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울, 서울

해발 37미터의 높이에 북위 37도 34분, 동경 127도 6분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서울은 높은 산봉우리와 급격히 경사진 산비탈이 만든 산줄기에 둘러싸여 있다.

비록 도시 중간에 삼각산이 있기는 하지만, 높이 8백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서울의 도시 면적은

엄청나게 넓다.

심지어 도성안에서 호랑이와 삵괭이를 사냥하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다.

입산이 금지된 서울의 산들은 산등성이 사이사이에 검은 바위투성이나

뒤틀린 소나무의 황폐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자주빛 황혼이 지는 저녁이면 모든 산봉우리들이 마치 반투명의 핑크빛 자수정처럼 빛난다.

산그늘에는 코발트색이 깃들고 하늘은 초록색 안개가 베일처럼 언덕을 감싸는 이른 봄이면

경치는 너무나 황홀하다.

언덕받이에는 진달래가 불꽃의 화엽처럼, 터뜨려진 체리열매처럼 피어나고

막 꽃 봉오리가 열리려는 벚꽃의 전율을 예기치 않은 골목에서 만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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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이사벨라 비숍이 본 1800년대 말의 서울의 풍경이다.

그녀에 의하면 좁고 진흙이 많은 길로 빼곡히 사람들이 넘쳤으며

검은 모자에 하얀두루마기를 입은 남자들은 하릴없이 길을 배회했으며

여자들은 거리에서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한다.

거리는 더러운 오물들로 넘쳐났으며 마포나 제물포 항으로 이르는

길 가는 지저분하고 비탈졌으며 마포는 토산품을 파는 자잘한 구멍가게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서울에는 성벽이 길고 높고 낮게 이어져 있었으며, 길가에 있는 껍질 벗겨진

소나무들은 사람들이 그 껍질을 벗겨서 먹은 탓이라고 했다.

빛바래가는 왕조의 광휘와 필설로는 형용할 수 없는 궁핍한 생활을 하는

빈민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울시민들은 25만 정도로 오랑캐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치기도 했으며 예법과 관습과 중세적인 군주국의 수도로서의

면모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서울은 제법 큰 수도로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이만한 입지 조건은 없다고 그녀는 술회했다.

2(31).jpg

그 당시 마포의 모습이다.

..마포나루에서 배를 타는 이들은 그 배의 느림과

구조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사벨라 비숍의 책 중에서.

18 Comments

  1. 벤조

    2010년 3월 29일 at 2:04 오전

    저 핑크빛 하일라이트 한 부분,
    "서울,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런데, 왜 쓰다 말았어요?
       

  2. Lisa♡

    2010년 3월 29일 at 2:19 오전

    너무 길고

    뒤에는 복잡한 풍경들이….ㅎㅎ   

  3. 밤과꿈

    2010년 3월 29일 at 2:28 오전

    비숍 여사의 책을 읽었는데
    우리나라를 심성이 곱고 착한 민족의 나라로 표현했더군요~

    어쩌다가 이렇게 각박해지고
    북한 애들은 악랄해졌는지…   

  4. 추억

    2010년 3월 29일 at 2:32 오전

    이사벨라 비숍의 조선견문록에 보면 그 녀가 한강따라 나룻배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고 들은 얘기들이 있는데 초가집에서 하룻밤을 자는데 모기들이 너무 많아 한잠도 못 잔 얘기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당시 지배계급인 양반들의 건달생활과 무위도식에 관한얘기도 있고 아름다운 산하에 대한 극찬도 있고요,,,   

  5. Lisa♡

    2010년 3월 29일 at 9:27 오전

    밤과꿈님.

    북한요?

    본래 사람이 몰리면 그렇게 변할 수 있지 않나요?
    요즘 생각하는 건데 친구끼리나 아는 사람끼리도
    너무 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비숍여사는 우리나라가 두고두고 생각났다지요?   

