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7

흐린날

은행 현금인출기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데70대중반은 족히 넘어뵈는

할아버지 한 분이 말을 건다.

자기 핸드폰에 문자수신이 안되니 날더러 쓸데없는 걸 삭제하달라는 것이다.

다행한 건 나랑 같은 M사 거라 무난히 찾아서 삭제를 눌렀다.

주로 병원진료에 관한 것과 스팸문자들이 주를 이루어 전체 삭제를 시켜버렸다.

음성메세지도 다 삭제시키고 보관메세지도 다 삭제시켜주었다.

할아버지 이제 잘 들어올 겁니다.

무슨 쓸데없는 문자가 이렇게 많이 저장되어 있으신 겁니까?

그때 전화기는 내 손에 들려있었고 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나도 모르게 어머 전화왔어요~하며 건네는 순간 읽게 된 이름이….

내사랑….이다.

갑자기 웃음이 나와 얼굴근육이 웃음모드로 변하려고 했다.

급히 건네주고 그 자리를 피했는데 웃음원인은 무엇일까?

흐린날

란은 남편의 닉을 전화기에 음흉한 놈이라고입력했다.

딸은 미련곰탱이, 아들은 다람쥐, 집은 동물원.

나는 란을 토토르라고 저장해뒀다.

그리고보니 내 저장기록은 모두 이름이 대부분이다.

참 재미없는 인간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하기에는 이름이 최고다.

간혹 다른 기록을 했을 경우 생각나지 않을 때 분명 있었다.

내사랑…

그 할아버지의 사랑은 부인일까? 아님 노인정에서라도 만난 여자친구일까?

손주들이 재미로 입력해둔 할머니전화번호이겠지?

나는 남에게 어떤 기억으로 저장될까가 몹시 궁금했다.

운전하는 내내 그 내사랑이 뱅뱅 맴돌았다.

흐린날

금주는 마음에 드는 시골의 동네오빠가 있었다.

그녀는 그가 서울대기업에 취직이 되자 자기도 질세라 서울로 와서 직장을 구했다.

만나지도 않는 오빠를 칭할 때 늘 ‘그이’ 라고 말했다.

언니, 우리 그이가 내전화를 안받지 뭐야~~우리 그이가 만나자고 해도 대답이 없네.

우리 그이 생일이 언젠데 뭐 사줄까? 우리 그이 보고싶은데 회사앞에 가서 기다릴까?

그런데 그녀의 그이는 그녀에게 관심도 없고 내성적이고 전형적인 무관심남이었다.

그런 그를 그녀는 늘 쫒아다녔고 그이엄마가 반대하기에 나섰다.

친구딸인데 별로 사이도 안좋고 그녀가 반반해서는 행실이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때는 핸드폰도 없는 때라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우리그이, 우리그이 했다.

그러다가 결국 그녀는 우리그이의 마음을 붙잡아 결혼을 했다.

지금은 주재원으로 뉴욕에 나가있다.

그때 금주를 보며 대단한 집착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하도 예뻐서 바라보는 나도

매력에 퐁당했을 때니 그이야 오죽했을까.

흐린날

싸이월드에 이웃등록을 할 때 닉을 하나 올려야 했다.

조카에게 이모는 ‘미모이모’로 해달라고 보냈다.

되돌아왔다.

별명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싸기지 없는 놈가트니라고….이노마…걍 해라..해서 미모이모가 되었다.

아들에겐 외계인엄마로 올린 적도 있다.

큰아들에게 이쁘니로 했다가 아들친구들이 뭐라 할까봐 바꾼 적 있다.

뭐니뭐니해도 외모에 미적감각을 부여하는 별명이 최고인듯.

시누이는 핑크공주, 촛불공주이다.

공주과들은 어쩔 수 없이 공주가 붙는다.

그리고보니 내 핸펀에 입력된 이름 중에 핑크공주가 있긴하네.

하긴 아들도 ‘괭이’로 되어있다.

나에게 ‘그이”그녀’로 입력될 상대를 찾아봐?

흐린날

18 Comments

  1. 웨슬리

    2010년 1월 27일 at 11:38 오후

    저도 닉을 하나 찾아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요?   

  2. shlee

    2010년 1월 27일 at 11:39 오후

    방구씨가 생각나네요.
    딸 핸펀에 입력된 아빠…
    그1
    그2
    그3?
    ^^
    핸폰 없는 나는
    그녀가 될 수 없겠다.
    ^^   

  3. Hansa

    2010년 1월 28일 at 12:10 오전

    하하
    그이그녀가 이쁘게 보입니다.

       

  4. 화창

    2010년 1월 28일 at 1:57 오전

    난 집사람핸폰이 #2번(#1은 집전화)인데 #1은 ‘집’ #2는 "OOO’ 어떨 때 아내가 거래처이름처럼 이름을 입력하는게 어디있냐고?

    아내의 #1은 ‘첫사랑’이라고 되어 있어서 아내의 친구모임에 가면 막 웃는대요 사람들이… 근데 #1번은 내 전화번호거든요!   

  5. 지안(智安)

    2010년 1월 28일 at 2:52 오전

    할아버지 얘기도 특별한 시각으로 본다니께 Lisa님은~
    내사랑?
    뻔 하자나요? 할머니 아니면 손주?
    그래도 궁굼해한 리사님은 젊어서..

    그동안도 로긴 안하고 들어와 본거 알구있죠?ㅎㅎ
    아들 얼굴 상처때문에 속상했어요?
    어린 피부라 깜쪽 같이 나을테니 큰염려 안해도 될듯해요.
    늘 와글 와글 안부 주고받고 댓글 넘치고 열기가 가득 하네요 여전히..
    영화 데이트는 또 어떻구요.
    멋져요 홧팅!!   

