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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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수업을 듣는 게 하나있어서 가야하는데 처음으로 결석을 했다.

딸이 어젯밤 선배들과의 모임에서 처음으로 소주를 마시고 그들 말로

꽐라가 되어 들어온 것이다.

아들 한 놈은 안 마셔서 멀쩡하고 한 놈은 엄청 마셨으나 끄덕없다.

뭐–4병 정도를 게임에 지는 통에아들이 벌칙으로 마셨대나..기가 막힌다.

아이들이 나를 닮아 술을 마셔도 얼굴색이 안 변했던 것.

모두 너네들이 제일 안 마신 거 다 안다면서 계속 권했던 것.

이젠 이것들이 서서히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뭐–야단은 안 쳤다.

그럴 수도 있는 나이니까–하지만 다음부터는 적당히 마시라고 언질은 줬다.

아마 언질이 없어도 스스로 알아서 할 아이들이다.

모든 애들이 지 부모에게 혼들이 났는데 우리 애들만 쿨~한 엄마 두었다고

난리를 하더란다.

이 정도 일로 화를 내면 앞으로 어찌 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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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들은 보딩스쿨에 가거나 홈스테이를 한다.

그들은 그들끼리 끈끈한 정이 묻어있다.

외로운 생활 속에서 웃고 울고 히히닥거린 사이라

가족과 같은 카테고리를 나름대로 형성하고 있다.

아이들 중에는 한국서 공부가 안되어 미국의 대충 아무 대학이나

들어가고 영어나 좀 유창하게 배워왔으면 하는애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미국에 와 있어도 한국서 중학교 1,2학년보다 못한 영어를

하는 고등학생도 있다.

나가서 말을 안하고 공부에 취미가 없다보니 실력이 늘지 않고 오히려

도태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안되는 애들이 거기서 잘 된다는 건 정말 100명 중에 한 명이

있을까 말까한 현실이다.

다만 선택의 폭이 넓고, 기회가 다양하고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적당한 대학에 들어가 철이 나서 나중에 깨닫는 애들도 생긴다.

미국대학..만만하게 볼 게 못된다.

여기서 서울대 어려운만큼 미국서 명문대는 어렵고 더 어렵다.

점수대로 가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뭐든지 잘해야 가능하다.

그런 현실 속에서 지들끼리 뭉쳐 있으니 아이들이 정이 들대로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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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유실수에서 간간이 살구가 떨어져 찌그러진 채 땅에

나뒹구는 걸 종종 목격한다.

지나가는 어느 학교의 바깥 정원에는 모과가 잔뜩 열려 있기도 하다.

저 거 익으면 따야지 하다가 한 번 따다가 차를 담은 적 있다.

운전을 하고 지나가다가 살구는 내가 주어서 씻어서 먹기도 하는데

떨어질 때 아스팔트와 부딪혀 반은 상해있는경우가 많다.

그럼 아이들은 절대 먹지 않는다.

다 내 차례이다.

약도 안 치고 키운거라 크기는 작지만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까치가 쪼아 먹다가 떨어진 과일들은 더더욱 단맛이 나는데 새들이

그 향기를 다 맡아서 먹던거라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사오면서 멀리 떨어진 산과 정원에 유실수를 좀 심었다.

식목일마다 한 그루씩 심거나 미리 배, 감, 앵두..등을 심었는데

앵두는 잘 잘라는데 나머진 별로다.

심지어는 열매 자체가 아예 열리지 않아 바보나무인가 한다.

나무도 저절로 자라게 가만 놔두면 잘 자라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손봐주고 거름주고 자꾸 정성을 들여야 잘 자라는 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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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점심을 먹고 둘이서 백화점을 갔다.

늘 아이가고무조리만 질질 끌고 다녀서 구두를 하나 사줄 셈이었다.

킬힐을 샀다.

그렇게 낮은 것만신다가 높은 굽을 신으니 아주 예쁘고 커보인다.

웻지힐도 하나 마음에 드는데 발등이 높아서 끝까지 안들어간다.

마음에드는 구두가 한 사이즈 큰 구두이지만 그냥 사버렸다.

품절되었지만 구할 수도 없다고 하니 어떡해.

친구가 뭐 사러갈 때 따라가서 내 걸 더 많이 사는 것 처럼 오늘도

어김없이 딸의 것을 사러 갔다가 내 것을 더 많이 사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다.

백화점을 가면 안된다, 안돼—

말로는 이거 엄마랑 같이 입으면 되잖아..하지만 사이즈가 완전 다르다.

오랫만에 백화점을 가니 구매충동이 막 일었다.

백화점에 갈 때는 충동심리제어제를 맞고 가야할지 모른다.

새로 산 옷을 딸이 입어보다가 세상에 옷에 구멍을 내고 말았다.

이 걸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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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omments

  1. 이나경

    2010년 7월 16일 at 2:19 오전

    맞아요. 미국의 명문 대학은 정말 어렵고 어렵지요. 미국 가면 뭐든 대충 잘 풀리리라는 엄청난 오해를 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을 봅니다. 오랫만의 평화로운 글 잘 읽고 갑니다. 발자크를 보면서 웃었습니다. 그냥… 웃고 보니 발자크 아저씨에게 미안하네요. ㅎㅎㅎ   

  2. 화창

    2010년 7월 16일 at 4:58 오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면 최소한 영어는 능통하게 배우고 오겠거니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요!

