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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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은은하게 들리는 사찰의 종소리는하루의 시작을 든든하게 한다.

잠자리도 바뀌고 옆방의 할아버지들의 이른 기침으로인해 잠을 설쳤지만

티끌만큼의 걸릴 게 없는 투명한 공기 덕에 피곤함을 잊는다.

맛있는 공기랄까.

언젠가 뉴질랜드의 공기를 들여올 날이 생길지 모른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뉴질랜드 산소를 캔에 넣어 팔 거라는 말을 들은 지가 15년이 지났다.

그야말로 깨끗한 공기를 마셔보는 기쁨을 종일 누렸다.

밤새 들리던 계곡 물소리와 더불어 마당에 쫙쫙 쏟아져 내리던 빗소리도

잠에 방해가 되었지만 정겹기만 했다.

비온 뒤의 연두색은 더욱 짙게, 싱싱하게 색을 내고 내 눈에 호사를 준다.

죽을 날을 받은 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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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0원이면 서울서 어지간하게 맛깔스러운 거기에 보기에도

세련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강진에 유명한 해태식당이 있고, 바로 옆에 명동식당이 있다.

해태는 두어 번 가본 곳이라 처음 할머니들이 계실 때랑 맛도

분위기도 아니라 다른 곳, 즉 단품메뉴룰 찾다가 경이가 그래도

자기는 첨인데 한식으로 유명하다니 가보고 싶다는 것..

명동식당으로 정했다.

옥이는 한 술 뜨더니 까다로운 성질 그대로 수저를 놓는다.

영랑생가의 가득 찬 동백木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수줍게 피려하던 모란도 인위적이나마 우리의 위안으로 삼는다.

그리고 다산초당에서 백련사 넘어가는 길의 숲이 그 얼마나

가득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는지 그것만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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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산은 페르시안 카페트가 부럽지 않은 자태였다.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그 포근함이 있었다.

저 위의 꼭대기에서 그저 뒹굴면 옆으로 굴러 내려오고프다는 생각.

요즘 유행한다는 부비부비~~하고프다.

대흥사는 여늬 사찰과는 다른 느낌과 구조였다.

일반적으로 사찰에 들어서면 정 가운데 대웅전이 있는데

왼쪽 옆으로 내려가 따로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어 신선했다.

넙죽 절하면 허리가 드러나던 말던 빌 것이 있사옵니다.

친구들은 모두 카톨릭이라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손바닥을 펴서 위로 올리라는 둥, 발끝을 모으라는 둥, 하며

9번 절을 했다.

종교의 구분을 떠나 유명한 사찰에 인사올리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뭔가 소원을 빌려고 했으나 막상 소원을 빌어봐~

하면 그저 섞이어 잡탕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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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1박2일은 하일라이트가 두륜산 대흥사였고 유선장이었다.

여행시에는 제일 맛집을 찾는 재미도 한 몫을 한다.

미리미리 찾아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

그 동네 토박이에게 물어서 가는 게 제일이다.

해남에 가니 한사님과 광혀니꺼님이 먼저 떠올랐다.

이렇게 좋은 고장에서 살거나 태어났다는 건 축복이다.

서울서 5시간이 넘게 걸리는 시간이지만 즐거웠다.

어딜가나 늘 내가 운전 담당인데 이 번 여행도 널널하게 자면서

쉬면서 갔다.

그간 내가 운전하며 다닌 게 공덕을 쌓은건지 알았다.

차를 갖고가면 운전하는 사람이 제일 수고를 하고 어떠한 경우라도

피해는 그 책임이다.

밤잠을 설치고도, 운전한 利에게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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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사이클대회 심사하러 내려왔다는 남자 두 명이 말을 건다.

어떻게 여자들끼리 이렇게 놀러왔냐며 부럽기도 하고 예의의 그 질문,

남편들이 보내주시나요?(지겹다)

조용한 옥이가 "아니..시대가 어느 때인데 그런 막말질을~~ㅎㅎ~~ㅋㅋ"

"우리는 간다하면 갑니다"

"그대신 남편도 친구들과 여행간다하면 가라합니다요….."

