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9일 쳐질수록 오뚜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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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귀찮은 날들이 있다.

마냥…쳐지고, 해야할 일도 쌓였는데

도무지 할 기분이 안나는 날.

그런 날이다.

아니 요즈음 계속 그렇다.

누군가에게 전화도 해야하는데

잊고 멍청하게 있다가 아차 싶을 때가 많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그렇게 잘 잤다는 게 없다.

그러니 모든 게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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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관계에서도 쳐지는 시기가 있다.

평소에 그렇게 참신하게 보이고 그런 사이였다가도

갑자기 모든 게 무료해지고, 부질없어 보일 때도 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괴테는 말했다.

지식이 더욱 깊어지고 완전해져야 하듯 사랑과 정열도

더욱 깊어져야 하거늘..갈수록 축축 나락으로 빠지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은 도대체 어디서 연유되는 것일까를..

그건 건강이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란 걸 실감한다.

아파서 나가기 싫다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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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사이에서 상대방을 굳게 믿고 신의에 넘치는 관계를 볼 때

부럽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내게 저런 관계는 있었던가 싶게 부럽기도 하고.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믿음은 중요한덕목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친밀도랑 관계되는 것이긴 하지만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태도나 표정에서

표시가 난다.

어느 정도 살다보면 신끼(?)가 다 있는 것 처럼

그게 읽힌다는 게 스스로 신기하다가도 상대의 노출에 웃음짓게 된다.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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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복잡하고 버스나 차들이 많이 다는 길목에

눈에 띄지도 않을만하게 생맥주 전문집이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게 생겼다.

우연히 들어갔다가 500cc만 팔아주고 나온 집이다.

성형부작용으로 얼굴이 험악해진 마음씨 좋아보이는 산전수전 아줌마는

죽 찢어진 눈으로 웃음을 짓고, 모자를 눌러 쓴 곱슬머리 아저씨는 어딘지

모르게 딴따라틱 해보였다.

구석에 박힌 생맥주 전문집에서 라이브를 한다고 써봍여놨다.

일반적으로 아저씨임네~~하게 보이는 몇 양반들이 노래불러 달라고 하자

모자를 벗으면 속알머리가 없을 게 분명한 주인 아저씨가 기타를 들더니

구석으로 올라가(음향기기가 갖춰져 있었다..놀랍게도) 7080 노래를 특색없게

부른다.

산책길에 잠깐 들어 간 생맥주집 풍경이다//재밌다.

분명히 어지간한 건 다 용서가 되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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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omments

  1. 佳人

    2009년 11월 9일 at 11:59 오후

    어느정도 살다보면 신끼?ㅎㅎ
    그 신기에 걸려서요.
    내 감정이 들킨게 좋을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고
    때론 상대방이 알면서도 모른척 지나가주는 것도 좋기도 하고..
    모든 걸 알고있다, 그 표정은 참 싫은 거지요…ㅎ

    치과치료는 잘 되고 계신가요?
       

  2. Lisa♡

    2009년 11월 10일 at 1:05 오전

    가인님.

    치괴는 부어서 당분간 가라앉을 때까지는…
    흑………..불편할 따름이죠.

    감정을 일부러 들키게 하는 거 재미도 있어요.
    그리고 살짝 알아채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세상에 모든 걸 알기는 좀 힘들 겁니다.   

  3. 아이페이스

    2009년 11월 10일 at 1:32 오전

    늘 쳐지는 때가 있는데…
    .
    .
    .
    .
    .
    저도 자꾸 쳐져요!
    .
    .
    .
    샤워 후 허리돌려 내 힙을 보믄… ㅡ.ㅡㅋ
    (전엔 탱글, 탱글 했는디…)   

  4. 오공

    2009년 11월 10일 at 1:36 오전

    조르바도 그랬어요
    육체란 놈에게 뭐라도 먹여 놔야
    영혼이 제대로 일을 한다고요,   

  5. 김진아

    2009년 11월 10일 at 2:06 오전

    치과진료때문에 더 힘드신가보아요.

    친정엄만 마흔넘어가는 저에게 들기름을 한병짜서 보내주셨어요.
    친구분 자녀중에 허약한 자녀가 매일같이 들기름 한수저씩 밥과 함께 먹고
    허한 기를 보충했다면서요.

    얼른 나으셔야 할텐데요..
    정말 건강이 최고라는것 저도 이번에 호되게 아프고나니 정신이 번쩍났습니다.   

  6. Lisa♡

    2009년 11월 10일 at 4:38 오전

    아이페이스님.

    그런 부분도 쳐지긴 이미 벌써..
    아니 벌써..할 때 어느새 다 쳐졌더라구요.
    얼굴살도 요즘 좀 쳐지기 시작하고..
    맛사지라도 하면 좀 나을래나.
    몸도 마음도 다 축축….흑흑.
    아이페이스님 힙까지 쳐진다니……ㅋㅋ   

  7. Lisa♡

    2009년 11월 10일 at 4:39 오전

    오공님.

    맞습니다.
    맞꼬요.

    육체에도 양분과 먹이를 줘야
    뇌가 알아서 움직이나봐요.
    이마트까지 걸어서 김치 사왔더니
    헥헥—어깨 다 빠지네.   

  8. Lisa♡

    2009년 11월 10일 at 4:40 오전

    진아님.

    들기름보다 들깨를 그냥 먹는 게 훨씬 낫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들깨 종류는 잘 안먹어요.
    들기름 잡술때 냉장고 이용하는 거 알죠?
    그리고 빨리 먹어치워야 한다는 거….ㅎㅎ
    나보다 워낙 살림꾼이라 잘 알겠지만.   

  9. 데레사

    2009년 11월 10일 at 4:52 오전

    오늘이 딱 그런날이에요.
    치과 갔다 오면서 마스크 안하고 걷는다는게 찜찜할 정도로 바람도
    불고 해서 그냥 집으로 와버리고 말았지요. 사실은 공원엘 갈려고 했었
    거든요.

    이런날은 메가TV 로 영화나 한편 볼까 봐요. ㅎㅎ   

  10. Lisa♡

    2009년 11월 10일 at 4:59 오전

    데레사님.

    바람 많이 부네요.

    세상에 깜짝 놀랬답니다.

    단단히 껴입고 다니셔야 해요.

    영화보세요….잘 찾으셔서요.   

  11. 지기자

    2009년 11월 10일 at 9:38 오전

    ‘어지간한 건 다 용서가 되는 나이다’에 한표!!!
       

  12. 허필경느티나무

    2009년 11월 10일 at 12:09 오후

    그렇지요. 처질 때가 있기 마련이지요.^^   

  13. Lisa♡

    2009년 11월 10일 at 1:48 오후

    지기자님.

    한 표 당첨!!

    정말 어지간한 건 다 용서되지 않나요?
    그러다가 더욱 까칠해지지만서도…ㅎㅎ   

  14. Lisa♡

    2009년 11월 10일 at 1:49 오후

    허필경님.

    쳐질 때는 쳐지는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거죠?   

  15. 원종옥

    2009년 11월 10일 at 3:21 오후

    오늘도… 아니 시간상 어제…
    한까칠하고 돌아와서는… 불편한 마음…

    "어지간한건 다 용서가 되는 나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저도 한표!^^
       

  16. Lisa♡

    2009년 11월 10일 at 10:47 오후

    원종옥님.

    까칠하게 굴고나면
    돌아와서 계속 한구석이
    찜찝하기는 하더라구요.
    그래도 순간을 못참는 저…
    원교수님도 한까칠 하셨군요.
    저는 성격이 좋다는 소릴 자주 들었는데
    요즘은 까칠함에 기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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