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거장 영화감독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감독이 영국과 이탈리아의 감독인 켄 로치와
에르마노 올미에게 제의해서 만들어진 영화다.
압바스감독이야 뭐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영화들 <내 친구의 집은~> 부터 시작해 수많은
영화로 우리 가슴을 흔들었고, 케니스 코치 감독은 <자유로운 세계><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등을 통해 소외된 자들이나 하층계급들의 정서를 주로 다루는 영화를 많이 찍었다.
물론 영국서 대단히 존경받는 감독이고 올미감독은 이 중에 제일 연장자로 이 영화의 무대인
기차씬을 제의했다고 한다.
사진(위) 가운데가 올미 감독이고 왼쪽이 켄 로치 감독이다.
같은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모음으로 알바니아 난민 가족이 알게 모르게
끼어 이 영화의 구심점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한 감독만이 알바니아 가족을 접근시키지만 기차 속 사람들의 시선에는 늘
그 가족이 잡히고 있다.
영화는 일등석과 이등석, 삼등석으로 나뉘어 진행이 되는데 잔잔하고 재미있다.
조용하게 파고드는 쇼팽의 음악같은 이야기들이다.
노년의 약의학자는 업무차 오스트리아에 왔다가 손자의 생일에 맞추어
로마로 돌아가야한다.
비행기가 결항이 되면서 겨우 기차티켓을 구해다 준 사만다에게 기차 안에서
감사의편지를 쓰게 되고, 그 편지는 결국 완성되질 못하지만 그는 은밀한 몽상을
하게되고 삶에서 얻을 수 없을 것 같던 열정을 희미하게 느끼게 된다.
그의 몽상은 유년시절 옆 집 소녀가 치던 피아노와 연결되고 기차 안의 한 음악가가
살짝 들려준 쇼팽의 전주곡을 들으며 한없이 유년과 현실을 오간다.
거기에 좌석을 편하게 가라고 두 개를 사준 사만다의 미소까지 그리고 깊은 그녀의
눈매까지 오버랩된다.
그리고 열차 문 밖에서 좌석도 없이 아이를 안은 채,늙은 엄마를 모시고 가는 어린
알바니아 여성을 바라보며 약간의 양심적 회의를 느끼기도 하는데 아기엄마가 우유를
엎지르자, 망설임 끝에 차장에게 우유를 시켜 머뭇거리다가 결국 우유를 아기에게 갖다준다.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 기차 칸의 사람들..
바로 건너편 좌석에 건방지고 무례하게 앉던 딱딱한 군인과 늘 사회에서 보호만 받던 층에
속하는 그의 갈등이 대조적이다.
하얀 빛깔의 쏟아진 우유는 열차 자동문에 깔려 시선을 끄는데 직원이 와서 물걸레로
스윽~~지우고 사라진다.
순백의 우유는 삶에서 순수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듯..
(에르마노 올미 감독 작)
육군장성의 미망인.
비둔한 육체탓에 혼자 옷도갈아입지 못하고, 뭐든 혼자하기 힘든 여성.
그래서 아르바이트 청년 파블로를데리고 기차를 탄다.
티켓은 2등칸인데 자기 마음대로 일등칸 빈 좌석에 앉아서 다음 역에서
자리 주인이 탔음에도 비켜주지 않는 고집을 부린다.
아무리 자기네 좌석이라고 비키라고해도 그건 당신들 문제라고 일축한다.
파블로가 미안해 어쩔 줄 모르자 파블로마저 자리에 가만 앉아있으라고 윽박이다.
결국 차장이 오고 빈 칸으로 기분좋게 옮겨 주자 그제야 자리를 뜬다.
미안하다거나 부끄러운 양심은 아예없다.
게다가 파블로를 쥐잡듯 잡고 결국 폭언에 시달리던 파블로는 기차 안에서 사라진다.
온 기차를 다 뒤져 파블로를 찾아봐도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목적지에 도착..짐을 내릴 일이 난감하다.
결국 아까 한 번 다툰 남자손님이 가방을 들도 내려준다.
기차역에 커다란 두 개의 가방과 함께 우두커니 남는 미망인….
캐릭터 외에는 뚜렷한 의미가 없지만 아주 코믹하고 인물 개성이 나타나는 영화다.
나이들면서 이런 황당한 고집의 소유자들 종종 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작)
마지막 켄 로치 감독의 젊은 영화.
아일랜드에서 로마로 셀틱 축구경기를 보러 온광팬들.
세 친구는 돈을 모아 셀틱을 응원하러 로마로 오는데
한 명이 티켓을 분실하게 된다.
경찰에 끌려갈 판이고 결국 직장도 잃게될지도 모르고
벌금도 엄청나다.
아까 식당 칸에서 셀틱 축구티켓을 보여준알바니아 꼬마가 의심스럽다.
그들은 알바니아 가족을 괴롭히며 결국 티켓을 찾아내고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갈등하게 된다.
처음엔 티켓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마음을 흔들려하다가 거짓일지도 모르고
자기가 위험하다며 경찰에 고발하자고 한다.
처음부터 강경하게 나가던 키 큰 친구가강력하게 고발을 권하며 알바니아
기족들에게 가서 고발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 자기 티켓을 도로 주며
로마에 도착해서 아빠를 잘 만나라고 격려까지 한다.
자기 마음 바뀌기 전에 어서 티켓을 받으라고..
로마역에선 이들을 붙잡기 위해 경찰들이 기다리고 있다.
셀틱팬들의 무리를 이용해 줄행랑을 친 이들은 무사히 셀틱경기를 보러가게 된다.
결국 선행은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다른 선행을 낳았다.
로치감독은 여기서도 결국 난민의 문제를 안고 간다.
(켄 로치 감독 작)
우연히 구하게 된 DVD를즐겁게 봤다.
어디서나 많은 문제들을 안고 사는 지구인들이다.
세 감독을 통해 인간적이고 나이들어감과 잃어버려지는 것들과
그래도 아직은 소중한 부분들을 되짚어 볼 수 있다.
나무와 달
2010년 9월 15일 at 3:54 오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올려 놓았어요..혹, 감상하지 않으셨다면, 보시길…
Lisa♡
2010년 9월 16일 at 11:57 오전
둘 다 당연 봤구요.
ㅎㅎ—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