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0일 한마음으로 보낸다.

11월10일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신문을 보다가 눈물을 잘 흘리는 편이다.

그게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어지간한 감동에도 별 것도 아닌 것에도 쉽게

눈물이 난다.

아버지가 70세가 넘으면서 자주 글썽이던 게 기억나는데 여자라서인지

아니면 감정이 풍부해서인지 걸핏하면 눈물 흘리는 게 사실이다.

여자의 눈물량이 아무리 많아봤자 세상을 바꾸거나 바다를 이루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마이클 잭슨의 디시 이즈 잇을 보고 울었다.

퀸 공연이나 마이클 잭슨이나엘비스나 유명한 이들 공연에서실신해서 실려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뉴스를 통해서였다.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았다.

셀린디옹이나 여타 세계적인 유명가수들 공연을 가보고 그 위력을 실감해봤기에

마이클 다큐를 보면서실제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내게도 있다고 판단했다.

영화관에서 심장마비 일으킬 뻔 했으니까—

11월10일

외출시에는 작은 갈등을 하는데 늘 차를 갖고 갈 것인가? 아니면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적잖게 한다.

대중교통도 아는 게 지하철이고 편해서 주로 지하철이지만 어디서 내려 마을버스나몇 번 버스를

갈아타고 오세요—하면 순간 귀차니즘이 발동하면서 차로 시선이 집중된다.

바람이 의외로 세게 불던 날이라 고민 끝에 차를 갖고 신촌으로 향했다.

원래는 O양과 동행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발생한 일로 나만 가게 되어서 포기할까 할 즈음에

에이~내친 김에 가자 싶어 연희동으로 네비에 주소를 입력했다.

유비무환 정신에 늘 소홀한 내가 자주닥치는 일 중에 하나가 기름이 달막달막하는 거다.

88이라도 타거나 강변도로라도 탔을 때 차가 1시간 이상 막힐 때 오금이 저린다.

그 이후에 생길 여러가지 잡다한 요건들이 머리 아프기 때문이다.

어쩌면 주유소는 필요할 때마다 반대방향에만 있던지..

어쩌면 1600, 1700원대 주유소를 마다하고 드디어 찾아서 넣게 되는 기름값은 1994원이던지.

내 불찰에 고소를 보내는 운명적인 여러 정황에 늘 당하기만 한다.

11월10일

연희동 마리아 칼라스라는 레스토랑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작은콘서트는

임준식이라는 바리톤이지만 테너성역도 넘나드는 성악가가 진행하는재미난 음악회다.

거기에 동참하게 되어 기뻤지만 가는 길이 멀고도 막히는 통에 고난이도 참석이었다.

살롱음악회는 오래도록 세종문회회관에서 감상하고 터득한 바..그렇게 새롭게 다가오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노력하는 모습도 좋았고 그가불러주는 노래가 다 우렁찼다.

보통 오페라에선 테너가 주인공이고 바리톤은 늘 주인공과 대치상황에 선 경우로

여자 주인공을 사랑하거나 방해하는역이 많다.

단 유일하게 바리톤이 주인공인 오페라가 리골레토이다.

예전에는 희극인 오페라 부파보다 비극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서 대개의 오페라들이

비극으로 끝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가 제일 잘 부른 성악곡이 짧아서 아쉽지만 리골레토에 나오는 여자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라트라비아타에서 남자 주인공 아버지인 제르몽 백작이춘희랑시골서 동거 중인

아들더러 같이 파리로 가자고 권유하는 힘있는 아리아도 멋졌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시간내내 피아니스트 김주영씨와 엄의경씨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11월10일

졸지에 황당하게도 아들을 잃은 탈렌트 이광기씨 아픔에 절로 눈시울이 적셔진다.

그 아픔에 곧 닥칠 수시도, 그 무엇도 비견하기가 힘들다.

남의 아픔으로 우리가 얻는 위로는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일 수도 있겠지만

불행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불행이란 놈은 갑작스레 찾아오기 때문이다.

자식을 키워 본 사람들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그의 불행을 아파하고 같이 이해하고

뭐라 말할 수가 없는 고통을 느낀다.

무슨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앞으로 하루하루가 쓰디쓴 고통으로 이어질 그를 생각하면 너무나 너무나 마음이 쓰인다.

