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9

워낙 애를 좋아한다.
다시 생산능력만 있다면 한 명 낳고 싶다.
키우는 재미가 있어서이다.
며칠 전 아들이 까칠하게 굴어서 삐져있었는데
짱구를 만나니 다 풀어진다.
고사리같은 흐트러질 듯 느껴지는 짱구녀석의 손을
잡고 걷는 골목길은 흐뭇했다.
내 아들이 커가면서 내게 까칠하게 굴지만
돌이켜보면 지난 17년간 얼마나 나를 해피하게
해줬나를 생각하며 오히려 고마워하기로 했다.
애교부리고 뽀뽀해주고, 손잡아주고 참으로
그만한 행복이 어디있을까.

짱구

짱구는 목소리가 아주 작다.

일부러 소리를 낮추어 말하는 모양을 하는 것처럼 작고 허스키다.

또래에 비해 얌전한 편이고 사진에서 느끼는 모습에 비해

무게도 덜 나가고 살집도 없이 달랑 안을 수 있다.

주는 것도 잘 받아먹고 그렇다도 덥썩 안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안으면 가만 있는 양순함도 있다.

네-아니요-과자-사과-마싰따–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기분도 꿀꿀하고 해서 짱구랑 도킹을 했다.

내 집으로 오는 길목이라 일부러 찾아 간 것이다.

짱구랑 같이 있으면 하루종일도 심심함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고 하자

아이엄마는 함 있어봐요~~라며 응수한다.

그래도 난 아기만 있으면 밖에 나가기 싫을텐데 말이야.

짱구

내 무릎 사이에 녀석을 끼고 뭘 먹이는 노릇은 신났다.

따박따박 받아먹는 녀석을 보자니 그저 뭐든 다 사주고 싶다.

어울리지 않게 닭발집으로 갔다.

먼저 갔던 순대곱창볶음집이 여엉 소금범벅으로 우리위장을

놀래키는 통에 도저히 이대로 맛을 느끼기엔 억울해서

우리동네 닭발집으로 확실한 맛을 즐기러 갔다.

먹는데는 또순이라고~~

어른 둘은 닭발을 줄기차게 뜯고 아이는 좀 편한 걸 미리 준비했다.

남이야 닭발을 뜯던가 말던가 녀석은 문에 달린 반짝이는

색전구에 마음을 빼앗긴듯…날더러 손가락을 거기로 가르킨다.

내가 아이에게 혼이 뺏겨있는동안 그 에미는 닭발을 작살내고 있었다.

닭발 맛있다, 확실히…

옆에 아가씨 둘이서 닭발을 부스러기없이 해치우고 있다.

짱구

아침에 라디오에서 이르길 서울은 오전에 비가 오다가 그친다고 했다.

그래써—-우산이 현관에서 나 잡아봐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걍 나갔다가 낭패했다.

서초동으로 가는 길에 느낌이 이건 아니잖아—-하는 거였다.

ㅎ에게 SOS를 쳤다, 우산하나더갖고와..나 클났쪄.

늦게 와서 빨리 가야한다는 그녀가 일부러 온 듯 내 우산만 넘겨주고 간다.

비는 종일 추적거렸다.

우산이야 있어도 없어도 봄비오는 서울거리는 흥겹다.

눈이 오는 게 좋으냐고 짱구에게 물었다,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해가 쨍쨍 나는 게 좋아? 고개를 여전히 가로로~~

그럼 비가 오는 게 좋구나, 짜아식–분위기 아네?

여전히 고개를 가로로 젓기만.

확실해, 확실해..짱구를 말을 못알아들어.

짱구

21 Comments

  1. 웨슬리

    2010년 2월 9일 at 11:30 오후

    와~~~ 짱구. 귀엽네요. 광여사를 닮았나?   

  2. Lisa♡

    2010년 2월 9일 at 11:57 오후

    암만 봐도 너무 귀여워요.
    튀지도 않고 조용하고 증말
    보고 또 봐도 귀여워요.
    엄마는 하나도 안닮았답니다.
    아니 어딘가는 닮았겠지만…   

  3. Hansa

    2010년 2월 10일 at 12:09 오전

    리사님께 배웁니다.
    "아들이 까칠하게 굴지만 17년간 얼마나 해피하게 해줬던가.." 하하
    맞는 말씀, 아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툭 던지는 말에 속상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요.

       

  4. Lisa♡

    2010년 2월 10일 at 12:19 오전

    한사님.

