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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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델피 1인3역.

감독, 연출, 주연.

독일.

99분.

대사가 괜찮다.

카운테스는 여자백작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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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씌여진다.

승리자는 누구인가?

야만적인 자들, 전쟁에 이긴 전사, 미친왕, 탐욕스런 반역자들에 의해

영광스런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게 역사의 일면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역사 뒤편의 세계는 그대로 묻혀버리고 마는 숨은 역사가

되어 영원히 비밀로 남아버리기도 한다.

여기에 무정하고, 강하고, 동정심이 없는 아이 하나가 자라면서

군대를 일으켜 죽음마저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갖는다.

엘리자베스 바토리의 이야기다.

많은 영화로 재현이 되었고 트란실바니아(루마니아) 흡혈마녀를 다룬 영화다.

그녀가 흡혈마녀였는지, 혹은 살인자였는지 조작된 루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일설에는 612명의 소녀들을 살해했다고 한다.

살인이나 흡혈하는 드라큘라 이야기가 아니다.

1590년 헝가리 가문에서 태어난 바토리는 15살에 페렌스 나다스키 백작과 결혼을 한다.

이미집안의 하인과의 사랑에서 아이를 출산한 경험을 지닌 여성이었다.

부모들은 그녀를 강인하고 잔인하게 키웠으며 피도 눈물도 없게 만들었다.

사랑하던 하인의 처형장면을 똑똑히 보게 만든 어머니 탓인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병아리를 화분에 넣고 흙을 덮어 며칠 뒤 싹이 자라나 보는 소녀.

단호한 이마.

영리하게 깊숙히박힌 두 눈.

고집스럽게 뻗힌 반듯한 콧날.

잔인한 입술.

그녀는 20살 차이가 나는 순수한 젊은 남자인 기요르기 2세인 이스터반을 운명적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잔인한 운명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두렵고 부러운 존재로 각인되었던 그녀에 대한 명성은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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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햇살속에서 거울을 들여다 보먼 그녀는 얼굴의 주름에 아연실색한다.

점점 젊음을 잃어가는 자신의 모습에서실망을 하며 한편으로는 젊디젊은 이스터반의

사랑을 놓치기 싫어 몸부림을 친다.

머리를빗겨주던 하녀가 순간 잡아당기는 우를 범하자쇠장식의 빗을 던져 하녀얼굴이 찢어지고

그 피가 바토리의 얼굴에 튀게 된다.

피를 닦으려던 그녀는 밝은 햇볕에 비친얼굴의 핏빛에서 뭔가를 발견하게 되고

그때부터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구가엄청난 파국을 몰고 오게되고 그녀는 미쳐간다.

이스터반이 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갇히고 순응하듯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그의 편지도 그녀의 편지도 농간에 의해 서로 받지 못하게 되자 그녀는 그가 자기를

버렸으며 늙은 자신을 더욱 한탄하게 된다.

왜 우리는 스무살이나 차이가 나는 걸까?

위의 사진은 그녀만 검게 실루엣으로 표현되는 장면인데 멋지다.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어두움 속에 갇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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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터반 역에는 라벤더의 연인에 나왔던 다니엘 뷔렐이다.

라벤더에서도 노년의 두 자매에게 사랑을 받으며 그의 자른 머리카락을

간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엘리자베스 바토리가 잠자던 그의

머리키락을 살짝 잘라내어 간직하다 사랑을 못이겨 자기 가슴을 칼로 찢고

가슴속에 그의 머리칼을 집어넣는 장면이 나온다.

인상적이다.

이해할 수 있다.

이스터반의 아버지는 가짜 편지로 그녀의가슴에 못박히는 말을 하는데

‘존경의 감정을 사랑으로 착각했다’ 고 썼다.

아버지 역에는 윌리엄 허트가 등장한다.

잔인한 승리자로 하나의 역사를 씌여지게 한 장본인이다.

그녀가 한 말 중에 every moment 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모든 순간들을

이스터반에 대한 애끓는 사랑으로 남은 인생을 바치게 된다.

소녀들, 그 중에도 처녀여야만 하는 .. 그 소녀들은 텅빈 채 주검으로 발견이 된다.

모든 피를 낱낱이 빨려버린 채로.

처음엔 피를 바르다가, 나중에 피목욕으로 미에 대한 허영을 만족시키는 그녀.

예전에 나온 러시아 영화인 바토리의 포스터이다.

델피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깊이를 알 수 없고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그래도 멋진 의상들, 고성, 세익스피어를 연상시키는 대사들과

줄리 델피의 차가운 표정과 변함없는 집착연기가 좋았다.

멋진 대사 몇가지를 옮겨볼까?

-순수한 젊은 남자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욕망은 덧없는 것.

-시간은 아름다움에 대해선 가혹하기 그지없군.

-아첨은 비밀스런 적이야.

-유혹은 당신의 취미가 아닐텐데요?

-당신이 내 고통을 치료할까봐 겁나는군요.

-시간의 순리속에 아름다움이 있어요.

-두려움과 무관심을 이기기 위해 사람들은 입으로 평화를 말한다.

-그는 언제나 유행이 지난 옷을 입고 있어.

그렇게 피를 좋아하던 그녀는 결국 마지막에 자기 피 위에

누워서 죽게된다.

루마니아 여자백작인 엘리자베스 바토리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속에서,

책 속에서 한 달에 100명의 소녀 피를 필요로 한 흡혈마녀로 전해진다.

2 Comments

  1. 색연필

    2010년 2월 20일 at 4:35 오전

    리사님 덕분에
    지난번 <오랫 동안 당신을..>서울 시네마에서 봤어요^^

    <카운테스>도 봐야겠어요~
    새해 첫 영화로~ㅋ
    메모 들어갑니다~^^

       

  2. Lisa♡

    2010년 2월 20일 at 8:19 오전

    색연필님.

    이 거 아마 지금 안 할 겁니다.

    좀 기다려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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