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2일 되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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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거기 있는데 내눈에만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두 번을 봐도 없었는데 잠시 후에 다시 보면 그 자리에

얌전하게 있는 물건을 보는 일이 자주 생긴다.

아들이 MP3를 잃어버렸는지 막 칮는다.

얼마 전 셀폰을 잃어버리더니 갑자기 머리 한 쪽이 찡하다.

찾아야 할 물건을 빨리 못찾을 때 아무 일도 안 된다.

써야 할 편지도, 만들어야 할 반찬도 아무 것에도 신경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수리 맞긴 컴퓨터 충전기가 안 보인다.

한꺼번에 중요한 물건이 2가지 이상이 안보이니 마음 안정이 안된다.

아들은 분명히 안 잃어 버렸다면서 생각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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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 비싼 머플러를 처음 하고 보낸 날 눈이 엄청 왔다.

집에 왔는데 머플러가 없이 목이 휑해서 온 것이다.

그 길로 나가서 찾을 때까지 들어오지 말라고 보냈다.

그 날 눈이 약 15cm 왔길래 잊혀지지도 않는 날이다.

30분이 지났을까 낑낑거리며 머플러를 찾아서 온 아들.

누군가 지나가다가 땅에 떨어진 머플러를 길 가 가로수에 걸어둔 것,

누군지 몰라도 참 매너있었다.

그 후로 아이들은 물건을 잘 앓어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요근래 손재수가 있는지 큰 놈이 셀폰에 이어 …

어쩔땐 잃어버린 줄 알고 다시 샀는데 나타나는 경우도 내겐 있었다.

본래 내가 어릴 때 물건 잘 잃어버리는 스타일이었다.

우산은 내 우산이 아니고, 지갑은 내 지갑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자식에겐 전혀 그러지 않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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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지방에 갔을 때 인도인인 텐진과 둘이서 시내로 잠깐 나갔다.

텐진이 환전을 잠깐 해야하니까 따라가자고 해서 미리 환전을 하러갔다.

돈을 꺼내서 세던 텐진이 20불이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20불을 잃어버려 쩔쩔매는 그를 보다가 조심스레 내가 그 20불 주면 안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조금 전 온 길로 되돌아가보자고 그가 말했다.

그래…같이 가..내심으로는 없으면 내가 줄 요량이었다.

둘이서 온 길은 시내 한복판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20불이 땅 한가운데 버젓이 떨어진 채 있었다.

그가 좋아하던 기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나도 어찌나 반갑던지

같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깡충깡충 뛰었다.

텐진이 정말 환하게 웃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그 순수가 번진 이유다.

그 20불을 어떻게 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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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뉴욕서 Trish McEvoy향수를시누이가 두 개를 샀고

분명히 내가 들고 있었다.

신발 할인폭이 커서 사려고 버둥대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

향수를 잃어버린 걸 알았다.

보통 미국서는 남의 물건을 마음대로 갖고 간다는 생각을 않았던 나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지만 보통 물건을 잃어버리면 잃은 자의 잘못이다.

도망 간 향수는 되돌아 오지 않았다.

시누이에게 내가 다시 두 개를 사겠다고 했지만 거절하기에

다시 사지도 못하고 찜찜한 채 그냥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살짝 사서 주려고 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서울서 헤어지려고 할 때 시누이가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거기엔 새로 사서 포장한 Trish McEvoy 가 살포시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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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MP3와 컴퓨터 충전기가 빨리 돌아오길 기다린다.

뭐든 돌아올 것은 돌아와야 편하다.

아님 아예 잊고 새로 사버리던지..

사고나면 차라리 마음은 잊고 편하게 된다.

하지만 아까워서 잠이 안온다.

11 Comments

  1. shlee

    2009년 8월 23일 at 1:35 오후

    안경을 잃어 버렸다
    찾았어요.
    남편이 선물로 준
    다중초점 안경이었는데….
    교회에 갔다가 잃어버렸나봐요.
    금요일 밤 교회에 갔다가
    분실물 서랍을 열어 봤더니
    그 안에 내 안경이 들어 있더군요.
    나도 물건을 잘 잃어 버리는데…

    인도에서 잃어 버린 20불을 찾았듯이
    엠피3도 반드시 찾을 수 있기를…
       

  2. 산성

    2009년 8월 23일 at 1:44 오후

    오…텐진
    히말라야의 밤하늘…
    그리고 푸른 별…기억납니다.
    뒤로 돌아가 찾아 보았어요…

    사라진 물건들
    얼른 제 자리로 돌아 오길…

    아가들 참 이쁩니다^^
       

  3. 레오

    2009년 8월 23일 at 2:02 오후

    이쁜색깔 H 백은 절대(결코) 잃어버리지 마세요^^*

    아이들도 3, 강쥐도 3, 다들 넘 귀여워~~
       

  4. Lisa♡

    2009년 8월 23일 at 2:34 오후

    쉬리님.

