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에 내린 눈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
말하지 않아도 비밀이 절로 생길 것 같은 분위기다.
고요와 침묵이 조용히 자리한 숲에선 새로운 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색색의 우산을 쓴 소풍객들이 사뿐히 오가는 한 낮.
무심한 눈은 표정없이 끝이 없다.
년 초 치고 은행은 그런대로 한가하다.
발에 묻은 눈이 물이 되어 바닥을 적시고 직원은 부지런히 닦는다.
미국송금을 지난 12월 말에 하려고 했다가
일 년 송금액 한도가 지나치면 세무서에 보고가된다길래
미루었던 일이라눈이 범벅이 되던 뭐가 되던 가야했다.
12월 말에 1170원대이더니오늘은 1150원대이다.
1000만원 보내면 10만원 이익이니 오늘 앉아서 몇 십만원 벌었다.
은행을 나오자 바로 옆 지하철이 자꾸 땡긴다.
3정거장이면 올림픽공원이다.
아예광화문까지 가서 경복궁을 땡길까 하다가
눈이 그만 무서워~~ 공원으로 갔다.
선택이라는 단어에 대해 기억한다.
내가 누굴 선택하였나?
그가 누군가를 선택했었나?
선택한 기억이 없다구?
선택은 하는위치에 놓인 사람이 있고
당하는 위치에 놓인사람이 있다.
누가 잘 나고 잘 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자격이나 위치가 서로의 상호성에 있다는 것이다.
가령, 선을 봤다치자 나보다 나은 사람은 날 싫어하고
나보다 좀 모자라는 사람은 내가 싫은 것이다.
인생은 결국 그렇고 그렇게 설키고 얽혀간다.
어떤 이는 자신이 눈이 높다고 한다.
그건 자기보다 나은 상대를 바라보지만 결국 상대는 그에게
선택권을 발동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얼마나 꼼꼼하지 못했는지..
모든 결정에서 결국 잘된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릴만한 게 없다.
단 아이가 셋일 때 어쩔것이냐는 의사의 질문에 그냥 낳겠다고 한 일.
그것만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잘된 선택이었다.
단언컨대 무엇에도 선택의 깊이가 없었다.
그건 성격일까?
지하철을 잠시 타고 오는 길에 건너 편에 앉은 엄마와 두 딸을 보면서
야무지게 생긴 앙증맞은 신발들이 그들의 아니 엄마의 선택이
비록 어릴 때신는 신발이지만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털장화를 보자 어이없어진다.
좀 큰 털장화를 보는 순간 아무 생각없이 그냥 커도 사고 싶다며
사버린 일이창피하다.
조금 더 생각했더라면 미국서 들고 오기도 만만치 않은부피에합리적인
가격이긴 했지만 그다지 내게 필요했던 건 아니었다.
잘못된 선택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인 걸…앞으로라도.
오공
2010년 1월 4일 at 11:30 오전
‘선택’에 대한 얘기요~..리사님에 대해 내가 아는 ‘거의 모든 것’이 담긴 얘기같아서
재밌게 읽었어요^^*
…뭐랄까, 별 것 아닌 에피소드지만 진솔함..이랄까…그래서 재밌다구요.
(물론, 세쌍둥이를 선택한 건 별 것 중에 별 것이지요..ㅎㅎ)
..또 뭐랄까.ㅎㅎ,첫맛은 심심한데,씹을수록,넘기고나면 그 맛이 뚜렷이 떠오르는…
눈덮힌 대나무 숲 정말 이뿌네요
Lisa♡
2010년 1월 4일 at 11:44 오전
내 오공님이 이 사진들 좋아할 줄 알았답니다.
사진 올리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거든요.
선택이 참 내게는 아쉬운 일들로남아있답니다.
그래서 다시 찬스가 오면 좋겠지만 다시 온다고해도
여전히 저는 깊은 생각없이 다시 선택하고 말 겁니다.
지안(智安)
2010년 1월 4일 at 12:02 오후
Lisa님.
늦었지만 Happy new year~
자녀들 문제는 탁월한 선택이었구요
난 이제 지나간 일들은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오!
정신 건강을 위해서..ㅎㅎ
오데서 찍었는데 사진이 정말 근사해요!
