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를 받치고 있는각주의 무심한 그림자의 모습.
수술후 한층 머리가 하얗게 변한 친구의 나이 들어가는 얼굴.
샤워하면서 흥얼거리는 아들의 엉터리 노래소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명가수의 반듯한 발음이 다정할 때.
지나가는 늘씬한 여성의 조용한 샌들 뒷축.
공사장 인부들의 그늘진 나무아래서 땀 닦는 수건.
모자 쓴 야쿠르트 아줌마의 야무지고 단정한 차림새.
살짝 스치는 바람에 한숨 돌리는 한 여름 정오.
덥다면서 묶어 올리는 딸의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의 뒷꼭지.
몇 장 남지않은 읽던 소설책.
얼음 가득 넣은 미싯가루 탄 유리잔 밖에 매달리는 물방울.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을 쪼개는 소리.
깨어나기 싫은 아침에 울리는 자명종 소리.
꿈꾸며 사는 인생이란—–
가까운 곳에 멋진 이름의 레스토랑이 개업하는 걸 지나가며알았다.
저녁에 모인 친구들을 태우고 그리로 찾아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오픈하는 날이었다.
건물 앞에 수두룩한 분홍리본을 가득 단 각종 화환들.
H당 누구누구, 어느은행의 지점장들…인테리어 누구…
정말 지겹다.
그때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진짜 세련된 사람은 그런 것 안받고조용히 문을 연다.
보아하니 행세깨나 하는 이가 사장인 모양인데 아마도 안목과는
거리가 아주 먼 인물인 듯.
실내로 들어간 우리 일행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친구말이 대학때 학교 앞의 후진 돈까스집 같단다.
거기에 피아노는 어울리지않게 연주되고 있었고 돼지편육과 새우젓 냄새는 진동~
앉는 자리는 테이블과 입구가 맞아 떨어져 들어가 앉으려면 한 쪽이
먼저 테이블을 밀고 들어가서 앉은 다음, 다시 다른 한 쪽이 들어가야 하는
엉터리 실내인테리어다.
꿏무늬 의자에 웬 칸막이 시설?
떼돈을 들인 모양인데 안타깝고 내가 해도 이렇게는 안하지 싶은 곳이라
그냥 나와버렸다.
학벌좋은 놈은 남아있어도 잘 생기고 멋진 놈은 안 남아있다는 거..
조건좋은 여자는 남아있어도 예쁜 여자는 남아있지 않다는 거..
어쩌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남아있다면 엄청나게 별난 엄마가 버티고
있다거나 그 중에 하나가 요즘 결혼상대 고르기다.
결혼할 아이를 둔 친구들은 온통 관심사가 그런 것에 가 있다.
내가 자기네들 마음을 콕 찝어서 말하자 속이 다 후련하다고 한다.
아는 집 아들 중에 학벌은 별로인데 아주 부자인 신랑감이 있다고 하자
두 명이 덤벼들면서 소개해달라고 한다.
내가 그들의 소프트웨어적인 면은 모르겠으나 보기에 문화적 콘텐츠가
영 맞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괜찮다고 한다.
복이 있는 사람은 거지랑 결혼해도 부자가 되고 아무리 부자랑 해도
자기 복이 짧으면 시댁까지 망하게 한다고 하자…또 수긍은 한다.
친구 중에 장군집 아들에게 시집을 가며 온통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영이 있다.
그 후 남편은 실직자가 되고 시댁은 두 분이 먹고 살기에 급급해 자식에겐
관심도 없게 되었고, 자녀들은 아들은 어영부영, 딸은 그나마 똑똑하게 살고 있는 애가 있다.
현재 부부가 별거 중이며 자기가 과외해서 겨우 먹고산다.
그렇게 팔자라는 건 알 수가 없다.
두 권짜리 순수박물관을 다 읽었다.
첫 권은 별로네..하면서 읽었고 두 번째 권은 그나마 마지막에
읽을만하네..하면서 읽었다.
주인공 퓌순은 진정한사랑을 알았을까 하는 게 나의 끝낸 의견이다.
남자 주인공 케말은 완벽히 몰입된 사랑을 한다.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오르한 파묵은 완벽하게 표현하고팠던 것 같다.
그리고 손수 하나씩 다 해결해가면서 글을 쓰고 재현했다.
한 여자를 사랑해 파멸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지만 과연 그게 파멸일까?
책에서는 터키의 장단점이 중간중간 나오고, 어느 나라할 것 없는 비리와
영화계의 이야기도 다 짐작가능하게 나온다.
거의 6000개의 크고 작은 전세계 박물관을 다 섭렵한 남자의 결론은 한 인간이
살아왔고 가까이서 애지중지하던 물건이 있는 집이야말고 제일 좋은
박물관이라는 결론이다.
마지막 1/5 정도에서는 좀 숙연해졌다.
그가 느끼는 감정들이 내게 속속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밤과꿈
2010년 8월 21일 at 3:26 오전
오늘의 다이어리보다 더 웃긴다고 해야 하나 아님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위에 댓글을 지칭한 말입니다~ㅋㅋ
더위에 완전 넉 다운됐습니다.
소생시켜주이소~~~~~~~~~~
웨슬리
2010년 8월 21일 at 4:54 오전
그래서 사 읽으라는건지 말라는 건지???
Lisa♡
2010년 8월 21일 at 11:52 오전
밤꿈님.
댓글 지웠어요.
별 낯두꺼운 넘이 다 있네요.
