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변화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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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진은 우리집 뒷산과 바로 앞 공원이다.

발 내딛으면 5미터 거리에 있는 그러니까 집의 일부이기도 한 숲.

이런광경을 사계절 보고사니까 그런대로 커다란 행운이다.

부엌 사각창문은 그대로 사시사철을 비춰주는 액자이기도 하다.

안개에 젖은 숲을 찾아이른 아침에 나갔던 날이다.

요정은 노래하고 있지 않았지만 나에게만 속삭이는 늘어진 잎파리들과

늙어서 넘어진 나무뭉치들이 여기저기 자유롭게 드러누워 있었으며

물기에 젖은 낙엽들은 고혹스럽기까지 했다.

그 길을 따라 그대로 걷노라면 계속되는 예쁜 숲길이 나를 인도하고

그 숲길은 대로변으로 나갈 때까지 한참을 구부러진다.

연인처럼 늘 그리운 그 숲이지만 가까이 두고도 자주 못찾아가는 건

어디에 핑계를 두어야 하는지..숲에는 언제나 이끼냄새가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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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마신 날은 반드시 새벽에 잠을 깬다.

어젯밤 한 방울의 알코올 섭취가 없었건만 새벽에 눈을 떴다.

분명한 명제랄까?

우정에 대한 혹은 신뢰에 대한, 또는 관계에 대한 부유하는 잡념들이

뇌리 속에 박힌 채 잠을 들었나보다.

우정과 신뢰는 삶에서 어쩌면 가장 지켜야 할 부분이고 필요한 요소이다.

누군가 내게 그 신뢰를 약간이라도 흔들려 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드러난 잘못은 아니더라도 어딘가 결점을 보였기 때문에 한 치의

의심이라도 받게 되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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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녀는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을 격하시키는 발언을 했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나를 격하시키는 건 참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혹은 친한 사람을 격하하는 말은 견디기 어렵다.

그녀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 자리에서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 앙금은 오래도록 내 가슴에 자리하고 남아 지꺼기로 가라앉아있다.

왜 그 자리에서 의사표시를 하지않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건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 다투거나 언성을 높이고 싶지 않다.

자존심이 절대 허락치 않는다.

내게는 그게 중요한 자존심의 일부이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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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동안 날은 흐린 것처럼 시작해서 밝아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태어났다.

더 멋있어지고 싶었다.

다짐했다.

좀 더 멋있게 살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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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정리라는 말이 있다.

그녀와의 관계, 그와의 관계…

단절은 외로울거라고?

나와 어울리지 않는 말 중에 하나가 단절이라고?

그래~~그럴거야.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 식물원에 말끔하게 전지된 전나무들이 눈에 띄더라.

가지도 쳐내야 맛이라고?

외롭고 싶어…

20 Comments

  1. 김삿갓

    2009년 10월 18일 at 7:15 오후

    결혼 초창기떄 마누리가 내가 더좋아? 친구가 더 좋아? 물었던 적이 있었고 나의
    대답은 마눌이 아닌 친구…랄 정도 까지의 절친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하던 일이 망하고 정말 딸래미 우유값 걱정 까지 했어야 할 힘든 시절이
    있었는데… 경제적 으로도 힘들었지만 그리 친했던 친구들의 무관심…또는 날
    피하기… 정말 한동안 믿지 못할 일때문에 제마음 고생을 무쟈게 한적이 있었습니다.
    안타갑게도 그이후론… 이세상에 영원한 친구란 없다 란걸 알게 되였고…인생사가
    또한 그렇다는 현실 이란걸 알게 되였습니다. 돌아 가신 저의 아버님이 저 젊었을때
    언제나 하시던 소리였지만 그떄는 정말 이해를 못했었는데…. 암튼 한번 망했던게
    이젠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 되는게… 누가 나의 친구라는게 가려 졌으니까 이젠
    세상사를 그나마 조금 똑바로 볼수 있지 않나 합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간관계…
    정말 맞는것 같습네다….

    그럼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___^

       

  2. 흙둔지

    2009년 10월 18일 at 9:12 오후

    저 숲속… 안개낀 날 사진을 한번 찍어 보시기를…
    배병우씨처럼 훌륭하지는 않겠지만 멋진 작품을 건질지도 모르지요…
    우리네 삶이란게 가끔은 안개낀 속에서
    그 참모습을 찾아야 할 때도 있거든요…
       

  3. Lisa♡

    2009년 10월 18일 at 10:11 오후

    김삿갓님.

    양희은이 암 걸렸을 때 진짜 친구가 가려졌다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런 정도 일은 겪어보지는 않았고 제 인간관계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는지 가끔 혼돈이 빚어진답니다.
    제 자신의 문제인데 상대가 한 말 중에 별 말이 아닌 걸로
    상처받고 그걸 오래도록 소화를 시키지 못하는 부분들요.
    그런 부분들이 견디기 힘든 겁니다.
    제가 이 나이에 그러면 유치한 건데 말이죠.
    삿갓님은 한 번 제대로 평가할 기회가 있었군요.
    그런데 그런 부분조차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가 가지않나요?   

  4. Lisa♡

    2009년 10월 18일 at 10:12 오후

    흙둔지님.

