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김기덕 작품.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작의적인 요소가 없진 않았지만
재미있게 숨을 내쉬며, 몰아쉬며 봤다.
와호장룡에서 장첸을 처음보고 눈빛에 반했었다.
깨끗하고 맑은 힘이 있는 눈빛에..
그는 적벽대전에서도 그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숨’에서는 대사 한마디없이 눈빛으로 승부한다.
부인과 두자녀를 살해하고 그 방에서 나란히 누워있다
살해범으로 구속되어 사형날을 기다리는사형수.
그는 뾰족한 송곳만 보면 기도를 찔러 자살기도를한다.
빈번히 미수에 그치고 마는데 어느 날 그에 관한 뉴스를 보던 여자가 있다.
지아는 남편 바람기에 방황하게 되고 정체성을잃는다.
한 겨울에 그녀는 봄 옷을 입고 사형수를 찾아간다.
그때부터 사계로 가는 그녀의 면회가 시작된다.
다분히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이지만 그런대로 4차원 시각으로 보면
재미있다.
하얀 석회벽에 그녀는 가져간 봄을 도배한다.
그리고 봄.봄.봄. 봄이 왔어요~~우리들 마음 속에도…를 부른다.
그걸 지켜보는 보안담당과장은 현대인들의 숨막히는 현실감에서 다소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와중에 관음증으로 자신의 숨통도 튼다.
두 번째 여름.
그녀는 추운 겨울 남들은두꺼운 옷을 입고도 꽁꽁 여미는 날씨에 등이 훤히 드러난
원피스를 입고 면회실을 바다로 도배한다.
그리고 해변으로 가요~~를 부른다.
그를 향한 사랑에 힘들어 하는 어린 사형수.
그의 아픔이 절절하게 전해져 오면서 둘은 그들만의 사랑을 이해한다.
다른 여성을 향한 사랑에 질투를 서슴치 않는 어린 사형수는
그녀 머리카락 한 올마저 용납하지 않는다.
보이지않는 죽음의 두려움 속에 그들만이 가지는 탈출구인 ‘숨’은
어쩌면 공존하고 있는 사형수끼리의 이해인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 연기에 빠져든다.
가을면회.
설악산 단풍 아래서빨갛게 익는 단풍을 바라보다
건너 편에서 나처럼 단풍을 올려다 보고 있는 남자를 만났어요.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단풍을 보고있노라면 몸이 달아올라요.
그 불타는 붉은 색을 보고 있자면 말이죠.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노래 부른다.
그녀 행동을 말리던남편 하정우도 결국 그녀를 이해하고마지못해
겨울의 교도소를 향해 같이 아이를 데리고 간다.
그녀가 겨울면회를 하는동안 남편은 아이와 눈 내리는 벌판에서 눈사람을 만든다.
겨울 면회실.
그녀는 옷을 벗고 그를 면회한다.
둘만의 자리를 내어주는 교도관.
마지막 정사…그녀는 그의 코를 막고키쓰를 한다.
밖에는 눈이 내리는 가운데 딸과 남편이 눈싸움을 하고 다정한 눈사람 셋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웃고있다.
행복한 죽음을 선물하려 했던 것일까?
곧 닥칠 사형에도 그는 결국 숨을 쉬기 위해
반사적으로 그녀를 뿌리치며 크게 숨을 몰아쉰다.
살고픈 욕망이기보다 자기도 모르게 열망하는 삶에 대한
욕구를 나타내는 것일까?
매일 쉬는 숨에 대해 다시 생각케 한다.
삶과 죽음 앞에서 우리가 태연하게 지나치는 것들이
마구 엉키며 떠오른다.
결국 잠을 자던 중..
그를 사랑하는 어린사형수는 참지 못하고
그를 편안한 길로 가게 한다.
둘만의 공간을 남겨주기 위해몸을 굴려 화면에서 빠져 나가는
다른 사형수들의 행동에서 연극적 요소를본다.
언젠가 니콜 키드먼 주연의 도그빌이 연극처럼 영화를 만들었던 것과는
다르지만 작은 부분이 연극을 연상시킨다.
남편에 대한 그녀 속마음을 대사보다는 와이셔츠로 처음과 끝에 보여준다.
두 어번 맑은 눈물 흘리게 하는 영화다.
