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책을 읽다가 너무 졸려서 잠이 들어버렸다.
책 내용이 그렇게 스릴이 있는 부분이 없어서인지읽으면 잠이 온다.
영화나 책이나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야 지루하지 않다.
아들에게서 온 엄마를 나무라는 메일에 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이제 어느 새 커서 엄마를 나무라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니
아기가 된 기분이 들고 내 엄마가 나이들수록 아기같아서돌봐줘야 하더니
점점 되어가느니 엄마꼴이다.
엄마가 자기한테 기대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요지이다.
공연히 섭한 것이 마음을 비워야겠다는 생각만이 간절하다.
엄마가 자식한테 그럼 기대해야지 .. 하다가 내가 지나쳤나보다 하는
뉘우침 시간을 가져본다.
하얀 알갱이가 흐물흐물한 순두부에 굴을 넣고 떡국을 끓였다.
커다란 김치만두도 숫자대로 하나씩 집어 넣었다.
식단도 지루하지 않게 꾸미는 건머리를 잘 굴려야 한다.
자칫하면 그 음식이 그 음식이다.
내 경우는 김치와 장아찌만 있어도 그저 그만이다.
밥과 콩잎 장아찌, 무우말랭이무침같은 반찬 두어가지면 난 만족이다.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지 고기나 두부나 생선을 요구한다.
생로병사에서는 소식을 권하는데 묵직한 무게가 있는 반찬이 없으면
텅 빈 느낌인지 남편은 투덜거린다.
그러면서 꼭 날계란 하나 끄집어 내어 비벼 먹곤한다.
6월말에 담아둔 매실을 걸렀다.
제법 엑기스가 많이 나와서 병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제 일 년을 묵혀두어 내 년에 아이들 올 떄 꺼내어 먹여야지 한다.
매실을 거두다가 베란다 어찌나 더럽던지2시간 넘게 청소를 했다.
3M에서 나오는 구멍이 나있는 플라스틱 발판을 깔아두어 맨 발로
다니게 했는데 문제는 아래로 끼는 먼지를 제대로 빼기가 어렵다.
마음먹고 바닥청소를 박박 문질러가면서 했다.
내 몸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청소하면서 창 밖 풍경을 보니 가만히 단풍은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베란다 구석에 뭔가 들어있는 박스가 하나 있었다.
믹서가 들었나? 저기 뭐가 들었지..하다가 세월이 꽤 흘렀다.
오늘 청소를 하다가 열어봤다.
달랑 수건 한 장 들어있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그 박스를 그리 소중하게 모셔 놓았을까?
당장 없애버리고 나니 차지했던 부분이 깨끗해지면서 정리된 상태가 됐다.
뭔가 있다고 막연히 생각한 통들에 아무 것도 없는 경우 제법 있을 게다.
갈수록 어제 한 일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기억회로에 비상이 생긴 게 틀림없다.
우리는 그걸 나이 탓으로 돌리지만 아닐 수도 있다.
일요일은 고저고저…꼼딱달싹도 싫쿠나야~~
john
2009년 10월 11일 at 2:53 오후
아이들은 부모가 모르는사이 세월을 앞질러 성큼성큼 커가는데…
부모는 늘 세월의 꼬리를 보며 따라가나 봅니다.
오드리
2009년 10월 11일 at 2:56 오후
쳇, 여러날 우려먹는고나야. 사진말이야. ㅎㅎ
김삿갓
2009년 10월 11일 at 7:02 오후
아이들 메일…지극히 정상적인 현상 입니다. 간단하게 바꾸어 생각 해도 답이
나오죠. 아이들 한테 해서는 않될 말들,,,, "아무 아무개는 공부를 참 잘한다 더라.."
아니면 "아무개는 어디 학교 들어 갔다더라…" 등등 아이들이 그냥 싫어 하는게
아니라 아주 매우 싫어 하는 소리죠. 그리고 또 남푠들 한테도 누구누구네는 돈도
잘 벌고 아주 잘 살더라… 이런 말은 치명적인것 아시죠??? (다 아시겠지만..ㅋㅎ)
저는 딸램들 한테… 몰 하던 상관 안함 다만 빨랑 빨랑 졸업해서 직장 찿던지 좋은
남자 만나 결혼 해서 독립 해 나가 다오…대학원과 결혼은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
하고… 도움 필요하면 야그 해라,..그래야 내가 빨리 지팡이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를
돌아볼수 있으니… 했습니다. 그래도 어디든 가끔 이 애비는 보러 오겠다 해서 어느정도
기분은 좋터 만요. ㅋㅎ.
