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해인사 가는 길에 동행하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일행이 총 4사람이었다.
천년고찰 해인사는 이 번이 3번째인데 사랑스러운 팔만대장경이간직된 장경각이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사찰로 성철스님의 사리를 모신 부도도 있는 역사적인 곳이라 두근거렸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어 장경각을 제외하고는 모든 법당들이 리모델링을 하거나 새롭게
칠을 해서 처음온 것 처럼 낮설었다.
짐을 풀고 근처를 돌아보는데 가야산의 산세는 약간 거칠고 남성적이었고 장경각 건너 편의
매화산도 그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매화산은 우리가 얼른 떠올리는 꽃 매화가 아니라 埋火山이라는 글을 쓴다.
불을 묻어버린다는 의미로 장경각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제일 기운이 센 5월 단오날엔 불자들이 소금을 매화산에 묻는 행사도 있단다.
하늘.
제일 먼저 마음을 사로잡은 건 하늘이었다.
서울과는 다른 하늘다운 색에 끌려 목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하늘을 자주봤다.
그리고 너무나 행복했던 잊지못할 건 밤하늘의 별이다.
별.
북인도 히말라야 알치에서 바라본 하늘의 별은 은보석을 뿌린 듯 반짝거렸고
오래 전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본 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감명을 준 별로
손을 뻗치기만 하면 별이 잡힐 것 같이 주먹만했다.
해인사에서의 별.
서울서 보는 별의 5배는 크게 보이는 아름다운 밤하늘이었다.
잠도 자지않고 하늘만 바라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별로 인해 두근거리는 마음에 잠이 쉬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본래 별을 참 좋아한다.
불교신자도 아니라 흔한 일은 아니지만산사에서 자게 되는 경우는 거의없다.
템플스테이를 하거나 설악산 등산길에 백담사에서 자게되는 경우는 있지만
일부러 절에서 하루나 이틀을 보낸다는 건 행운이다.
자기도 모르게 정화되는 기운을 느낀다.
힘들게 고행을 하는 스님들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순화되어지고
부처님 앞에서면 종교를 떠나 마음이 절로 수그려진다.
많은 등산객들이 즐거운 낯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당당하게 대적광전을 빙빙돈다.
언제나 그렇듯 세계문화유산의 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경각은 출입은 되지만 밖에서만 그냥 바라봐야하고 다른 일체의 사진이나
경거망동은 철저히 통제된다.
바람이 잘 통하게 짜여진 장경각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것 만으로도 감동이다.
우리민족 최고의 유산이라 뿌듯해진다.
불자들이야 잘 알겠지만 부처님 앞에서면 삼배를 하고 양쪽에 있는 불상에도 삼배를 한다.
큰스님을 뵙게 되어도 삼배를 한다고 한다.
곧 다가오는 금요일 새벽 3시부터 용맹정진 기간이라 스님들 모두 긴장한 시기라고 한다.
용맹정진은 7일 간 가부좌한 상태에서 잠도 못자고 참선을 해야하는 시간이다.
잠시라도 졸라치면 죽비로 견책이 가해지니 그 얼마나 고행일지 상상만으로도 힘들다.
공양하는 시간 외에는 계속 자신에게 던져진 화두로 참선을 해야한다.
견디기 위해서는 체력도 있어야하고, 뭐니뭐니 정신력도 강해야 한다.
견디지 못하고 해인사를 나가는 스님도 간혹 있다고 하니 그 힘듦을 가늠할만하다.
본래 해인사 강원은 그 어느 강원보다 세다고 하는데 그 대신 출신스님들은 공력이 대단하시단다.
무슨 일이든 그만한 댓가를 치르지 않고는 거듭나기 힘든 게 이치다.
나라면 하루도 못견딜 것이다.
그 모든 고행을 견딘 스님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벤조
2010년 1월 14일 at 4:12 오후
리사러브의 글은, 항상 ‘이웃새글란’ 맨 위에 뜨는데,
스마일~ 하면서 클릭합니다.
