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영국과 미국의 아카데미상을 휩쓴 작품.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영국작가 에드워드 포스터의 장편소설을 영화화.
명작으로–아름다운 이탈리아 피렌체와 영국의 켄트에서
촬영한–길이 남을 작품이다.
어쩐지 순수의 시대와 일맥상통하기도 하는 작품.
헬레나 본햄 카터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터질듯한 얼굴에서 앳된 표정이 묻어난다.
특히 매기 스미스를 비롯, 쥬디덴치, 다니엘 데이 루이스, 쥴리언 샌즈 등..
초호화 배역들의 모습이 보는내내 즐거움을 선사한다.
피렌체의 아름다운 골목들과 영국의 전원풍경이 클래식 음악과 더불어
선명하게 스며든다.
솔직하고 활발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특징과 우아함이 몸에 밴 채 행동하려는
영국식 스타일이 대비되면서 재미를 준다.
숲 속 연못에서의 남자들의 목욕장면이 예전에 기억나지 않던 부분을 건드린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도 남자의 나체가 여과없이 나온다.
영화를 찍을 때 장마철이라 해가 나질 않아 상당히 애먹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영국왕실에서 처음으로 시연되었는데 그때 인터뷰한 배우들의 말이
해가 나는 날을 기다리는 일이 지긋지긋했다고 한다.
쥬디덴치는 열성적이었고 메기 스미스는 같은 배우들끼리 천재라고 불렀다.
특히 키쓰신들이 아름다운데 세실(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키쓰신이
아주 인상적으로 세실의 캐릭터는 주변에서 보아 온 누군가 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물들의 캐릭터에 촛점을 맞춰서 진행한 부분이 돋보인다.
영혼이 자유롭고 분방한 그러나 이지적이고 진실한 청년인 조지에게 향하는 마음을
절제된 감정으로 잘 처리한 연기를 하는 루시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도 귀엽고 영특하다.
베토벤과 슈베르트, 쇼팽에 이르기까지의 곡들과 어울리는 풍경들이 그야말로 클래식하다.
특히 루시가 피아노를 칠 때 입은 의상이 정말 예쁘다.
피렌체를 가보지 않고 처음에 이 영화를 봤다.
이 번에는 피렌체를 다녀오고 기억에 남는 장소들이 나올 때의 그 느낌은
그야말로 다르다.
영화속 피렌체의 장소들이 내가 서있던 곳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다르게 다가온다.
알고 보는 것과 직접 가보고 보는 것은 더욱 의미를 더한다.
영국 풍경도 정말 아름답고 영국답다고 할까.
세셀의 양복입은 하나하나의 갖춤에서 세심함이 드러난다.
세실역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다.
책만이 자기의 세계라고 말하는 세실은 우아함을 보여주려 노력하지만
키쓰신에서는 코에 걸친 안경이 밀려 망치는 일이 발생한다.
창을 통해 바라보이던 세실의 파리쫒는 장면 인상적이다.
역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언제나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순수함을 자극하는 영화다.
오랜만에 보는 클래식한 영화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자고로 속물적인 요즘의 레저같은 영화와는 다른단 말씀.
매기 스미스와 쥬디덴치가 주고 받는 대화가 솔깃하다.
나이 든 여성이라도 늘 꿈꾸니까…추억들을…간직한 채.
빠짐없이 등장하는 영국식 할머니들의 모습.
눈부시게 예술적인 피렌체의 교회들과 그 속의 작품들.
이탈리아 기행을 동경하던 그 시대의 예술가들이 생각난다.
보면서 오랜 친구를 보는 것처럼 행복했다.
친구가 아주 아끼는 DVD라 조심조심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