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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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

먹물염색을 했다.

내가 준비한 고무장갑은 구멍이 금새 나는 통에 내 손톱은

지저분하고 촌스러운 장난꾸러기 아이들처럼 때가 낀 모습으로 변했다.

여태껏 한 염색 중에 제일 힘든 과정이다.

천을 주물르는 시간도 30 분 이상에 그 후에도 100번 이상을

힘을 주어 쳐대어야 한다.

이 모든 걸 외고있는 선생님이 신기하게 보인다.

20명 정도의 인원이 시끄럽게 쳐대니 여간 머리 아픈 게 아니다.

곱게 접은 먹물 입힌 천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세게 계속 쳐야한다.

그리고 말려서 다시 물을 98% 정도 뺀 후에 다시 쳐야 한다.

마치 반죽을 쫄깃하게 하는 느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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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자리를 잡고 누웠다.

피곤함과 우울함이 겹쳐 일찍 자려고 했다.

읽던 책의 마지막 부분이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그 재미가 재촉하는 흐름이 있기에 가물거리며

침대에 누워 있는 중에 오랜만에 와인이나 한 잔 하자며

J 가 전화다.

약간의 갈등 끝에 J와 만났다.

우리는 10년이 된 친구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알고 있는 이해부분과 그 너머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보니어느 정도 사람은 다 비슷한 감정을 가진 모양이다.

뱉던지, 삼키던지.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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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구비가 뚜렷해서인지 화장을 하면 강해 보인다.

즉 좀 쎄게 보인다.

내추럴함이 내가 편한 부분이지만 가끔은 아주 섹시하게

화장을 하고 싶어진다.

콧등에 빛나는 반짝이도 바르고 싶고, 눈에 까만 아이라인도

해서 깊은 눈을 만들거나 마스카라를 좀 진하게 발라서

무거운 느낌의 눈썹도 연출하고 싶은데 정말이지 난…..

화장을 할 줄 모른다.

언젠가 전문가가 해준 화장을 하고는 내가 아닌 줄 알았다.

아는 분이 네가 이리 이뻤던 적이 있구나 라고 쫑고인지

칭찬이지 모를 말을 하곤했다.

분명 부드러워 보이면서 은은한 화장법이 있을텐데..

다른 건 배우러 다녀도 화장하는 법을 배우러 다니고 싶진 않다.

관심없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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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여사 아들은 죽어라 공부했다.

구토까지 할 정도로 공부를 파고 또 파서 미국의 5위권 안의

MBA를 가서 또 미친듯이 공부를 하고 더불어 재무관리 어쩌고 하는

학위마저 하나 더 받아와 제법 좋은 마케팅 회사에 거액연봉을 받고

입사를 해서 새벽별보기 운동을 하며 회사를 다닌다.

그런 모든 힘든 부분을 이해라도 하는지 거액연봉의 위력은 대단했다.

학교다닐 때 진 빚을 거의 일 년만에 다 갚았고 얼마 전에는

"엄마, 연말정산하고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는데 핸드백 하나 사!!"

하더란다, 그것도 엄청난 금액정도를 툭 던지듯 그 정도면 사지? 했단다.

금액에 놀란 엄마가 그러지말고 거기서 100만원만 줘~ 하자 그래 하면서

듬뿍 더 얹어서 통장에 입금을 바로 시켰더란다.

K여사 왈 "정말 기분 좋더라"

그 기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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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Comments

  1. 화창

    2010년 4월 8일 at 10:30 오후

    우리 아들하고 초, 중 고, 대학, 카투사까지 동기인 엄마끼리도 죽고 못사는 친구가 있는데 서울공대 수석졸업하고 매킨지그룹에 취직을 해서 억대연봉을 받는다네요?

    울 아들하고 젤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인데…울 아들은 아직도 4학년이니…애고~~~   

  2. Lisa♡

    2010년 4월 8일 at 10:36 오후

    화창님.

    매켄지라면 워낙 좋은 회사라..부럽네요.
    아드님도 곧 그렇게 좋은 회사에 취직될 겁니다.
    그 분 아드님은 상대출신인가봐요?
       

  3. 아로운

    2010년 4월 8일 at 11:25 오후

    요즘 철이 그래서인지 학교얘기가 많군요. 아무리 좋은 학교를 다녔어도 인성이 올바르지 않으면 결국 부모속 타는건 물론이고 본인에게도 힘든 멍에가 되지요. 그저 애들은 지들인생이니까 자기네들이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사는걸 보는게 부모의 바램아닐까요.
    게다가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돈 많이 주면 반드시 그만큼 일 시킵니다. 30대 초반까지 죽자고 일해서 35 전후해서 은퇴하는 아이 본적 있습니다. 은퇴한 후에 와이너리 인수해서 자기자 좋아하는 와인 만들고 있답니다.    

  4. 아로운

    2010년 4월 8일 at 11:29 오후

    며칠 전 Temple 이란 영화를 봤는데, Temple Grandin 이란 자폐증 여자아이 이야깁니다. 쉽지않은 환경에서 자라나 대학을 마치고 자기가 원하는 일 – Animal Behavior science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결국 Ph.D 까지 얻어서 가축의 행동반경에 대한 연구에 한 획을 긋는 큰 기여를 합니다. 골치아프게 장래 애들 학교 / 직장문제에 까지 골머리 썪히지 마시고, 신선한 영화 한 편 감상하세요.    