    저도 한 번 썬글라스 잃어버렸거든요.
    혹시나 싶어서 슈퍼마켓에 가서
    분실물 모아둔 것 찾아봤더니 내 썬글라스가
    있는 것 있지요.
    정말 기분이 좋더라구요.
    가만히 생각을 잘 하면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잘 생각이 나긴 하더라구요.
    ㅎㅎㅎ…

       

  5. Lisa♡

    2009년 8월 23일 at 2:35 오후

    산성님.

    텐진이 요즘 통 연락이 없네요.
    나의 짧은 영어실력 탓인가봐요.
    아님
    프랑스로 갔던지…
    그립네요–모든 것들이 알치곰파의 푸른 별도 말이죠.

    물건들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건데 말입니다.
    영 개운하지가 않아요.   

  6. Lisa♡

    2009년 8월 23일 at 2:36 오후

    레오님.

    그러잖아도 며칠 전 헝겁 가방을
    식당에 놔두고 몸만 나온 것 있잖아요.
    제가 계산을 안하고 남편이 계산했는데
    아이들도 나도 모르고 그냥 나와서 그 다음날
    오후에 알았답니다.
    전화했더니 가지러 오라고 하더라구요.
    휴우~~거기 지갑에 돈도 꽤..있었거든요.
    가방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답니다.   

  7. 청산靑山

    2009년 8월 23일 at 3:39 오후

    헝겁 가방 잘 찾았네요!
    저는 얼마전에 직장에서 일하다 쉬는 시간에 시청공원에 나와
    핸드폰 사진기로 자화상을 찍어 두었지요.
    나이들어가는 모습을 새겨두려고 곧잘 자화상을 찍는데…

    집에 와 컴퓨터에 저장하려고 보니 역광으로 찍힌 모습이 배경 색깔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좋아하다가
    그만 파일을 지워버렸어요.
    참 안타까왔지만 되 찾을 수 없드군요.
    그 이튿날 다시 그 자리에 가서 찍어도
    그런 사진 안나오드라구요.
    명품이었는데…   

  8. 청산靑山

    2009년 8월 23일 at 3:49 오후

    한 가지만 더…
    몇 해전.
    리사씨도 잘 아시는 곳이지요.
    오아후섬의 스노클링으로 유명한 하나우마베이에 갔을 때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40불을 주었지요.
    마침 신고할 데도 마땅치 않아 제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그냥 써버렸어요.
    꼬깃꼬깃 접은 돈이었었는데
    잃어버린 사람은 어쩌면 아이는 부모가 용돈으로 준 돈을
    잃어버렸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 까 하는 마음에
    아직도 제 마음이 죄스럽기만!    

  9. Lisa♡

    2009년 8월 23일 at 4:11 오후

    청산님.

    주었다고 해서 준 줄 알았지 뭐예요.
    주웠다…ㅎㅎ..저도 잘 틀리는 편이니
    외국서 오래사신 분들이야 더하겠지요?

    저도 존을 아니 지갑을 주웠던 적이 있답니다.
    지갑은 돌려줬구요..한 번은 돌려줄 길이 없어서
    (경찰도 못믿겠더라구요)
    돈만 들어있어서 그냥 제가 썼어요.
    돈은 반드시 제가 그냥 썼구요.
    언젠가 화장실에서 5000원이 있길래 냉큼 주웠지요.
    저는 양심의 가책 안받았는데..어쩌나.
    제가 양심불량인가요?
    아무래도?

    으———스노클링 하고싶어라.   

  10. Wesley Cho

    2009년 8월 23일 at 9:19 오후

    아이들 넘 이뽀요…   

  11. Lisa♡

    2009년 8월 23일 at 10:09 오후

    웨슬리님.

    린지도요~~
    뭐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칭찬해주는 타임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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