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3일 갈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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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W와 S를 만났다.

교사인 S가 방학 때만 만나야 하는데 그녀의 아들이 S대 의대에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아쉬운 패를 하는 바람에 그녀가 친구고 뭐고

심각한 것이다.

이 번 11월의 시험에는 부디부디 합격하길 바란다.

아들이 가야하는 길이 그 길이라고 딱 정하면 매진하는 것도 괜찮은 것 아닌가?

그 아이의 길은 오로지 한 길 S대 공대도 아닌 의대이다.

S대 공대를 붙고도 상심하여 슬퍼하던 A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

남들이 보면 아니…그 어려운 S대 공대를 붙고도 왜 기분이 나쁜지 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만의 사정이라는 게 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 그게 맞는 것이다.

S는 아들이 S대 의대만 합격하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들 거다.

나라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실망않고 매진하는그 모자가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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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나는 학벌이 전부가 아니라고 이야기 해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일편단심이라변할 기미가 없다.

그리고 선생인 그녀가 그 걸 모를리가 없고 수없이 제자들에게 이야기한 말일 것이다.

멋모르는 내가 재차 말해도 미동도 없음이다.

W가 말하길 자기 딸이 이대 법대와 연대 문리대를 놓고둘 중에

어디를 가야하나를 망설였단다.

판사가 될지도 몰라서 법대로 아빠가 선택하자 맘 약한 딸은 고민 끝에

이대로 결정을 했단다.

판사의 길을 포기하고 직장을 구할 떄 국민은행과 네이버를 놓고 고민했단다.

결국 안전빵인 국민은행을 선택했단다.

나라면 내게 혹은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대와 네이버를 선택할 것이고

딸에게도 그리 권했을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결정을 하나만 해야하는 순간이라는 게 수없이 닥친다.

그 때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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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대학동창회를 가는 옥이가 들 게 없다며 가방을 빌리러 왔다.

옥이와나는 기회나 선택에 대한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만약160 정도로 키가 작고, 안경끼고 대머리에 S대 출신의 의사와

키 180에 성격좋고 잘 생기고 대기업에 다니고 대학은 그럭저럭 나온 남자가 있다.

사윗감으로 누굴 선택하겠느냐고 내가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당연 후자이다.

옥이는 두 말 할 것 없이 전자다.

나는 제 아무리 돈 잘 버는 의사라도 후진 사람은 싫다.

성격좋고 남자답고 씩씩하며 잘 생긴 사람이 좋다.

W는 자기라면 그냥 딸이 좋아하는 쪽이란다.

멋대가리없기는…누가 몰라?ㅎㅎ

그냥 문제는 문제일 뿐 자기생각을 말하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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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는 후회를 하는 게 있다면 연세대를 보내서 그냥 재미있게 놀기라도

하고 남자친구랑 멋진 연애라도 남았으면 좋았을텐데…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후회이다.

만약 그랬다면 이렇게 후회를 또 할 것이다.

아…이대법대를 갔으면 안 놀고 공부만 해서 쟤가 판사가 되었을텐데..

괜히 연세대를 보냈나봐…후회가 되네.

이랬을 게 뻔하다.

누구나 다 결과를 놓고는 하지않은 방향 쪽으로 멋진 상상을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그 때키는 작지만 홍이오빠를 선택했으면 의사부인으로

돈을 잘 버는 남편덕에 돈을 펑펑 썼을텐데…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지 복이라는 게 있기 마련.

판사랑 결혼해도 판사복 벗고 잘못 됐을 수 있고

의사랑 해도 돈 못벌어서 간호사 짜르고 자기가 간호사 하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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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아이들 아프리카 이야기에 주절주절 자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유치한 야그들이.

쫌 미안타.

고민 중인 S앞에서 뭐 잘났다고 아직 대학도 안 간, 시험도 안 친 아그들 이야기를

뭐그리 잘된 것인양 떠들어대는지.

가끔 리사의 말은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얘길 듣는다.

그럼 나는 작가?

맞다, 내가 대화를 과장되게 이끌어 감탄사와 감동을 스스로 주기 때문일지도.

참, ‘국가대표’라는 영화가 강추강추란다.

큰아들이 오늘 보고 왔는데 종일 떠든다.

식구들과 다시 한 번 보러가야겠단다.

눈물 엄청 흘렸단다.

그래서 아는 누나가 찔찔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단다.

이 건 과장 아니다.

24 Comments

  1. 광혀니꺼

    2009년 8월 13일 at 3:18 오후

    홍학의 군무…

    멋지네요^^

    올 가을엔
    금강의 철새들 한번 보러 가야겠네요…

       

  2. 포사

    2009년 8월 13일 at 3:20 오후

    대학 과 선택은 본인의 관심 또는 장래 나아갈 방향을 고려하여 먼저 정하고 대학은 합격할수있을 학교를 택해야 한다.
    지난날과 달리 지금 모든 대학 비슷해서 자기 하기나름이다.
    대학가서 진짜 공부 해야하는데 …
    학교 선택은 부모 특히 모계쪽에서 자식을 무슨 악세서리취급하여 소위 sky대만 선호하여 정한다.
    아주 나쁜 일이다.

