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가득한 날이었다.
테오도로스 앙겔로플로스의 ‘영원과 하루’ 생각이 났다.
발칸에서의 안개란 트란실바니아 지역의 그 무거운
안개낀 어둑어둑한 시골마을을 떠올리기 일쑤다.
드라큘라라도 나오기 좋은 날씨이지만 아직은 트란실바니아가
아닌 예쁘기만한 슬로베니아다.
블레드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스멀거리는 낮은 안개와 함께였다.
블레드성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호수는 환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11세기에 독일의 헨리2세가 지은 성으로 주인이 여러차례 바뀌었다.
해발 600미터에 위치하고 있으며 황제가 하인리히 주교에게 희사한 성이란다.
19세기에 오스트리아 합스부르그 왕가의 손에 넘어갔다가 팔리고 팔려
한때 유고의 왕족의 소유였다가 현재는 박물관이다.
호수는 빙하호수로 호수 안에는 작은 섬이 있는데 블레드섬이라고 한다.
바로크 양식의 Saint Mary 마리아승천 성당이 있다.(아래아래 사진)
아름다움이 그림처럼 박힌다.
성 속의 조그만 동굴같은 곳에서 와인도 소개하고 파는 분이시다.
수사차림을 하고있는데 깔끔한 인상에부드럽고 잘 생겼다.
19유로하는 아이스와인을소개했는데 사지않고 지나쳐서 꺼림직하다.
나랑도 사진 한 컷!!
언니랑도 사진 한 컷!!
하기야 찍히길 좋아하는 그녀가 마다할 리가 없지.
안개는 완벽하게 걷히진 않았지만 배경을 보기엔 어렵진 않다.
성 안에는 토기부터 오래된 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저기 유럽인들이 모여앉아서 담배를 피고 차를 마시는 광경들이 눈에 띈다.
개를 데리고 온 가족들의 모습이 좋아보인다.
이끼가 내뿜는 공기가 싱그럽다.
호수근처에는 그 유명한 티토의 별장이 있단다.
티토가 블래드 성 근처를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빌라브래드라는 호텔이 티토가 한 때 국빈들을 영접하던 곳이라니
거기가 그의 별장이 아니었나싶다.
이번 발칸여행에서 티토에 대한 선입견이 달라졌다.
독재자에서 능력있고 존경받는 정치가로~
아직도 발칸인들은 그를 그리워한다고 한다.
그가 실현하고자했던 사회는 진정한 사회국가였다.
블레드성은 요새처럼 지어졌는데
아래서 올려다보는 광경이 일품이다.
안개탓에 맑게 나오질않아서 짜증이 나는 건 사실이다.
성곽 위의 성들은 언제나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면서
여행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물과 성과 구름과 역사 등은 사람들에게 늘 그리운 대상이다.
오스트리아와 가까운 슬로베니아 북서쪽에 위차한 블레드성은
커다란 호수로 인해 주변에 별장들이 많은데 오스트리아나 헝가리
과거 유고국가들의 부자들 별장이 즐비하다.
연중 기온이 12도로 여름에도 21도 정도이니 아주 쾌적한 곳이다.
돌아본 바로 근사한 집들이 그저 평화롭다.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마을이 살고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무에 매달린 그네나, 창가의 인형들이 따사롭기까지 하다.
금발의 할머니가 해바라기 한 송이를 꺽어서 들고 들어간다.
꽃꽂이라도 할 요량이다.
창 가의 꽃이나 화분들이 그 동네를 더욱 꾸며준다.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도 반드시창가에는꽃이나 화분이 있다.
그들의 심성이 보인다.
꽃이 주는 효과가 대단하다는 걸 느낀다.
제라늄이 가장 많이 보인다.
신기한 건 가는 곳마다 허브가 지천이다.
라벤더와 로즈마리가 그저눈만 크게 뜨면 보인다.
사과는 왜그리 많은지..
어떤 집은 아예 사과를 누군가 가져가라고 옹기종기
모아서 입구에 조르르 열을 지어놓기도 했다.