밤과꿈
2010년 1월 4일 at 12:17 오후
경복궁 안 가길 잘 하셨어요~
오늘은 경복궁 쉬는 날^^*
왜냐하면 민속박물관이 있기 때문에 월요일은 휴무일이랍니다~
겨울비
2010년 1월 4일 at 3:08 오후
리사님 사진들 보니 이렇게 앉아 눈을 바라만 볼 일이 아니다 싶어요.
낼은 눈 속으로 걸어 들어가리라…
리사님의 선택들이 최선의 선택들이었을 거라고…
혹 후회스러운 선택들이 있다면
아이들 셋 모두 선택한 일이
그 아쉬움들을 다 지워주고도 남으리라고 생각해요.
죽 멋진 날들 이어가기를요.
Lisa♡
2010년 1월 4일 at 3:37 오후
지안님.
올림픽공원이랍니다.
가까워서 금방 1시간 정도 다녀왔답니다.
서문에서 동문으로 통과하기..뭐 이런 겁니다.
자녀들 선택은 탁월햇다구요?
맞죠?
Lisa♡
2010년 1월 4일 at 3:38 오후
밤과꿈님.
그런가요?
경복궁은 그냥 들어가서 박물관 안보고
걍 정원만 돌다가 나오면 되는 걸로 알았더니..
Lisa♡
2010년 1월 4일 at 3:39 오후
겨울비님.
내일도 아마 지금 그대로 모습일 겁니다.
저는 내일 예술의 전당에 가거든요.
거기도 멋진 장면이 뒷산에 있을래나~~
앞으로 남은 나날들을 위하여.
흙둔지
2010년 1월 4일 at 8:45 오후
저는 어제 차를 갖고 출근했다가 된통 혼이 나서
눈만보면 눈쌀이 찌푸려지는데
그래도 사진을 보니 아름답기는 하네요.ㅋ~
정말 어제 길거리 장난이 아니었답니다.ㅠㅠ
늘 고마워하면서…
마음에 욕심이 쌓이지 않도록 살아갈 수만 있다면
날마다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ariel
2010년 1월 4일 at 9:29 오후
사진들 멋있어요.. 와 이제 프로로 나가시게
더 노력해보셔도 될 듯..
누구던 완벽한 선택만 하네요. 다.. 이런 저런
쓸 때 없는 선택에 시간 낭비하고.. 내가 왜
그랬나 하는 생각을 저도 해 보고 그래요. 그래도
오늘 날 이자리에 제가 앉았다는 것이 감사해요.
다른 무엇을 모르지만… 저는 언제나 이자리가
행복해요..^^
summer moon
2010년 1월 4일 at 9:53 오후
눈 사진들이 모두 ‘작품’이에요,
박수치고 싶을 만큼 선택을 잘 하신거 같아요.^^
올 한해 동안 하시게 될 선택들이
아주 많은 기쁨과 만족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할
아름다움을 가져오게 되길 빌께요 !
Lisa♡
2010년 1월 4일 at 10:02 오후
흙둔지님.
어제 길거리 장난 아니었지요.
제설차가 지나가도 또 쌓이고 쌓이고.
원래 서울이 제일 빠른 편인데 오는 눈에
속수무책이더라구요.
차를 길에 버리고 출근한 이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매일을 감사하고 사신다면 복 받는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도 사실은 그렇게 늘 마음먹고 살긴 합니다.
Lisa♡
2010년 1월 4일 at 10:03 오후
아리엘님.
사진 좋쵸?
눈이 많이 온 날은 힘들어도
그 눈을 즐기고 싶었지요.
사실 서울 살면서 눈오는 걸 좋아할 이 몇 되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폭설이라는 게 오고나면 눈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나 즐기는 편이 낫죠.
Lisa♡
2010년 1월 4일 at 10:05 오후
썸머문님.
눈이 많이 와서인지 찍은 사진마다
작품입니다.
뭐..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말이지요.
음—-구도나 분위기상 작품스럽게 보인단 말…ㅎㅎ
선택이 헛되지 않게 노력해봐야 지나고나면
잘못된 선택에 대한 미련은 남기 마련인 것 같아요.
특히 사람에대한 선택이 제일 그런 것 같구요.
Hansa
2010년 1월 5일 at 12:52 오전
눈 사진 좋습니다.
미국 학비가 만만치 않군요. 하하
광혀니꺼
2010년 1월 5일 at 1:05 오전
선택…의 순간!
