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8일 남용과 오용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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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가던 동네 가정의학과 병원이 이사를 갔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가정의학과 병원에서는 동네 아줌마들의 원성을

하나하나 들어주다보니 피부에 관한 기계를 들여놓고 다이어트에 유명한

브리트니 주사라든가박피에 탁월한 이름도 알 수없는 별의별 요법을

시행하다가 돈이 쏠쏠하게 들어오자 아예 그 방면으로 병원을

다시 리모델링해서 번화한 곳으로 가버렸다.

얼굴을 벗겨내고 배에 주사를 맞고 하는 여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간다는 말.

내 보기에 당장은 피부가 깨끗해져도 조금 지나면 다시 원위치하거나

예전보다 못해지는 걸 봤다.

그 병원 여의사와 간호사는 자기들이 자칭 마루따로 얼굴에 이것저것

실험을 해봤는지 갈 때마다 얼굴이 지저분하게 변해갔다.

눈에 띄지않던 기미가 앉질 않나 주름이 자글거리질 않나..암튼 그 병원은 이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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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새로 생긴 가정의학과를 소개받았다.

거기도 피부과 못지않은 시술과 누워서 맛사지를 받을 수 있는 방도 여러 개.

여의사이긴 마찬가지인데 자기 동생이 수원근방에서 피부과를 하는데

엄청 돈을 많이 벌어서 이 병원서도 피부와 관계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니 웬지 믿음이 가질 않았다.

그래도 알고 간 걸 어쩌나…플루인지 독감인지 약을 받아왔다.

이틀을 먹어도 차도가 없자 혹시 이거 타미플루를 처방받아야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노란알약을 먹으면 졸린다고 운전조심하라고 했으나 아무 일도 졸림현상도 없었다.

내 몸이 강철 또는 무감각 또는 타성에 젖었나?

나는 본래 약을 잘 안먹는다.

그래서 어지간한 약을 먹으면 직빵으로 효과가 있는데 영 오리무중인 상태.

같은 증상으로 며칠 전 나았다는 분에게 전화를 해서 남은 약을 달랬다.

2포의 약을 받았다.

바로 효과가 있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심봤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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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조제약이 약한 게 정상인가?

아님 먹으면 바로 효과가 있는강한 약이 정상인가?

그 약은 강한 약일까?

아님 의사가 조제를 잘한 약일까?

약한 약으로 오래 먹어서 낫는 약이 좋은 걸까?

아님 강한 약으로 먹고 빨리낫는 게 정상일까?

사람 몸에는 어떤 약이 더 악을 끼치는 걸까?

약이 약하지만 병이 오래 가는 게 나을까?

아님 빨리 나아도 강한 약을 먹는 게 병이 빨리 낫기에

그만큼 몸에 좋은 부분일까?

이런 걸로 종일 고민에 빠졌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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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기운에 몸이 좀 나아지자 어수선한 딸의 방 정리에 들어갔다.

노란 봉투에 뭔가를 잔뜩 담아서 버릴 것이라는 걸 가만 두라고

엄마가 한 번 확인한 후에 버리겠다고 했다.

노란 봉투 안에는 선물받아서 안 쓴 다이어리 등 수첩 새 것들과(유치하지만)

다양한 펜들 나부랑이들과 세상에 머리 아플 때 혹은 목이 뻐근할 때바르라고

비싼 돈 주고 사 준 A사의아로마까지 새 것 그대로 들어있었다.

아마 향수샘플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버리는 건 뭐든 한 번 열람해 볼 필요가 있다.

편지를 넣어 바다에 띄우면 될만한 유리병도 두 개 있었다.

병을 좋아하는 나는 당장 내 책장에 갖다 둔다.

쌓아 둔 박스를 정리해서 다 치우는 과정에 늘 없다고 찾던 울라존스의 반바지도

분명히 갖고왔는데 없다던 에어로포스의 반팔셔츠도 다 곤두박질해있다.

내 잘못인가? 아님 딸의 잘못인가?

아무래도 엄마의 잘못으로 사료된다.

끙~~~아무튼 종일 걸려서 방을 깨끗하게 치웠다.

덕분에 남편이 돕기에 낸다는 옷들도 좀 찾아서 정리해 한박스를 만들어 놓았다.

먼지는 코와 목에 더욱 재채기를 가하기도 했지만 말끔해진 방이 기쁘다.

12 Comments

  1. shlee

    2009년 9월 9일 at 12:00 오전

    딸이 버린
    신발은 아니죠?
    너무 예쁜 신발….
    ^^
    저는
    오래 먹고 서서히 나아가는 것 보다
    빠른 효과가 있는 약이 좋아요.