제각각 한마디씩~~후후

나만 아예 노코멘트다.

살면서 친구들과 여행가는 재미도 없이 무슨 재미로 살라꼬~~

18 Comments

  1. 데레사

    2010년 4월 22일 at 11:11 오후

    좋은곳 다녀 오셨네요.
    백련사의 차가 일품인데 스님에게 잘 말 하면 한잔 얻어 마실수도
    있는데요. ㅎㅎ

    영랑생가의 모란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심어져 있지요?

    여자들끼리 다니는 여행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요새도 그런식으로
    말 걸어 오는 사람이 있나 봐요. ㅎㅎ
       

  2. Lisa♡

    2010년 4월 22일 at 11:29 오후

    데레사님.

    백련사의 차방이 문이 꼭 잠겨 있는 거 있죠.

    거기서 바라보는 강진만이 얼마나 멋진데..

    아쉬었답니다//그리고 비도 오니 경치가 진짜…짱이었죠.

    데레사님 이랗게 세련된 댓글을 ~~~기분좋은 아침입니다.   

  3. 오를리

    2010년 4월 22일 at 11:46 오후

    월남에 참전하러 가는길에
    알라스카 공항에서 잠시 쉴때
    공내 매점에 들어가니 신선한
    알라스카 공기가 담긴 맥주병 크기의
    캔을 팔고 있어서 깜짝 놀랐든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비가와 마음이 싱숭생숭해
    도 공부는 취소~~~   

  4. 바위섬

    2010년 4월 23일 at 12:08 오전

    땅끝 마을 해남에 다녀오셨군요…

    10여년전 광주에서 근무할 때 가 본 기억이 납니다..
    장마철이라 억수같이 퍼붓는 빗길을 운전하며 물어 물어 찾아갔던 그 곳
    두륜산,대흥사…..다시 가 보고 싶은 아름다운 지방입니다..

    친구 분들과의 오붓한 여행…살아가는 재미죠…부러워요^^    

  5. Lisa♡

    2010년 4월 23일 at 12:20 오전

    오를리님.

    앨래스카 공기도 아주 시우너할 것 같아요.

    그래도 한국인에게는 한국공기가 최고겠죠?
    공기 맑다는 생각이 부지기수로 들던 날이었지요.   

  6. Lisa♡

    2010년 4월 23일 at 12:20 오전

    바위섬님.

    청산도를 가고팠는데 만약
    화요일에 갔다면(예정이 변경되어서)
    아마 오늘 나오게 되겠네요.ㅎㅎ   

  7. Hansa

    2010년 4월 23일 at 1:16 오전

    대흥사 오셨군요. 리사님.
    저 사는 곳이지만 진정 포근하며 아름다운 절이지요.
    오시면 뵙고 싶은데, 저는 수줍음이 많아서.. 하하.

       

  8. 벤조

    2010년 4월 23일 at 1:55 오전

    카메라 좋은거죠? 그쵸? 그쵸?
    사진을 잘 찍는단말야…볼 줄은 모르지만 느낄줄은 안다고요…ㅎㅎ
       

  9. 守分

    2010년 4월 23일 at 2:15 오전

    블로그 사진들 다 근사합니다…사진기도 좋겠지민 사진들 분위기뿐 아니라 색감이 참 좋은데..리사님은 미적 감각이 있으신 분 같습니다…사진기종이 무엇인지 저도 참 궁금합니다..그리고 늘 좋은 사진 글 잘 보곤 가끔 댓글을 올렸는데…큰 결례인줄 알면서 몇개 삭제했습니다 . 죄송합니다..별다른 뜻이 없었으니 언잖아하시 마십시요…오늘도 가열차고 보람된 날이 되십시요..   

  10. Lisa♡

    2010년 4월 23일 at 2:18 오전

    한사님.