식단은 매일매일 한식만 하시지 말고… 중국식 일본식 월남식, 멕시코식, 이테리식
등등 만들기 쉬운것 부터 함 짜보세요. 그럼 더욱 다양해 지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상쾌한 아침 되시고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
흙둔지
2009년 10월 11일 at 9:10 오후
저는 지천명인 50이 넘어서야
엄마도 여자라는 생각이 듭디다.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
답이 있을까요?
Lisa♡
2009년 10월 11일 at 10:15 오후
john님.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니 은근히 카리스마가 생겨서
아니꼬울 때가 많아요.
그렇지만 틀린 말을 하는 게 아니라서 부모들도 자주
자신의 틀린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들을 되짚어 보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조건 좋은 대학만을 선호하는 엄마에게 일침을 가한거지요.
Lisa♡
2009년 10월 11일 at 10:16 오후
오드리님.
제가 본래 그렇답니다.
그래야 사진도 매일 올리지 어째
에브리데이 포토를 올리겠어요?
이해하삼!!!ㅎㅎ
Lisa♡
2009년 10월 11일 at 10:19 오후
삿갓님.
그렇게 고리타분한 이야기를….ㅋㅋ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 요즘 잘 없어요.
주로 제가 고차원적인 이야기만 하니까
아이가 답답했던 거지요.
프랭클린 올린이냐, 혹은 프랭클린 피어스냐.
주로 이런 이야기 입니다…훕스!!
ㅋㅋㅋ…농담이고 따님이 두분 다 똑똑하니
걱정이 없는 것이고 맡겨도 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아직 아이들이 마마보이 수준을 벗어나질
못했다고 보는데 이 게 거기서 4년 살더니 아닌 겁니다.
자기 몸은 자기 것이니 문신도 불사하겠다는 내용도 있고
갈수록 두 손 두 발 다 들 지경이지요.
범생이로만 봤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어찌보면 다행이기도 하고..요.
Lisa♡
2009년 10월 11일 at 10:21 오후
흙둔지님.
저는 제 아들이 제 특별한 애인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잘 삐져요.
답장을 약간 삐지것으로 썼더니
당장 ‘아이구~’ 라는 제목으로 회신이 왔어요.
그럴 줄 알았다구…이해의 폭을 넓히래나?
제가 아들한테 너무 여자로 대하나봐요.
아리아
2009년 10월 12일 at 12:35 오전
우리집 아저씨도 나물 반찬만 있으면 안좋아하더라구요^^
박산
2009년 10월 12일 at 12:57 오전
<엄마가 자식한테 그럼 기대해야지 .. 하다가 내가 지나쳤나보다 하는
뉘우침 시간을 가져본다>
에이 아직은 자식에게 나무람을 당하긴 ,,,
순두부 굴 떡국 – 맛있겠어요 !
Lisa♡
2009년 10월 12일 at 1:21 오전
아리아님.
그렇군요.
나물반찬만 해줘도
너무 좋아하는 사람도 있던데..
Lisa♡
2009년 10월 12일 at 1:21 오전
박산님.
그런가요?
그 순두부굴 떡국 맛있어요.
동서남북
2009년 10월 12일 at 2:21 오전
매실 엑기스, 갈라뭅시다. 혼자 무먼 입이 달라 붙어요.
Lisa♡
2009년 10월 12일 at 6:57 오전
동서님.
가지러 오세요.
서울까지…..
내사 얼마든지 드리죠.
shlee
2009년 10월 12일 at 9:21 오전
때굴 때굴 때굴 때굴
도토리가 어디서왔나?
서운산?
가을이 깊어가네요.
Lisa♡
2009년 10월 12일 at 9:36 오전
쉬리님.
글쵸이~~
이제 집에서도 발이 시려요.
오현기
2009년 10월 12일 at 11:46 오전
대단한 미적감각으로 무에서도 유를 창조할 리사님… 최고 입니다.
추억
2009년 10월 12일 at 12:16 오후
자식이 부모 기대의 반만이라도 해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자도 또 재벌도 명예를 가진 자도 자식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실감,,,,아빠가 좀 모자란 사람중에 자식이 오히려 잘 되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는데 참 불가사의이기도 하고 또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공평한 세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Lisa♡
2009년 10월 12일 at 12:41 오후
오현기님.
오랜만?
제가 그렇습니까?
그럼 무를 찾으러 다니겠습니다.
히히히……..맨날~~
Lisa♡
2009년 10월 12일 at 12:42 오후
추억님.
기대를 지나치게 하는 엄마에게 엄포를 놓은 거지요.
우리아들 고민 중이었답니다.
장학금을 못받으면 엄마가 장학금 받는 학교로 가라고
하는데 그게 걱정이었던 거지요.
자기가 가고자 하는 학교는 장학금이 없다고 하네요.
그런 학교 몇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