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릴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말하는 까닭은 흔하고 늘 보아오던
연기라도 두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배역이 주는 역할에 몰입한 그 얼굴이, 표정이, 느낌이 좋았다.
설경구와 류승범은 서로를 알아봤을 거다.
그 사람의 연기에 대해, 또 연기로 쌓아온 인생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묻어나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었다.
두 사람 연기 좋았다.
설경구는 박하사탕과 역도산, 그리고 오아시스, 해운대에 이르기까지
연기에 대해서라면 대한민국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다.
용서는..에서는납치된 딸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짓(?)을 이유불문하고 다 하는 아버지 역이자 유명한 부검의역이다.
부드럽게 잘 흘러갈 것 같은 그의 인생에서 갑자기 급제동이 걸린다.
부득이하게 큰 죄책감없이 행동하고 증언한 하나의 사건이 상대방에게는
죽음보다 더 깊은 상처를 주어 돌이킬 수 없는 복수로 돌아온다.
복수치고는 잔인하고, 더없이 악랄한 복수에 빠진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죽음 밖에 없어 보인다.
영화가 좋은 이유는 인간 삶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것인데 영화를 보면서
나도 부모입장에서 바라보게 되었기에 더 실감이 났다.
좀 더 진지해지고 깊어진 류승범.
돌이킬 수없는 상처를 안고 오로지 복수라는 한 가지 목표로 살아온 남자.
유년시절에 자살한 누나에 대한 기억은 사회전체를 불신하게 되고
그 배경에는 불신할 수 밖에 없는 이 오만한 사회가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영화다.
죄의식이라고는 없는 당연한 권리처럼 행하는 그의 복수.
군산만 귀퉁이에서 벌어지는 작고 무서운 음모는 그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아니 용서할 수 없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용서란 없다.
정말 ‘용서는 없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영화다.
흔히 보는 형사와 범죄자 이야기에 확실한 토핑을 하나 더 얹은..
그래서 나중에 입이 쩍 벌어지는 이야기다.
결말은 이미 예고된 듯 그대로 진행되지만 확실히 놀랠 게 있다.
살인을 하고 아무렇지도않게 모든 걸 까발리는 살인혐의자.
일부러잡히게 되기를 바라기라도 한 듯 행동하는 그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더 이상 경악할 일이 없는 아버지…설경구.
죽음도 불사한 복수에 할 말이 없어진다.
내가 그 둘이라도 세상에 남아있고 싶지 않을 게다.
용서—이 단어에 대해 하루종일 생각해봤다.
용서가 가능하다는 건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다는 말과 통한다.
아무리 아들을 죽여도 용서가 되는 경우를 봤다.
심지어는 살인자인 아들 친구를 양아들 삼는 사람도 있지 않았나.
그러나 정말이지 용서가 안되는 경우도 반드시 있다.
나중에는 자신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다.
살해 당한 채 버려진 20대 여성의 토막난 시체를 아무렇지도않게
끼워맞춘 후 고깃덩이 해체하듯 부검하는 강교수.
적당한 몸매에,고운 피부를 가졌고, 알맞은 음모를 소유한 여성~~
약간의 장난기와 세련된 화술로 그가 부검을 시작한다.
딸의 납치를 알고는 범인을 빼내기 위한 알리바이 조작을 위해
최악저질인간의 정액을 구해 이미 부검을 끝낸 시체에 바르고 지문까지
은밀한 곳에 묻혀놓는다.
그리고 범인은 증거불충분으로 석방이 되고 범인을 통해 딸이 있는 곳까지
미친듯이 달려 간 그…토막난 시체.
딸의 시체를 부여안고 집으로 가자던 그의 팔은 허공을 젓게 되는데..
머리와 팔, 다리 밖에 없는 시체..
어쩔 수없는 위증이라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