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작.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베를린 은곰상 수상.
52년 아트페스티벌 선작.
일본 영화 상영관에서 제일 먼저 선택된 영화 중에 한 편이다.
평점이 9점이 넘는 수작이다.
와타나베씨는 늘 그렇듯 사무실에 말없이 놓여있는 책상이나 의자같은
생활을 늘상 해 온 사람이다.
있어도 모르고 없어도 모르는 그런 사람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는 남자였다.
어느 날 그는 암으로 3개월 선고를 받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는데..
30년간 아무 기억도 안나고 오로지 지루한 기억들 밖에 없다는 걸 발견한다.
이 나이까지 뭐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죽음 앞에 서야 삶에 감사하죠, 어떤 이들은 그것조차 못하지만~
이라는 대사들처럼 그는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지만 기억남는 게 없다.
왜 이렇게 살았을까?
부인과 사별하고 하나있는 아들에 의지한 채 살았지만 아들은 며느리와 자기
살 궁리밖에 하지 않고 아버지는 안중에도 없다.
결국 그게 인생인가?
내가 태어나기 전의 영화다.
그런데 그 영화 속의 주인공은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같은
고민과 연민과 무의미하게 살아 온지난 삶에 회의를 느낀다.
나 또한 남들보다즐겁게 산다고 하지만 늘 후회연속인데 와타나베씨의 경우는
오로지 집과 직장을 오가는 경직된 생활 그 자체였다.
주변에 와타나베씨 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랴.
자신의 삶에 대한 변화를, 좀 더 버라이어티함을, 남을 위한 삶이라던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그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영화다.
쓸쓸한 그의 얼굴을 보고있노라면 그 표정에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남편도 오버랩된다.
잠시 그는 아내를 묻던 날을 떠올린다.
엄마를 찾으며 울던 아들의 순수한 모습과 듣는 줄 모르고 아버지 연금이나 저축액을
계산하는 아들 모습은 세상의 이치가 어찌 돌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직장에 다니다 그만두고 장난감 생산공장에서 재미를 느낀다는여직원을
보면 그는 생의 활기를 느끼고 삶의 의욕을 찾는다.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던 건 50년 대의 일본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리고 일본 공무원들의 세세한 부분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도 보여준다.
서류상의 절차라든가, 다른 부서로 미루기만 하는 공무원 등.
그는 마지막으로 가난한 이들이 사는 동네에 공원을 만드는 일에 열정을 보이다가
생의 최후를 맞이하는데 그 공원에서 눈을 맞으며 그네를 타는 모습은 즐거움이었다.
삶은 찰나의 것~소녀여, 빨리 사랑에 빠져라. 그대 입술에 아직 붉은 색이 빛날 때~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그대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았을 때~~
20년대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그네를 타는 그의 표정이 잊혀지질 않는다.
여직원과 차를 마시며 주고받는 말 중에 그들의 별명이 재밌다.
사이토-특징이 없어서 ‘정식’
노구치-여기저기 들러 붙어서 ‘찍찍이’
오하라-‘1년내내 배수관처럼 축축한 사람’
오오노-자기 멋대로에 뻣뻣한 ‘불가사리’
와타나베- ‘미이라’
장례식장에서 모여 그를 회상하는 장면들이 재미있게 비쳐진다.
생각을 부추기는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