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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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엄마가 어버이날이라고 모이는 가족모임에

친구분과 같이 나왔다.

나이는 좀 어려보이는 동생뻘 친구분이셨다.

우리 가족 모임에 와서는 어쩌다 나온 딸 결혼이야기에

신이 나셨는지30분 정도 혼자 딸이야기로 신났다.

연애시작부터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몽조리 다 들어야했다.

도무지 끝이 없는 이야기였다.

남편도 시누이도 나도 뭐라 하기 참 곤란한 시간이었다.

그녀를 보면 평소의 나를 떠올렸다.

나를 보았다.

조심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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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엄마와 시누이가 내 오빠 이야기를 대화에 올렸다.

오래 전의 이야기가 각색이 되고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나는 그냥 가만있었다.

뭐라 하기엔 만사가 귀찮았다.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쫌 그랬다.

제발 그만 도마에 올리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두 사람은 줄곳 했다.

우리모임에 아무 관계도, 그 시간에 아무 도움도 안되는

웃기지도 않는 쓸쓸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정말 그 분위기에 맞는 이야기를 할 줄 모른다.

태반이 그런 사람들이다.

표정관리를 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

오래 전에 오빠 중매를 선 이야기를 재미삼아 듣는 거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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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친정 식구들은 대체적으로 상당히 까다롭다.

뭘 하나 빈틈없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결벽증이 있다.

덜렁거리는 내가 실수아닌 실수라도 할랴치면

다들 머저리가 따로 없다는 듯 쯧쯧거린다.

쯧쯧까지도 괜찮다.

아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급기야는 별 해괴망칙한

소리들을 다 들어야 했다.

그 까다로운 오빠가 늦은 나이에 본 중매가 그렇게 재미있었나보다.

내가 웃으며 넉살좋게 말했다.

" 그 여자분 울오빠랑 결혼 안한 거다행입니다"

그 말은 그래요~ 우리 오빠 별나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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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큰아버지가 좋아하던 식당이었다.

큰아버지는 그 식당에만 가면(어니 그 어디라도)

자기를 아는 체 해주는 매니저를 좋아했다.

알아봐주고 서비스라도 하나 나온다면 즐거워하셨다.

그렇게 재미있으신 큰아버지는 가시고 우리는 우리끼리

배를 채우고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

시누이는 상념에 잠겨 계산도 하지않고 우아하게 나가다

"저..누가 계산을 하시는지요?"

하고 새로 바뀐 매니저가 묻는다.

내가 제일 꼴찌로 나오는 중인데 하마트면 내가 잡힐 뻔 했잖아..

그리고는 웃어버린 하루였다.

석촌호수 근처에 부는 바람은 5월의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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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산성

    2010년 5월 8일 at 3:47 오후

    오늘 아주 햇볕 좋은 5월이었습니다.

    잔잔한 꽃들위로
    햇살이 묻어나네요.

    어버이날.
    이쁜 콩나무들은
    엄마,아빠에게 어떤 메시지를…?

       

  2. Lisa♡

    2010년 5월 9일 at 1:09 오전

    딸은 일찌감치 메일로 어버이 날이라고
    늘 고맙다고 하고 아들은 하나는 전화 중에
    그냥 끊냐고 하니 아참..하더니 자기가 먼저
    전화하려고 했다고 얼버무리고 나머지
    하나는 코빼기도 안보이네요.

    햇살좋고 바람좋습니다.   

  3. 오드리

    2010년 5월 9일 at 6:12 오전

    오빠말예요. 좋은 여자분 만났으면 달라졌을지도…..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도 하니까.ㅎㅎ   

  4. Lisa♡

    2010년 5월 9일 at 9:03 오전

    오드리님.

    좋은 여자 만났어요—-ㅎㅎ   

  5. Hansa

    2010년 5월 9일 at 11:07 오전

    풀밭, 풀꽃이 봄날이네요. 하하

       

  6. Lisa♡

    2010년 5월 9일 at 11:34 오전

    좋죠?   

  7. ariel

    2010년 5월 9일 at 2:06 오후

    첫 번째 그리고 마지막 사진 진짜 멋있네요.
    더 실력을 쌓으셔서 개인전 같은 것 해보세요…   

  8. Lisa♡

    2010년 5월 9일 at 2:10 오후

    아리엘님.

    고맙습니다.

    ㅎㅎㅎ…..   

  9. 레오

    2010년 5월 9일 at 3:51 오후

    누어서
    혹은 맨발로
    풀밭의 꽃과 냄새를 맡고
    느껴보고 싶은 아름다운 사진들..

    늘 세심하게 사물을 바라보는
    리사님의 섬세함으로 좋은 그림들!!
    보는 기쁨이 크답니다~   

  10. Lisa♡

    2010년 5월 9일 at 10:10 오후

    레오님.

    저도 저기 누워서 바람냄새도 맡고

    뒹굴며 책도 뒤적거리고 싶네요.

    잘 지내시죠?   

  11. 고운새깔(Gose)

    2010년 5월 10일 at 4:30 오전

    사진은 언제 찍으시길래 이렇게 존 사진들을 끼우시나요

    어릴적엔 저도 형제지간에도 입찬말을 잘해 오해도 많이 받아쓰나 나이가들어 깨달은것은 무언이 최고, 이젠 그져 듣고 잊어버리지요

    여긴 늦은 저녁인데요 굳나잇 해도되나요
    좋은하루 되세요

       

  12. Lisa♡

    2010년 5월 10일 at 7:36 오전

    사진요?

    이 거 지난 5일에 찍은 건데

    그냥 여러 장 찍어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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