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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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압생트를 가리켜 <오후의 죽음>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압생트에 쥬스를 섞어 마시던 헤밍웨이는 투우를 무척 사랑했는데

오후마지막 해가 질 무렵 시작되는 투우장의 모습을 연상한 이름이다.

투우에서 소가 죽어가는 모습과 압생트를 마시고 혼미하게 정신을 잃는

느낌이 오버랩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흐가 이 술을 마시고 귀를 잘랐다고 해서 그린몬스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압생트는 고흐를 비롯 랭보, 오스카 와일드. 로트렉. 프랜시스 베이컨,

제임스 조이스, 피츠 제랄드, 모파상,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이

애음하는 술이다.

압생트는 인상주의에서 빠질 수 없는 술이 되었으며 그때 예술가들의 고독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였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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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생트는 히솝, 향쑥, 아니스 등의 허브 발효 추출물을 넣은 알콜 도수 70도 술로

1850년부터 프랑스 등지에서 값이 싸서 서민들의 술로 퍼지기 시작했으며

몽마르뜨를비롯해 가난한 보햄들의 사랑을 받았고 식전주로도 애용되었는데

압생트를 마시는 시간을 녹색의 시간이라고 할만치 유행하였다.

이 술을 마시면 환각작용이 있어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으나

1908년 스위스에서 이 술을 마신 할아버지가 두 사람을 죽이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 해에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이 술의 공식제조가 금지되는 법안이 통과된다.

뒤이어 프랑스에서도 살인사건 등이 잦아지자 1915년 제조금지를 시키게 된다.

현재는 향쑥을 제거한 도수도 좀 낮은 압생트를 판매하고 있다.

이 술을 사랑한 예술가들을 기억하고 싶은 애호가들이 지금도 이 술을 사가곤 하는데

고흐의 자화상이 그려진 압생트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고흐에게 압생트를 가르친 사람은 로트렉으로 고흐는 압생트를 마셔 시각에 장애를 일으킨 다음

찾고자 하는 노란색을 얻었다고 한다.

유난히 불타는 노란색을 많이 사용한 고흐의 영혼에 압생트가 주는 영향력이 컸다고 보겠다.

노란색의 경지에 도달하고픈 그의 욕망이 압생트를 빌어 목적지를 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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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생트는 투명한 잔에 일단 부어 잔 위에 스푼을 놓고 아이스워터를 한 방울씩 떨어뜨려 우윳빛깔로

변하게 해서 마시는데 (영화 이클립스에 장면이 나온다) 고흐나 피카소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독한 술을

그냥 마시고 그들의 영혼과 녹색악마와의 거래를 했다.

그 유명한 달과 6펜스에도 압생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마네나 드가, 고흐, 피카소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압생트를 주인공으로 작품을 남겼다.

"취기가 주는 가장 우아하고 하늘하늘한 옷"이라고 표현한 랭보가 살다시피한 술집 이름은 압생트 아카데미.

와일드는 압생트를 마시고 바닥에서 화려한 튤립이 피어나 내 두 다리를 감싸는모습을 봤다고 적었고,

보들레르 <악의 꽃>도 압생트에서 영감을얻었다고 전해진다. 에릭 사티나 모리스 위트릴로, 르느와르도 압생트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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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생트가 등장하는 여러 작품들이 있는데 그 중에 제일 유명한 그림은 고흐의 압생트가 있는 정물이다.

(아래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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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와르의 작품에도 수없이 등장하는 압생트.

위의 드가 그림 속 압생트를 마주한 여인의 표정을 보라.

옆에 앉은 남자의 무심함에 비해 여인의 표정에서는 온갖 세월이 교차하고

지나간 많은 기억들과 삶의 고통이 오간다.

제멋대로 벌어진 두 발과 힘이 빠진 어깨, 쳐진 자세가 이미 그녀에게

이 녹색의 마주가 유혹을 끝내고 영혼을 잠식하는 중일 것이다.

쟁반 위의 물병이 이미 다 비워질 즈음이던가…

작품 속의 유명한 술 중에 개선문 속의 칼바도스가 있다.

칼바도스하면 레마르크가 떠오르지만, 압생트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 쓰리게 하면서 떠오르는 건 ‘고흐’ 다.

PHOTO/GOOGLE

18 Comments

  1. shlee

    2010년 5월 15일 at 1:41 오후

    나를 책임져, 알피~
    바람둥이 수잔 서랜든이
    바람둥이 알피에게 만들어 주던 술~
       

  2. Lisa♡

    2010년 5월 15일 at 2:25 오후

    쉬리…님.

    그 영화 못봤는데

    그랬구나…

    바람둥이니까…..충분히…ㅎㅎ   

  3. 아로운

    2010년 5월 15일 at 2:46 오후

    아직 마셔보진 않았지만 술이란 입에서 도는 감칠 맛때문에 그냥…
    목구멍 넘어 삼수갑산 가면 다 똑같죠, 뭐.

    삼수갑산 멀드라 아하 촉도지난(蜀道之難) 이 예로구나 아하하.
    – 김소월 三水甲山

    수주 선생님의명정사십년(酩酊四十年) 이 읽고 싶은 바람 부는 날.
       

  4. Lisa♡

    2010년 5월 15일 at 3:06 오후

    아로운님.

    오랜만….오늘 그러잖아도 와튼 이야기에 잠시 생각접수!!

