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5

7월 011.jpg

후텁지근함은 만사를 귀찮게 하지만할 일을 안 할 수는

없는노릇이라 여지없이 차를 끌고 나가게 된다.

아침 5시반에 일어나 7시면 집을 나서서 두어군데 돌고 집에오면

9시가 되어 버린다.

더우니 사람들이 차를 거의 다 몰고 다닌다.

고바위를 오를 때 에어컨 탓인지 차가 천천히 올라가서 놀래기도 했다.

에어컨을 끄니 언제 그랬냐 싶게 쌩쌩 나간다.

에어컨을 좀 줄이려고 해도 그게 쉽지가 않다.

습기는 방 안까지 몰려오고 눅눅한 실내에 습기가 차면 가스레인지

불도 잘 켜지지 않는다.

그러니 자주 제습을 해줘야하고 그러다보니 에어컨을 연방 켜놓게 된다.

백화점같은 대형마트에선 에어컨을 1시간에 10분은 끄게 한다고 한다.

하긴 집에서도 에어컨을 적어도 한 시간에 한 번은 꺼야 공기순환에 좋다.

언제부터 이렇게 기계들의 혜택속에 살았는지..무섭다.

7월 010.jpg

아이가 5시면 나와야 하는데 6시가 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전화를 하면 꺼버리고, 뭔 일이 있겠지 하고 마냥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든 생각은 내가 사랑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것이니

그 시간조차 달콤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기웃거리며 빌딩 사진도 찍어보고

그러다보니 후딱 한 시간이 간다.

모범택시 기사들은 그늘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담배를 피우는 회사원들은

밖에서 그늘을 찾아 삼삼오오 짝을 지어 피우며 커피를 마시고

지나가는 아줌마들은 지쳤는지 힘이 없는 손에 양산 하나씩은 다 들고

학생들은그저 핸드폰 문자를 하며 부딪치지나 않을지…혹은

MP3를 들으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간다.

누구하나 나를 눈여겨 보는 이도 없는 길에서 차가운 돌의자를 찾아 앉는다.

해는 기울어가는지그 뜨겁던 열기를 잃어가는 중이다.

그래도 느끼기에는 유난히 후텁지근하기만 하다.

7월 015.jpg

아이들에게도곡동에선 군인공제회관에서 밥을 먹으라고 시켰다.

그럼에도 한 번도거기서 밥을 먹지 않는다.

그럼 저녁은 압구정동 소망교회에서 먹으라고 했다.

단 한 번도 말을 안듣고 다른 곳에서 먹는다.

그런 장소에서 밥먹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명은 집에서 매일 밥을 먹지만 둘은 미술학원을 가느라

거의 집에서 저녁을 못먹는다.

마음같아서는 좋은 음식을 먹으라고 하고 싶지만

그 돈도 만만치 않아서 씀씀이가 해퍼진다.

5000원 미만으로 먹으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말은 한다.

어른들만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하기란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질이 좋은 편이라 권하는데

영–안 통한다.

군인공제회관은 5000원이고, 소망교회는 3000원인데

가격대비 퀄리티가 아주 괜찮다고 한다.

7월 014.jpg

아직 철이 들기 전의 아이들은 순수하다.

그래서 그만큼깨지기도 쉽고 다치기도 쉽고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인다.

그런 것에 관한 영화를 봤다.

어쩌면 아주 불쾌한 느낌의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그 감독의 팬들은 여지없이 영화관을 찾는다.

혼자 오신 할아버지부터 혼자 온 잘 생긴 청년,

혼자 온 양산 든 아줌마, 혼자 온 중년의 와이셔츠 차림의

지적으로 뵈는 아저씨..혼자도 많이 오는 영화다.

모두 영화가 끝나고 어려운지 밖으로 나와 붙여 논 설명을

한참이나 읽고들 있다.

그 속에서 친구들과 나도 끼여 부지런히 보이지 않아 가재미눈을

하고 열심히 무엇이라도 건지려 한다.

영화가 끝나고 친구랑 나눈 결과가 없는 결과에 대해 우린 맞는

정답을 이야기한다.

지나치게 순수해서 그순수함이 무섭다면 이해하시려나?

7월 016.jpg

10 Comments

  1. 벤조

    2010년 7월 6일 at 3:19 오전

    전에는 우리도 영화보고 나면 아이들이랑 토론회?를 했었습니다.
    요즘은 골치아픈 영화는 안 보고,
    재미있는거만 보려고 하지만요.

    다음에 한국 나가면
    소망교회에 한번 가봐야겠어요. 저녁 식사…
       

  2. Lisa♡

    2010년 7월 6일 at 4:05 오전

    3000원~~

    옆에서 빵도 팔아요.

    아이들 미술학원이 바로 그옆이 거든요.   

  3. 네잎클로버

    2010년 7월 6일 at 4:13 오전

    ‘하얀 리본’ 보셨군요.
    저도 보려 하고 있는데,
    느낌이 무겁고 서늘~할 것 같아서
    중화(?)시킬 영화랑 같이 봐야할까 해요. ^^;

    사진 속 디저트들..
    군침 돌게 합니다. ^^   

  4. Lisa♡

    2010년 7월 6일 at 5:03 오전

    네잎님.

    하얀리본 봤어요.
    제 친구 중에 그 감독 광팬이 있어요.
    퍼니게임부터 극찬에 쉴 새가 없거든요.
    후후후…
    피아니스트도 영화가 좀 그렇찮아요..오스트리아…
    소설가 작품을 영화로 만든 거요.   

  5. 김술

    2010년 7월 6일 at 5:51 오전

    고바위, 가재미눈, 글 내용보다
    이 두 단어가 뇌리에 박힘은 어찌된 일인지.
    글구 사진 보고나니 갑자기 침이 흐르네요…질질질   

  6. 도토리

    2010년 7월 6일 at 8:28 오전

    갑자기 배고프고
    저 맛나보이는 것들 먹고 싶어집니다.
    우리집 옆에 있는 w제과점에 가면 비싸서 도무지 못 집어들던 것들이
    지금 이순간엔 간절해지고… 꿀꺽….^^*.   

  7. Lisa♡

    2010년 7월 6일 at 11:35 오전

    술님.

    그 단어들에 뭔가 추억이 있나보네요.
    ㅎㅎㅎ..고바우도 아니고 고바위…
    가자미도 아니고 가재미…ㅋㅋ   

  8. Lisa♡

    2010년 7월 6일 at 11:35 오전

    도토리님.

    혹시 윈제과점요?

    거기 제과들 맛나지요…

    저 지금 식빵 먹고 있답니다.   

  9. 추억

    2010년 7월 6일 at 3:20 오후

    서울에서 3000원짜리 식사라면 진짜 싼데요.    

  10. Lisa♡

    2010년 7월 7일 at 12:19 오전

    강남구청도 그 정도라고 들었어요.

    찾아보면 많은데 내용이 문제이겠지요.

    아———–오늘도 덥네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