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장 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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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두륜산 대흥사 입구.

유선장.

100년 역사를 가졌다는 전통한옥이다.

역시 분위기 그럴듯한 한옥이 한 눈에 든다.

시시콜콜 촌스럽기도 한 숙소.

방엔 병풍들과 나비장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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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에서 주변의 가옥들을 정리할 때도

이 유선장만은 남겨 놓았다.

그러니까 대흥사의 말사쯤으로 여겨도 될 듯…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보면

강진의 차씨라는 분이 30여년 전에 이 고가를 사들여

여관으로 꾸몄다고 한다.

유선장은 여관과 식당을 겸하고 있다.

우리는 여관에서 주는 상을 받고 싶었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서울 종로구의 어느 여관에서

받은 아침상을 못잊는 추억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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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에 비해짜증이 났던 건

화장실 사용과 욕실 사용이다.

밤에 뇨기라도 느껴 화장실 한 번 가려면

잠이 다 깰 지경인데

방과 화장실의 거리가 잠을 다 깨운다는점이다.

물론 댓돌 아래, 슬리퍼를 신고 빨리 뛰어가야 한다.

요강을 준비해 두지만 버릇이 들지 않아 거북했다.

또 하나, 이불과 요 그리고 벼개가 남이 쓴 흔적그대로..

그러다보니 옥이는 당연히 갖고 온 수건을 벼개삼는다.

쓰레기 통은 어제 손님이 버리고 간 그대로다.

뭐라 해야할지…

친절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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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도 감탄스러운 건 식사다.

우리는 저녁과 아침 두 번, 상을 받았는데 다 만족이다.

어지간해서 도토리묵 맛에 반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 도토리 묵은 달랐다.

반찬들도 정성과 맛이 여늬집과는 다르다.

밥 한 공기를 비우기 힘들어하는 친구도 싹싹~~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이고

병어조림은 물론 아침상의 고등어 조림도 아주 맛난다.

떠나는 아침 주인 아줌마가 멸치를 씻어 젓갈준비를 하는 걸

보면서 역시 맛이 다르더니 모든 걸 직접 다 하는구나..했다.

저녁은 석식은 만원, 정식은 2만원.

아침은 일인당 7000원이다.

막걸리는 5000원인데 용량이 크고 뚜껑이 열려 있길래

물어보니 손작업이라 그렇단다.

싱거우면서 서울서 마시는 맛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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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빗소리와 바로 붙은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쉬이

잠들지 못하는 우리를 더욱곤란하게 했지만 자연의 소리는

결코 불면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방과 방 사이는 비밀이 없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듯 다 들리고 옆방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이

고스란히 접수된다.

만약 갈 일이 있다면 비누나 샴푸같은 일용품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게 좋다.

아침에 일어나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키며 툇마루에 앉는 기분..

그 유명한 노랑이는 안 보인다.

대신 아저씨가 두 마리 개를 줄에 묶어 산책시킨다.

☎ 061-534-2959

해남 두륜산 대흥사 입구.

대흥사 입장시 매표소에서 일인당 2500원씩 받는다.

유선장에 숙박한다고 하고 통화로 확인하면 공짜다.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유선장은 서편제 촬영지로도, KBS1박2일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숙박요금은 4~8만원이다.

3 Comments

  1. 無影塔

    2010년 4월 26일 at 2:43 오전

    참으로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

    화장실은 시골서 살던
    어릴 때 추억으로 잘 봐주시고,

    잠자리만 조금 개선해주고
    청소만(휴지통 등) 조금 더 신경만 쓰시면…   

  2. Lisa♡

    2010년 4월 26일 at 10:33 오전

    무영탑님.

    화장실도 깨끗한 현대식인데
    달리기로 뛰어가야 합니다.
    집 뒷편인데 가장 먼거리로는 약 30걸음 걸어가야 합니다.
    후후후..자다가 제일 불편해요.
    그래도 괜찮아요.   

  3. 石田耕牛

    2010년 12월 18일 at 11:45 오후

    일속에 파묻히다 보면 훌쩍 떠나고 싶을때가 있지요. 사진만 보면서도 정신이 맑아지는것 같습지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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