제가 여기서 모르고 살아가는 그곳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
아직 허리 휘어지는 50이 안된 아녀자의 생각, 약간 아슬아슬하면서도
또 여유로운 분위기…그런것들이 잡아땡기네요.
조금은 중독이 된 듯.
추위, 조심하세요.
金漢德
2010년 1월 14일 at 4:19 오후
추운데 멀리 다녀오셨군.
속세를 떠나 수도하는 스님들 머리숙여 존경합니다.
삼보일배하는 땡땡이 중도 있죠.
나무아미타불.
합장
단소리
2010년 1월 14일 at 4:41 오후
나무아미타불!!
관음의 덕이 님에게 닿을 것입니다.
관세음보살!!!
꿈꾸는 아이
2010년 1월 14일 at 6:10 오후
술을 한잔 하고 오는길인데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켠다.
술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몇일을 연거푸 마시는 이버릇 고쳐야 하는데.ㅎㅎ
간만에 이쁜 밥상보를 보네요.
합천 해인사..
합천 하면 나는 막내누나 친구가 생각난다..지금은 이름도 가물하네..
방학때 누나와 함께온 누나친구 나를 어린애로 보는 누나 나는 아닌데…ㅎㅎ
지금 부산으로 시집갔서 살고 있다는데 한번 보고싶다..ㅎㅎ
내가 한참 산에 다닐때 해인사 때문에 우리나라 사찰공부 시작한적이 있는데..
그것도 끈기가 없어 조금하다 말았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것이 대적광전 입니다.
어느 절이나 대표 부처님을 모신곳이 대웅전인데 아무리 찾아도 대웅전이 없는겁니다
그래서 스님에게 여쭈어 봤는데 대답을 하지 않는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묵언 수행중 이었던것 같읍니다.
성철스님이 생전에 수행 하신곳이기도 하고 참 멋진 사찰이죠.
가까운 미래에 꼭 절에가서 벽을 보고 마음 자리 정리하는것 배워야 겠읍니다.
죽비 맞아 가면서….
가야산의 정상은 정말 전망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내 기억이 맞다면)
정상까지는 그리 가파르지 않은데.. 하기사 그때는 어렸다(지금도 어리지만)
Risa님 덕분에 좋은 추억여행 했읍니다.
나는 그만 자야겠읍니다.
내일 늦게 일어나서 챙피하지 않으려면…
Risa님 많이 고맙습니다..
동서남북
2010년 1월 14일 at 7:23 오후
한국에 있을땐 여러 사찰들에 부처님전에 자주 참배 했었습니다. 그럼 마음이 정갈해 지는 느낌이 좋았는데….
Lisa♡
2010년 1월 14일 at 10:17 오후
벤조님께서 칭하신 리사러브라는 말이 참 좋으네요.
러브는 이모티로 그냥 붙인건데 그렇게 불러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재미도 있고 예쁘기도 하군요.
제가 워낙 천방지축이라 좀 아슬아슬하죠?
그런데 실제로 보면 흔들림없이 굳건(?) 합니다.ㅋㅋ..무게가.
어제는 좀 덜 추웠구요, 그제는 엄청 추웠는데 저는 별로
춥지 않은 거예요–내복에다, 후드티에 남방에 거위파카에..
걷는 게 비둔하게 느껴지고 다 벗어버리고 싶더군요.
어제부터 많이 풀렸습니다.^^*
Lisa♡
2010년 1월 14일 at 10:19 오후
포사님.
불교신자세요?
성직자가 되는 게 어찌보면 개인만을 생각하면 된다는
느낌을 종종 갖지만 정말 많은 고난과 사유가 있다고 봐지고
예사로 보게되지는 않습니다.
누구든 자기가 가고자하는 길에 최선이 다 있을 겁니다.
Lisa♡
2010년 1월 14일 at 10:20 오후
단소리님.