그쵸?
더우니 별별 거뜨리.
내 주변에는 그런 이들 쩜 있어요….ㅋㅋ
가만 놔두면 잘 놀더라구요.
Lisa♡
2010년 8월 21일 at 11:54 오전
웨님.
그냥 읽지마세요.
제 보기에 웨님 컨셉 아니거들랑요~~
파묵이 말하는 건 박물관의 정의와
진정한 사랑이 실종된 이 시절에
가르쳐주고픈 열렬한 사랑을 말하는 거지요.
유부남이시니 안봐도 될 듯..
나를 찾으며...
2010년 8월 21일 at 2:50 오후
첫번째 글에서 인셉션의 향기가~~~~ㅋㅋ
세번째 얘기에선 섬뜩함이….ㅎ
안영일
2010년 8월 21일 at 3:29 오후
어제 장열 아버지 부부를 만낫읍니다, 뉴저지에 아들이있고 장열 어머니 근처에서 벌써 한30년 사는군요, 두 노인네 보며는 나도 내차로 아무말없이 댁까지 모셔다 드린다, 아마 매주 한번 딸,사위가 수발을 돕는것 같다, 장열 애비에게 이제 쉬지 그러니 노인 메디케어 의료카드가 멀어서 (젊어서) 공장에 부부가 나간단다, 속으로 딸 아들 아주멀리 우리처남아이들처럼 LA 에 잇어서 주위의 아는사람모두가 그렇다, 자식과 노후를 사는것
부지런해야같이살지 조금잇다고 머뭇거리면 틈도없고 영남이된다, 우리 처남댁 둘이다
낙동강 오리알이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지나 식구들과 이별을 참 많히도 생각하고
이제는 정리도 도 좀된것같기도 함니다, 의사의 선고후에 10에 6-7이다 확률이 담담히 생각되는것 죽음뿐 혈관에 꽃혀진주사바늘에 몰핀만 몇그람 넣어라 그러니 너희들 앞에서 편안히 가는것 그것이 바라는것이다그러니 *위법이란다 * 마누라 돌려보내고,일요일 저녁 ,그리고 아침수술전에 마지막길인지 딸녀석 옆에있고 마음이 그리 담담 하더군요,그리고 12시간의 수술실 들어가니 꼭 딴테의 저승문 앞에서 벌어진 시장처럼 송장같은 나같은 시체들이 마취준비를 하고 ,마법의 거인같은 남자간호원들이 손
발을꽁꽁묵고 벗기고 몸전체를 케이프로 감는다 그러면서 마취의사 무어라 하면서 이승은 끝이엇다,-간호원 딸자ㅏ식 ,식구 무어라 소리를 치면서 회복실인지 ?깨우고 환각상태의 나를두고서 자꾸 말을시킨다, 어느시간지나니 아버지 이제 좀자라는 딸의소리를 들으면서 또 깊은잠에 들어간 1년전의 요즘이다, 그러고 천암은 내병문안오고 지금은 그천암은 먼저 세상을떠나고 세상은 요지경인가, 사주팔자인가 ? 어제 집에
장닭이 장미 두 다즌을 사다가 식구와 딸 식탁에 장미를 흐드러지게 꽃병에 꼿앗읍니다, 와인 3잔도 혈압에 관계가 되나 ?물론 되겟지 ? 죽는날까지 초지일관 좋아하는 담배 ,와인은 최소한 친구처럼지내야 될터인데 밭앗날씨가 화씨 100가 넘는 요즘이다
(섭씨 거의 39도) 희안하게 먹는것없는데 밥 두공기에 와인3잔인데 문제는 배로만 살이나온다 야외에는 노인네들 걸어다니지말라고 자식들이 그러고 하여튼 재미잇는 세상 이렇게 복이많아서 동네글도 읽으며 독후감도 적습니다, 자식들과 생활을하는 가정
이상향이지요, 개학이 가까히오는것 싫으실겁니다,
Lisa♡
2010년 8월 22일 at 2:29 오전
나찾님.
후후후…
인셉션과 섬뜩함…
기분 좋으네요.
Lisa♡
2010년 8월 22일 at 2:30 오전
안영일님.
긴 글 눈아파하며 잘 읽었습니다.
ㅎㅎ..인생은 누가 먼저갈지아무도 모릅니다.
신의 뜻이고 우린 그 각본에 따라서 살겠지요?
그래도 안선생님께서는 행복하십니다.
말년에 이렇게 손주들과 와인과 장미와 조블가족들과
글도 소식도 나누니 말입니다.
오래도록 사시는 그날까지 행복하게 건강하게 사시길 바래요.
벤조
2010년 8월 22일 at 3:53 오전
그러면,
학벌 좋은 남과 조건 좋은 녀가 만나면 되잖아요.
남겨진 자들 끼리…
리사님 눈 또 아파지실까봐
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ㅋ
onjena
2010년 8월 22일 at 4:47 오전
조건, 그거 시간 지나면 별로입니다~~~ 다 아시지요?
열심히 사는 사람이 최고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심
틀림 없습니다.-onjena 생각.
Lisa♡
2010년 8월 22일 at 11:49 오전
벤조님.
문제는 능력있는 여자나 대부분의 남자들이
거의 외모만 본다는 거지요….
Lisa♡
2010년 8월 22일 at 11:50 오전
언제나님.
조건이 좋다는 게
결국은 자기만족인데
살다보면 진짜 언제나님 말씀처럼
성실한 사람이 최고조건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