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타르코프 감독.
이탈리아의 풍경을 신비함이 감도는 영상으로 옮긴 영화다.
안드레이 타르코프 감독은 롱테이크 기법으로 유명한데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전설적인 화면들을 남기고 갔다.
이 영화에 이은 <희생> 이라는 영화를 유작으로 그는 암으로 세상을 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가 얼마나 신과영적인 부분에
깊이 빠져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안개에 휩싸인 꿈 속같은 이탈리아의 전원.
검은 옷을 입은 여인들과 아이들이 간간이 나타난다.
아름다운 풍경에 신비함마저 감돈다.
러시아 시인인 안드레이 고르차코프는 이탈리아 통역인 유제니아와
함께 러시아 음악가로 역시 이탈리아로 유학온 소스노프스키의 발자욱을 따라
출산의 마리아가 있는 시골성당으로 오게된다.
그 마을에는 김이 가득 서린 노천 온천탕이 있다.
드물게 느릿느릿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전위적 예술작품으로도 보인다.
거기서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고 중얼거리는 정신 이상자로 불리는
도메니코를 만나게 된다.
결국 도미네코는 로마광장에서 분신자살로 세상 구원을 외치며 죽고만다.
그걸 지켜보는 안드레이는 자기 안에서 분리되는 또 하나의 자아에 방황하다
결국 도메니크가 마지막으로 부탁한 촛불을 들고 온천탕을 건너는 의식을 치른다.
까뮈의 인상을 연상시키는 안드레이는 늘 우수에 찬 모습으로 고국에 대한 향수를
자기 삶의 구원처럼 여긴다.
여기서 신이라는 존재가 늘 등장하고 아이가 등장한다.
말없이 바라보는동네 아낙들과 광장의 군중들이 마치 정지된 작품으로 보인다.
거울이나유리를 통해지나간 시간과 아버지를 기억하는 자신의 다른자아를 비춰준다.
소련의 정권에 못이겨 스웨덴으로 망명한 감독의 자전적인 향수에 대한 그리움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칼라이지만 흑백으로 보여지는 영상미가 아주 독특하다.
지루하다고 할 수 있는 느린 화면들의 흐름이 그만의 독특한 기법이기도 하다.
의식의 흐름이 가는 방향을 따라 느리게 진행되는 주인공의 시선이 현실에서의
삶과는 거리가 있지만 작가적 향수로서 인식된다.
영화사에서는 <희생> 과 함께 길이 남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