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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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작.

우리에게는 약간 생소한우르과이영화.

1988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순방길에 들린 우루과이 작은 마을

멜로…에서 일어난 작은 이야기들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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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우루과이 국경을 오가며 자전거로 불법 밀수품을 나르는 비토.

그의 꿈은 오토바이를사는 것이다.

작은 유리병에 꼬깃꼬깃한 돈을 모아두는 진지한 아내.

뉴스 앵커가꿈인 야무진 딸.

매 번 악랄한 밀수 경비원에게 모욕을 당하고 물건을 빼앗기고 하지만

돈을 버는 일은 자전거타기 뿐이다.

작은 마을 멜로에 교황이 방문한다는 뉴스가 온 마을을 흥분시킨다.

가난한 마을에 5만여명이 방문할 것이라는 뉴스에 고무된 그들은 그날

소세지를 비롯 빚을 내어서라도 팔 물건들을 만든다.

비토는 고민 끝에 화장실을 만들기로 작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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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화장실 벽을 세우고 아내와 딸과 함께 돈받는 연습도하는 비토.

소변입니까?-50페소.

대변입니까?-80페소.

순진한 아내는 그것마저 서툴어 계속 연습시키며 즐거워한다.

돈을 많이 벌면

아내에게는 녹말을 사줄 것이며 딸에게는 라디오 건전지 혹은 새 라디오를

마당엔 닭장을 놓을 것이고 그동안 밀린 2000페소에 달하는 전기세도 아예

갚아 버릴 작정이다.

자신을 위해서는 할부로 오토바이라도 사고 싶다.

무릎은 아파오고 병원에도 다녀야 하는데 화장실 짓는 돈도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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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명이 오리라고 예상했던 인파는 8000명으로 그치고

싸구려 물건이라며 거의가 물건팔기에 실패를 한다.

8000명 중에 멜로주민들의 수가 3000명이란다.

그는 사람들을 잡고 애원해보지만 무관심 밖에 되돌아 오지 않는다.

상심한 비토를 바라보는 딸.

딸은 아빠가 어떻게 힘들어서 화장실을 지었는지 지켜봤고

가정의 꿈이던 화장실이 실패하는 걸 조용히 바라보며 눈물 흘린다.

아픈 다리를 끌고 자전거마저 빼앗겨 변기를 어깨에 매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던 아빠….

그러나 가난한 가운데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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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내내 채플린 생각이 많이 났다.

물질만능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고하는 영화이다.

특히 나에게는..

크게 욕심이 없는 그들에게 현실은 처절하기만 하다.

누구는 영화보다 더 가혹한 삶이 더 있고 그들의 일부이지

더 비참한 곳이 많다고 말하기도 한다.

더 갈데가 없어 보이는 마을사람들은 외상으로 술을 마시고

돈도 안내고 치는 카드놀이를 하지만 친구를 위해선 기꺼이

동전 몇 잎이라도 내는 마음을 갖고 있다.

힘있는 자들에게 굴복하고 빼앗기고도 참아야 하는 무표정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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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시골풍광이 아련하게 아름답다.

인간냄새 많이 나는 영화다.

어느 나라나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곤혹함.

아빠가 짊어진 운명.

풀리지 않는현실.

TV에서 과장되게 보도하는 것에 속는 마을사람들.

그럼에도 뉴스앵커가 되고픈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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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가 변기를빨리 날라오질 못하자

그의 아내나 딸과 마찬가지로 입이 바싹바싹 탔다.

정말 잘되길 대박나길 빌었는데..

힘든 현실이지만 잔잔하게 그려지는 구성에

조용한 마음으로 보게된다.

눈물겨운 유우머도 보인다.

간절함으로 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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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돈이 생기자 아내를 위해

레이스가 달린 빨간 팬티를 사오는 남자.

비토가 영혼을 팔자 못참고

아이를 위해 모아 둔 병 속의 돈을 말없이

남편에게 주는 아내.

거울을 보며 앵커맨 흉내를 내곤 하는 딸.

….애환 속에서도 피어나는 훈훈함이 있다.

4 Comments

  1. 나를 찾으며...

    2009년 10월 3일 at 6:54 오전

    리사님.. 눈먼자들의 도시 … 이 영화 난해하기 그지없던데요.
    벤자민…. 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브래드피트의 영화는
    3차원적인 영화같아서 이해하기가…ㅋ

    제3세계 나라들의 영화는
    정말 애환속에서도 피어나는 훈훈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
    저도 자주 보는 편입니다만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환경들이 많은 것 같아
    일단 그 나라를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는 영화…
    그들의 비참한 현실을 영화를 통해 조금씩 알 수 있어서
    아주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흔한 헐리우드나 영국의 영화에서 보지 못하는
    인간의 애환이 많이 서려있어서 참 좋은 듯 했습니다.

    3차원적인 영화보다
    제 3세계영화를 바라보는 느낌을 잠시 읋어사온데요.
    3차원의 영화사가 만들었다니… 약간 주저주저…
    암튼 리사님의 영화데이틀
    뭘 볼까 고민하다 자주 다녀가곤 합니다…ㅋ
    감사합니다..^^   

  2. Lisa♡

    2009년 10월 3일 at 7:22 오전

    나찾님.

    난해한 영화들 많지요?
    저는 난해한 영화도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가끔 정말 난해한 영화들 많더군요.
    벤자민 같은 것은 영화 아니면 못보는 소재지요.
    거기는 유명배우 나오는 맛으로도 보는데
    특히 그 영화는 저는 재미있게 봤답니다.
    눈먼자들은 정말 난해하죠?   

  3. 밤과꿈

    2009년 10월 3일 at 2:21 오후

    오늘 아침엔 ‘August Rush’를 봤어요~

    재밌던데 보셨나요?
    못 봤다면 파일 보내드릴게요.   

  4. Lisa♡

    2009년 10월 3일 at 2:31 오후

    봤어요—

    벌써—–

    영화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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