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일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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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책을 읽다가 너무 졸려서 잠이 들어버렸다.

책 내용이 그렇게 스릴이 있는 부분이 없어서인지읽으면 잠이 온다.

영화나 책이나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야 지루하지 않다.

아들에게서 온 엄마를 나무라는 메일에 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이제 어느 새 커서 엄마를 나무라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니

아기가 된 기분이 들고 내 엄마가 나이들수록 아기같아서돌봐줘야 하더니

점점 되어가느니 엄마꼴이다.

엄마가 자기한테 기대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요지이다.

공연히 섭한 것이 마음을 비워야겠다는 생각만이 간절하다.

엄마가 자식한테 그럼 기대해야지 .. 하다가 내가 지나쳤나보다 하는

뉘우침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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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알갱이가 흐물흐물한 순두부에 굴을 넣고 떡국을 끓였다.

커다란 김치만두도 숫자대로 하나씩 집어 넣었다.

식단도 지루하지 않게 꾸미는 건머리를 잘 굴려야 한다.

자칫하면 그 음식이 그 음식이다.

내 경우는 김치와 장아찌만 있어도 그저 그만이다.

밥과 콩잎 장아찌, 무우말랭이무침같은 반찬 두어가지면 난 만족이다.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지 고기나 두부나 생선을 요구한다.

생로병사에서는 소식을 권하는데 묵직한 무게가 있는 반찬이 없으면

텅 빈 느낌인지 남편은 투덜거린다.

그러면서 꼭 날계란 하나 끄집어 내어 비벼 먹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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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에 담아둔 매실을 걸렀다.

제법 엑기스가 많이 나와서 병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제 일 년을 묵혀두어 내 년에 아이들 올 떄 꺼내어 먹여야지 한다.

매실을 거두다가 베란다 어찌나 더럽던지2시간 넘게 청소를 했다.

3M에서 나오는 구멍이 나있는 플라스틱 발판을 깔아두어 맨 발로

다니게 했는데 문제는 아래로 끼는 먼지를 제대로 빼기가 어렵다.

마음먹고 바닥청소를 박박 문질러가면서 했다.

내 몸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청소하면서 창 밖 풍경을 보니 가만히 단풍은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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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구석에 뭔가 들어있는 박스가 하나 있었다.

믹서가 들었나? 저기 뭐가 들었지..하다가 세월이 꽤 흘렀다.

오늘 청소를 하다가 열어봤다.

달랑 수건 한 장 들어있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그 박스를 그리 소중하게 모셔 놓았을까?

당장 없애버리고 나니 차지했던 부분이 깨끗해지면서 정리된 상태가 됐다.

뭔가 있다고 막연히 생각한 통들에 아무 것도 없는 경우 제법 있을 게다.

갈수록 어제 한 일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기억회로에 비상이 생긴 게 틀림없다.

우리는 그걸 나이 탓으로 돌리지만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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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고저고저…꼼딱달싹도 싫쿠나야~~

20 Comments

  1. john

    2009년 10월 11일 at 2:53 오후

    아이들은 부모가 모르는사이 세월을 앞질러 성큼성큼 커가는데…
    부모는 늘 세월의 꼬리를 보며 따라가나 봅니다.
       

  2. 오드리

    2009년 10월 11일 at 2:56 오후

    쳇, 여러날 우려먹는고나야. 사진말이야. ㅎㅎ   

  3. 김삿갓

    2009년 10월 11일 at 7:02 오후

    아이들 메일…지극히 정상적인 현상 입니다. 간단하게 바꾸어 생각 해도 답이
    나오죠. 아이들 한테 해서는 않될 말들,,,, "아무 아무개는 공부를 참 잘한다 더라.."
    아니면 "아무개는 어디 학교 들어 갔다더라…" 등등 아이들이 그냥 싫어 하는게
    아니라 아주 매우 싫어 하는 소리죠. 그리고 또 남푠들 한테도 누구누구네는 돈도
    잘 벌고 아주 잘 살더라… 이런 말은 치명적인것 아시죠??? (다 아시겠지만..ㅋㅎ)
    저는 딸램들 한테… 몰 하던 상관 안함 다만 빨랑 빨랑 졸업해서 직장 찿던지 좋은
    남자 만나 결혼 해서 독립 해 나가 다오…대학원과 결혼은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
    하고… 도움 필요하면 야그 해라,..그래야 내가 빨리 지팡이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를
    돌아볼수 있으니… 했습니다. 그래도 어디든 가끔 이 애비는 보러 오겠다 해서 어느정도
    기분은 좋터 만요. ㅋㅎ.

    식단은 매일매일 한식만 하시지 말고… 중국식 일본식 월남식, 멕시코식, 이테리식
    등등 만들기 쉬운것 부터 함 짜보세요. 그럼 더욱 다양해 지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상쾌한 아침 되시고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   

  4. 흙둔지

    2009년 10월 11일 at 9:10 오후

    저는 지천명인 50이 넘어서야
    엄마도 여자라는 생각이 듭디다.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
    답이 있을까요?
       

