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0일 한 끼 식사

가평

광화문에 나가면서 남대문 시장을 들러야 했다.

조각보를 포장하기 위해 한지공예 상자를 사야만 했다.

오랜만에 들른 남대문은 여전히 활기넘치고 복잡하다.

길게 늘어선 왕만두집 앞의 손님들 줄.

맛으로 치면 최고 왕만두 가게가 남대문에 두 개나 있단다.

환전하러 오는 사람을 잡으려는 할머니들.

길 가는 사람들을 호시탐탐 자기가게로 끌려고 눈이 반짝이는 점원들.

스타킹에 어그부츠를 신은 혹은 이상한 패션의 일본인들.

떡파는 아줌마~~

약속시간만 아니라면 시장통을 요리조리 둘러보고프다는 맘 생긴다.

포장재를 파는 집에서 한지공예 상자 4개에 12000원 주고 구입했다.

조각보를 넣으니 폼이 그럴 듯 하다.

가평

덕수궁 돌담길에는 열심히 목판을 파고 조각하는 아저씨가 담따라

만든 조각목판들을 일렬로 세워두고 사람들 시선을 붙잡는다.

제법 오래된 것 같은데…도대체 사가는 사람은 안보인다.

남대문에서 걸어서 조선일보 쪽으로 가는데 뒤에서 남자들이 제법 수다스럽다.

세상에–옆으로 지나가는 수다맨들이 한 사람의 미친 아저씨였다.

10년 이상은 목욕을 멀리 한 게 틀림없어 뵈는 차림새다.

혼자서 끝없이 이런 목소리, 저런 목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요즘 혼잣말 하는 사람 자주 본다.

하긴 내 친구는 TV보면서 혼잣말 한다고 했찌…

‘아이고 어짜겠노~~~’

‘세상에, 세상에~~클났네’ 등등.

늙어가는 친구를 두고 있다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가평

날씨가 한여름 정오를 연상시킨다.

후끈거리는 도심의 열기까지 합쳐서 옷 하나를 저절로 벗긴다.

걷다가 너무 더워 부끄러운 줄 모르고 어느 가게 옆에서 옷 하나를

벗어 가방에 넣었다.

얼마나 더운지 땀이 다 흘러 몸에서 땀냄새까지 나는 것 같다.

갈증도 나고…

일주일에 한 번은 광화문 나가게 된다.

가다보니 더 좋아지고 편하다.

차츰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익숙해짐에서 오는 덜 피곤함조차 생긴다.

어느 할아버지가 상자를 들고 오더니 100원만 달란다.

요즘 100원 주는 사람도 있나?

한 끼에 일인당 25만원 정도의 식사를 하자는 친구들 생각이 난다.

하긴 상해에는 한 끼에 일인당 100만원 하는 식사도 있고

일본엔 일인당 140만원하는 스시집도 있단다.

본래 유명한스시집이 90만원이었는데 그 요리사가 나와서

차린 집이 더 비싸게 140만원 받는단다.

식사만 사는 게 아니고 시간과 공간을 함께 사는 거라고 누가 그랬다.

나만의 오소독스한 공간.

글쎄…나라면 그 돈있으면 여행간다.

또는 공연 보거나…

14 Comments

  1. 티파니

    2009년 10월 31일 at 5:43 오후

    조작보라….
    로마국립 대학에서 동양학을 가르치는 이태리 교수가 기회가 되면 이태리에서 조각보
    전시회를 하고 싶데네요..전통적인것이지만 현대 예술 같은 느낌이 있어 사람들이 좋아한데네요…
    남대문 시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2. 데레사

    2009년 10월 31일 at 6:46 오후

    나라도 그런 비싼밥은 안 먹어요. 아니 못먹어요. ㅎ
    그 돈으로 물론 여행을 가지요.   

  3. onjena

    2009년 10월 31일 at 7:46 오후

    요즘 점심 한끼 100 마넌은 보통이잖아요??? ㅎㅎㅎ

    점심에 육천원짜리 설렁탕 주문하면서 추가 사리 비싸다고
    안시키는 분처럼 표정이 왜 그래요……ㅎㅎㅎ

    간식으로 10마넌 이하짜리 드시는 분은
    쬐끔 불행한겁니다~~~~~.   

