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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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람이다 라는 말이 있다.

가서 만나는 사람과 같이 가는 사람을 다 포함한 말이다.

소녀들처럼 재잘거리며 금기라도 이야기할랴치면 목소리가 작아지는…

살면서 부닥친 많은 사람들의 기이한 삶도, 우여곡절 끝에 쟁취한 사랑도

또 그들의 부단한 만남도 이별도 모두 누구에게나 연결되어있는 삶이자,

타인이지만 내게도 속해있는 면면들에 우리는 같이 공감하고 애타하고

즐거워하고 이해한다.

바다 끝 절벽처럼 生이 다하는 날이 있겠지만 그래도 가는 그 날까지

우리가 즐겨야 할 것들은 무방비하게 그 자리에 있으며 우리를 기다린다.

어느 시기에, 어떻게, 누구와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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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포에서 지심도 가는 10시반 배를 타려니일찍 서둘러야했다.

리조트를 충분히 만끽하지 못한 채 아침 8시에 출발한 우리일행은

서호시장의 4000원시레기국밥집부터 들러 든든한 아침요기를 했다.

네비게이션으로는 10시26분 도착이라는데 탄탄한 운전실력을 지닌 달려라 하니를

닮은 우리의 주인공 오공은 정확하게 10시 15분에 우리를 선착장에 내려주었다.

풍랑이 좀 거친 날…빗방울조차 우리를 반기던 날이었다.

지심도의 붉은 핏빛 동백의 비를 그 얼마나 보고파했던가.

왕복 12000원을 주고 간 지심도는 그냥 그 돈으로 해안을 끼고 산림욕을

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선연한 동백도, 비로 떨어진다는 동백도..있다는 거야? 없다는거야?

기대를 품은 것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장소가 있다.

그러나 오래된 동백나무들이 비탈에 우글거리는 모습과 작은 섬이라는데서

..또 거친 풍랑을 오르내리며 곡예처럼 탄 배가 그 어디야? 한다.

긴머리소녀와 하니와 올리브와 베티붚이 있는데 그 어떠면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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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를 나온 우리는 백만석 식당으로 향했다.

멍게 비빔밥과 도다리쑥국을 시켰으나 쑥이 다 떨어졌단다.

그래도 비빔밥에 딸려나온 지리는 아주아주 맛있었다.

파이는 이렇게 맛난 지리는 첨이야~~라며 맛나한다.

배멀미를 한 오드리님은 연방 쓰러질 기세다.

멀미라면 명함 쫌 내미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데 .. 내가 나를 생각해도

아주 건강해진 모습이 느껴진다.

몸이 불편하면 인상도 자주 쓰고, 말투도 신경질적이 되고

뭐든 즐거움이 감소되기 마련이다.

여행도 건강이 통할 때 더 즐겁다.

물론 정신건강도 중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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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블랙홀이 나라고 했다.

어떤 주제가 나오면 그 주제를 잡아서 꿀꺽 삼키는 게 나라고 한다.

헉———그런데 나 맞는 것 확실하다.

그걸 즐기고 분류하고 분석하고 나눠 가지고 깔깔거리고 하는 나머지에

비해 나는 그냥 결론을 말해버리고는 삼켜 버리는 블랙홀일 때가 있다.

또 내게는 공주병 기질이 있다고 한다.

누구는 절대 아니라고 한다.

내 볼 때 나는 공주병 기질도 있지만 더 정답은 잘난 척 한다는 게 맞다.

그러나 오만하거나 못되먹은 성격은 없다.

그건 진짜진짜 맞는 말이다.

누가 내 단점을 이야기하면 때로는 기분이 나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고치려고 노력은 한다.

여지껏 살아온 버릇이 쉽게 고쳐질리 만무하다.

그러나그러나 말이야~~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은 그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지 모른단 말야.

머리가 많이 나빠졌고 무기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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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와는 달리 경부고속도로는 비교적 잘 뚫렸다.

그래도 6시간 이상은 걸렸다.

촉촉하게 봄비가 대지를 적시는 밤이었다.

긴거리를 운전한 손기사에게 정말 고맙다.

늘 내가 운전을 주로 하다가 이번엔 편히갔더니 외려 맘이 불편하다.

파이덕분에 ES 리조트도 가보고, 오드리님의 입담에 행복했고

뭔가 신세를 진 기분이다.

때로는 깊고 진지한 이야기를 상대에 대해 하다보면 맘 다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대화는 항상 주제를 다른 곳에 놓고 진지해져야 한다.