  5. Lisa♡

    2009년 10월 11일 at 10:15 오후

    john님.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니 은근히 카리스마가 생겨서
    아니꼬울 때가 많아요.
    그렇지만 틀린 말을 하는 게 아니라서 부모들도 자주
    자신의 틀린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들을 되짚어 보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조건 좋은 대학만을 선호하는 엄마에게 일침을 가한거지요.   

  6. Lisa♡

    2009년 10월 11일 at 10:16 오후

    오드리님.

    제가 본래 그렇답니다.
    그래야 사진도 매일 올리지 어째
    에브리데이 포토를 올리겠어요?
    이해하삼!!!ㅎㅎ   

  7. Lisa♡

    2009년 10월 11일 at 10:19 오후

    삿갓님.

    그렇게 고리타분한 이야기를….ㅋㅋ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 요즘 잘 없어요.
    주로 제가 고차원적인 이야기만 하니까
    아이가 답답했던 거지요.
    프랭클린 올린이냐, 혹은 프랭클린 피어스냐.
    주로 이런 이야기 입니다…훕스!!
    ㅋㅋㅋ…농담이고 따님이 두분 다 똑똑하니
    걱정이 없는 것이고 맡겨도 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아직 아이들이 마마보이 수준을 벗어나질
    못했다고 보는데 이 게 거기서 4년 살더니 아닌 겁니다.
    자기 몸은 자기 것이니 문신도 불사하겠다는 내용도 있고
    갈수록 두 손 두 발 다 들 지경이지요.
    범생이로만 봤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어찌보면 다행이기도 하고..요.   

  8. Lisa♡

    2009년 10월 11일 at 10:21 오후

    흙둔지님.

    저는 제 아들이 제 특별한 애인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잘 삐져요.
    답장을 약간 삐지것으로 썼더니
    당장 ‘아이구~’ 라는 제목으로 회신이 왔어요.
    그럴 줄 알았다구…이해의 폭을 넓히래나?
    제가 아들한테 너무 여자로 대하나봐요.
       

  9. 아리아

    2009년 10월 12일 at 12:35 오전

    우리집 아저씨도 나물 반찬만 있으면 안좋아하더라구요^^

       

  10. 박산

    2009년 10월 12일 at 12:57 오전

    <엄마가 자식한테 그럼 기대해야지 .. 하다가 내가 지나쳤나보다 하는

    뉘우침 시간을 가져본다>

    에이 아직은 자식에게 나무람을 당하긴 ,,,

    순두부 굴 떡국 – 맛있겠어요 !
       

  11. Lisa♡

    2009년 10월 12일 at 1:21 오전

    아리아님.

    그렇군요.
    나물반찬만 해줘도
    너무 좋아하는 사람도 있던데..   

  12. Lisa♡

    2009년 10월 12일 at 1:21 오전

    박산님.

    그런가요?

    그 순두부굴 떡국 맛있어요.
       

  13. 동서남북

    2009년 10월 12일 at 2:21 오전

    매실 엑기스, 갈라뭅시다. 혼자 무먼 입이 달라 붙어요.   

  14. Lisa♡

    2009년 10월 12일 at 6:57 오전

    동서님.

    가지러 오세요.
    서울까지…..
    내사 얼마든지 드리죠.   

  15. shlee

    2009년 10월 12일 at 9:21 오전

    때굴 때굴 때굴 때굴
    도토리가 어디서왔나?
    서운산?

    가을이 깊어가네요.

       

  16. Lisa♡

    2009년 10월 12일 at 9:36 오전

    쉬리님.

    글쵸이~~

    이제 집에서도 발이 시려요.   

  17. 오현기

    2009년 10월 12일 at 11:46 오전

    대단한 미적감각으로 무에서도 유를 창조할 리사님… 최고 입니다.    

  18. 추억

    2009년 10월 12일 at 12:16 오후

    자식이 부모 기대의 반만이라도 해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자도 또 재벌도 명예를 가진 자도 자식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실감,,,,아빠가 좀 모자란 사람중에 자식이 오히려 잘 되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는데 참 불가사의이기도 하고 또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공평한 세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19. Lisa♡

    2009년 10월 12일 at 12:41 오후

    오현기님.

    오랜만?
    제가 그렇습니까?
    그럼 무를 찾으러 다니겠습니다.
    히히히……..맨날~~   

  20. Lisa♡

    2009년 10월 12일 at 12:42 오후

    추억님.

    기대를 지나치게 하는 엄마에게 엄포를 놓은 거지요.
    우리아들 고민 중이었답니다.
    장학금을 못받으면 엄마가 장학금 받는 학교로 가라고
    하는데 그게 걱정이었던 거지요.
    자기가 가고자 하는 학교는 장학금이 없다고 하네요.
    그런 학교 몇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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