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게쯔이야기

괴담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않는다.

여름이면 쏟아지는 괴담영화를 보러 간 적이 거의 없다.

다 시시하게 보였고 문득 놀라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우게쯔 이야기는 일본의 괴담영화라고

말하라면 굳이 그리 표현하겠지만 괴담이라기 보다는

인생의 허망함과 인간 과욕에 대한 이야기다.

문제는 보는 시간동안 시선을 거둘 수 없다는 점이다.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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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게쯔이야기라 함은 雨中物語 라는 제목인데 비오는 날 밤의 달..이라는 뜻이다.

그런 날 밤의 달은 잘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보일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우리 인생사의 앞길이나성공, 혹은 우리가 미리

볼 수 없는 미래를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뿌연 색체가 꼭 그런 날을 연상시키는 가운데 중요 영화장면들이 많다.

1953년작으로 미조구치 겐지감독 작품이다.

미조구치 겐지는 어릴 적 지나치게 가난하게 자랐으며 가난으로 인해 누나가 게이샤로

팔려가는 과정을 지켜보며자랐다.

그는 특히 그런 과거 상처로 인해 여성이 받는 억압에 민감했고 그런 면을 영화를 통해

많이 부각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이 영화도 일본의 전국시대에 일어난 두 가정의 이야기로 어리석음에 빠진 두 남자와

그 두 남자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용이 아주 간결하고 뻔한 내용이지만 의외의 탄탄한 구성이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특히 죽은 혼령으로 도공인 겐주로를 홀려 혼인까지 하는 귀신역의 교 마치코는 마치

한편의 가부끼극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면서 묘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그녀의 표정과 걸음걸이는 마치 현세의 사람이 아닌 듯 하며 신묘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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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의 동란을 틈타 부자가 되고픈 겐부로는 도자기를 구워 좀 더 큰도시로 나가

도자기를 판 돈으로 아내를 위해 옷감을 사오는 게 낙이며 돈을 모으고파 한다.

부자가 되고픈 야망에 겁날 게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의 동생 토베이는 사무라이가 되는 것이 꿈인데 가난하며 창과 갑옷을 살 여력이 없다.

아이가 있는 겐부로의 아내를 고향에 두고 세 사람은 길을 떠난다.

그때 강을건너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고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남이 올린 전승을 가로 챈 토베이는 결국 사무라이가 되어 사병까지얻지만

귀향하는 길에 들른 술집에서 몸을 파는 아내를 보자 출세에 눈이 멀어 가정을 돌보지 못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게 되고 모든 것이 허무함을 깨닫는다.

겐부로는 고향의 아내는 죽은 줄 모르고, 쿠즈키家의 딸 와카시를 만나 첫눈에 반해 혼약까지

하고 그녀의 집에서 머문다.

겐부로를 홀리는 와카시의 춤과 노래는 압권이다.

몽롱한 가운데 시장터로 나온 겐부로는 지나가는 僧에게서 마가 끼어있음을 듣고 몸에 부적을 새긴다.

결국 자기가 처녀로 죽은 와카시의 혼령에 빠진 걸 알고 거기서 어렵게 헤어난다.

고향으로 돌아온 겐부로는 아내가 죽었음을 알고 엄청난 슬픔에 빠지지만 동네 노인들이 돌보던

아들과 아내의 소원인 도자기 굽기에 열중하며 살게된다.

무릇 자기만의 길이 있는데도 거기서 벗어나려고하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보여준

영화이다.

흑백으로 오래된 영화이지만 지금봐도 빠져드는 연출에 재미를 인정한다.

흔히 볼 수없는 묘한 분위기의 몽환적인 장면이 많다.

특이한 영화라고 하겠다.

4 Comments

  1. 화창

    2010년 8월 6일 at 7:33 오전

    줄거리만 읽어도 마음이 움직이네요! 알 것 같아요! 작가나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멧세지~~~   

  2. Lisa♡

    2010년 8월 6일 at 9:24 오전

    네——–오래된 영화지만 상당히 매력있더군요.

    특히 가부끼극을 하는 것 같은 혼령으로 분장한 와카시역요.
    춤과 걸음걸이랑 목소리랑…

    그리고 강을 건너는 씬은 정말 아름답구요.

    감독이 전하는 메세지는 너무도 우리가 잘 아는 확실한 거구요.   

  3. scythian

    2010년 8월 7일 at 5:18 오후

    매력적인 일본 영화 중 하나죠.일본 고전을 영화한 것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제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나라 고전 김시습의 금오신화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구요..몇년전 2000년대에 만들어진 마케도니아 영화를 봤는데 내용이 매우 비슷..제목이 기억 안나네요.   

  4. Lisa♡

    2010년 8월 8일 at 2:23 오전

    scythian 님…반갑습니다.

    발음이 어려워서 읽을 수가 없지만…그래도 반가워요.
    영화도 좋아하시고 마케도니아 영화까지…부러워요.
    이 영화 아주 매력적이죠?
    정말 보면서 놀랬답니다.
    교 마치코 끝내주죠?
    금오신화요…그런가 가물가물하네요.
    고전이라는 게 나라불문 다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보니
    그런가보네요.
    아무튼 영화 좋은 거 있으면 소개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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