       

  3. 희망

    2009년 8월 13일 at 5:34 오후

    리사님 글이 드라마를 보는듯 한다는 다른 분의 말씀에 공감의 한표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리사님이 작가시냐구요?
    그 말씀에도 공감의 한표… ^^

    정말 표현력이 남다르게 좋으신것 같습니다.
       

  4. Lisa♡

    2009년 8월 13일 at 11:03 오후

    광여사.

    금강의 철새?
    갑자기 눈이 똫그랗게 되는 건 뭔가….요?
    철새가 털 날리진 않을까?
    내 옷에 날아가다가 똥이라도 흘리지 않을까?
    별 걱정을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보러가고프네.   

  5. Lisa♡

    2009년 8월 13일 at 11:03 오후

    포사님.

    전형적인 말씀을..그렇게
    훈장님처럼…후후.
    맞습니다, 구구절절…마꼬요.   

  6. Lisa♡

    2009년 8월 13일 at 11:04 오후

    희망님.

    제게 희망이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칭찬이 아침부터 춤이라도 출 모양을..
    어젯밤 잠 못드는 아들과 종알종알하느라
    같이 잠 못드는 거 이해하시죠?
    물론 예쁜 따님과 경험있죠?
    참…사는 맛이 나요//그럴 때—-   

  7. 산성

    2009년 8월 14일 at 12:07 오전

    대입 앞둔 아이들과
    안타까운 부모들의 갈등.
    그 시기 넘기고 나니…
    또 다른 고민들이 첩첩산중…^^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

    가슴 시린 고민은
    살아가는 우리들의 힘 !

    말그대로…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 !

       

  8. Lisa♡

    2009년 8월 14일 at 1:18 오전

    산성님.

    그렇쵸?
    고민하는 힘.
    그겁니다.
    그 고민을 어찌하든 결과는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어느 길로 가든 결국 마지막은 자기
    길을 가고 있다는 거지요.
    아닌 사람도 많지만….
    산뜻한 댓글!!   

  9. 호수

    2009년 8월 14일 at 1:24 오전

    "숲속에 두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때문에 모든것이 달라졌다고"

    프로스트 아저씨 말씀이 문득 ^^
       

  10. 벤조

    2009년 8월 14일 at 5:53 오전

    만일 말예요,
    제가 서울대 수학 시험을 보는데, "1+1 의 답을 말하라", 이런 문제가 나왔다면,
    우물우물 답을 못쓰고, 뭔 함정이 있는거 아냐? 할 겁니다.

    그런데, 만일
    리사님이 거기 있다면 2 라고, 명쾌하게 답을 쓰고 나왔을 것 같아요.
    룰루랄라~하며.

    그래서 무쵸 좋아합니당~
       

  11. 김삿갓

    2009년 8월 14일 at 6:38 오전

    홍학들 사진들이 멋진데 직접 그곳서 봤을땐 정말 장관이였겠네요. 발레리나 들이
    홍학들의 움직임 흉네를 내는거라지요?? 근데 전 왜 홍학을 자꾸 홍합으로 타이프가
    쳐지는지 모르겠네요. ㅋ…ㅎ

    학교…저는 두 딸들 한테 조건을 아무 공립 대학을 다녀도 좋으니 집 가까운 곳 에서 4년
    만에 졸업만 해다오…이 애비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그게 효도다 알았제?? 라고 했고
    그말을 들은 큰딸은 저의 말을 어느 정도 respect 를 해주었는데 막내는 부모들의 영향권
    밖으로 간다고 저 멀리 남가주로 갔네요. 그러면서 너무 좋아 히는것 같아서 조금 섭섭은
    하더만요.

    저는 자러 들어 갈시간…좋은 시간 되세요 리사님…. 구~우벅!!! ^_______^   

  12. 오를리

    2009년 8월 14일 at 7:12 오전

    학벌 그것 한국인에게는 정말 중요합니다..

    전대통령 누구처럼 대통령이 되여서도 그것 없으면 주눅이 들어

    헛튼짓 합니다 ㅋㅋㅋㅋ   

  13. 무무

    2009년 8월 14일 at 10:48 오전

    저도 연대-네이버에 한표!

       

  14. onjena

    2009년 8월 14일 at 11:35 오전

    여기 캐나다에서 살다보니 의대 뭐 그런거 별로 부럽지 않더군요.
    (제 아들이 거기 다니지 못해서???? 심술이 나서 그런것도 있지만서두….ㅎㅎㅎㅎ)

    가끔 아이들 치대 다니게 하고픈 부모들 보면 평생 남의 입만 들여다보고 사는게
    즐거울까???? 생각 좀 해 보자고 합니다.

