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8일 편한대로~~

IMG_0991.jpg

가을비 치고 제법 주룩주룩거리는 폼이 비가 오나싶다.

우산쓰고 바바리 깃을 세우고 플라타너스 잎이 떨어진 곳으로 고독을

껌처럼 씹으며 걷기라도 해야할텐데—그것도 쉬운 일 아니다.

보기엔 유치하고 쉬워 보이지만 실행은 어렵기만 하다.

그러니 유치한 짓도 내가 하려면 그렇게 쉽게 하기 어렵다.

원초적으로 유치함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겆이를 하면서 내다 보는 창에서 나목이 되어가는 풍경들을 보면서

훌훌 털어버리는 가벼운 미적 상상에 행복해한다.

IMG_0995.jpg

사람들은 왜 코스트코엘 가는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하는 남편을 모시고(?)

가기 싫다는 코스트코를 갔다.

집에서 가는데 30분 걸려서 도착하니 입구에서 들어가는데 40분 걸렸다.

지하 일층으로 내려가는 길에도 안내원이 한 쪽을 제지하고야 내려갈 수 있었다.

다시는 안오겠다는 남편…에휴~~이젠 올 일 있으면 평일에나.

지나가는 남자들이 대부분 여길 왜 와~~~? 하고들 있다.

여자들이 오자고 한 게 분명하긴 한 모양이다.

부인성토대회하면 분명히 일요일 수퍼가 등장하고 수많은 남자들이

한 편이 될 거라고 분명히 장담한다.

그래도 끈질긴 아줌마들은 절대 못이긴다고 그 또한 장담한다.ㅋㅋ

재미있을 것 같다.

IMG_0996.jpg

보통 드라마에서나 책에서나

악마표가 있고 천사표가 있다.

악마표는 천사표를 무지무지 힘들게 괴롭히다가

막판에는 천사표가 이기게 되는데 그때 복수는 그동안

당한 것에 비하면 일순간으로 끝이난다.

당할 때는 두고두고 끈질기고 비참할 정도로 골수에 한이 맺히게

당하다가 용서나 복수는 쉽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저렇게 한 순간으로 모든 게 풀리는지 쉽기도 하다.

예를 들면 괴롭힘을 당할 때는 3달 동안 내리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복수는 2-3일이면 끝이 난다는 것이다.

그럼 아무리 못되게 굴다가도 용서만 빌면 그만이라는 건가?

IMG_1000.jpg

가끔은 시간이 빨리 갔으면 할 때도 있다.

어느 새 남아있는 이 해가 두어 달도 못된다고생각하면

참기가 어려워지기도 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시기를 지나 갈라면 가라지…하루하루가 더 지나간다고

뭐 달라지는 게 당장 있나 싶기도 하고

한 해의 벽을 허물어뜨리기도 한다.

내 안의 벽을 허물듯 하루의 벽을 허물다가 한 달, 그리고 한 해의 금을

슬쩍 흐려놓는다.

그래야 편하다.

편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것도 나이를 먹는 법이다.

IMG_1008.jpg

14 Comments

  1. 데레사

    2009년 11월 9일 at 12:17 오전

    코스코엘 가면 너무 많이 사와서, 결국은 그걸 다 못 쓰고
    남에게 주게 되고 그래서 요즘은 잘 안가요. 요즘엔 그저 동네슈퍼에서
    필요할때 마다 필요한것만 사는데 그게 제일 알뜰한 장보기
    더라구요.

    크로아티아는
    어제 저녁때 한꺼번에 보여주는걸 다 보았습니다.
    고마워요.   

  2. Lisa♡

    2009년 11월 9일 at 12:40 오전

    데레사님.

    보셨군요.
    저야 미리 데레사님 걸 봤으니
    더욱 관심이 갔어요.

    맞아요—
    동네수퍼에서 필요할 때마다
    사다쓰는 게 제일이지요.

    특히 식구들이 적으니
    더욱 그렇죠?   

  3. 왕소금

    2009년 11월 9일 at 1:49 오전

    아무런 특징 없는 11월인데도 시간은 잘 가지요?ㅎ

    저도 어제 같은 프로 보았습니다.
    크로아티아 하면 데레사님 사이트에서 많은 걸 보았지요.
    염전과 중세의 숨결이 끊이지 않는 도시 그리고 황혼에 물든 아름다운 아드리아해가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프로이기도 했고요.
    그냥 이렇게 시간이나 축내고 있는 일상이 부끄럽기도 했거든요.