    저요—며칠 전 아들한테 같이 있는 형에 대해 묻다가 혼났어요.
    왜 남한테 관심을 가지냐는 거 있잖아요.
    놀랬어요~~~그러면서 나에게 무섭게 구는 거예요.
    고3이라서 신경이 예민하기도 하겠지만 저 삐쳤어요.
    그런데 지나간 시간동안 걔가 나에게 베푼 사랑을 생각하니
    고맙기만 한 거있죠, 그래서 그걸로 만족하려구요.
    마음 많이 비우는 중입니다.   

  5. 광혀니꺼

    2010년 2월 10일 at 12:23 오전

    이웃집 아저씨 닮았나봐여~
    엄마 항개도 안닮은거라면~

    하하하하하하~

       

  6. Lisa♡

    2010년 2월 10일 at 12:39 오전

    이웃집 아저씨를 안봤기 때문에..
    뭐라 하기가…아무래도 –지 아빠를
    닮지 않았나 하는 중…   

  7. 웨슬리

    2010년 2월 10일 at 12:42 오전

    근데 도킹이 뭡니까? 설마 닥킹(docking)?   

  8. Lisa♡

    2010년 2월 10일 at 12:45 오전

    ㅋㅋ…맞아요.

    꼭 난리야…..진쫘…

    닥킹….으로 고칠까요?   

  9. 오드리

    2010년 2월 10일 at 2:14 오전

    짱구에게서 눈을 떼기가 어렵네요. 남도 그러니 지 에미는 얼마나 이쁘겠어……..   

  10. 화창

    2010년 2월 10일 at 2:29 오전

    짱구 아빠 판바기이구만 머~~~~~   

  11. 동서남북

    2010년 2월 10일 at 2:51 오전

    짱구엄니 조심허여~~~   

  12. 광혀니꺼

    2010년 2월 10일 at 4:50 오전

    근데요~

    이거
    스캐랩할수 있게좀 풀어줘요~
    ㅎㅎ
    할머니 보여드리게요^^

       

  13. 광혀니꺼

    2010년 2월 10일 at 4:51 오전

    그리고

    오드리님!
    저보단
    이웃님들이 더 이뻐하는게 맞습니다.
    ㅎㅎ

    화창님~
    광혀니 판박인거 맞습니다.
    일명 국화빵이라고도 하지요^^;;

    동서남북님~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조심 하지 않아도
    스스로 조심하는 놈입니다.
    아주
    겁이 많습니다.
    ㅎㅎ
    눈도 작은게~

       

  14. 산성

    2010년 2월 10일 at 8:40 오전

    짱구는 목소리도 우렁찰 것 같은데
    의젓하고,조심성도 많고, 얌전한 가 봅니다.
    귀여워라~

    짱구는 네살…네살…네살…
    소문내고 있는 중입니다^^
       

  15. Lisa♡

    2010년 2월 10일 at 2:03 오후

    오드리님.

    그러니까요.
    그런데 겉으로는 내가 더 빨아대고
    쪽쪽 거려요.   

  16. Lisa♡

    2010년 2월 10일 at 2:04 오후

    화창님.

    보셨어요?

    지 아빠 붕어빵입니다.

    아이라서 더 이쁘지만.   

  17. Lisa♡

    2010년 2월 10일 at 2:04 오후

    동서남북님.

    왜요?

    내가 뭐…데꼬 살까봐요?   

  18. Lisa♡

    2010년 2월 10일 at 2:05 오후

    아니..여그가 광여사 블로그여?

    ㅋㅋㅋ..바쁜데 대신 대답해주셔서 캄사.

    좀 전에 귀가했어여~~~회의하느라…ㅎㅎ   

  19. Lisa♡

    2010년 2월 10일 at 2:05 오후

    산성님.

    항개도 안우렁참.   

  20. 토종

    2010년 2월 11일 at 1:31 오전

    짱구가 와 이방에 있는데요?
    짱구 빌려주고 돈 받는거 합니꺼?
    광 여사 님
    -짱구는 세종시 하구는 관게없음.ㅋㅋㅋ-

    짱구 멋있다.
    니는 전세계가 알아주는 인물이다.   

  21. Lisa♡

    2010년 2월 11일 at 1:38 오전

    토종님.

    으하하하….전세계적으루다가 확실합니다.

    이 방에 올려보려고 제가 와이로 좀 먹였어요.

    잘 봐주세요~~질투는 금물이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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