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와타나베 삐지다’라는 제목의 연극을 관람했다.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시모노세키 야쿠자 두목이 자신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한국 영화감독에게 의뢰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시나리오와 촬영을 하기까지의 스토리다.
우리나라 연극과 영화는 억지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어줍잖은 몸개그나
욕처럼 보이는 말들을 엮어 쓰면서 그게 마치 유머라도 되는 듯 하는
그 되풀이 과정을 또 보게 되었다.
그런 일련의 지겨운 행태를 보고 있자니 예술영화에 단련된 까닭인지
어쨌든 내게 좀 있는 포비아 랄 수 있는 폐소공포증 현상이 나타났다.
좁은 의자에서 흐릿한 실내 공기 속에서 순간적으로 구토나 현기증이
나려하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내 좌석은 앞 줄에서 5번 째 정도 가운데인데 일어나기도 그렇고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참으려고 연극에 몰두하려고 애썼지만 몰두가 상당히 어려웠다.
떨리는 사람이 옆에 앉은 것도 아니고 누구 하나 내게 신경쓰는 이도 없는데
산만함으로 시간을 겨우 보냈다.
아이들이 초딩 때 부터만나는 친구들이 있어서 겨우 시간들을내어
만나는날이라~~나도 저녁 시간이 프리였다.
마침 연극을 예약해놓은지라 (사실은 아들과 함께 보려했던 것)
삼성동으로 나가서 골목길을 걷는데 그 쪽은 온통 직장인 투성이로
내가 식사하러 들어 간 <메드 포 갈릭>은 완전 20대 천국이었다.
모두 같은 자세로 같은 머리 스타일로, 비슷한 옷 차림에 미팅하는 줄
알았던 것은 길게 배치한 좌석들에 대부분이 여자는 안쪽으로 남자는
바깥쪽으로 앉아 있어 회의나 단체 미팅을 하는 듯 보였다.
아줌마인 내가 끼여들어서 여간 미안한 게 아니었다.
물 흐린다고나 할까—-그런 기분이었다.
하우스 와인이 4종류가 있었는데 잔으로 한 잔을 시키니 9000원 정도였다.
레드가 두 종류, 화이트가 두 종류인데 호주산과 칠레산으로 두 가지였다.
칠레산으로 시켰는데 와인이 달지는 않으나 가볍고 깊은 맛이 떨어졌다.
음—–역시 돈 아까웠다.
하지만 음식들은 모두 그런대로 수준이 괜찮았다.
아이들 친구 중에 오늘 만나는 현우와 현철이는 둘 다D외고를 다니는데
현우는 아주 철저하고 모든 것에 뛰어난 엄친아이다.
그 아이는 영업사원이 되겠다고 벼르더니 패션디자이너가 된다고 하더니
경영을 하겠다고 하다가 인간적이지 못한게 경영이니 경제라며 이제는
건축을 하겠다고 한다.
슈트트가르트가 자동차로만 알아주는가 싶더니 건축도 알아 준다고 한다.
목표가 확실한 녀석이라 뭘해도 성공을 한다고 본다.
키도 180이 넘고 인물도 좋아 사윗감으로도 좋지만 까칠하고 무뚝뚝해서 쫌~~
현철이는 키가 180 이 넘고 덩치도 큰데 아주아주 착한 순둥이다.
물론 공부도 잘하고 인물도 김래원을 닮았다.
부모가 남해사람이라(상당히 순수함)어딘지 모르게 약간 시골스런 맛을 남아있다.
이녀석이 우리 딸만 보면 농담을 어찌나 하고 놀려대는지.. 귀엽다.
공대를 갈 거라고 하는데 아직 구체적이진 않고 성적 나오는 거 봐서 정할 거란다.
내 생각에 고려대 이상은 간다고 본다.
5명이삼겹살을 먹으면서 맥주 4병을 나눠마셨다고 한다.