    영어속담에서 이젠 한 시 까지 섭렵하시나요?
    요즘 뉴욕과 서울이 온도가 똑같더군요.
    약 24도 정도…. 오늘 시누이가 뉴욕으로 갔는데 같이 가자고
    하는데 일 때문에 못갔어요.

    근데 수주선생님이 누구세요?^^*   

  5. 아로운

    2010년 5월 15일 at 3:59 오후

    술고래로 유명하신 변영로 선생님.
    자칭 네살때부터 술 마신, 그리고 그걸 즐긴 기록은 아마도 기네스북 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생께서 여섯 살땐가 술에 취해 삼촌방에서 자고 있는데, 삼촌 친구분이 방문을 열었다가 어린 놈이 술에 취해 자는 게 꼴같잖아서 몇마디 하고 문을 닫았더니, 거기다 대고 “담배 한대 있으면 놓고 가라” 고 했다지요. 그것도 반말로.
    요새 말로 “명품” 님 이십니다. 그분 형님이 외무부장관 / 대쪽 총리 하신 변영태 님입니다. 한국사에 이름을 남기신 분이지요.
       

  6. 팩터10

    2010년 5월 15일 at 5:23 오후

    네델란드 정어리 샌드위치(‘하링’?)
    먹기전에 한모금 하는 술~~

    ‘고호’가 아니라
    ‘고흐’. (외우자) 고흐~~~
    ‘고호’인줄 알았는데,, =’="
    (국립국어원도 ‘고흐’)
    lisa♡님은 ‘고흐’세대? ^ ^*
       

  7. Lisa♡

    2010년 5월 15일 at 11:40 오후

    아로운님.

    아…..변영로 선생님이요?
    몰랐어요.
    덕분에 이젠 잊지 않겠네요.
    6살 때 그런 일화가?
    남다른 분이시군요.
    전 사실 변영태 국무총리도 몰라요.
    그래요—

    저 무식해요~~~사람 명품은 여러 사람 즐겁게 하죠.   

  8. Lisa♡

    2010년 5월 15일 at 11:42 오후

    팩터 10 님.

    아이 깜딱이야요.
    제가 고호라고 쓴 줄 알았어요.
    제가 고흐세대이지만
    웃기는 건 고호든 고흐든 그거라고 하든
    얼쭈 거의 다 알아듣고 맞추고
    하면서 말이나 단어는 다 엉터리로 말하거나
    생각이 맴돌거나 하는 세대죠,
    ㅎㅎ…네델란드 정어리요.
    기름기가 팍 떠오릅니다.
    요 최근의 영화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진다’의
    거대한 정어리 공장도 생각나구요.
    압생트 한 잔 하고프네요.
    프랑스 인들 아침에한 잔씩 했대요.

       

  9. 아로운

    2010년 5월 16일 at 12:56 오전

    요즘 젊은 사람들이 그런거 아는 경우가 얼마나 됩니까. 그냥 히스토리인 셈이죠.   

  10. Lisa♡

    2010년 5월 16일 at 1:16 오전

    저도 젊은 축에 끼나요?

    여기선 그래도 조금…은..

    아로운님.

    따님은 정했어요?
    ㅂ요? ㅋ요?
       

  11. 지안(智安)

    2010년 5월 16일 at 1:23 오전

    덕분에 압생트 공부 잘 했어요.
    압생트가 땡기는 아침이군요.
    조기 위에 압생트 한잔놓고 턱을 괴고있는
    로트렉의 연인 쉬잔 발라동도 보이는군요.
    마시는 방법이 근사 해요!

    그리고 카이젤 수염이 있던 변영태선생 생각나요.
    어릴때 우리 가족들 작약도 놀러갔을때
    우리 옆 텐트에 아드님과 두분이 오셔서 울 아버지와
    낚시하시고 안그럴땐 책을 늘 보시던 모습이 생각 납니다.

       

  12. Lisa♡

    2010년 5월 16일 at 11:03 오전

    아………….변영태 총리를 아시는군요.
    역시 지안님이셔요.

    쉬잔 발라동입니까?
    몰랐어요.
    고맙습니다.
    요로콤 갈차주셔서…   

  13. 바위섬

    2010년 5월 17일 at 2:54 오전

    이 코너는 지식의 보고이군요…
    새로운 것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근데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인지라…쯧쯧쯧

    압생트 마셔보진 못했는데…몽환주(夢幻酒)비스무리한건가여???   

  14. Lisa♡

    2010년 5월 17일 at 8:53 오전

    돌아서서 잊어버려도

    읽을 수 있을 때가 혹은 읽을 때 재미있으면
    되는 겁니다.

    누구나 다 돌아서면 잊고 말죠.
    그런데 다음에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그땐 기억하게 된답니다.   

  15. 화창

    2010년 5월 18일 at 12:47 오후

    리사님의 지식은 끝이 없네? ~~~~ ㅎㅎ   

  16. Lisa♡

    2010년 5월 18일 at 1:17 오후

    화창님,

    이 거 쉬운건데…

    알고 있는 것에 좀 더 찾아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래도 한 번 짚고 넘어가면 더욱
    이해하기 쉽다는 거지요.   

  17. 오현기

    2010년 5월 18일 at 2:21 오후

    모종삽들의 모양이 참 예쁘고 종류도 많군요.    

  18. Lisa♡

    2010년 5월 18일 at 10:21 오후

    아침부터 욱기시려고 작정하신 거 맞쪄?

    모종삽들이 어딨나,,,한참을 찾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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