    수줍어 하시는 것 알아요..
    그리고 뵙는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아요.
    서로 결례가 될 가능성이 많구요.
    다니면서 늘 한사님 생각했답니다.
    좋겠다…하면서요//해남이 좋더라구요.
    완도랑….참 포근했구요.
    훌륭한 인물들 많이 났죠?   

  11. Lisa♡

    2010년 4월 23일 at 2:19 오전

    벤조님.

    그냥 그리 봐주셔서 그래요.
    특별히 잘 찍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도 보통 것이고…ㅎㅎ
    좋아라~~   

  12. Lisa♡

    2010년 4월 23일 at 2:22 오전

    수분님.

    고맙습니다.
    제가 웃는 돌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든 이유는
    제 글을 웃으면서 읽으라는 뜻입니다.
    걱정 하지않으셔도 되는 게 오히려 제게 부담을 줄까봐
    지우셨다는 느낌을 받아서이지요.
    제가요—성격이 남자처럼 시원시원하고 괄괄합니다.
    그러니 성격하나는 끝내준다고나 할까요?
    결례도 아니고..그래서 제가 소심이라는 말을 붙였는데
    나쁜 것 아니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구요~~후후.
    색감은 말인데요~~그날 비온 뒤라 마구 눌러도 잘 나왔어요.
    올릴 사진 너무 많은데 오늘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올릴께요.
    오늘 또 부산가야해요//내일 조카결혼식이거든요.
    천상 월요일 쯤…올릴께요//숲이 예술입니다.
    반했거든요.   

  13. 파이

    2010년 4월 23일 at 9:56 오후

    [남편들이 보내주시나요?] ^^

    잘 읽었습니다.
    비 온 뒤의 청명함이 사진으로 글로 드러나요.
    같이 여행을 한 기분입니다~

    모든 여성이 남편 혹은 남친의 허락없이도
    여행을 자유로이 떠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건배? ㅎㅎㅎ

    음.. 저는 페미는 아닌데.. 말은 페미처럼.. -_-;;
       

  14. 고운새깔(Gose)

    2010년 4월 24일 at 5:46 오후

    이곳에서는 동성끼리 여행…. 생각도 못하지요
    우선 보는이들이 쯔쯔….
    어딜가도 부부가 같이 그렇지않으면 혼자가는건 OK
    문화차이가 그렇다니까요
    잘읽고 살짜기 미소짓습니다   

  15. 김삿갓

    2010년 4월 24일 at 9:45 오후

    저 학창 시절 혼자 대한민국 배낭여행 할떄 생각나는 대목이 있네요.

    무지하게 더워던 어느 여름 날 제주도 뻐스 속에서 만난 어여쁜 4분의 누나뻘 되였던..
    저 혼자 여행 하는것 알고선 같이 동행하자 제의를 먼저 해서 이거 해도되나 않해야
    하나 망설였던 점… (지금 같았으면 얼씨구 좋구나 했을텐데 ㅋ. 그때만 해도 순진
    했었죠.) 그리곤 몇칠동안 같이 밥도 해먹고 조그마한 방에서 같이 자면서…그떄는
    몰랐었는데 지금 생각 하니 정말 생애에 잊지 못할(?) 추억 이였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헤여질떄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지 못한게 지금 생각 해도 너무 아쉽습니다.
    노래 가사의 일부분 처럼 무슨 사연이 있었겠지요…ㅋ

    저의 좋은 추억이 생각 나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구~우벅!!! ^_________^   

  16. Lisa♡

    2010년 4월 25일 at 1:59 오후

    파이님.

    저는 페미기질도 다분한데

    그렇다고 일방적인 페미는 저도 아니어요.

    같이 여행을 했으니 같이 안 가도 훤하죠?   

  17. Lisa♡

    2010년 4월 25일 at 2:00 오후

    고운새깔님.

    거기 그렇쵸?
    문화라는 게 말입니다.
    좋기도 하구요.   

  18. Lisa♡

    2010년 4월 25일 at 2:00 오후

    삿갓님.

    복도 많치…
    아마 보디가드로 채용되었나?
    잊지 못할 추억…
    정말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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