김기덕은 프랑스와 이태리 등 유럽에서는 한국은 몰라도 김기덕은 알 정도라니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shlee
2009년 10월 30일 at 12:49 오후
숨막히는 영화네요.
김기덕 감독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눈빛은 비슷한듯~
Lisa♡
2009년 10월 30일 at 4:02 오후
아는 이만 아는…?
ㅎㅎ//////////////쉬리님..그쵸?
괜히 친한 적은~~
이융세
2009년 10월 30일 at 9:58 오후
프랑스에서 한국은 몰라도 김기덕은 안다구요? 과장이 너무 심하심.(영화 관계자들이 그렇게 홍보하겠죠. 국민들은 그걸 믿을 수 밖에.) 그리고…저는 매달 영화잡지 두세 권Cahiers du Cinéma, Positif…)은 보는 편인데, 여기 프랑스에서 김기덕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점점 더 안 좋아지던데요. 2000년대 초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아시아 영화 찾던 시류에 맞아 잠깐 주목받았던 거죠.
하긴 뭐, 외국의 평가가 중요하겠어요. 다만, 저는 한국 내에서 김감독이 "외국에서 높게 평가받았다"는 걸 가지고 영화 홍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그걸 지적하고자 했음.
‘숨’은 꼭 보고싶습니다. Lisa님이 너무 멋지게 소개해 놓으셔서.^^
테러
2009년 10월 30일 at 11:58 오후
음… 김기덕 영화가 확실히 자기 색깔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죠…
아주 가끔은 그런 색깔을 접하는 것도 신선한 자극이 되긴 하는데…
정말 아주 가끔만요…ㅎㅎ
Lisa♡
2009년 10월 31일 at 12:33 오전
이융세님.
그렇군요.
저는 프랑스와 이태리에 사시는
성악하시는 분들이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를 듣고 그대로 믿었죠..ㅎㅎ
이런 바닥이 드러나다니~~~부끄!!
아–그런데 그나저나 이렇게 댓글을 써주시니
갑자기 감격이…앞으로 더욱 신경쓰고
자료도 좀 찾아보고…후후..저는 그냥 그대로
써내려 가는 막부가내 스타일이라..미안네요.
시간되면 보시길..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처음부터 전혀 지루하지 않고 괜찮아요.
점점 평가가 안좋아지면 안되는데~~~그쵸?
박찬욱은요?
저 영화 홍보랑은 아무 관계없쓰용~~~~^^*
Lisa♡
2009년 10월 31일 at 12:33 오전
테러님.
가끔…
빈집도 괜찮아요.
보미
2009년 10월 31일 at 1:19 오전
영화도 영화지만
댓글난을 통하여
넉넉한 리사님의 성품이 들어 나는군요
남의 말도 귀에 담을줄 아시는분
나이는 젊어도 정말 여러모로 존경 하고싶은점이 많아요
(아부아님) ㅎㅎ
즐거운 주말 되셔요^^*
Lisa♡
2009년 10월 31일 at 2:21 오후
보미님.
왜 이러셔용???
아닌데——–
위의 분 댓글은 너무 마음에 드는 걸요.
진짜~~~
산성
2009년 10월 31일 at 3:40 오후
아고 깜딱이야…(리사님 버전^^)
얼른 도망갑니다.
사진 ,
이 시간에 보기엔 좀 무섭군요…
낼 다시…
티파니
2009년 10월 31일 at 5:59 오후
리사님….이태리에서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 유명하답니다.
이태리 친구들 덕분에 이태리말로 된 빈집 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삼성 애니콜 이야기하며 우쭐해지는것처럼(이태리에서 비싼 전화기이므로)
김기덕 감독 이야기를 할때 또 한번 우쭐해진답니다.
영화 매니아들에겐 무척 유명하답니다.
제가 로마에서 한국과 관련된 여러가지 전시나 공연을 하고 있지만 이태리
사람들이 제일 관심이 있는것은 아마도 김기덕 감독과 함께 그의 영화를
소개하는것일 겁니다.
로마에 있는 국립 박물관 관장이 이태리 대통령이 한국에 방문 했을때
전시를 기획하여 한국에 왔는데 제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일주일정도
로마 박물관에서 상영하고 싶다고 하였으며 김기덕 감독을 초대할수 있는지도
문의를 해 왔지만 아직 힘이 모자라 진행을 못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