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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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반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부녀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 태풍에 피해를 입은 각 집마다

보수작업이 있는데 부녀회장댁부터 시작을

하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공정사회…ㅎㅎ

뭔데 당신집부터 작업을 하느냐로 시작된

따지기는 묻지도 않고 네 멋대로 그 비싸게

책정된 작업을 견적들도 안 뽑아보고 하느냐..

뭐 이런내용이었다.

덜덜 떠는 모습이 전화기 너머로 보였다.

전화를 거는 나도 덜덜..말을 더듬는다.

결국 그녀의이야기를 다 들어본 후에

아침부터 미안하다고사죄하고몇가지 점들에서는

실수하신 것 같다고 말하고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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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회장이라는 완장은 욕듣는 자리고, 봉사하고

물먹는 자리다.

늘 잘 하고도 야단맞고 피곤하고 생기는 건 없는 자리.

잘 알고 있고 그 아래서 총무를 했기에 너무나이해한다.

새로 이사온 지 얼마되지도 않는 사람이 부녀회장을

한다는 게 영 거슬렸나보다.

어떤 이들은 저 거 부녀회장이 돈먹고 한다는 둥~~

그런 촌스런 말도 하지만 그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리고 일해보면 누가 돈을 척척 주거나 뇌물을 줄 일도 없다.

왜 나는 잘 알면서 그녀를 힘들게 했을까…

이해하려고 종일 노력해봤다.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면서도 이해를 하고 싶어서 뇌리 속에

그녀를 넣고 다녔다.

저녁에 회의가 있었다.

아침에 내가 시비걸은게 미안하기도 했고가만 생각하니

수고하는데 초를 친 것 같아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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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하는 자리에 많은 이들이 결참을 하고 몇 사람 나오지도 않았다.

참여하지 않고 나무라는 사람들은 더 나쁘다.

부녀회장은 잔뜩 거부감을 갖고 자리에 앉았다.

얼굴은 굳어있고 나보다 조금 어린 것도 같고 비슷해보이는 연배다.

눈빛을 보니 그 사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저 사람도 결국 손해보고 일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알았다.

너무 별난 동네라 아무도 부녀회 직함을 갖길 원하지 않는다.

그런 동네에 모르고 이사와서 떠안아 놓지도못하고 바톤을 이어받을

이가 없어서 저러고 있구나 싶었다.

자기 걸 손해보고 말 사람이라는 걸 눈치챘다.

누가 뭐래도 도마위에 놓고 막말을 해도 나는 알 것 같았다.

무조건 나무라고 볼 일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미숙한 부분들은 너무나 눈에 띄는데 지적하면

절대 수긍하지않기는 한다.ㅎㅎ

그래도 너무나 수고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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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일도, 나라 일도,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나서줘서 다 해결하겠지…그냥 가만있는 게 욕도 안듣고

제일 속 편하고 교양있는 짓이야–하고 살고싶다.

누군들 그거 모르는 것 아니다.

꼭 순진한 양반들이 나서다 몰매 맞거나, 욕을 듣거나 자기 걸

뭐 하나라도 손해본다.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따스하고, 정이 있고,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와 다투는 한이 있어도 그런 이들이 있어서 살 맛이 난다.

조용히 숨어서 그림자처럼 사는 사람들은 얌체같고, 재미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다.

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누가 집 앞에 있다가 빵봉지를 건넨다.

아이들 주라고 소망교회 빵집에서 예배마치고 사오는 길이란다.

그 길로 옆에 서 있던 사람들과 살짝 나누었다.

한 개씩 받아 든 머핀이 참 이뻐 보인다.

나서서 일하는 반장이나 통장, 부녀회 임원들께 인사라도 건네는

날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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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오공

    2010년 9월 6일 at 11:22 오후

    참 정직한 일기입니다.^^*

    리사님 애들 들어가고 나면 만나요~   

  2. 벤조

    2010년 9월 7일 at 12:42 오전

    남을 힘들게 했다는 생각은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착한 리사의 심성이 그대로 보입니다.
    사랑해요~리사!
       

  3. 리나아

    2010년 9월 7일 at 2:19 오전

    그래도 그 옆에서 일 해봤으니 파악과 이해를 빨리 할 수 있는 거지…
    안그러면 색안경끼고 뭔가 안좋게 보기 십상일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순진한 사람이 괜히 그런일 맡았다가 욕만 듣고 수고만하고 상처받고..를
    생각하면.. 괜한 일에 뛰드는 거 아무나 못할 일..

       

  4. 화창

    2010년 9월 7일 at 4:28 오전

    아무도 부녀회장이나 동대표 맡으려고 들지를 않지요!

    누가 손들고 나서면 그 때부터 의심의 눈초리….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부녀회장, 동대표 일을 맡아서 수고 하시는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5. Lisa♡

    2010년 9월 7일 at 11:00 오전

    오공뉨.

    알쓰~~~   

  6. Lisa♡

    2010년 9월 7일 at 11:02 오전

    벤조님.

    근데 그게 말입니다.
    오늘 종일 또 생각을 해봤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공사라서..

    제가 하는 수없이 다시 그 부녀회장을
    골 아프게 할 것 같아요.
    걱정이네요.
    그녀가 간과하고 지나가는 것들이 몇가지가 되네요.
    짚어줘야 할 것 같구요…그래서 그녀가 싫어할까봐
    은근 걱정되어요….잘 되자고 하는 일인데 딴지 건다고
    할까봐요.   

  7. Lisa♡

    2010년 9월 7일 at 11:02 오전

    리나아님.

    아무도 나서서 하지 않는 일 하는 것 자체가
    참 바보같은 일이죠?
    그래도 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약한 자들같아요.
    저도 그런 축에—-ㅎㅎ   

  8. Lisa♡

    2010년 9월 7일 at 11:03 오전

    맞아요, 화창님.

    그런 분들 일단은 고맙다고 해야하죠.
    뭐 이권이 개입되어서 일부러 일을
    맡은 재개발 아파트 회장들 말구요.   

  9. 웨슬리

    2010년 9월 7일 at 5:54 오후

    아니 왠 대마초가? ㅋㅋㅋ 중간 사진.   

  10. Lisa♡

    2010년 9월 7일 at 10:34 오후

    대마초……ㅎㅎㅎ

    제가 돈 쫌 벌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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