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날인 31일에 캐서린 배틀의 내한공연이 있었다.
캐서린 배틀은 올해 한국나이로 62세인 고령(성악가로서)임에도 불구하고
리릭소프라노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제시 노먼, 바바라 헨드릭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소프라노로 꼽히던 그녀.
흑진주라 불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건 행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3대 소프라노 중에 제시 노먼을 제일 좋아한다.
제시 노먼도 얼마 전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다.
비가 촉촉히 내려 젖은 예술의 전당은 가을이 깊어가는 분위기를 더욱 촉촉하게 했다.
남편과 서둘러 나섰음에도 7시30분 공연은 15 여분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저녁 대신 샌드위치와 커피로 대신하려고 줄을 선 미니바에는 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일하는 직원은 단 한 명이 계산도 하고 커피도 뽑아주는 바람에 줄은 갈수록 길어졌다.
이런 날엔 직원을 두어 명 배치하면 좋겠구먼~~
시작 시간을 15분을 넘기고 나타난 베틀은 까만 빌로드 드레스에 눈부시게 번쩍이는
커다란 핑크색 숄을 여신처럼 걸치고 나왔다.
작은 키에 숄의 길이는 아마 3배는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녀는 숄로 여러가지 유형의 의상형태를 만들어 내었다.
배경의 블루와 그녀의 블랙&핑크, 그리고 금발의 반주자는 럭셔리한 분위기 자체였다.
첫 곡인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가운데 “그리운 나무그늘이여”
로 시작한 1부의 곡들은 나이에 비해선 잘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음이 갈라지는
부분도 있었고 힘들어 보였다.
슈베르트의 3곡을 연달아 부르는 그녀는 목소리가 점점 풀리는지 갈수록 부드러워졌다.
알린데, 남자들은 다 그래, 밤과 꿈, 젊은 수녀를 차례로 들었다.
멘델스죤의 곡인 봄노래, 새로운 사랑, 노래의 날개 위에를 부를 땐
자기에게 어울리는 곡들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멘델스죤 곡에 딱이다 했다.
그리고 인터미션…..
이 사진은 이 번 공연때가 아니지만 비슷한 색으로 드레스 업 했길래
올려본다…이 번 내한공연에선 끈이 있는 드레스에 갑사 느낌의 천이 섞인
버적거리는 핑크색으로 약간씩 푸른빛이 돌기도 했었다.
그녀는 2000년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하고 거의 10년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
그 당시 전석 완전매진을 기록했다.
공주병이 있고 까칠한 성격으로 소문나서 매트로 폴리탄 오페라에서 그녀를 보이콧
시키기도 했다는데 역시 사진찍는 것과 로비에서 중계등을 다 거부했다고 한다.
팬사인회는 했는데 줄을 서서 길게 기다려야 하는 곤혹함이 있었다.
2부에서는 재미난 헤프닝이 두 번 있었다.
첫 곡인 리스트의 로렐라이가 끝나고 두 번째 곡인 포레의 사랑의 꿈, 만돌린,
우리의 사랑을 부를 때였다.
피아노 반주자가 벌인 헤프닝인데 악보가 넘겨도 자꾸 원위치하는 것이다.
참다가 못 참게되자 그는 넘기고 넘기고 하다가 결국 악보를 무릎에 놓고 하기에 이른다.
오른쪽 악보가 안보이는지 그는 오른쪽으로 몸을 누이면서 치기에 이르렀다.
연주가 끝나고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졌음은 물론이고 배틀은 자기에게 쏟아지는
환호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다음 곡 연주때 그녀는 시작 전에 그를 위해 박수를 쳐 달라고 제스춰를 했다.
그 당시 모든 시선이 피아노로 쏠렸음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본래 배틀은 자기에게 쏠릴 시선을 뺏어가면 못참고 말 것인데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이해했다.
두 번째 헤프닝은 그녀가 반주없이 피아노를 한 음 누른 뒤 흑인영가인
Were you there when they crucified my Lord 를 심혈을 기울여 부를 때였다.
갑자기 그녀가 노래를 멈추고 무대 옆으로 가버렸다.
모두 놀라서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가 사진을 누군가 찍는다는 제스춰를 했다.
그리고 퇴장을 하고 곧이어 사진금지, 핸드폰 진동금지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렇게 많은 곳에 써붙이며 신신당부하고 방송으로 떠들었건만 도대체~~ㅎㅎ
다시 나타난 그녀는 앞 줄에서 10번 째쯤 되는 곳으로 손짓을 하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서너곡의 흑인영가를 멋진 목소리로 뽑아내었으며 무대는 끝이 났다.