모든것은
이미 마음에서 결정지어졌고
지어졌나니…
감기 몸살로 시작합니다. 2010년…ㅠㅠ;;
리나아
2010년 1월 5일 at 3:10 오전
하얀 눈밭 위에 서 있는 한그루…
세그루..의 나목이 넘 멋지네요~~~~~
jhkim
2010년 1월 5일 at 4:24 오전
모두가 온세상이 하얗게 새하얗게
흰눈으로 온통 덮힌 세상 티없이 하얗게
온갖 더럽고 추하고 악에물들고 위선에찌든 궁상들은 아예 흔적도
안보이게 감추어진 세상
여기에서 모두가 밝고 맑은 미래가 다시 펼처진다면
아버지여 세상고처주소서
황무한이땅고처주소서
리사님 건강하시구요
자녀분들 더욱건강하고 더광활한미래가 아름답게
펼처지시기를 기도 드릴께요
복많이받으세요
아로운
2010년 1월 5일 at 5:04 오전
으흐흐흐… 이젠 눈만봐도 춥네요. 여긴 며칠째 꽁꽁. 새해 연휴에 수애 주연의 "불꽃처럼 바람처럼" 봤는데, 그냥 좋더라구요. 여러명이 같이 보다가 누가 시해사건에 한국인 얘길하길래 우장춘박사 아버지인 우범선씨가 여기 가담했었다고 알려줬더니, 첨 들어본다고 하데요. 아직 잘 알려져있지 않나보죠.
저희 아버지가 예전에 세쌍둥일 받으셨는데, 산모에게는 둘이라고 끝까지 속이고 나중에 세명째 받는데, 그 어머니가 그러더랍니다. "이번엔 뭐죠?"
이 질문이 참 의미가 있는 질문인게, 그분은 그때 당시 이미 4명의 따님이 있었거든요. 집은 꽤 사는 집인지라 얼마나 아들을 기다렸는지 상상이 가시죠. 일란성 세 쌍둥이가 모두 아들인걸 검사를 통해 100%는 아니지만 대충 알고 계셨지만 법적으로는 알려줄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애기 아빠에게는 말씀해드렸다고 함)
첫째녀석이 울음을 터뜨릴때 그 어머니도 같이 펑펑 울었다고 하네요. 너무나 기뻤겠지요. 둘째때도 너무 좋아하더니, 세째때 "정신이 나면서" 이 질문을 하신거래요.
자녀를 갖는건 절대 선택이 아니랍니다. 엄청난 축복이지요.
이렇게 잘 키워놓으신것을 뒤돌아보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리사님 가정에 언제나 축복과 희망이 넘치길 새해 벽두에 기원합니다.
– 내가 성공을 했다면, 오직 천사와 같은 어머니의 덕이다. – A. 링컨
뽈송
2010년 1월 5일 at 5:59 오전
눈위에 있는 사진들을 직접 찍으셨다고요?
거의 프로급이시네요.
그러니 눈이 와서 신나했던 분들 중에
Lisa님도 끼여드신겁니다.ㅎㅎ..
벤자민
2010년 1월 5일 at 6:03 오전
아이구 한국에는 눈이많이왔다면서요
그나저나 산밑에사시는 우리리사님 어쩌나^^
내가 지난번 폭우때 이사가라고 그만큼얘기했더만
걱정스럽네 ㅎㅎ
도토리
2010년 1월 5일 at 6:39 오전
사진.. 멋.집.니.다….!!
다 좋은데
택배가 아니 오는 바람에 일하는데 차질이 생긴 것이 제일 아쉽습니다..애구….^^*
길
2010년 1월 5일 at 8:19 오전
아, 사진이 참 좋네요.^^
멋진 새해 시작하셨지요?
올해도 좋은 글 많이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shlee
2010년 1월 5일 at 9:18 오전
하얀 눈
검은 나무
흑백 사진 같은
단순한 아름다움도
갖고 싶고
빨간 외투도
갖고 싶다~
화창
2010년 1월 5일 at 11:53 오전
ㅎㅎㅎ 몇십만원 버셨군요! 저는 이틀동안 내린 환율의 영향이 몇천만원대?
환율이라는게 얼마나 사람을 노름판에 서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 몰라요!
2008년 말의 환차손들을 다 만회들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수입상들……
유학생 부모맘과 수입상들의 맘이 같은데….. 아무래도 수출을 해야 먹고사는 나라니까…
환율이 내리면 수출하시는 분들께 미안해집니다.