    한국은 공부 잘 하면 의대 가야한다고
    여기지만
    정말 봉사 정신이 없으면 그 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돈 벌고 싶으면 다른 일 해야지요~~~

    여기는
    성적만 좋다고 의사 될 수가 없어요.
       

  15. Lisa♡

    2009년 8월 14일 at 2:20 오후

    호수님.

    가지 않은 길 생각은 늘 하지요.
    우리가 어느 길을 가느냐에 따라 인생은
    다른 방향으로 그 사람을 인도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이에겐 모험이 필요한 것이지요.
    프로스트의 길을 떠올리면 늘 안개가 차분히
    깔린 잔디가 파란 오솔길이 떠오릅니다.   

  16. Lisa♡

    2009년 8월 14일 at 2:21 오후

    벤조님.

    맞습니다.
    저는 1+1은 2라고 과감히 말 할 겁니다.
    단순명료함을 즐기니까요.

    머리가 거기깢 밖에.ㅎㅎ
    무쵸—무쵸~~~   

  17. Lisa♡

    2009년 8월 14일 at 2:22 오후

    삿갓님.

    홍합들.
    푸른 입 홍합들이 떠오르네요.
    ㅎㅎㅎ..따님들 잘 두셔서 늘 부러워요.
    자발적이고 씩씩한 똑순이들.
    암튼 자식복은 있나봐요.

    둘째 갸가 일을 낼 겁니다.
    기대하세요.   

  18. Lisa♡

    2009년 8월 14일 at 2:23 오후

    오를리님.

    말복이 어제입니다.
    그래서인지 말목 더위가 기승입니다.
    오늘 저 쪄 죽는 줄 알았어요.   

  19. Lisa♡

    2009년 8월 14일 at 2:23 오후

    무무님,

    그쵸?   

  20. Lisa♡

    2009년 8월 14일 at 2:25 오후

    언제나님.

    금나나라는 여학생이 5군데

    의대를 다 떨어졌는데 그 이유가

    더 깊은데 있었겠지만 아마 그 봉사정신의

    부족일 겁니다.

    제가 금나나 책을 읽으며 벌써 느꼈거든요.

    진정성이 결여된 봉사를 알아채는 것이지요.

    맞아요///의대는 봉사정신입니다.   

  21. 테러

    2009년 8월 14일 at 9:34 오후

    제가 어쩌다 제 실수와 이 나라 교육제도의 허점 탓에 S대를 다니면서 본
    솔직한 느낌은요..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S대 아이들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
    물론 제가 워낙 별로라 그렇기도 하지만요..ㅎㅎ

    제가 졸업할 때 DJ가 축사에서.. ‘졸업해서 정문을 벗어나는 순간 S대 출신임을 잊고
    무한경쟁에 뛰어들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학력고사 끝나고 입학하는
    순간부터 그 구분은 의미 없는 것 같아요. 그 다음부터는 누가 더 노력하고 열심히
    진지하게 사느냐의 문제 아닐지… ‘s대 출신 의사, 박사, 변호사’라는 비인간적인
    라벨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면… 그건 참 곤란한 일인데 말이죠..ㅎㅎ    

  22. 서린

    2009년 8월 15일 at 12:28 오전

    마치 리사님과 함께 얘기 나누며 듣는 것 같은 착각속에서
    글을 읽어 내려 가다가 "멋대가리 없기는…누가 몰라?ㅎㅎ" 이 대목에서
    그만 웃음보가 터졌슴다…

    홍학들 사진 참~ 멋지네요!!
    리사님 애기들 덕분에 가만 앉아서
    케냐의 멋진 풍광들을 제대로 구경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3. Lisa♡

    2009년 8월 15일 at 3:21 오전

    테러님.

    맞아요.
    우리나라 동창회 중에서 제일 이기적이라
    동창회 자체가 안되는 데가 S대 법대 동창회라고
    하잖아요//일본의 경우도 ‘도다이가 문제야~~"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출신학교로
    자기의 레벨업을 바로 시켜버리는데 그 후로 자기자신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지지요.
    못미치는 인격들이 잘났다고 허세를 부리는 걸 종종 보지요.   

  24. Lisa♡

    2009년 8월 15일 at 3:23 오전

    서린님.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는 착각이
    자주 들면 좋겠습니다.ㅎㅎ

    정말 그렇찮아요?
    다 아는 질문을 재미로 하는데 교과서적인
    답을 하면 당연히 흥을 깨는 거지요.
    후후후…그런 사람들 상당히 많아요.

    우리 애기들은 그 후로 사진에도 관심없네요.
    바빠서인지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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