    어쨋든 영어로 말하고 생활을 해야잖나요?   

  3. 벤조

    2010년 7월 16일 at 5:52 오전

    남의 나라에 와서 공부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요.
    한국말로 공부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을거예요.
    갈 수록 어려워질 터인데, 잘 먹이세요.
    꼭꼭 안아주고…

       

  4. equus

    2010년 7월 16일 at 6:13 오전

    흠- 인간에게 충동구매심리가 없다면 결혼못할 사람들이 많았을거라고 생각해봅니다. 많은 커플들이 이윽고 후회하잖아요!ㅡ이리 재고 저리 재다보면 결국은 백화점도 망할겁니다. 잘 사셨어요!   

  5. Lisa♡

    2010년 7월 16일 at 7:10 오전

    나경님.

    명문대 말로만 하는 것과 입시가 코 앞에 닥치고보니
    보통 힘든 게 아니네요.
    점수만으로 가는 게 아니라서 진짜 고민이구요.
    학원을 안다닌 아이는 기술이 부족한지 실력보다 점수가
    안나오는지..본래 제 실력인지..에고…걱정이구요.
    미국가면 도리어 잘 풀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더 맞는 말 같아요.   

  6. Lisa♡

    2010년 7월 16일 at 7:12 오전

    화창님.

    일상에서 쓰는 영어는 아무 것도 아니고
    전문적이고 아카데믹한 영어를 하려면
    정말 노력하지 않고는 안되거든요.
    그리고 로스쿨이나 명문대를 가면 다시 고급영어를
    공부해야 하구요…그만큼 어려워요.
    일반적으로 어학연수나 갔다와서 일상적인 영어를
    잘 구사하는 건 여기서도 얼마든지..되구요.
    물론 고급영어도 여기서 노력해도 다 가능하구요.   

  7. Lisa♡

    2010년 7월 16일 at 7:13 오전

    벤조님.

    그제 만난 선배가 하는 말이 고등학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죠.
    미국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니…거기서 자란 아이도 어려운데
    다른 나라 아이들은 리딩점수 잘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지요.
    앞으로는 체력이 실력이 될듯…   

  8. Lisa♡

    2010년 7월 16일 at 7:15 오전

    equus님.

    후후후–충동적인 사고가 없다면 정말이지
    다들 결혼을 못할 수도 있겠군요.
    진짜 그러네요—-맞아요..잘 샀다고 여기기로 했어요.
    근데 오늘 입어보니 영 아니기도 하네요.
    아들이 그렇게 미어터지는 옷장에 또 옷을 집어 넣고 싶냐고 하네요.   

  9. 이나경

    2010년 7월 16일 at 7:20 오전

    리사님 기술 부족이라기 보다는 연습, 즉 문제를 풀어보는 경험이 적은 것이 아닐까요? 이해는 완벽하게 잘 하고 있다하더라도 실전에서는 문제와 맞닦뜨리는 무수한 연습이 필요하니까요… 너무 걱정은 마시구요. ㅎㅎㅎ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은 연습이 필요한 부분의 아쉬움을 많이 토로하더군요.   

  10. Lisa♡

    2010년 7월 16일 at 7:53 오전

    그러니까요—걱정입니다.

    실수도 실력이라는데 말이지요.

    운도 중요하구요–1월 시험이 비교적 쉽게 출제된다고 하네요.
    이제야 그런 정보를 알았으니…10월에 잘 쳐야지요.

    일단 시험장에 가면 떤다고 하네요.
    이가 부닥칠 만큼….청심환을 먹여보나..ㅎㅎ   

  11. 꿈꾸는 아이

    2010년 7월 16일 at 4:17 오후

    리사님..
    이팝나무 입니까..TV로만 봐서 비슷한것 같기도 하고..
    포항에 군락지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어른들 몰래 마시는 술맛이 최고인데..
    너무 쿨하면 술맛이 별로인데..ㅎㅎ
    고등학생이 소주를 4병을 마신다고요..
    부러워해야 하나 헷깔린다..

    하기사 술이야 나도 고등학교 3학년때 부터 가끔 마시기는 했다만
    주량보다는 돈이 부족했던것 같다.ㅎㅎ
    고등어 통조림에 양파 썰어넣고 고추가루 듬뿍넣은 안주로 마시던 시절..
    그때는 주로 친구 자취방에서 마셨는데
    요즘은 어디서 뭘로 마시나 궁금하네요..어른들 하고 비슷할려나,
    우리는 대학때나 선배들 하고 마셨는데..
    술값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것 같아 좋겠다..    

  12. 아로운

    2010년 7월 16일 at 7:43 오후

    리사님네 애들하고 행여라도 술먹으면 안되겠구나.
    내가 꽐라가 되겠어, ㅋㅋㅋ

       

  13. 아로운

    2010년 7월 16일 at 7:55 오후

    얼마전 교회에 갔을때 목사님이 사도 바울에 관해 설교를 하시던 중에 목사님 왈
    “… 그래서 사도 바울이 외쳤습니다. 아주 간절하게 외쳤습니다. 주ㄴㄴㄴㄴㄴㄴㄴㄴ 니임…. ”
    하는데 갑자기 구석에서
    “네~” 하는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참, 웃을수도 없고, 안 웃자니 기침이 나고…
    아멘을 해야하나 어째야 하나… 하여간 좀 힘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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