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을 만난 적이 있다.
청연을 막 상영하고 있을 당시였는데 날더러 청연을 봤냐고 물었다.
봤다고 하자 그러면 당신은 자기가 사귈 수 있는 사람이란다.
그때쯤 그녀는 사람을 둘로 구분한다며 너스레를 귀엽게 떨었다.
하나는 청연을 본 사람, 하나는 청연은 안 본 사람으로 구분한다고 했다.
맑고 깨끗한 이미지였고 술을 좀 마실 줄 아는 여자로 기억된다.
두 번 이야기를 해봐서 다 알 수는 없지만 영화배우치곤 겸손하고
상냥하고 깔끔하며 우아하기도 했다.
성격도 좋았던 걸로 기억된다.
마음이 아프다…세인들의 사랑을 받던 영화배우의 삶을 살다가 채 피지도
못하고 간다는 건 더욱 슬픈 일이다.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위암은 잘 견디던데.
마침 우리가 지나갔으며 주차를 하고파했을 때는 가로수길이 차가 가득했다.
마주친 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주오는 옆 차의 여드름 난 장난꾸러기청년이
딸을 빤히 응시하더니 혀를 내며 메롱~ 했다고 딸은 말한다.
일단 ㄱ팀을 내려주고 우리는 파킹을 한 다음 합류하려던 계획이 어긋난 건 순전히 주차때문이다.
빙빙돌고 돌아도 주차를 할 마땅한 유료주차장 마저 없었다.
ㄱ팀더러 우리를 기다리지 말고 개별행동을 하라고 말한 뒤 집으로 가나 하다가
못내 아쉬워하는 딸땜에 백화점에 주차를 하고 가기로 결정했다.
겨우 주차를 하고 가려는데 ㄱ팀이 어느 새 걸어와서 지하철을 타는 모습이 보인다.
그냥 딸과 둘이서 가로수길을 걸어갔다.
성형하지 않은 여자는 거의 없다시피한 그 길을 걸으며 뉴욕 소호 못지않은 기괴한 차림의
사람들을 보며 딸은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간단하게 쇼핑을 하고 아주아주 비싼 집에 그냥 구경하러만 들어갔다.
극히 자연스런 소재의 면으로 된 간단한 잠옷형의 간단한 원피스가 1330000원이다.
그 가게의 모든 것이 고급 그 자체다…자연스러운 별나지않은 튀지않는 편안한 디자인들.
황인숙 시인이 말한 것 처럼 집 안에 현금인출기가 있거나 만원권을 크리넥스처럼
뽑아서 쓸 수 있다면 선뜻 그런 걸 살까?
포멀한 옷만을 좋아하는 딸이 여전히 별나지 않은 옷을 고른다.
나는? 갈수록 특이한 몇 가지 소품활용차원의 4차원적인 것에 눈이 간다.
딸이 엄마, 제정신이야?
하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망측하기도 한 망사소재의 뒤집어 쓰는
볼레로? 같은 상의를 샀다.
옛날 엄마들이 앉은뱅이 밥상에 상차리고 덮어두는 그런 느낌의 옷이다.
그리고 검정 뜨게질로 축 쳐지게 걸쳐 입는 끈조끼도 하나샀다.
남들은 도저히 소화시키기 힘든 부분일 수도 있다.
집에 오자마자 방으로 들어가서 패션쇼를 또 한바탕한다.
모든 패션의 상하고하를 막론하고 문제는 나의 라인이다.
노력하지 않는자..슬퍼할 까닭도 없다지만 비참한 현실이다.
나이와 중력이 주는 관계와 노력과 상반된 빈둥거림이 주는 악몽!!
그럼에도 불고하고 특이한 패션은 짧게 기쁨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회전문 인사라는 말이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다.
어느 정권이던 자신에게 충성했던 이들에게 한 자리씩 주는 건 기본인지..
노정권 때 건너건너 아는 사람 중에 시장에서 정말 장사만하던 양반이
어느 연구소 소장 자리를 차지하고 집도 나오고, 차도 나오는 걸 봤다.
갸우뚱~
이번에도 아주 가까운 지인 남편이 거의 백수 비스무리했는데
군사기밀 무슨 업체에 취직을 하더니 상당한 금액의 연봉을 받는단다.
전공과 하던 경력과 아무 관계가 없는 일에 빽만으로 그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니 부럽기도 하고 나라꼴이 한심하기도 하다.
그 빽을 쥔 분이 이번에 다시 실세로 재등장했다.
정권이 존재하는 한 친구 잘 둔 덕에 이유없는 돈벌이는 계속 될 것이다.
이던 박이던 노던 김이던 누가 힘을 쥐던 간에 마찬가지일 뿐..
그런 모든 여탈권을 제외하고 등용하는 시대가 언제쯤 오려는지.
울남편은 왜 그 든든한 줄하나, 빽하나 못잡고 있는지 아쉬운 건 사실~
김진아
2009년 9월 2일 at 4:20 오전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셔요..
맨 아래 사진이 특히 ^^
청연을 좋아해요,함께 음악도 좋아하는데,
어제 오후 소식에 잠시 침울했습니다. 이은주씨도 그리 빨리 떠나갔는데..
진짜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빨리 사라지는가 싶습니다.
Lisa♡
2009년 9월 2일 at 1:47 오후
진아님.
청연을 좋아하셨군요.
사라지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냐만은
유명인이라 더욱 아까운 느낌이 들어요.
아무튼 오래 사는 게 좋은건지는 모르지만
평범하게 하루하루 스스로 즐겁게
살아봐야지요.
겨울비
2009년 9월 3일 at 12:06 오전
그 등이 저 등?!!!
리사님 심미안에 들어가면 저렇게 멋스러워지는구나…
그날은 정말 다시 여름으로 가는 길 같았어요.
전화기를 몇 번 살폈다는…
Lisa♡
2009년 9월 3일 at 1:05 오전
겨울비님.
저 등이 그 등!!
햇살이 엄청나게 따갑지요?
아직은 햇살은 기승이라 과일을
익히려고 그러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