마지막 곡으로 갈수록 그녀의 목소리는 빛났으며 나도 모르게 앵콜이 튀어나왔다.
부드럽게 감기는 듯 하다가 어느 새 저 높은 하늘을 향해 고음을 편하게 불러대는 그녀를
누가 따라잡을까 싶을만치 기량이 좋았다.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만치…행복했다.
만족하는 관객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박수는 끝이 나지 않았다.
그녀의 재등장~~~난리 난리~~
스티비 원더 I never dreamed you’d leave in summer, 그리고 모든 관객의 혼을 뺏어 간
O mio babbino caro 를 부르자 박수가 끊이질 않았고 곤객들은 기립하기 시작했다.
연이어 모짜르트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 중에 수잔나가 부르는 아리아를 불렀다.
그리고 Obradors 의 곡 중에 한 곡을 불렀으며(영어로 듣긴 했지만…) 다음은 유명한 썸머타임을
마지막으로는 무반주로 영혼을 움직이는 목소리로 Over My Head I Hear Music in the Air를
불렀다. 이 모든 6곡의 앵콜에는 그녀가 직접 제목과 출처를 말해주었다.
물론 전원 기립으로 노장 소프라노 가수를 보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내한공연이기에 더욱 간절했다.
공연 후 줄을 싸인을 받기 위해 제법 기다리게 하던 그녀가 나타났을 때 남편 말이 키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그녀는 작고 땅땅했으며 까칠했고 웃을 때 이쁘다.
내가 싸인을 하려고 CD를 내밀자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옆에선 문제의 반주자가 유명한 왕실의 집사같은 느낌을 풍기며 같이 싸인을 하고 있었다.
반주자의 싸인은 CD 뒷면에 같이 받았다.
그녀는 다음 날 아침에 한국을 떠난다고 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주 市인 포츠머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음악교사를 하던 그녀가 우연히 미국의 제임스 레바인 눈에 띄여 디바로 급부상 하면서
카라얀에게 발탁된 것이 세계적인 소프라노의 명성을 얻게 된 계기가 된다.
제일 유명한 곡은 1987년 빈 신년 음악회에 카라얀의 지휘로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를 부를
때였는데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그녀 목소리에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리릭과 콜로라투라를 넘나드는 목소리는 수많은 유명 오페라 무대의 여주인공으로 적합했으며
한 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까지 여겨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제시 노먼을 그녀 위에 놓기도 한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어울리는 만족한 공연이었다.
산성
2009년 11월 3일 at 1:51 오후
오…완전 부럽습니다…
우리집에 무지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최근 사진보니
세월은 많이 흘러 보이네요
해프닝…앵콜 곡들까지 소상하게…
다녀온 것 같은 느낌.
감사합니다^^
Lisa♡
2009년 11월 3일 at 2:11 오후
산성님.
앵콜곡들이 압권이었지요.
그때 목소리가 완전 죽여줬거든요.
반했습죠~~~그래도 제시노먼이지만..
아주 행복한 밤이었답니다.
DieMusik
2009년 11월 4일 at 6:32 오전
베틀, 이태리어 모음 발음은 이제 괜찮게 하는 지 모르겠군요. 전통 성악 코치들이 본다면 실소를 금치 못할 소프라노지요. 모음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발성이 찌그러지는데 요즘은 고쳤을까요? 아무리 목소리가 매력적이라 해도 성악이 기악이 아닌 이상 가사를 제대로 말 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성악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의흐름
2009년 11월 4일 at 8:16 오전
아 젠장 나도 가서 듣고싶다 천상의 목소리 ㅠㅠ
Lisa♡
2009년 11월 6일 at 7:53 오전
DieMusik님.
세상에 그런 면이 또 있었군요.
저야 그냥 고나객입장에서 듣기만하고
구경만 하는 입장이다보니 전문적인
부분은 잘 모른답니다.
모르면서 이런 걸 쓰냐구요?
그냥 일반인들을 위해서 이런 공연이 있었다…
이런 느낌으로 쓰는 겁지요.
공연히 미안스럽게…헤헤…..저도 가사가 정확한
가수를 좋아한답니다.
우리나라 대중가수 중에 이승철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가 정확하다고 늘 감탄하거든요.
고맙습니다.
닉이 정말 멋지네요.
Lisa♡
2009년 11월 6일 at 7:53 오전
우주의 흐름님.
뭐든 꼭 천상이 아니라도
유명하다니까…들으면
아니들은만 하겠습니까?
가보고, 듣고…그렇쵸~~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