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멜빵 바지를 입고 체크무늬 모자를 눌러 쓴 곱슬머리 남자손님이 삐죽한 키를 한, 마치
마술쇼라도 나올 듯한 바글거리는 파마 머리를 한 남자와 마주 앉아 체스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깡마른 체형의 특이한 느낌을 풍기는 혹은 방금 지휘를 마치고 쉬고 있는 모습의
지휘자처럼 검은 양복을 정갈하게 입은 남자가 턱을 괴고 구경 중이었다.
흐렸거나 비가 왔었다면 더욱 그 곳이 프랑스 파리의 어느 뒷골목 쯤으로 보였을 것이다.
포와로라도 그 카이젤 수염을 하고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배를 안고 들어왔다면 나 아마 놀래서
벌떡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 년에 한 두번 정도가는 예쁜 앤틱풍의 초콜렛가게다.
나는 가서 무얼하냐?
초콜렛은 사지 않는다.
내 애인도 아마 그런 쵸콜렛을 선뜻 사주진 못할 거라 여겨진다.
그리고 그렇게 선뜻사주어도 먹는데 뜸을 들일 게 분명하다.
너무나 비싸고 그 강한 터프한 맛이 내 혀를 마비시킬테니까.
난 이 집을 좋아한다.
비밀스레 간직하는 집처럼 누가 날더러 어디 좋은데 데려가줘~ 하면
으례드보브가 물방울이 수면 위로 오르듯 기억이 나곤한다.
오랫동안 뜸했다.
우연히 발길이 닿은 드보브엔 소금을 진열해놓았고
팔고 있었다.
그 유명한 프랑스의 소금인가요?
아니란다..신안군 소금이란다.
그것도 구경만 할 거예요.
내가 늘 애용하는, 3명이 들어가면 가득 차 버리는 엔틱방으로
몸을 넣으며"여기 코코아 3잔 주세요~~"
오랜 시간이 흐르자 코코아가 들어온다.
레이스로 만든 느낌의 잔에..우아하고 조심스레.
짙은 코코아의 깊은 맛이 내 코를 지나 내 뇌까지 전달된다.
평소에 코코아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때만은 내 사랑 코코아가 된다.
프랑스 정통 블랙 초콜릿의 명가.
드보브 에 갈레.
여긴 드보브 에 갈레의 코리아.
이 작은 집에서 이 쵸콜릿 마니아들에게 초콜릿을 배달해주고
팔기도 하고 서로 정보도 나눈다.
내가 듣기로는 주인장이 프랑스에 살 때 이 쵸콜릿에 반해서
수입을 결정하고 앤틱소품들이나 가구들을 좋아해서
자기 집 아래 반지하 가게식으로 만들어 오픈했다고 들었지…?
이 집에 가고픈 분들은 가시면 반드시 화장실을 가시라.
밖으로 통한 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지라.
살짝 눈을 돌릴 기회가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96-3
02)3446-3726,3706
www.debauve-et-gallais.co.kr
더 이상의 소개가 필요하신 분은 직접 가보시길…
자동차를 갖고 가신 분은 근처에 박영덕 화랑앞이나
골목길에 적당히 세우면 된다.
쵸콜릿 좋아하시는 분들 강추입니다.
비싸서 사기 뭣하신데 꼭 사보고 싶다면 2500원하는 쵸콜릿
두어 개 사서 맛보시면 되구요.
김진아
2010년 2월 25일 at 4:51 오전
보물섬 같아요.^^
리사님 블로그엔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거나,
영원히 모르고 지나치는 곳들을 알려주세요.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사진으로 글로 만나보는 재미가 여간 좋은게 아니거든요 ㅎㅎ
Lisa♡
2010년 2월 25일 at 6:49 오전
진아님.
우리나라에도 은밀하게
빛나는 곳 많죠?
재미있는 곳도, 세련된 곳도…
그래서 즐겁고 대리만족하세요.
저런 곳도 있구나…이렇게요~~
그래서 진아님이 좋아요.
저도 그렇게 자주 가지는 못하거든요.
그럴 필요도 없구요.
그러나 진아님이 가신다면 제가 기꺼이
코코아값을 낼께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