금발의 미소년들이 블래이드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지나가고
잘 생긴 선남선녀들은 서있기만해도 그림이고 영화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한 시간이넘게 걸었고 연방
사진기를 눌렀다.
보라색의 꽃은왜그리 이쁘고 새롭기만 하던지..
레이스 커튼이 쳐진 작은창들은 눈길을 잡기에 충분하고
아무렇게나 놓여진 의자들과 컵들도 그 자체가 작품이다.
소재가 이리 많은데…화가가 아닌 게 아쉽다.
같은 듯 하지만 하나같이 다른 집들이 뿜는 개성에 취하다.
근처의 중국집 음식은 또 어찌나 입맛에 맞던지.
바나나 튀김을 맛보다.
김진아
2010년 10월 14일 at 1:20 오전
저분 인상 참 좋으셔요. ㅎ
천천히…리사님 여행이야기 보고, 읽고, 상상하면서
또 이 한주일 감사하게 보낼것 같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신거지요?
^^
Lisa♡
2010년 10월 14일 at 2:20 오전
건강이야 뭐…늘 좋지요.
여행체질이라 오히려 더 잘 먹고
잘 자고 그래서 더 찐답니다.
저도 천천히 올릴께요.
벤조
2010년 10월 14일 at 3:51 오전
벌써 돌아왔어요?
그동안 좀 심심했는데, 이제는 됐네.
저 수사 복장을 한 장사꾼 영화배우같네…
남편 동료중에 유고 출신 교수가 있는데 비슷해요.
김술
2010년 10월 14일 at 5:46 오전
잘 다녀오셨남요?
많은 걸 기대합니다.
실망시키시진 않겠죠?
부담 팍팍!!!
오를리
2010년 10월 14일 at 7:05 오전
티토전 유고 대통령은
제민족을 끌어 앉을수 있는
유능한 발칸의 지도라고 생각 합니다.
발간에 훈족의 발자취가 많아 남아 있어
훈족답사길에 그곳을 부득불 지나가기전
리사님의 사진으로 먼저 관공을 하게 되서
감사 합네다~~~~
강정애
2010년 10월 14일 at 8:03 오전
안녕하세요?
천성이 게을러선지?
주인 허락도 안받고 함부로 드나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인심후하시던 리사님 방문에
자물쇠를 걸어놓으셨더군요
잠간 망서리다가
이렇게 수줍은 인사드립니다
과연
어렵게 들어온 보람이있네요
동화처럼 아름다운 사진과 글
잘 읽고갑니다
추천도 올렸고요
Lisa♡
2010년 10월 14일 at 9:06 오전
벤조님.
장사꾼 맞습니다.
아주 중후하고 멋있는 장사꾼요.
모든 장사꾼이 다 저 분같으면
행복한 세상에 일조하실텐데..ㅎㅎ
심심하시면 안되지…아암 그렇고 말고.
Lisa♡
2010년 10월 14일 at 9:06 오전
술님.
실망은 본인이 정하는 거라…
제발 안하셔야 할텐데—
Lisa♡
2010년 10월 14일 at 9:07 오전
오를리님.
제대로 된 사진을 좀 올릴께요.
앞으로..
티토는 정말 좋은 지도자였더군요.
놀랬어요.
Lisa♡
2010년 10월 14일 at 9:16 오전
강정애님.
허락합니다.
그러니 부디 발길 하시옵소서…ㅎㅎ
잘 오셨구요..
수줍은 인사가 이쁘세요.^^*
거북이아빠
2010년 10월 15일 at 5:49 오전
옛날 93년에 방문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호수 무지 맑습니다, 물고기도 많고요 , 류블랴나에 지금도 현대차들 많나요? 93년 방문시엔 그도시 10대중 3대는 현대차였는데요..
Lisa♡
2010년 10월 15일 at 10:21 오전
거북이 아빠님.
아직 현대차도 많구요.
기아차도 또한 보이더군요.
전자제품은 에어컨은 모두 LG
TV는 모도 삼성…좋았어요,
그때도 참 좋았었죠?