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의 예식장은 소박하고 자그마하다.
충분히 더 화려하게 할 수도 있지만 직장을 이용하는 신랑, 신부가 알차다.
곧 신라호텔서 딸을 치울 H엄마는 이게 진짜야~진짜야~ 연방 그런다.
소박하게 하고싶어도 사돈집이 원하면 하는 수없이 과용하게 되는 식장.
나는?
정말 나는 자기들끼리 교회에서 해도되고 성당에서 해도 되고 그냥 혼인신고만 해도 된다.
부조금을 여태 낸 것에 대한 아쉬움?
없다.
우리집은 사실 남에게 알리는 것도 싫어하던 집이다.
공연히 양가부모에게 인사를 할 때는 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야말로 그럴 때 얼마나 울었던지…화장이 다 지워지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동기들끼리의 사진…거의가 키작고 안경을 꼈다.
신부가 생글생글 웃는다.
아마 첫 딸을 낳을 거다.
어젯밤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신혼여행으로 배낭여행을 할
생각에 그저 즐겁기만 하다는 신부.
어릴 때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서 두 사람의 사진 배경이 어쩌면
그렇게 다르던지…재미있다.
워낭소리의 한가운데 있는 신랑과 도심의 한가운데서 자란 신부.
다부져 보이고 단단한 모습의 작은 키의 신랑.
밝아보이고 키가 훌쩍 큰 신부.
명절에는 부산의 친가는 물론, 산청의 큰 집까지 가야한다고 미리
신부를 다짐하던 신랑.
예전엔 고부간의 갈등이 심했다면 요즘은 장모와 사위가 만만찮단다.
장모가 좀 더 많은 걸 양보해야 할 것 같아 보인다.
곧 다가올 추석..
누군가 갈 때 올 때 하는 말에서 이 번 주는 추석 생선 사야하기에
아무 것도 못한다는 듯이 말한다.
그 말 지난 주부터 하시더니 아직도 그 말이냐고 내가 우스개를 한다.
정말이지 그런 계획 하나로 한 달 가는 사람들 있다.
친구 하나는 치과에 가야하는 스케쥴로 한 달 전에 한 약속을 몇 달 째 미루기도.
알고보면 치과에 가는 날은 하루인데 마치 한 달내내 가는 것처럼 군다.
시아버지 생일인 달은 마치 세상의 모든 밥상을 혼자 차리는 듯 늘 그 걱정으로
한 달간을 써먹는 친구도 있다.
그런 친구치고 제대로 하는 걸 못봤다.
늘 씩씩하고 잘 노는 친구들이 일은 더 잘하는 걸 종종 본다.
말보다는 실천이고 실천이 빠르면 시간 그렇게 안잡아 먹을 걸?
오는 길에 올림픽 공원 안의 커피빈으로 갔다.
소마미술관이 있고 부르조아의 커다란 작품이 놓여있는…건물을 지나
와글와글거리는 커피집은 나이들어가는 우리들에겐 머리가 핑글돈다.
커피와 홍자몽 쥬스를 시켜들고 야외 테이블로 나간다.
거기도 지글와글짝 거리는 마찬가지.
다시 피해 계단을 내려가 물가로 내려가 조용한 벤취를 찾는다.
결코 가을스럽지 못한 날씨에 땀이 찍찍난다.
도심의 공원은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 분이 분당의 중앙공원을 지금의 1.5배로 하자고 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지금의 크기로 했는데 그것마저 반대에 부딪혀 끝까지 이번만은
양보하지 않겠다고 고집해 그나마 진행할 수 있었단다.
호수공원도 반으로 줄어들 뻔 했다고 한다.
항상 앞서가는 사람이 있어야만 후손이 편하다.
욕심이 많아서
못보러 간 영화 거의 다운 받아놓고
다 못보고 있다.
욕심이 많아서 사고픈 책 다 사서
읽지도 못하고 언젠가는! 부르짖는 책
쌓여있다.
그래도 좋다.
밤과꿈
2009년 9월 20일 at 10:59 오후
일빠!
사법연수원에 있는 예식장 일부러 검소하게 만든 건 아닐텐데
진짜 검소하지요?하하하
아침부터 웃으니까
오늘은 종일 기분이 최고일 것만 같아요~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장모와 사위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게 미국 처럼 으르렁 거릴듯…
광혀니꺼
2009년 9월 20일 at 11:59 오후
ㅎㅎ
남동생 결혼식때 사용해봣어요.
좋데요~
물론 올림픽공원도 좋고…
Lisa♡
2009년 9월 21일 at 12:17 오전
밤과꿈님.
정말 촌스럽기까지 하더라구요.
저는 좋았어요.
순간적인 결혼식 좀 촌스럽고
아주 검소하면 어때요?
본래 요란하게 결혼식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나중엔 더 못사는 경우가 많다라구요.
요즘 사위와 장모가 으르렁 거린다는데..
나는 이쁘기만 할 것 같아요.
Lisa♡
2009년 9월 21일 at 12:18 오전
광여사.
그랬구나.
임마누엘 교회도
엄청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八月花
2009년 9월 21일 at 12:34 오전
맞아요..
오늘은 이거 한마디로 다 집약되겠어..ㅎㅎ
즐건 한 주 보내요.
Lisa♡
2009년 9월 21일 at 12:36 오전
제목요?
후후후…
비와요.
정확하게 새벽 5시경부터 내리더군요.
무무
2009년 9월 21일 at 1:39 오전
워낭소리의 한가운데 있는 신랑과
도심의 한가운데서 자란 신부,
두분의 문화적 차이가 제발 빠른 시일안에 좁혀지길요.
아니면 어느 한 분이 일찌감치 포기하던가.ㅎㅎ
아마도 도시처녀가 포기하는게 빠를 듯. 제 경험상!!ㅎㅎㅎ
왕소금
2009년 9월 21일 at 2:31 오전
결혼이란 것이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니라 두 가족의 결합이라고 하더니
요샌 사람은 빼고 돈과 돈이 결합하는 형태로 타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돈 없는 사람의 생각일 뿐이겠지요?ㅎ
벤조
2009년 9월 21일 at 4:05 오전
실천은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오신 리사 러브!
Lisa♡
2009년 9월 21일 at 6:20 오전
무무님.
맞아요–
도시 처녀가 벌써 지고 있어요.
워낭소리 가운데서 자란 총각은
호연지가 남달라서
할 도리는 다 한다고 보이네요.
그나저나 무무님…평안하시죠?
Lisa♡
2009년 9월 21일 at 6:20 오전
왕소금님.
돈없는 사람은 돈 좀 있는 사람과 하고
골고루 결혼하여서 서로서로 잘 해주는
인간적인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Lisa♡
2009년 9월 21일 at 6:21 오전
벤조님.
일상적이지만
언제나 비현실적인…ㅋㅋ
색연필
2009년 9월 21일 at 1:23 오후
리사님
실천도 빨라야~리사님의 따끔한 경고의 글 읽고
미루어 두었던 안과 검진 다녀왔습니다^^~
오만 검사 다 받아도
시력 1.0
가까운 것,
먼 것 다 흐려 보인다 했더니
일단 눈을 쉬어라고 하네요…
해서 오늘은 일단 휴식 들어 갑니다~^^
Lisa♡
2009년 9월 21일 at 4:54 오후
야—아직 1.0요?
저는 1.8~2.0 이었는데
요즘은 여엉~~
아마 0.8 정도?
난시가 넘 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