  6. Lisa♡

    2010년 3월 29일 at 9:28 오전

    추억님.

    그 책이 그 책인가보네요.
    제가 읽은 책요—ㅎㅎ   

  7. 꿈꾸는 냥이~

    2010년 3월 29일 at 10:41 오전

    충격적이고 믿어지지 않는 슬픈 사진입니다. 에효~
    침략에 의해서 많은 상처와 문화를 잃어버린 아픔은
    사진만으로도 짠~하게 느껴집니다.

    훌륭한 성품과 문화와 예절이 넘치는 멋진 나라.. 잃어버린
    무언가를 어서 찾았으면 합니다. ^^;;

    화창한 주말 잘 보내셨어요? 봄이 왔나 싶은데 조만간 다시
    황사가 온다니.. 씁쓸합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언제나 행복 행복하세요.. 꾸벅~    

  8. Lisa♡

    2010년 3월 29일 at 1:05 오후

    이 사진으로 충격을?
    아고 우리 냥이님이 맴이 약하구먼요.
    난 이런 사진도 좋은데..

    그렇지만 이로어버린 무언가는 분명히
    있구요, 그럼요, 있구말구요.

    황사가 문제네요…ㅎㅎ
    냥이님///잘 지내시는 거 맞죠?   

  9. 화창

    2010년 3월 29일 at 1:18 오후

    잠자는 한국인들…… 우리 민족에게 지금과 같은 역동의 기운이 숨어 있을 줄은 그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10. Lisa♡

    2010년 3월 29일 at 2:08 오후

    앞으로는 더욱 역동적으로

    세상의 중심이 될 거라 믿습니다.   

  11. 고운새깔(Gose)

    2010년 3월 29일 at 2:24 오후

    "참착하게 사는 백성들인데…." 하는 생각이듭니다 북한을 보세요 역시 지도자를 잘만나야하는 생각도들고 사진들을 보니 좀 착찹해지내요
    제방 방문 감사해요 여기는 아침7시좀지났군요 좋은아침 상긋한 아침하루만드세요    

  12. Lisa♡

    2010년 3월 29일 at 2:39 오후

    고운새깔님.

    ㅎㅎㅎ—-

    어느나라나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하죠..
    우리나라도 정치가 좀 더 멋지게 발전했으면
    합니다.
    저 사진들요? 100년도 전인 걸요.
    여늬 나라나 다 그 시대라는 게 있기에
    다들 지난 과거는 비참하거나 또 아련하거나…ㅎㅎ
    아침이군요…..날씨 좋아요?   

  13. 오현기

    2010년 3월 29일 at 2:45 오후

    이미 1백년 전에 비숍이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면 안된다고 일갈한 것이네요.
    표현들에서 당시의 모습들 그림이 그려져요.    

  14. Lisa♡

    2010년 3월 29일 at 2:49 오후

    저기 분홍색으로 씌여진 부분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져요.

    정말 아름다웠을 겁니다.

    보고싶어지거든요.   

  15. 오현기

    2010년 3월 29일 at 3:06 오후

    아마 삼각산 인수봉과 진달래 능선을 보고 묘사한 것 같습니다. 산천은 의구하니 요즘도 때를 잘 맞추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6. Lisa♡

    2010년 3월 29일 at 3:12 오후

    그러나 대기가 아니겠죠?   

  17. 지기자

    2010년 3월 30일 at 2:40 오전

    요즘 제가 다루는 ‘제국의황혼’ 얘기네요.
    당시 우리 민족은 서양 문물에는 뒤져있었지만 정신은 살아있었고, 그것이 오늘날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18. Lisa♡

    2010년 3월 30일 at 8:55 오전

    지기자님.

    앞으로도 우리가 그런 정신을 잘 간직하고
    발전시키면 세계속의 한국으로 거듭날텐데 말입니다.
    말로만 선진국하지말고 문화를 사랑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그대로 살리면서 세계화하는 걸 바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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