어느 정도 나이라는 걸 먹게되면 다른 주제를 이야기해도 자기 해당사항은

스스로 알아듣고 판단하고 자제하고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우리가 어느새 그런 나이가 되었다.

나이라는 것, 즉 세월은 그냥 먹어지는 건 아니다.

내 여행의 결론에는 나이라는 게 매달려 있다.

15 Comments

  1. 데레사

    2010년 3월 15일 at 1:06 오전

    지심도의 동백꽃이 다 져버렸나 봐요.
    3월 1일에 내가 갔을때는 그래도 꽤 있었거든요. 100 년 님은 나무들이라
    꽃이 많이 안 피고 또 꽃송이가 작다는 설명을 들었어요.

    다시 한번 거제 앞바다 구경 잘합니다.   

  2. Lisa♡

    2010년 3월 15일 at 1:35 오전

    데레사님.

    생각했답니다.
    그때 많이 피었었군요.
    봉오리가 다 열리지 않은 것도 있고해서
    아직 안피었는지 피었는지
    구분이 안가는 거 있죠.
    떨어진 것도 많이 안보이구요.   

  3. 金漢德

    2010년 3월 15일 at 1:47 오전

    동백은 아직 안피었을터, 지심도는 여름에 낚시가면 좋은데 비오고 날씨 안 좋은 요즘 그저 산뜻한 바다 내음만 맡아도 본전 뽑았겠다.   

  4. 오드리

    2010년 3월 15일 at 2:01 오전

    리사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붉은 동백, 날 버리고 늬들만 봤지…….흑흑   

  5. Lisa♡

    2010년 3월 15일 at 2:02 오전

    네 —-김한덕님.

    동백이 저를 실망시켰답니다.

    본전이야 같이 간 이들이 좋으니 그냥 뽑는거죠.   

  6. Lisa♡

    2010년 3월 15일 at 2:04 오전

    오드리님.

    파이님 왈~~내가 동백을 닮았대요.

    기분 좋아요….동백이라 불러줘요.

    그러고보니 동백과 인연이 좀 깊어요//제가.   

  7. 추억

    2010년 3월 15일 at 4:10 오전

    조블 친구들끼리 여행을 갔군요, 부럽습니다요, 근데 경부고속도로를 6시간 운전해왔다면 틀림없이 대구를 지나갔을텐데 연락을 했엇드라면 식사를 한번 모실 영광을 가질 수가 있었는데 아쉽군요,,,,워낙 추억이란 작자가 재미가 없고 인기가 없어 생각도 나지 않았군요,,,ㅋㅋ    

  8. 화창

    2010년 3월 15일 at 8:01 오전

    지심도에는 노지심이 사나요?

    영화소재로 손색이 없는 네분의 깔깔여행…. 우리는 그 여행기를 참 편안한 마음으로 흥미있게 읽고 있네요!   

  9. Lisa♡

    2010년 3월 15일 at 3:23 오후

    추억님.

    저희들 엄청 바빴어요.
    대구들르거나 부산들르거나 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답니다.
    후후후…그래도 마음만은 고맙습니다.   

  10. Lisa♡

    2010년 3월 15일 at 3:24 오후

    화창님.

    웃음이 늘 넘치는 분위기 아시죠?
    무슨 말만 하면 자지러지는 그런..
    영화소재로는 좀 그렇고…그 중에
    한 명은 영화속 주인공 같은 여자 있긴해요.   

  11. 벤조

    2010년 3월 15일 at 4:40 오후

    그럼 이제 닉을 바꿔봐요.
    미자, 비올렛타, 아니면 동백…

    이 중 하나는 위의 댓글에 맞는 이름이 되겠네요. 크 크 끄윽~
       

  12. Lisa♡

    2010년 3월 15일 at 10:16 오후

    벤조님.

    동백으로 바꿀까요?

    리사동백, 혹은 동백리사..
    혹은 동백미인, 혹은 동백!   

  13. shlee

    2010년 3월 16일 at 7:02 오전

    꽃보다 여자
    F4 사진이 없어서 아쉽네요.

    11번째 동백꽃 사진으로 달래봅니다.   

  14. Lisa♡

    2010년 3월 16일 at 3:21 오후

    쉬리님,

    제가요~~

    꽃보다 남자가 뭔지 모른다는 거…

    으쩌냐?

    그 ,F4요…저도 아쉽네요.ㅎㅎ   

  15. 리나아

    2010년 3월 16일 at 4:03 오후

    어디든 훌쩍~ 쉽게 떠나는거 보면…
    부럽기 그지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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