  4. 벤자민

    2009년 11월 1일 at 1:07 오전

    내가 정말좋아하는 단풍이있어 그냥지나갈수없네요
    정말 멋지네요
    내가 일전에 한국에 비많이올때
    산밑에사신다기에 떠내려갈까봐 걱정했더만^^
    이제보니 아주 낭만이흐르는 동네에사시는구먼

    그럼요 돈있어면 여행가야죠

    여기도 멀쩔하게생긴호주사람, 어떨땐 젊은여자가
    길거리에서 2불만달라고 손을내미는경우를가금씩봅니다
    한국돈으로 계산하면 2000원도 넘는돈이지만
    여기서는 돈도아닌데..
    그렇게몇푼씩모아 술마시고 마약하고
    서글픈인생들은 어딜가나..

    요즘 전 점심은 보통 굶고삽니다
    왜냐고요
    벌이가 신통찮아 세끼먹고는 못살것같아서요 ㅎㅎ   

  5. 벤조

    2009년 11월 1일 at 1:22 오전

    올 봄에 남대문 시장엘 갔는데,
    리어카에서 800량, 800량! 하는거예요. 보니까,
    스웨터랑 조끼, 가디건들이 제법 좋더라구요.

    골라잡고 나서 천원짜리를 내니까,
    "아줌마, 롯데백화점 쇼핑백 들고 있는데, 거기로 가슈! 안 팔어, 안팔어!"
    울 엄마왈,
    "얘, 요즘 800원짜리가 어디있니?"

    아니,
    그럼 8천량이라고 할 것이지, 왜 나같은 미국촌년 헷갈리게 800량이라고 해요?
    한국사람들은 800량이라고 하면 8000원 주나요?

    리사님이 만난 거지,
    100원주면 욕하는 거 아닐까요? 정말 헷갈려…   

  6. 오를리

    2009년 11월 1일 at 1:35 오전

    한끼 식사 백만원…..

    그거 한번 먹어 보고 싶네요…

    이담 부자가 된다음에…   

  7. Lisa♡

    2009년 11월 1일 at 1:43 오전

    헬로 티파니님.

    잘 계시나요?
    조각보는 전통적이지만 현대적 이미지라고 하시니
    바로 몬드리안이 떠오르네요.
    좀 더 몬드리안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연구해서
    외국인에게 선물해야겠네요.
    진짜…좋은 아이디어.   

  8. Lisa♡

    2009년 11월 1일 at 1:44 오전

    데레사님은 저랑 같은 사고를…

    거의 다 그렇다고 봐야지요?   

  9. Lisa♡

    2009년 11월 1일 at 1:44 오전

    언제나님.

    왜 이러세용~~~~~

    흑흑…간식도 그 정도면 어쩌라고.

    사리도 따로 돈 받아요?   

  10. Lisa♡

    2009년 11월 1일 at 1:48 오전

    벤자민님.

    세 끼 식사는 저도 잘 못하고 살았어요.
    아침을 늘 굶었거든요.
    그런데 아침을 요즘은 꼭 챙겨 먹어요.
    조금이라도~~말이죠.

    산 밑에 살면 홍수나면 큰일이지요.
    떠내려갈지도…
    그런데 요즘은 산 밑이 더 비싸요..ㅎㅎ
    갈수록 집값이 더..오를래나?
    ㅋㅋㅋ…..
    홍수나서 떠내려가는 집은 오히려 시내쪽에 지하정도?
    이젠 하수시설이 너무 잘 되어있거든요.
    그러니 벤자민님 걱정하지마요.
       

  11. Lisa♡

    2009년 11월 1일 at 1:50 오전

    벤조님.

    진짜 800원 주신 겁니까?
    하긴 저라도 800량하면 800원인줄 알겠어요.
    그 사람 자기 말 잘못한 건 모르고…칫~~

    100원만 달라고 한 그 할아버지 100원주면 아마
    어떨지..그런데 얼마 전 지하철에서 내 다리 붙잡고
    넘어진 사람요—누군가가 100원 주는 걸 봤어요.
    혹시 500원이었을지도…

    속으로 깜짝 놀랬거든요.
    100원을 주길래.
    ㅎㅎㅎ……….벤조님.
    800원에 아침부터 웃고 맙니다…ㅎㅎ   

  12. Lisa♡

    2009년 11월 1일 at 1:50 오전

    오를리님.

    저는 그다지 먹고 싶지 않아요.
    거기 아마 제비집, 상어지느러미 그런 것이겟죠?
    하긴 둘 다 내가 좋아하는 건데..어쩌지?   

  13. 동서남북

    2009년 11월 1일 at 3:03 오전

    빠알간 단풍이랑 벽돌이 잘 어울리네요. 이제 가을도 잘 익었겠네요.   

  14. Lisa♡

    2009년 11월 1일 at 3:16 오전

    다 익어서

    이젠, 터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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