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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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보부아르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젓을 물리고

모성애적인 본능에 충실한 부분에 치를 떤 여성이란다.

아이 자체에 관심이 없었으며 그런 것에 시간낭비하는 걸

못마땅해 했다.

나는 그녀만큼의 지성을 갖추지 못해서인지 아이가 너무 좋다.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다가 낡은 액자 속의 둘째 녀석 사진을

보면서 그때도 나는 아이의 팔꿈치, 손등, 보송보송한 털,

엷디엷게 비치던 분홍입술, 곱슬거리는 머리칼, 때가 낀 손톱,

으앙 울 때면 보이던 아이의 목젖, 두툼한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질 때의

감촉 등, 행복감이 환하게 떠오른다.

이젠 그 아이들이 자라서 다시 아이를 낳으면 미치도록 흠뻑 그런

아름다움에 젖을 수 있을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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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는 뤽상부르그 공원의 벤취에 앉아서 샤르트르가 말하는

철학의 한 부분을 3시간동안 듣다가 고백을 하게 된다.

내가 그리도 원하던영혼의 동반자를 만났다고..

나도 한 때는 우아한 영혼을 만나고 싶었다.

내 영혼을 흔들리게 하는 영혼의 소유자를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모든 바램이 일반적인 범인에겐 얼마나 허망한 바램인지 안다.

그러기엔 많은 것이 이미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속물근성이내재해있었다.

여성에게 결혼은 많은 남자의 관심을 한 남자의 무관심과 바꾸는 것이란다.

결혼은 두 사람이 합법적으로 누리는 고독이라고도 누군가 말했다.

죽을 때까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아가야 할 동반자에게서

과연 우리는 어떤 영혼의 소리를 들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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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는 샤르트르의 외모를 보기보다는 내면을 보았다.

자기가 그토록 꿈꾸던 햇살 가득한 서재에서 부부가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철학을 논하는 이상에 맞는 남자라 여겼다.

사팔뜨기에 키도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족히 작은 땅딸막한 남자에

피부는 울퉁불퉁한 그야말로 여자들이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을

외모의 그를 열렬히 죽도록 아니 죽고 나서도 그의 곁은 고집한다.

나도 남자의 외모를 안보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꽃미남 스타일의 귀태나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어느 새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한 남자를 좋아하는 야수파로 변했다.

진실한 남자가 좋다.

게다가 기대어도 듬직한 남성다움이 가득한 남자가 좋다.

철학을 몰라도, 영혼의 소리가 그다지 우아하지 않아도 나만을 사랑하고

곁에서 늘 함께하며 힘이 쎈 남자가 좋다.

그런데 다들 날더러 외모 많이 보는 편이라고 한다.

은근히 보긴 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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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는 3가지 조건을 내걸고 샤르트르와 계약결혼을 한다.

처음엔 2년간.

1,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에 딴지 걸지 않기.

2, 비밀은 없기.

3,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3번은 지키기 쉬운거라 잘 지켜지지만 나머지 두 개는 지키지 못한다.

비밀이 없는 부부가 있을런지 모르겠다.

나도 비밀이라면 비밀이 있다.

남편도 비밀이 있을 것이다.

샤르트르를 떠나 미국인 작가와 사랑에 빠졌던 그녀는 그가프로포즈를 하자

결코 샤르트르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면서 파리로 돌아왔다.

물론 샤르트르는 끝없는 방황을 여성들과 헤매는 걸로 위로하고 있었다.

보부아르는 죽을 때 사르트르 곁에 묻히면서 손가락에는다른 남자가 준 반지를

끼고 묻히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를 일이다.

진짜다.

나도 누가 다이야 반지 하나 해주면 끼고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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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omments

  1. 재즈가이

    2010년 4월 6일 at 3:18 오후

    리사님의 취향은 정말… 못말려!!!

    꽃미남, 귀태, 원초적 본능, 진실, 남성다움, 철학, 영혼의 소리, 나만을 사랑, 힘 센…
    이 중 하나도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

    또 그 커플이 웃기는 것이 계약결혼을 왜 한다는 것인지?
    그냥 그렇게 지내면 되는거 아닌지?
    ㅎㅎㅎ

    한 이성을 선택한다는 것은 지구상의 나머지 30억 이성을 포기한다는 것인데
    뭐?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에 딴지 걸지않기?
    완전히 웃기는 거… ㅎㅎㅎ…

    뢱상부르 정원 가까이에 몽파르나스 묘지가 있어요.
    여기엔 유명 예술인들의 무덤이 있는데
    사르트르와 보봐르가 뢱상부르 정원에서 놀았다면
    그들의 무덤도 혹시 몽파르나스 묘지에 있을지 모르겠군요.
       

  2. Lisa♡

    2010년 4월 6일 at 3:42 오후

    몽파르나스에 있습니다.

    같은 묘비를 쓰고 있지요.

    파리 방문시에 꼭 가볼 곳이죠?

    꽃미남, 귀태, 원초적 본능, 진실, 남성다움, 철학, 영혼의 소리, 나만을 사랑, 힘 센…
    이 중 하나도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

    ……………..걍 해보는 소리지요.
    귀담아 듣지 마세요.후후후.   