  6. 안영일

    2010년 1월 28일 at 3:59 오전

    현금 인출기 ?저희사는 동네는 도적도 순박한지 ? 얼마전에 형제가 돈이필요하여서 아마

    돈을 꺼내는것보다 현금 인출기를 뜯어서 트럭에싫을 모양으로 형제가 뜯는작업중에

    경찰차가와서 그들의 하는짓을보면서 무엇을하느냐 하니 이 현금인출기를 싫는중

    이라하다가 체포가 되었다는 뉴스였었지요, 그리 사람들이 순박함니다, 저는 전화번호

    식구번호와 내번호 견출지에써서 휴대폰 뒤에 붙이고서 있읍니다, 외출시에 집에 전화

    할 경우에만쓰지요, 받는것은 일절 안받습니다 (쓸줄을 모르지요)이유는 턴파이크에서 차

    고장시에 딸에게 연락하기위하여서 입니다,(할줄만 암니다) 저의 식구도 LA에 주인장

    처럼 친한 학생때의 친구 2 이있지요 하나는 일본 합이 3 이네요 한친구분 신랑 항상

    자기 에펜네를 엄마, 엄마 하나봄니다, (딸녀석이 이곳 방문시에 딸이 박물관에 안내

    를,하면서 들은 딸의이야기를 흘려들었는데 요즘에 다른 친구가 하는말 그엄마 하는 그

    분이 저녁 잠자리전에는 친구분이 들어누울려하며는 아이구 어머니 오셨냐 하면서

    일어나 인사 한 담니다, *이유는 자기전에 식구의 친구분이 머리 가발을 벗는데 가발을

    벗으면 남편이 짓굿게 식구를 어머니 오셨읍니까 하면서 꼭 놀린담니다,(이사람은 등단

    시인이지요) ,일요일 장거리 교회갈적에 식구와 같이 내차를 동승하지요, 그이외에는

    지 차를 타고 다니니까 ,한결 편함니다, 그런데 불편한것은 빠꾸는 젬뱅이 주유소 기름

    은 넣을줄 몰라서 꼭 내가 해주지요,지금 두손주 뛰놀다 올라간 아래층 조용함니다,

    좋은 하루가 되십시요    

  7. Lisa♡

    2010년 1월 28일 at 6:16 오전

    웨슬리님의 닉을 제 핸펀에 저장하게 된다면

    음………….뭐라고 할까?

    린지캡숑?   

  8. Lisa♡

    2010년 1월 28일 at 6:17 오전

    쉬리님.

    방구씨..너무 재미있네요.

    어디가면 얘기해줘야겠어요.

    그이 1, 그이 2, 그이 3…이렇게 하다보면
    순서바뀔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9. Lisa♡

    2010년 1월 28일 at 6:18 오전

    한사님.

    그이, 그녀 아주 예쁘죠?   

  10. Lisa♡

    2010년 1월 28일 at 6:18 오전

    화창님은 역시 재미없고 무드없으세요.

    #1에 이름을 이쁜이로 바꾸세요..혹은 그대!

    첫사랑하고 결혼 골인하셨군요.   

  11. Lisa♡

    2010년 1월 28일 at 6:19 오전

    지안님.

    내 생각에 할머니 같아요.

    그런데 왜그리 웃기던지…

    내 사 랑….ㅋㅋ

    내가 이상한 거 맞죠?

    난 남편을 스테파노로 입력했거든요.   

  12. Lisa♡

    2010년 1월 28일 at 6:21 오전

    안영일님.

    으하하하…..머리가 벗겨진 어머니?

    후후후…..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는 분 많이 봤어요.
    아이들이 부를대로 따라 부르는 거죠.
    제가 시누이를 누나라고 부르는 것 처럼 말이죠.
    우리엄마는 제 남편을 나따라 이름으로 불렀어요.   

  13. 허필경느티나무

    2010년 1월 28일 at 7:19 오전

    내사랑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알 수 없죠. 물어봐야지.
    누구에게나는 아니겠지만 가까운 이 누구나 마이러브일 수 있죠.
    사람 아닌 사물에도 가령 "My love the year 2010" 할 수 있겠죠.

    리사님 상상력 발휘하는 게 재밌어요.~~
    싸가지엄는 조카에게 미모이모가 이기셨다?
    남남북녀랄까 아름다운 외모인 것만은 틀림없으세요.    

  14. 허필경느티나무

    2010년 1월 28일 at 7:27 오전

    근데 스테파노는 첫순교자이시군요.
    저는 사도 바오로인데 실제는 엉터리죠.
    주일미사도 핑계거리 생기면 빠지고..
       

  15. Lisa♡

    2010년 1월 28일 at 8:40 오전

    느티나무님.

    제 외모는 사진보고 보면 속는 겁니다.
    엄청 잘 나온 사진만 올리거든요.
    실제로 보면 좀 근엄하게 생겼다고나 할까.
    크크크..좀 개구장이 같은 면도 보이구요.
    보기나름이지만 아름다운 외모는 쩜…아닙니더..   

  16. 허필경느티나무

    2010년 1월 28일 at 10:33 오전

    위 일부 정정합니다.

    (오)스테파노는 첫순교자이시군요.
    (정)스테파노님은 첫순교성인이시군요.
       

  17. Lisa♡

    2010년 1월 28일 at 12:46 오후

    우리는 김스테파노입니다.   

  18. 허필경느티나무

    2010년 1월 28일 at 1:04 오후

    네.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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