       

  2. Hansa

    2009년 9월 9일 at 12:51 오전

    약은 양날의 칼처럼 경계선이 있지요..
    마루타 효과에 웃습니다. 하하

       

  3. Lisa♡

    2009년 9월 9일 at 12:55 오전

    쉬리님.

    저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쪽이 더 낫지 싶네요.

    저 신발 플랫슈즈들요.
    가로수길 지나다가 하도
    예뻐서 찍어봤답니다.   

  4. Lisa♡

    2009년 9월 9일 at 12:56 오전

    한사님.

    그러잖아도 어제 양날의 칼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머~~찌찌뽕!!
    마루타효과가 영 아니더라구요.
    의사샘이시니 한 말씀만~~어느 약이
    더 나을까요?
    양날의 칼 말구요—   

  5. 아리아

    2009년 9월 9일 at 1:36 오전

    물병자리 사람들은 약을 싫어할까요

    저도 약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 들어 갈수록 생각이 바뀌더라구요^^    

  6. Lisa♡

    2009년 9월 9일 at 1:49 오전

    아리아님.

    물병자리가 약을 싫어하나요?
    내 시누이도 약을 싫어하던데.
    그녀는 물병자리 아닌데….
    뭐든 나랑 비슷하거든요.
    약은 되도록이면 안 먹는 게
    상책이지요.   

  7. 리나아

    2009년 9월 9일 at 2:50 오전

    남들은 아픈듯..할때– 하루중 병원가려 시간내기가 쉬운지..묻고싶건만……

    난 정말 병원..시간이 없어 못가는건지…아님, 갈 시간을 안내는건지…
    그래서 어떤땐, 초기증세를 느끼면 바로, 몸살약 한알과 비타민 씨를 복용하곤
    하는데–그걸 어떤 사람은 맞다고도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래선 안된다고하고…
    남용을 하는건지..그렇다면 .. 그 점에있어서 더욱 신중해야할 필요를 느끼는데….?..

    애니웨이..리사씨, 푹 쉬고 약은 약하게 쓰는게 좋을수도….^^
       

  8. Lisa♡

    2009년 9월 9일 at 2:58 오전

    흐흐흐..리나아님.

    그런가요?
    자꾸 헷갈리네요.
    저도 어지간하면 비타민이나
    집에 잇는 거 뭐 찾아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곤 하는데 이 번 건 달라요.
    약한 약도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해요.
    병원 지금 가려구요.   

  9. 순이

    2009년 9월 9일 at 4:34 오전

    약에 대한 고민을 내가 하는 것 보다 더 심각하게 하시네?
    약한 약?
    강한 약?
    개인의 체질에 따라 약리 작용이 다르니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전에는 일 주일에 한 번은 봤는데
    이 가을엔 못 봐서 아쉽네요.

       

  10. 오를리

    2009년 9월 9일 at 7:21 오전

    빨간구두가 제일 맘애 둘어서 숨겨논 연인이라도
    있었다면 슬쪽 ㅋㅋㅋ

    3년전 고향가서 목감기가 걸려 가지고간
    500mm 항생제를 한번에 두개씩 먹어도
    죽을 지경이라 동내 약벙에 가서 사정을
    얘기하자 약사 왈…

    한국감기는 미국감기 보다 훨쌥니다~~~
    그러면서 처벙도 없는 나에게 이것저것
    주어서 한봉자 먹저 점시후에 씻은듯이
    감기 기운아 사러져서..자금도 그때 먹은 감기약이
    천하제일이 감기약이라고 생각됩니다…    

  11. Lisa♡

    2009년 9월 9일 at 9:28 오전

    순이님.

    그러네요–
    제가 더 고민하네요.
    일주일에 한번씩은 뵈었는데
    저도 많이 아쉽기만..
    그래도 일단은 편하답니다.
    광화문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걸로
    만족하곤 했는데..
    광화문 나가는 게 쉽지 않으니 그렇게라도
    나갔어야 하는 건지….ㅎㅎ   

  12. Lisa♡

    2009년 9월 9일 at 9:29 오전

    오를리님.

    지금은 어쩌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때와 지금은 말이지요.
    모기가 여름마다 발전하는 것처럼 약도 변하나봐요.
    그리고 감기도 변하고 자꾸 업그레이드 되나봐요.
    저는 거의 다 나았답니다.
    면역이 잔뜩 생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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