과연 올바른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런지 나라면 정말이지 못견딜 거 같다.

그래도 해줄 게 없고, 같이 아파하는 것조차 미안하다.

비록 그 뿐만이 아니겠으나 그런 경우엔 모든 게 정말이지 미안하다.

그가 어떻게 견딜지 커다란 걱정만이 내려앉는다.

11월10일

14 Comments

  1. 김진아

    2009년 11월 10일 at 11:51 오후

    애들이야기..
    타미풀루 받고서도 먹이지 못했다던 이야기에 가슴아팠어요.
    그 순간을 저역시 경험했기에 더욱이요,
    ..

    어떠한 일들도 담너머 불구경이 아니라는것두요..

    하늘사진,첫번째 사진 한참 보게 만드세요,   

  2. Lisa♡

    2009년 11월 10일 at 11:59 오후

    진아님도 아이들이 많으니

    조심조심해야하고 타미플루가

    아무리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감기증상있으면 바로 복용하는 게

    좋지않을까요?

    그러나 너무 떨 필요는 없을 듯…   

  3. shlee

    2009년 11월 11일 at 1:15 오전

    겨우 일곱살이라니…
    해 주지 못한게 너무 많다는 아빠
    학교도 보내지 못했고
    군대도 보내지 못했고
    장가도 보내지 못했도..
    그런 내용의 기사를 읽고..
    으이구~~마음이 아파서…
    부모는 자식에게 늘 더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인데
    너무 어린 아들을 보내니
    더 절절한 슬픔이 있겠죠.

       

  4. 도토리

    2009년 11월 11일 at 2:47 오전

    리사님..
    어젯밤의 행복에 엣지를 보태주셔서 감사드려요.ㅎㅎ^^*   

  5. 아이페이스

    2009년 11월 11일 at 2:49 오전

    조블글 웹서핑 해보니 늣가을이라 이런저런 생각 글이 많이 있네요!
    리사님도 주절 주절 쓴 글 속에
    쓸쓸한 가을 향기가…   

  6. 데레사

    2009년 11월 11일 at 3:33 오전

    나는 오히려 나이 들어갈수록 눈물이 안 나오더라구요.
    안구건조증과 관계있는 걸까요? ㅎㅎ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그 고통이
    오죽하겠어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도 조심하면서 사는수밖에 방법이 없겠지요.   

  7. Lisa♡

    2009년 11월 11일 at 3:46 오전

    쉬리님.

    뭐라 표현할 말이 없을만치 괜히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서 ,,,무슨 말로도 위로가 없다고 봐요.
    정말 안됐어요.
    그런데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쩔 도리가 없으니
    인간의 세상은 유한한 건가봐요.
    비록 그 한 사람뿐 아니라 졸지에 당하는 그런 일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지요.   

  8. Lisa♡

    2009년 11월 11일 at 3:47 오전

    도토리님.

    엣지 좀 있었나요?

    좋은 공연자리에서 보게되어

    더 좋았습니다. 언니도…   

  9. 소리울

    2009년 11월 11일 at 3:47 오전

    천사가 된 그 아이의 영혼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10. Lisa♡

    2009년 11월 11일 at 3:48 오전

    이이페이스님.

    가을이 그렃잖아요—

    쓸쓸하고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도 되고////

    ㅎㅎㅎ   

  11. Lisa♡

    2009년 11월 11일 at 3:49 오전

    데레사님.

    눈물이 안나온다구요?
    내가 이걸 쓰고 라디오를 틀었는데
    양희은 강석우도 이 말을 하는 거 있죠.
    신기하게도…눈물이 자주 난다고..ㅎ

    온 국민이 다 한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 그렇게 당한 모든 분들과도 말이죠.   

  12. Lisa♡

    2009년 11월 11일 at 3:50 오전

    소리울님.

    오랜만…

    하시는 일은 잘 되시는거죠?   

  13. 레오

    2009년 11월 11일 at 12:41 오후

    리사님의 작은 갈등과
    살아있는 자들의 애씀과
    불행이 닥친 부모 맘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너무 맑고 예뻐서
    가슴이 더 싸아~해집니다.    

  14. Lisa♡

    2009년 11월 11일 at 2:18 오후

    레오님.

    자연은 늘 그대로죠?

    많은 걸 안고도 안지 않은 듯….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