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gdgy00.jpg

그의 문체는 순했고, 정서의 골격을 이루는 사실의 바탕이

튼튼했고 먼 곳을 바라보고 깊은 곳을 들여다 보는 자의 시야에

의해 인도되고 있었다.

그의 사유는 의문을 과장해서 극한으로 밀고 나가지 않았고

서둘러 의문에 답하려는 조급함을 드러내기보다는 의문이 발생할 수 있는

근거의 정당성 여부를 살피고 있었다. 그의 글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하려고 떼를 쓰지 않았으며논리와 사실이 부딪칠 때 논리를 양보하는 자의

너그러움이 있었고, 미리 설정된 사유의 틀 안에 이 세상을 강제로

편입시키지 않았고, 그 틀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세상의 무질서를

잘라서 내버리지 않았으며, 가깝고 작은 것들 속에서 멀고 큰 것을

읽어내는 자의 투시력이 있었다.

그의 글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성찰에 가까웠고 증명이 아니라 수용이었으며

아무것도 결론지으려 하지 않았으며 긍정이나 부정, 그 너머를 향하고

있었는데, 그가 보여주는 모든 폐허 속의 빛은 현재의 빛이었다.

강을 건너고 산맥을 넘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그 초로의 여행자는

관찰자인 동싱에 참여자였고 내부자인 동시에 외부자였으며, 인간이 겪은

시간 전체를 살아가는 생활인이었다

thum_888287757607759.jpg

‘공무도하’는 옛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

이제 옛노래의 선율은 들리지 않고 울음만이 전해오는데,

백수광부는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가려던 것이었을까.

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 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훈

komu.jpg

그랬다.

그는 강 저 편으로 건너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읽으면서 미안했다.

까닭없이 미안했다.

사람들이 많이 아파하며 연기처럼 산다고 생각했다.

뻘냄새를 아득히 맡으면서.

텅 빈 저녁시간처럼~

travel1.jpg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

photo:google

11 Comments

  1. shlee

    2010년 4월 17일 at 7:28 오전

    던적…?
    모르는 말이라 찾아보았어요.
    [하는 짓이 보기에 매우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다.]
    시급한 현안문제 ….풀 수 있을까…   

  2. Lisa♡

    2010년 4월 17일 at 7:35 오전

    글쎄—

    던적이라는 말 많이 쓰는데~~   

  3. Lisa♡

    2010년 4월 17일 at 10:57 오전

    맞습니다.

    어진이들이 더 많은 건 확실해요~~ㅎㅎ   

  4. 오드리

    2010년 4월 17일 at 12:01 오후

    인간은 다 똑같다. 입원환자중 유별난 할머니가 인간은 다 똑같다면서 같은 말은 수십번하더라.   

  5. Lisa♡

    2010년 4월 17일 at 1:47 오후

    다 똑같다는 말은 차원이 다른 말 아닌가?

    ㅎㅎㅎ…인간은 다 똑같은 부분들이 많더라구요.
    하지만 다른 부분들도 무수히 많더라구요.

    그러나 결국 헛된 삶을 산다는 것과 꿈같은 삶을 산다는 거….   

  6. 밤과꿈

    2010년 4월 18일 at 2:18 오전

    미친 남편의 죽음을 그토록 슬퍼했던
    옛 여인의 정서가 오히려 그리운 세상입니다^^*

    오늘날에 저런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면 열녀문이라도 세워줬을텐데…ㅋ

    모든 여인들이 다 제 멋대로라는 말이 아니올시다.
    대한민국은 많은 여인들의 차지가 되어있어 남편들이 제대로
    대우도 못 받고 지내는 요즘 세상을 빗대어 써 본 것일뿐입니다~

    이 아침에 옛 여인 백수광부의 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7. 오를리

    2010년 4월 18일 at 2:23 오전

    인간은 비루하고 치사하고 변덕 스러운것 맞습니다.   

  8. Lisa♡

    2010년 4월 18일 at 9:22 오전

    밤과꿈님.

    여태껏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여성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인간대우를
    절로 못받고 살아왔다는 것..잊지 마세요~~ㅎㅎ   

  9. Lisa♡

    2010년 4월 18일 at 9:23 오전

    오를리님.

    그러나…그러나….

    그래도…그래도…   

  10. 추억

    2010년 4월 18일 at 10:34 오전

    윗 첫 패러그래프의 글은 백수광부의 처가 남편을 두고 쓴 글인가요? 아니면,,, 처가 남편에 대해 쓴 글이라면 너무나 현대적이고 너무나 심오한 통찰이 있는 인격적으로 완전 성숙한 사람에게나 쓸 수 있는 문장같은데,,,아님 김 훈씨가 쓴 글인가요? 원 무식해서,,,ㅉㅉ   

  11. Lisa♡

    2010년 4월 18일 at 11:04 오전

    아…………책 속에 나오는 문장인데

    중국인 타이웨이 교수의 글을 보고 노목희라는
    여자가 쓴 평가입니다.

    저런 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요..ㅎㅎ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