리를 한 경우에는 물을 막아주는 패킹 때문에
그 기능이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방수에 신경쓰는 시계들은
수리를 하고나면 기압이 1기압보다 높은 곳에서 뚜껑을 닫아
내부 압력이 외부보다 높게하여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쿠버 다이버들이 쓰는 것은 200M라고 쓰여 있지요.
뭐, 실제로는 그 반도 들어가지 못하지만요.
아주 비싼 고급 시계들은 습기가 조금만 들어가도 바로 문제가 생길만큼
민감하므로 더 조심하셔야 할겁니다.
방수라고 그냥 믿고만 있기에는 ‘만약’의 결과가 너무 큽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시계에 ‘방수(防水 : waterproof)’라는 말을 쓸 수 없고
‘내수(耐水 : water resistant)’라는 말을 쓰게 하고 있습니다.
靑山 시인 기자
2009년 8월 6일 at 8:29 오전
레깅스는 어떻게 입어야 옷태가 나나요 리사님…
재밋게 읽었습니다.
오랫만이지요?
靑山 시인 기자
2009년 8월 6일 at 9: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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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a♡
2009년 8월 6일 at 10:23 오전
밤과꿈님.
어울리지 않게 보고싶어하시다니요?
그냥 꼿꼿하게 사시지 그러세요..ㅎㅎ
정말 보기 싫더라구요.
내가 보수적이 아니라는 건 아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찢어진 청바지는 멋지기나 하지요.
저도 한 때 찢어진 청바지(자연적으로)
꽤나 입고 다녔답니다.
Lisa♡
2009년 8월 6일 at 10:23 오전
한사님.
그럼요.
총기가 살아있는 여성들
나이들어도 멋집니다.
역시…
Lisa♡
2009년 8월 6일 at 10:24 오전
광여사.
미리 전화 좀 하지..
짱구보러 갈건데..
가차운 것 득 좀 볼려고 했더만.
ariel
2009년 8월 6일 at 10:25 오전
제가 노상 하는 말..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을
하면 좋은지 몰라 그냥 영어로..
"we are what we eat"
그래서 저도 조금은 조심해요. 과일하고 야채
좀 많이 먹으려고 하고요. Fried chicken 먹은지
오래돼서 먹고는 싶네요…^^
Lisa♡
2009년 8월 6일 at 10:25 오전
보나님.
우리 나이에 정말 아니더라구요.
진짜 싸구려 같은 느낌.
젊은 애들이 입은 것도 길에서 봤는데
정말 빈티의 극치더라구요.
내 볼 때 연예인 아니면 안 입는 게..
나을 듯..아이 잘 크죠?
Lisa♡
2009년 8월 6일 at 10:25 오전
지기자님.
자꾸 쥐기자님으로…ㅋㅋ
칙칙함을 웡캉 시로하거든요.
Lisa♡
2009년 8월 6일 at 10:28 오전
주주님.
제가요…어느 날 무슨 모임에 갔는데
교수라는 양반이 내 시계가 짝퉁이냐고 묻잖아요.
내가 빤히 쳐다봤죠..기분 나쁜 척 하면서.
그랬더니 아니면 줘보라고 하면서 컵에 담그겠다는 겁니다.
오리지날이면 방수가 된다면서요.
나 침 기가 막혀..
그냥 해보라고 했으면 어쩔 뻔…?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그 남자가 물려 줄 것도 아니고..
실없어서 진짜 밥맛이라 상대도 않았지요.
아찔합니다.
내가 열받아 집어 넣으면 어쩔 뻔?
보통 써있는 미터의 반도 안되는군요.
시계를 비오는 날엔 안 차고 나가야겠네요.
Lisa♡
2009년 8월 6일 at 10:29 오전
청산님.
날씬한 젊은 애들이 입으면 다 태가 나구요.
나이 든 아줌마나 뚱땡이들이 입으면 태가 안납니다.
어쩌죠?
그래도 보통 긴 상의 안에 입지요.
원피스 안이나..살짝 보이게.
아래 것은 몹니까?
Lisa♡
2009년 8월 6일 at 10:30 오전
아리엘님.
그러시니 저도 먹고프긴 합니다.
저는 교촌이 좋고 아니면 KFC가 좋아요.
아님 제가 만든 것.
아로운
2009년 8월 7일 at 1:39 오전
얼마전까지는 알록달록한 레깅스에 킬힐을 색깔맞추어 신고서 맨해튼 거리를 활보하는 젊음이 많았는데… 더워지니까 그것도 좀 뜸해지는듯…
한 미소 웃고 갑니다.
靑山 시인 기자
2009년 8월 8일 at 7:12 오전
그렇겠군요…
아랫것은 음악을 올리려고 했는데 태그로만 보이네요.
Lisa♡
2009년 8월 8일 at 8:13 오전
아로운님.
아로운님도 색깔 맞춰신은 힐까지
눈여겨 보시는군요.
요즘 알록달록한 레깅스가 유행인가봐요.
광고에 온통 그런 레깅스가 대세네요.
Lisa♡
2009년 8월 8일 at 8:14 오전
청산님.
그런 거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