맥주를 좋아하는 현우가 내 큰놈더러 맥주를 재미로 마신다며
그렇게 마시려면 마시지 말라고 했단다.
현철은 덜덜 떨면서 이런 거 마셔도되는거야? 하면서 다 마시더란다.
큰 놈은 그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안가는데 그냥 그 정도에서 멈췄다고..
딸은 맥주를 싫어한다면서 한 잔 쭈욱~~시원하게 들이키더란다.
고등학생들에게 술을 주는 식당은 몬데?
하긴 애들이 워낙 큰 키에(친구들) 내 딸이 성숙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는 다들 노래방으로갔는데 까칠한현우가 딸이 있으면 노래를
부르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 딸은 혼자 북카페에 앉아서 공부를 했단다.
이 녀석들이 고1 때 그때도 만나서 피자를 먹으면서상그리아를 두 잔씩
마신 경험이 있는데 상그리아는 와인이 들어간 음료이다.
스페인에서 자주 만들어 마신다는 상그리아도 많이 마시면 취한다.
다행한 건 아무도 담배를 피지 않는다는 게 ..
아들 말이 한국 여자애들이제일 담배를 많이 피는 것 같단다.
10대 때는 정말 천사같고 어른이면서 아주 예쁠 때이다.
발자크에 의하면 인간은 여러 번 그 외모를 변하게 하는데
10대 때의 외모가 천사에서 20대에는 환경에 따라 변하는데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는 게 힘들면 하녀스타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공부나 열정, 우연 이런 것으로 다시변하기도 하는데
가만히 그런 글을 읽다보면 결국 인간은 자기가 하기나름으로
피부색이나 품위나 카리스마가 입혀진다고 하겠다.
그 중에 신앙과 사랑이 사람을 제일 많이 변하게하는 요인이다.
진정한 신앙을 품게 될 때 아름다워지며, 사랑에 빠지면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성형수술 할 돈을대주지 않을 거면 사랑에 빠지고말테야~라는
엄포를 남편에게 놓으라는 거야? 뭐야?
아무튼 10대의 끝에선 아이들의 모습은 진짜 싱그럽고 무한하며
어느 태를 봐도 이쁘기만 하다.
세상에서 그 무엇과 비겨도 이길 수 없는 건 젊음이라는 것이다.
벤조
2010년 7월 9일 at 3:30 오전
아니 벌써 사윗감 보는거예요?
"성형비 안 주면 사랑에 빠질꺼야~"
돈 굳고, 예뻐지고 좋네~ㅎㅎ
Hansa
2010년 7월 9일 at 6:11 오전
잘생긴 아이들 얘기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합니다. 하하
오를리
2010년 7월 9일 at 7:05 오전
착한 10대 자녀들과 엄마의
풍경이 그림같네요..
우리 애들 십대때 혼자 돌보자니
혹시 잘못될가봐 10대 포비아 때문에
맘고생을 많이 했는데 별탈없이
모두 대학을 나와 다행입니다.
Lisa♡
2010년 7월 9일 at 7:08 오전
벤조님.
저는 벌써 잘 난 여학생이나 잘 난 남학생만 보면
혹은 잘생긴 청년들만 봐도 그런 상상을….
저런 애가 내 사위라면—후후후//어울리지 않지만요.
그런 적 없나요?
누구나 다 그런 줄 아는데요—ㅎㅎ
Lisa♡
2010년 7월 9일 at 7:08 오전
한사님,
저두요—
그리고 모범생들만 봐도 이뻐요.
너무 고루한 스타일 말구요.
Lisa♡
2010년 7월 9일 at 7:10 오전
오를리님.
제 생각은 부모가 사고가 바르고
행동이 바르면 아이들은 그냥 놔둬도 잘 자란다..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보다 훨 나은 것 같지만 말입니다.
어떤 운명이라는 게 있는지 저는 성실한 편 아닌데
아이들은 아주 성실하더군요.
오를리님은 이제 손녀 잘 되는 일만 남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