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3시에 약수역에서 만났다.
엄마와 쇼핑을 마음껏 하고픈 아이는 홍대앞을 원했다.
어제는 가로수길을~~
오늘은 홍대 앞을 거침없이 해맸다.
약간씩 다른 컨셉에따로 몰두하다가 가끔 일치할 때도 있었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Coq& Cochon이라는 #을 발견했다.
웃기는 건12시경에 모인 인형팀에서 보기드문 십자수 빈티지 패턴을
ㅇ맘이 갖고 왔길래 특별해서 한참을 보다가 어디서 구했냐니까
인터넷 Coq& Cochon 이야기를 했다.
같은 이름의 가게를 홍대 앞을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했으니
가끔 이런 데자뷰 현상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내 지갑을 톡톡터는 #을 발견하는 게 즐거운 일인지 고통인지
구별이 안간다.
홍대 앞 대부분의 가게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빈티지이다.
옷가게도, 카페도, 북카페도 길의 보도블럭조차 빈티지스럽다.
옷가게도 빈티지 거울이나 인형들로 인테리어를 꾸민다.
혹은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
엄마는 이상하다고 볼 수 있는 쉬폰이나 실크제품에 특이한 소품들을
딸은 단순하고 눈에 띄지않는 깔끔하고 스타일을 선호한다.
50년대 의상같은 낡은 옷에만 눈이 가는 나..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무도 안입고 버릴 것 같은 옷에 눈이 간다.
문제는 가는 곳마다 그 스타일의 옷이 대세라는 거다.
구제품은 아닌데 구제틱한 옷들.
어쩐지 대학생들의 옷차림에 슬슬 눈이 가면서 몸매나 스타일을 연구하게 된다.
내 아이들이 그 또래로 이제 옷도 사입고, 멋을 부릴 나이이다보니 여태 별 관심없던
청춘의 전유물들에 눈이 가는 모양.
남의 집에 가도 대충 훑어 보다가 이사가거나 수리해야할 때 갑자기 창틀이나
거실의 가구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골목골목 아기자기함을 보여주자 친구랑 왔을 때는 홍대를 본 것도 아닌 축에 낀단다.
당연하지.
엄마가 나이를 그냥 먹을 줄 아니? 이것아~~~
런던서 오래 살다가 자기가 콜렉션한 물건들로 작은 #을 꾸며 꿈을 이룬 아가씨.
내가 짚는 것마자 비매품이라니 나도 어지간하다.
여자들은 그런 작은 가게들을 소망한다.
나 또한 예쁘고 작은 까페를 원해서 시작하다보니 어쩔 수없이 영리목적이 되던..
하지만 작은 꿈이라도 이루려고 각자 컨셉으로 시작한 구멍가게들을 보니 행복하다.
목구멍이 완전 부었다.
골목을 누비고 다니다보니 발품파는거야~ 운동이라고 하지만
옷가게들에서 마신 먼지가 보통 아닐게다.
어떤 가게에선 이상하게 재채기가 계속 나오기도 했다.
외국인들도 제법 눈에 띈다.
머리에 꽃을 띠처럼 꽂은 공주풍 벽안녀가 투명한 유리 안 카페에서
책을보며 커피를 마신다.
머리에 같은 꽃을 꽂아도 딱 한 명 본 한국 단발머리 아가씨는
왠지 나상실처럼 보였다.
머리에 꽃 아무나 꽂지마—-
재미난 물건파는 가게에서 딸과 이것저것 써보며 보내는 시간은
아들만 가진 엄마는 절대모를 사치다.
동그란 안경들을 써본 나는 완전 범생이로 돌변…너무 시러시러~~
전철을 타고오는 길..
내 엄마가 내게 하던 잔소리를 딸에게 똑같이 하는 날 발견.
전철에선 다리 조심해라.
벌려도 안되고
넓적한 허벅지 드러나는 옷도 안되고 앉으면 길이가 올라가서
하는 수없이 허벅지 드러나면 커다란 가방이나 큰 숄이 필수다…
무조건 건너 편 사람들과 눈 마주하지말고 그냥 책을 보거나
MP3를 들으며 졸아라…그게 낫다.
다리꼬지마라.
엄마는 어쩔 수없는 잔소리쟁이가 될 수 밖에 없음을…
딸이 전철서 나랑 만날 때 멀리서 걸어오는 걸 보며 나를 발견했다.
과거 나의 한 부분이던 그 때의 그녀가 저기서 걸어오고 있었다.
오드리
2009년 9월 2일 at 10:41 오후
와, 다리길어보인다.ㅎㅎ
Lisa♡
2009년 9월 2일 at 10:48 오후
그러니까…
딸이 찍었는데
저 유리가 그렇더라구~~
분위기도 괜찮고 해서..
Hansa
2009년 9월 3일 at 12:12 오전
과거 나의 한 부분이던..
음, 그렇군요.
리사님 딸 이뻐요. 하하
Lisa♡
2009년 9월 3일 at 1:02 오전
한사님.
언뜻언뜻….
나의 한 부분을 발견하곤 해요.
한사님께선 아드님에게서
한사님의 청년기를 발견하지 않으시는지요?
김진아
2009년 9월 3일 at 1:32 오전
아, 참 너무 부러워요 ^^
딸이 없는 저는 …
ariel
2009년 9월 3일 at 2:33 오전
저도 딸이 없어서..
딸이 제일 좋은 친구라는데..
Lisa♡
2009년 9월 3일 at 10:36 오전
진아님.
그대신 그림 잘 그리는 아들 있고
애교있는 아들도 있고
며느리가 셋이잖아요…앞으로.
그렇지만 딸하고는 다르겠지요?
딸같은 며느리 얻는 수 밖에.
Lisa♡
2009년 9월 3일 at 10:36 오전
아리엘님은
쫌 그렇겠다.
아들도 달랑 한 명이니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