    코스트코,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예전 프라이스클럽으로 되어 있을 때 자주 가던 곳인데 입구에 밀리는 차량행렬과
    박스단위로나 살 수 있는 물건들에 기가 질려 몇 년간은 아예 간 적이 없어요.

    그래도 딥다 큰 피자 한 판은 살만하지요?ㅎ    

  4. Lisa♡

    2009년 11월 9일 at 2:11 오전

    왕소금님.

    왕소근님이라고 처음에 쳐지네요..ㅎㅎ

    피자는 장말 살만해요.

    치즈피자…맛있구요//가미가 다른 건 안되어서 담백한.

    크로아티아에 병 걸렸어요—어쩌죠?   

  5. 박산

    2009년 11월 9일 at 5:21 오전

    밀대(카트) 밀고 다니면

    그것도 제법 재미있는데요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코스,,,어디든 혼 쏙 빼는 그런 인파도 구경 할 만하구요

    편하게 사는 방법이 어디 있겠어요

    리사님 처럼 다방면으로 대차게 다니면

    아마도 그게 편하게 사는 방법!    

  6. Lisa♡

    2009년 11월 9일 at 5:25 오전

    박산님.

    그 카트 밀기 힘들어요.
    얼마나 큰데요….
    저는 혼자 힘으로 못밀어요.
    연약해서 말이죠…ㅎㅎ
    이제는 사람 많은 곳은 싫어요.
    그냥 한적한 곳이 좋고해서’
    그런데 가려면 아침 일찍 가야겠어요.
    사실 어제도 일찍 가려고 했는데…   

  7. 산성

    2009년 11월 9일 at 8:21 오전

    코스트코…지겨워하면서도
    한달에 한두번은 가게 되더군요…

    불고기가 괜찮지요.
    굽지 않고 넓은 냄비에 물 자작하게 잡아서
    고기 익을 즈음 양파,버섯,
    거의 익으면 푸른야채 듬뿍,
    참,미리 입맛에 따라 약간의 간장과 설탕 추가.
    스끼야끼처럼…^^

    저도 크로아티아…가고 싶은 곳에
    추가했답니다.
       

  8. Lisa♡

    2009년 11월 9일 at 9:09 오전

    산성님.

    불고기도 괜찮은데 임아트 불고기 중에
    모란봉 불고기도 맛이좋아요.
    그냥 아무 것도 안 넣고 먹는 광양 불고기맛…
    크로아티아 아직 좀 비싼 편일 겁니다.
    알아봐야겠어요.
    정말 가고싶어요.
    그쵸?   

  9. 봄길

    2009년 11월 9일 at 12:49 오후

    선덕여왕 할려면 아직 10분 남았넹…

       

  10. ariel

    2009년 11월 9일 at 1:02 오후

    사진으로만 봐도 바다는 언제나 좋은데
    직접 보시고 오셨으니 약간 부럽네요.^^

    저도 코스코에 가 봤는데 많이 사야 해서
    별로에요. 저는 조금 뿐이 먹지를 않아서..
    그래도 가면 재미있어요. 쓸 때 없는 것도
    사고.. 나중에 후회도 하고…^^

    쉽게 사는 방법.. 모든 것에 호들갑 안 떠는
    것.. 문제는 말이 실행보다 어려서워..ㅠㅠ   

  11. Lisa♡

    2009년 11월 9일 at 1:57 오후

    봄길님.

    지금 보고있시유~~~~ㅎㅎ   

  12. Lisa♡

    2009년 11월 9일 at 1:58 오후

    아리엘님.

    ㅎㅎㅎ………….바다는 언제나 좋죠?

    산도 그렇지만.

    아리엘님이야 코스트코는 더 부담스럽겠네요.
    저희도 그런 편인데요…그러니 더욱~~

    그래도 가면 재미있는 건 사실이구요.   

  13. 오현기

    2009년 11월 9일 at 2:10 오후

    저 위에 집은 함석집이라고 부르던 집인데 정말로 오랜만에 보게 되네요. 꼭 찍어야 할 사진을 놓치지 않고 찍어내는 그 안목이 부럽습니다.    

  14. Lisa♡

    2009년 11월 9일 at 2:15 오후

    현기님.

    저런 거 꼭 찍어도 되죠?
    이상하게 저런 집만 보면
    찍고파하니까요.
    정도 가고요.
    사람은 안사는 거 같았어요.
    무서워보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우리의 옛날이지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