    저 숲을 보면서 그러잖아도 배병우의 소나무를
    당연히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런 숲 찍으려면 아마 새벽 4-5시 경에
    찍어야 할 겁니다.
    물론 그 시간에 일어나지도 못하겠지만 그러려고
    숲에 가있다가 미친년 취급받으면 어째요?
    아님 숲의 귀신들이 나랑 놀자 그러면요—ㅎㅎ   

  5. 아리아

    2009년 10월 19일 at 12:31 오전

    리사님 지금도 충분히 멋있어요^^

    ‘연인처럼 늘 그리운 그 숲’ 이란 표현도 좋아요

    리사님은 외롭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요^^

       

  6. Lisa♡

    2009년 10월 19일 at 12:35 오전

    아리아님.

    숲은 언제나 연인처럼 기다리고 있어요.
    아름다운 숲은 첫사랑처럼 애인처럼 그렇더라구요.
    없는 사람이 찾아서 그런건지…
    아리아님.
    잘 되고있죠?   

  7. 벤자민

    2009년 10월 19일 at 2:31 오전

    아니!!

    왠사진을 이리도 잘찍어세요
    사진기가좋은겁니까
    배경이좋은겁니까
    편집기술이좋은겁니까

    단풍이 제일마음에드는군요
    여기나무는 단풍이잘지지않아요
    블루마운틴정도가야보죠

    이달말까지만 시드니에 있을려고합니다
    여기도 꽃축제라는게있는데 가보면 시시해요

       

  8. 김선경 보나

    2009년 10월 19일 at 2:54 오전

    더 멋있어지면 어쩌라고…요?   

  9. Lisa♡

    2009년 10월 19일 at 10:22 오전

    벤자민님.

    저는 편집 같은 거 할 줄 모릅니다.
    시간도 없구요…ㅎㅎ
    그리고 제 사진기는 소니디카와 캐논
    405로 가끔 찍는데 이 사진은 캐논으로
    앞의 단풍은 소니디카로 찍었습니다.
    좋다고 하시니까…넘 좋네요.

    이달말 지나면 또 오지로..? ㅎㅎ   

  10. Lisa♡

    2009년 10월 19일 at 10:23 오전

    보나님.

    진짜?

    호호호..

    오늘 어쩐 일로~~   

  11. 오를리

    2009년 10월 19일 at 11:59 오전

    창밖에 보이는 산에 저런 숲을 볼수 있다는것은
    축복입니다…로렌스 올리비에는 사막을 좋아하는
    이유가 숲이고 뭐고 없이 그저 한가지 단순한
    모레 색갈이 좋다고 했지만, 산과 숲속에 삶이
    나는 제일 부럽습니다   

  12. 지안(智安)

    2009년 10월 19일 at 12:27 오후

    안개젖은 숲을 산책하며 사유하는 리사님은
    물기젖은 낙엽보다 더 고혹적이라면?
    타의에 의한 인간접촉이 많은 세상에서
    막역한 친구는 얼마나 될까요?
    우정의 평준화현상때문에 우린 고독한 군중이구요.
    나이 먹으면 사람정리도 필요하다는 말이 있더군요.

    사진이 너무 좋아 낙엽따라 중언부언 해봣어요.ㅎㅎ   

  13. 오공

    2009년 10월 19일 at 12:53 오후

    자신의 자존심 지키기를 살짝 아니,대놓고?..ㅎㅎ
    여튼 자존심의 일부를 말하고 있는 리사님이
    또 다른 나 같아요.

    제게도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어떤 행동들이 있지요.
    남들은 그게 뭐 별거라고..그러는 것들요.

    그게 오공이고
    그게 리사님이고…

    리사님 오늘 일기도 사진도 더 좋네요~   

  14. 추억

    2009년 10월 19일 at 3:40 오후

    우리 아파트 5분뒤에도 산이 있어 늘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리사님은 더 행복하시네요. 서울서 저런 숲과 풍경이 있는 곳에 집을 놓고 산다는 것은 상상만해도 복과 건강이 쑥쑥 집안으로 들어오는 기분,,,,   

  15. Lisa♡

    2009년 10월 19일 at 3:56 오후

    오를리님.

    저도 사막이 참 좋긴한데
    거기 살으라고 하면 못살 것 같습니다.
    그냥 다녀오는 게 좋지요.
    숲은 언제나 정화작용을 하나봐요.
    숲에만 다녀오면 조금 착해진답니다.   

  16. Lisa♡

    2009년 10월 19일 at 3:57 오후

    에고…지안님.

    댓글도 어쩜 그리 멋지게쓰시나요?
    정말….감사합니다.

    막역한 사이가 되면 좋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쉬운 건 아니군요.
    고독한 군중이라는 말씀 참 와닿습니다.   

  17. Lisa♡

    2009년 10월 19일 at 4:00 오후

    오공님.

    쓰잘데기없는 자존심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그래도 제가 지키고픈 자존심이란 친구랑 관계되는
    부분이지요.
    친한 사람과 다투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어디가서 누가 친한 사람에 대해 하대해도 자존심이
    상하고 뭐—그러고보니 자존심이 많네요.
    오늘 사진 좋쵸?
    앞으로 신경써서 쓰겠씀돠~~   

  18. Lisa♡

    2009년 10월 19일 at 4:00 오후

    추억님.

    복과 행복이 쑥쑥~~그 부분에서

    왠지 저도 모르게 복 많이 받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19. 벤조

    2009년 10월 20일 at 7:04 오전

    왠 빤따롱 입은 나무가?
    전, 이사진이 제일 좋네요.   

  20. Lisa♡

    2009년 10월 20일 at 8:43 오전

    호호호..벤조님.

    판타롱 입은 걸로 생각하고보니

    정말 빤타롱 입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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