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반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부녀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 태풍에 피해를 입은 각 집마다
보수작업이 있는데 부녀회장댁부터 시작을
하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공정사회…ㅎㅎ
뭔데 당신집부터 작업을 하느냐로 시작된
따지기는 묻지도 않고 네 멋대로 그 비싸게
책정된 작업을 견적들도 안 뽑아보고 하느냐..
뭐 이런내용이었다.
덜덜 떠는 모습이 전화기 너머로 보였다.
전화를 거는 나도 덜덜..말을 더듬는다.
결국 그녀의이야기를 다 들어본 후에
아침부터 미안하다고사죄하고몇가지 점들에서는
실수하신 것 같다고 말하고 끊었다.
부녀회장이라는 완장은 욕듣는 자리고, 봉사하고
물먹는 자리다.
늘 잘 하고도 야단맞고 피곤하고 생기는 건 없는 자리.
잘 알고 있고 그 아래서 총무를 했기에 너무나이해한다.
새로 이사온 지 얼마되지도 않는 사람이 부녀회장을
한다는 게 영 거슬렸나보다.
어떤 이들은 저 거 부녀회장이 돈먹고 한다는 둥~~
그런 촌스런 말도 하지만 그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리고 일해보면 누가 돈을 척척 주거나 뇌물을 줄 일도 없다.
왜 나는 잘 알면서 그녀를 힘들게 했을까…
이해하려고 종일 노력해봤다.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면서도 이해를 하고 싶어서 뇌리 속에
그녀를 넣고 다녔다.
저녁에 회의가 있었다.
아침에 내가 시비걸은게 미안하기도 했고가만 생각하니
수고하는데 초를 친 것 같아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회의하는 자리에 많은 이들이 결참을 하고 몇 사람 나오지도 않았다.
참여하지 않고 나무라는 사람들은 더 나쁘다.
부녀회장은 잔뜩 거부감을 갖고 자리에 앉았다.
얼굴은 굳어있고 나보다 조금 어린 것도 같고 비슷해보이는 연배다.
눈빛을 보니 그 사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저 사람도 결국 손해보고 일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알았다.
너무 별난 동네라 아무도 부녀회 직함을 갖길 원하지 않는다.
그런 동네에 모르고 이사와서 떠안아 놓지도못하고 바톤을 이어받을
이가 없어서 저러고 있구나 싶었다.
자기 걸 손해보고 말 사람이라는 걸 눈치챘다.
누가 뭐래도 도마위에 놓고 막말을 해도 나는 알 것 같았다.
무조건 나무라고 볼 일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미숙한 부분들은 너무나 눈에 띄는데 지적하면
절대 수긍하지않기는 한다.ㅎㅎ
그래도 너무나 수고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
동네 일도, 나라 일도,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나서줘서 다 해결하겠지…그냥 가만있는 게 욕도 안듣고
제일 속 편하고 교양있는 짓이야–하고 살고싶다.
누군들 그거 모르는 것 아니다.
꼭 순진한 양반들이 나서다 몰매 맞거나, 욕을 듣거나 자기 걸
뭐 하나라도 손해본다.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따스하고, 정이 있고,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와 다투는 한이 있어도 그런 이들이 있어서 살 맛이 난다.
조용히 숨어서 그림자처럼 사는 사람들은 얌체같고, 재미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다.
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누가 집 앞에 있다가 빵봉지를 건넨다.
아이들 주라고 소망교회 빵집에서 예배마치고 사오는 길이란다.
그 길로 옆에 서 있던 사람들과 살짝 나누었다.
한 개씩 받아 든 머핀이 참 이뻐 보인다.
나서서 일하는 반장이나 통장, 부녀회 임원들께 인사라도 건네는
날 어때요?
오공
2010년 9월 6일 at 11:22 오후
참 정직한 일기입니다.^^*
리사님 애들 들어가고 나면 만나요~
벤조
2010년 9월 7일 at 12:42 오전
남을 힘들게 했다는 생각은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착한 리사의 심성이 그대로 보입니다.
사랑해요~리사!
리나아
2010년 9월 7일 at 2:19 오전
그래도 그 옆에서 일 해봤으니 파악과 이해를 빨리 할 수 있는 거지…
안그러면 색안경끼고 뭔가 안좋게 보기 십상일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순진한 사람이 괜히 그런일 맡았다가 욕만 듣고 수고만하고 상처받고..를
생각하면.. 괜한 일에 뛰드는 거 아무나 못할 일..
화창
2010년 9월 7일 at 4:28 오전
아무도 부녀회장이나 동대표 맡으려고 들지를 않지요!
누가 손들고 나서면 그 때부터 의심의 눈초리….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부녀회장, 동대표 일을 맡아서 수고 하시는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Lisa♡
2010년 9월 7일 at 11:00 오전
오공뉨.
알쓰~~~
Lisa♡
2010년 9월 7일 at 11:02 오전
벤조님.
근데 그게 말입니다.
오늘 종일 또 생각을 해봤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공사라서..
제가 하는 수없이 다시 그 부녀회장을
골 아프게 할 것 같아요.
걱정이네요.
그녀가 간과하고 지나가는 것들이 몇가지가 되네요.
짚어줘야 할 것 같구요…그래서 그녀가 싫어할까봐
은근 걱정되어요….잘 되자고 하는 일인데 딴지 건다고
할까봐요.
Lisa♡
2010년 9월 7일 at 11:02 오전
리나아님.
아무도 나서서 하지 않는 일 하는 것 자체가
참 바보같은 일이죠?
그래도 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약한 자들같아요.
저도 그런 축에—-ㅎㅎ
Lisa♡
2010년 9월 7일 at 11:03 오전
맞아요, 화창님.
그런 분들 일단은 고맙다고 해야하죠.
뭐 이권이 개입되어서 일부러 일을
맡은 재개발 아파트 회장들 말구요.
웨슬리
2010년 9월 7일 at 5:54 오후
아니 왠 대마초가? ㅋㅋㅋ 중간 사진.
Lisa♡
2010년 9월 7일 at 10:34 오후
대마초……ㅎㅎㅎ
제가 돈 쫌 벌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