세상을 사노라면 매번 부딯치는 선택의 문제…. 선택이 옳았어! 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선택하는 문제는 언제나 나른 긴장하게 하는 힘입니다!
김진아
2010년 1월 5일 at 1:32 오후
세번째 사진과 맨 끝 사진이 너무너무 좋아요 ^^
Lisa♡
2010년 1월 5일 at 2:39 오후
한사님.
뭘 그 정도갖구요..
죽어 납니다.
Lisa♡
2010년 1월 5일 at 2:40 오후
광여사.
맞아요.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이미 짜여진 각본?
Lisa♡
2010년 1월 5일 at 2:40 오후
리나아님.
더 멋진 사진도 있어요.
어쩔까요?
올릴까요?ㅎㅎ
Lisa♡
2010년 1월 5일 at 2:42 오후
김장로님.
여기에 기도를—–감사합니다.
정말 모든 것이 감추어진 세상이죠?
눈처럼 하얗게 밝고 환한 미래가 이루어진다면
더이상 바랄께 없다고 봅니다.
희망을 갖고 발을 디뎌볼까요?
Lisa♡
2010년 1월 5일 at 2:45 오후
아로운님.
너무 재미있어요.
그때도 세쌍둥이가 무사히 태어나긴 했나봐요?
제게 있어서 선택은요~~
의사샘께서 법적으로 하나는 지워도 된다고 하셨어요.
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냥 낳겠다고 했어요.
제 친구의 경우는 지우고 둘만 낳다가 둘 다 잘못되었어요.
별의별 경우가 다 있답니다.
근데 천사와 같은 어머니라는 부분요…저는 쫌…아니라서..ㅋㅋ
그나저나 아로운님 긴 댓글 자주 좀 달아주세요.^^*
산성
2010년 1월 5일 at 2:45 오후
더 멋진 사진도 좀 올려 보세요.
눈속에 그림처럼 앉은 대나무숲입니다.
배경이 온통 흰색인 나무사진들도
좀처럼 포착하기 어려울것 같은데요…
음..멋집니다^^
공원 몇번 출입구쪽입니까…
Lisa♡
2010년 1월 5일 at 2:46 오후
뽈송님.
저는 모든 사진을 제가 찍은 거만 올린답니다요.
다만 영화나 특별한 날 작품사진 같은 오메가라든가
백호라든가..그런 것만 빼구요.
Lisa♡
2010년 1월 5일 at 2:51 오후
벤자민님.
어캐 알았어요.
저 눈에 갇힐 뻔 했어요.
흑흑…
Lisa♡
2010년 1월 5일 at 2:51 오후
도토리님.
저도 택배를 보내야 하는 입장인데..
미쵸요.오늘 우유랑 녹즙도 안왔어요.
Lisa♡
2010년 1월 5일 at 2:52 오후
길님.
올해 더 사업 잘 되시고, 만사형통하세요.
Lisa♡
2010년 1월 5일 at 2:52 오후
쉬리님.
그 앞 분 수녀님이세요.
Lisa♡
2010년 1월 5일 at 2:53 오후
화창님.
저는 만회는 없어요.
900원 되면 모를까?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이런 일 몇 번 생기면 죽을 맛이죠.
Lisa♡
2010년 1월 5일 at 2:53 오후
진아님.
수녀님 보셨어요?
Lisa♡
2010년 1월 5일 at 2:54 오후
산성님.
제 경우는 몽촌토성역에서 내려서
메인 문으로 들어가서 올림픽아파트 쪽으로
나와서 올 때는 그 앞에서 타고 왔어요.
저 조용한 나무들은 중간 쯤이구요.
김진아
2010년 1월 5일 at 3:00 오후
마음 굳히고 있는데,
맨 끝사진 보곤, 리사님이 등을 딱 밀어주시는구나 했지요 ㅎㅎ
큰고모님이 김천성당에서 부산으로 가셨다고 하세요.
엄마 보러갈겸해서, 부산 들리고 올려고 합니다.
은퇴하시기전에, 뵈어야 할것 같아서요. 김 마리아 곤솔시아 수녀님이세요.고모님이..
Lisa♡
2010년 1월 5일 at 3:08 오후
진아님.
그러세요?
부산 어느성당요?
곤솔시아요?
처음 들어봐요.
Lisa♡
2010년 1월 5일 at 3:09 오후
아로운님.
멋진 카드 잘 받았습니다.
처음엔 제 카드가 안들어간 줄 알았지 뭐예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