  5. 아로운

    2010년 4월 8일 at 11:36 오후

    한가지 정말로 부럽긴 한건, 애들이 열심히 사는 것 – 공부건, 노는것이건…
    "구토를 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 하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반드시 뭔가 특별한 게 있을거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하기야 부모인 내가 열심히 인생을 살지 않았는데, 애들이 뭘 보고 배웠겠나 하면 이해가 가긴 하지만요.   

  6. ariel

    2010년 4월 9일 at 12:06 오전

    여기 오면 글이 재미있어요..
    저도 메이크업에 관심은 있는데 배우러
    다니는 생각이 없어요. 왜 그런지..

    오늘도 즐겁게 지내세요~~!!^^   

  7. 바위섬

    2010년 4월 9일 at 12:36 오전

    취미가 다양하시네요!! 먹물 염색은 무엇에 쓰는지…

    요즘세상에 아들이 엄마용돈 챙겨주는 거 쉬운 일 아니죠

    윤중로의 벚꽃이 조금 피었더군요..

    한낮의 기온이 16~18도 정도되니 꽃망울을 터뜨리기 적정한 듯..

       

  8. Lisa♡

    2010년 4월 9일 at 1:02 오전

    아로운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지하고픈 거 하면서 행복지수 높이며 사는 게
    제일 좋은 거지요.
    그 와이너리 인수한 아이 정말 부럽네요.
    그러니까 1-5년 투자해서 돈 마련해 그리 된거 아닐까요.
    길을 잘 잡은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영화 좋은 영화라 아이들이 봤을면 좋을 거 같아요.
    아로운님.
    뭐든 자기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할 때 많습니다.ㅎㅎ
    화사한 봄날 아침입니다.   

  9. Lisa♡

    2010년 4월 9일 at 1:03 오전

    아리엘님은 그냥 지금 모습이 좋아요.

    날씬하고 우아하고…

    저도 화장기 없는 얼굴이 제 트레이드마크라고
    그러더군요.
    이젠 나이드니 피부는 좀 맑게 가꾸어야겠어요.   

  10. Lisa♡

    2010년 4월 9일 at 1:04 오전

    바위섬님.

    윤중로 벗꽃은 정말 가보고 싶답니다.

    제가 여태 거기 구경 한 번도 못한 건 그만큼
    관심이 없었다는 뜻인데 다른데는 몰라도 그 곳은
    한 번 정도 밤에 가보고파요.
    그리고 세계불꿏축제도 여의도에서 보고싶더라구요.
    제가 불꽃놀이는 좋아하거든요.   

  11. Lisa♡

    2010년 4월 9일 at 1:05 오전

    아…바위섬님.

    먹물염색요?
    조각보할 때 씁니다.
    연하게 해서 모시발 만들 때 쓰지요.   

  12. 고운새깔(Gose)

    2010년 4월 9일 at 1:27 오전

    먹물은 오징어먹물인가요?
    별거 다하시네요 나중에 다된다음 보여주세요
    금방안되지요
    시간잘쪼개시어 아주유용하게 쓰시는 님이 부럽습니다
    자 쉬면서 띠엄띠엄하세요 좋은저녁되세요   

  13. 광혀니꺼

    2010년 4월 9일 at 6:22 오전

    어깨 주물러 드려요?

    조물락
    조물락~
    짱구도
    안마 잘하는데~보낼까요?
    ㅎㅎ

       

  14. Lisa♡

    2010년 4월 9일 at 7:25 오전

    고운새깔님.

    시간 쪼개어 쓰느라
    매일 정신없어요.
    제가봐도 여분의 시간 활용도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답니다.
    그거 재미있구요.   

  15. Lisa♡

    2010년 4월 9일 at 7:26 오전

    광여사.

    짱구가 해주면
    바로 다 풀릴 듯…

    아..보고싶다.
    시낭송회날은 아~~가
    폼이 쩜 안나드만..본래
    더 이쁜데 말요~~   

  16. 화창

    2010년 4월 10일 at 2:12 오전

    그 친구는 공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랍니다.   

  17. 아카시아향

    2010년 4월 10일 at 6:24 오전

    염색을 한 천으로 무엇을 하시나 했는데
    조각보를 하시는군요. 그럼 참나무 님처럼 퀼트가 되겠네요.
    히야!
    대단하시네요!!
    전 손재주가 없어서…;;
    이런 재주나 취미를 가지신 분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요.

    봄 날…
    봉오리 피워내느라 왼통 꽃들이 에너지를 다 가져가는 바람에
    힘 뺏긴 사람들은 나른나른~~
    사이사이 오수를 즐겨주시면서
    좋은 주말 보내시길요~

       

  18. Lisa♡

    2010년 4월 10일 at 9:39 오전

    화창님.

    그렇군요.

    전자공학과 나와도 매켄지에 가는군요.

       

  19. Lisa♡

    2010년 4월 10일 at 9:40 오전

    향님.

    저도 나른나른하답니다.
    저는 손재주는 그다지 없는 편인데
    손으로 만드는 걸 다 좋아하는지라~
    늘 손이 고생이지요.

    요즘 날씨가 이상해요.
    저온현상이 길고 더웠다 싶다가도
    다시 기온이 내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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