불자시군요.
글을 보아도 그런 걸 느꼈지만 더욱 와닿습니다.
저는 카톨릭이지만 친불쪽입니다.
모든 종교에 거부감같은 게 거의 없는 편이지요.
불교서적도 좋아하고 절을 특히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Lisa♡
2010년 1월 14일 at 10:27 오후
꿈아님이 여성분인 줄 알았습니다.
누나를 언급하시는 걸 보니 남성이시군요.ㅎㅎ
대적광전이라는 말이 참 특이했습니다.
보통 대웅전이라고들 하는데 대적광전이라고 해서
더 거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름이 거창하다는 기분도 들구요.
그런데 그 속에 모시는 부처님에 의해서 좌우되는 명칭인가봐요.
해인사는 비로자나불을 모시는데 손모양이 다른 부처님과 다르더군요.
비로자나라는 말의 뜻은 진리의 광명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가야산은 정상높이가 1400미터 정도인데 해인사찰이 700미터 높이에
위차한 까닭에 오르자면 반만 오르면 되겠지요?
이번에 산행 준비를 하고 갔는데 바위가 많아서 길이 미끄럽고
험하다고 하더라구요..그래도 좀 가볼때까지는 가보려고 했는데
전날 그만 과로, 과음을 하는 통에 미수에 그쳤네요.
또 상당히 추웠구요…..ㅎㅎ
변멱수련하시려구요?
Lisa♡
2010년 1월 14일 at 10:30 오후
동서남북님.
새해 복받으셨지요?
불교시군요…저는 우리나라 사찰들이 모두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보니 어느 사찰이던지 가기만해도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주보는 산세들이 절경이더라구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어느 사찰이던지 다 가보는 편이구요.
그리고 가면 꼭 대웅전에 가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다스리지요.
밤과꿈
2010년 1월 14일 at 11:02 오후
해인사를 다녀오셨네요~
몇해전 해인사 장경각을 구경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시골 아줌씨 둘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지요.
"여긴 뭐하는 곳이야?"
"몰라~ 보니까 무슨 빨래판 같은 게 쭈욱 있어~" 허걱@#$$)_*&_~
위에서 세 번째 사진에
향로를 올려놓은 상에 각인된 사찰을 상징하는 문양 말입니다.
ㅎㅎㅎㅎㅎㅎ~~
왜 웃는지 아셨습니까?
문양이 거꾸로 되어있군요.
과거 히틀러의 나치 문양이 조각되어있단 말씀…
애교로 봐주기엔 정말이지 아닙니다^^*
Lisa♡
2010년 1월 14일 at 11:08 오후
밤과꿈님.
조각이 거꾸로 된 거 맞나보네요.
세상에…저럴 수가.
하지만 저는 그것도 몰랐답니다.
말씀드려야겠네요.
말씀드릴께요…치우던지 고치라고.
그 아줌마들 너무하시네…..귀엽게 봐주기엔 말이죠.
진짜 허걱스 입니다.
장경각 참 좋은 기분이 들죠?
그냥 옆에 있기만해도 행복하고 우아하고 흐뭇하고 말이죠.
언젠가 오래 전에 장경각에서 약간 눈물이 글썽했던 기억이.
金漢德
2010년 1월 14일 at 11:24 오후
불자는 아니지만 christian도..
자란 환경이 그 쪽이라 자연스레 자주 산사를 찾게돼요.
눈이 오시네.
오늘 같은 날 산사에 들려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보면 어떨까?
金漢德
2010년 1월 14일 at 11:30 오후
만자가 거꾸러 된것 잘 지적해주셨네.
바로 lisa님이 번거럽지만 고치도록 해줘요.
Lisa♡
2010년 1월 15일 at 1:01 오후
그런데 찾아보니 똑같은데요—
잘 모르겠네요.
만자가 방향에 따라 똑같고 같은 그림이 여럿 나오네요.
찾아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