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명의 세계적 감독들이 만든 영화관에 대한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
칸 영화제 60주년을 맞아서 황금종려상 수상자들이 찍은 33편의 작품들이다.
짧게 약 3분간에 걸친 내용으로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짧은 영화들이다.
시작 서두에 짐 해리슨의 말이 나온다.
"작은 것도 못하는 우리들은 왜굳이 큰 것만하려드는 걸까?"
맞다, 작은 것 하나에도 쩔쩔매면서 큰 것을 이루고파 안달들일까.
조금 섭섭한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 감독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감독이 3명이 들어간 것에 비하면 좀 그렇다.
빔 벤더스, 켄 로치, 제인 캠피온, 장이모우, 왕가위, 첸가이거, 구스 반 산트, 로만 폴란스키,
나니 모레티, 월터 살레스, 유세프 샤힌, 테오도로스 앙겔로플로스, 빌 오거스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등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는 감독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 뚜렷한 건 장이모우 감독의 중국의 시골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영화를 보기위해
종일 해지기만을 기다린 아이들이 영사기가 돌아가고, 영화가 시작되자 잠이 들고 영화는
그대로 진행되는 장면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야기들 속에는 누구나 다 경험하게 되는 끄덕거림이 있다.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절로 슬픔에 젖기도 하고,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장면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이슬람 여성들의 모습도…보이고
영화관앞에서 줄을 서서 어느 영화를 볼까 아들과 실랑이 끝에 결국 축구를 보러 가고마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줄서서 빨리 사라고 재촉하는 사람들.
텅 빈 영화관에서 사랑에 빠져 정사를 하는 젊은 남녀의 모습.
엄마가 아빠를 처음 만난 날의 영화관의 대화와 세월이 흐른 뒤의 엄마의 모습.
역시 영화를 좋아하는…
소외된 자들이 보는 영화관이 자주 등장하고
눈이 먼 이들이 안보이지만 마음으로 보는 영화도 여러 편이다.
위 사진은 일본의 시골 농부가 보러 온 영화관이다.
그는 무뚝뚝하게 말한다.
"농부표 한 장 주시오"
물론스키린에는 자주 비가오고 자주 끊어지기 일쑤이다.
그럴 때 농부는 무심하게 영화관 속, 옆에 앉은 강아지에게 빵을 던져준다.
일상 속에서 영화관과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케 한다.
제일 웃긴 영화.
바로 위의 부부가 모처럼 에로틱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을 때
갑자기 뒷좌석의 한 남자가 계속 커다랗게 신음을 지른다.
여자가 남편에게 가보라고 말한다.
못듣겠다며 직원에게 말해서 처리하라고 한다.
남편은 일어나기 싫어하면서 마지못해 직원에게 저 남자 손님이
이상하고 시끄러워서 불편하다고 하자 직원이 가서 손님에게
표를 보여달라고 한다.
비스듬하게 누워서 연신 신음을 지르는 그 남자는 겨우겨우 주머니에서
표를 꺼내어 보여준다.
"아니 손님 표는 이 층인데 왜 일 층에서 이러십니까?"
그러자 그 손님은
"아~~으~~그게 그러니까 이 층에서…이리로 …떨어졌다우~~아~~으…..악~~"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다.
웃겨 죽는 줄 알았다.
기억에 남는 구스 반 산트의 <첫키쓰>
아주 인상적이다.
영사실의 소년이 아무도 없는 텅 빈 극장안에서 실험으로 영화를 돌린다.,
스크린 가득 맑고 환한 바닷물이 찰랑찰랑 넘친다.
그때 한 여성이 비키니 차림으로 나타난다.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스크린으로 다가서 옷을 멋고 바다로 뛰어들어
그 여성과 은밀한 키쓰를 나눈다.
현실과 영화가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그렇게 꿈을 꾸기도 하고 영화속 주인공과 혼동을 하기도 한다.
마치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서 바라보는 영화처럼.
33개의 영화를 언제 다 보나했다.
짧아서 아쉬운 영화들 뿐이었다.
거장들이 만든 에피소드들이 그리 개운할 수가 없었다.
하나같이 보석같은 에피소드들이다.
그 속에 청혼이 있었고, 사랑의 약속이 있었고
추억이 있었고, 슬픔이 가득하기도 했다.
영화가 주는 감동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칸 영화제를 일부러 넣어서 만든 작품도 있었다.
일종의 축제였다.
DVD 소장가치가 있다.
Hansa
2010년 9월 11일 at 12:31 오후
첫키스, 좋군요!
Lisa♡
2010년 9월 11일 at 1:11 오후
그렇쵸?
짧지만 다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