  3. 흙둔지

    2010년 4월 6일 at 8:43 오후

    오만하다는 표현이 기가 막히게 어울릴 듯한 여인이 바로 시몬느겠지요…
    그 여인 비록 소울 메이트와의 인연이라고 해도 허망하다는 것은 몰랐을겝니다.

    올만에 찾아뵙습니다.
    여전한 모습에 미소 짓고 갑니데이~~~
       

  4. 화창

    2010년 4월 6일 at 8:53 오후

    사람의 마음이란…. 마음가는대로 살 수도 없고…. 마음가는 것을 절제하며 살자니 행복하지 않고…. 어렵기는 하지요!

    마음가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1. 무책임한 사람 2. 초월한 사람 3. 행복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사람   

  5. 안영일

    2010년 4월 6일 at 9:27 오후

    여자의 마음을 옴작 달삭 못하게 잡는방범은 *순식간에 아이는 흥부네처럼 많히낳고 째지게 가난하면 * 여자어디 한눈팔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시행하기가 참으로 난처한 현실의 가방끈으로 인하여, 학문이 깊으네 어쩌구 자랑을 앞세우고 체면을 커텐으로 하다보면 여자들 치마폭에 문어에잡흰 먹이꼴이되는것이 남자들 아닌지 ?하면서 망상을 해보았읍니다, **파리의 몽마르뜨언덕아래는 잔발잔의 시대부터 파리의 묘지의 수명이 다되면 개토를 하고 탈골된 뼈들을 해골은 해골대로 큰뼈는 큰뼈대로 야적장의 벽돌처럼 자하공간에 쌓아놓았더군요, 디스커버리에서 본 다큐중 의 생각이 나는 장면입니다,**누구를 위하여 종은울리나 ** 돌아간자일가 아니면 태어나는 자일가 ,와인 이름이 오늘은 FAT BASTARD 라 그런지 ? 괴상한 생각에 호리병 박 히데요시와 리규, 그리고 향합의 조선여인이 생각이나는군요, 조금있으면 아이들이 오겠군요,기다리는 부모마움 즐거우실것 입니다, 같이 기다려 봄니다,

       

  6. Lisa♡

    2010년 4월 6일 at 10:06 오후

    흙둔지님.

    오랜만입니다.
       

  7. Lisa♡

    2010년 4월 6일 at 10:06 오후

    화창님.

    2 번하고 3 번 마음에 드는데요.
    행복할 자격보다 초월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구…   

  8. Lisa♡

    2010년 4월 6일 at 10:07 오후

    안영일님.

    아이들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고3입니다.   

  9. 벤조

    2010년 4월 7일 at 1:16 오전

    보봐르,
    당신 그거 알어?
    우리처럼 아이를 셋이나 낳은 여자들의 그 심오한 자궁을!
       

  10. Lisa♡

    2010년 4월 7일 at 1:33 오전

    우와~~~벤조님.

    짝짝짝!!!

    멋땡이 아줌마.   

  11. Hansa

    2010년 4월 7일 at 2:20 오전

    리사님 아이들 이야기 좋습니다.
    글속에 애기 냄새가 나는 거 같아요.
    그토록 아이들이 이쁜데, 자랄수록 자기들끼리 놉니다.. 하하

       

  12. 오를리

    2010년 4월 7일 at 3:40 오전

    난 비밀이 무지 많은데..
    아마 이세상 남자들 아내에게 숨기는 비밀이
    없으면 푹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ㅎㅎㅎㅎ   

  13. shlee

    2010년 4월 7일 at 6:11 오전

    결혼 계약기간이 연장된거네요.
    무기한~
    사르트르는 다이아 반지도 다른 남자가 해 주니…
    땡 잡은 남자?
    사실 인물 뜯어 먹고 살 건 아니죠.
    나이 먹으면
    얼굴의 평준화
    지식의 평준화
    남녀의 평준화~
       

  14. Lisa♡

    2010년 4월 7일 at 9:26 오전

    한사님.

    글이 좋다면 그렇게 남들이 느낀다면
    그건 진정한 애정이 묻어나서 일까요?
    ㅎㅎㅎ….애기냄새 너무 좋쵸?
    자랄수록 자기들끼리 놀고 부모보다는 친구를
    그렇게 변해 가는 게 이치인가봐요.
    저 또한 그랬구요.
    갈수록 까칠해지는 아들이 기분좋은 어느 날
    애교를 떨면서 오랜만에 전화를 받으니 하루종일
    기분이 좋더라구요.
    제 엄마도 오빠가 왔다 간 날은 콧노래를 부르던 모습이..ㅎ   

  15. Lisa♡

    2010년 4월 7일 at 9:27 오전

    오를리님.

    저는 그 비밀 다 이해해요.
    비밀이 없는 사람은 매력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비밀,,,,비밀스럽죠?   

  16. Lisa♡

    2010년 4월 7일 at 9:30 오전

    쉬리님.

    사르트르 땡잡은 거 맞네요.ㅎㅎ

    인물은 흔히 말하는 잘 생겼다는 기준말고요.
    자기가 원하는 우러남이 들어있는 남자요.
    그러니까 자기기준이겠죠?
    남자 얼굴은 이력서랍니다.
    여자얼굴요?
    청구서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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